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70)
독식하는 재벌 3세-470화(470/518)
470. 대비하다 (5)
보름의 시간을 요구했던 도요타 하루오 사장.
하지만 그는 일주일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했고, 그의 손에는 연합을 구성한 회원 기업들의 명단이 들려 있었다.
“태우그룹이 보유한 모든 러시아 공장을 연합에서 인수하겠습니다.”
“정말 속전속결이군요. 이렇게나 빨리 연합을 만들어 내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직접 일본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연합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러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모인 기업들이지요.”
러시아 공장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곳이긴 했다.
러시아 시장 자체도 작은 규모는 아니었고,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도 제품을 수출할 수 있기도 했다.
그렇기에 일주일 만에 연합을 만들 수 있었겠지.
하루오 사장을 중심으로 모인 연합이었고, 모든 책임 또한 그가 져야만 했다.
“다시 한번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태우그룹은 러시아에 있는 모든 자동차 및 전자제품 공장을 매각하고, 그 대신 5년 동안 임차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장마다 임대 기간 조정이 가능하겠습니까?”
“자동차 공장의 경우 3년까지는 가능하지만, 기간을 더 조정하는 건 안 됩니다.”
신축 공장을 만드는 데 3년이면 충분했다.
그 이상은 굳이 공장을 임차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 공장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특히나 자동차 공장의 경우엔 지금 당장이라도 도요타의 완성차 생산을 위한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하루오 사장님을 위해 특별히 기간을 2년으로 줄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년 동안만 태우그룹이 사용하고 그 이후엔 도요타에게 자리를 내어 드리겠습니다.”
“아쉽군요.”
“그래도 신축 공장을 완공할 때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습니다.”
해외 공장 설립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부와의 협상도 진행해야 했고, 토지 매입부터 직원 채용까지.
엄청난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태우그룹의 공장을 인수하게 되면, 그런 노력을 아낄 수 있었다.
특히나 숙련된 노동자 채용 문제를 덜 수도 있었다.
몇 년 동안 태우자동차에서 경력을 쌓은 노동자를 그대로 채용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 계약을 체결하는 날부터 2년 뒤에 공장을 비워 주시는 겁니다.”
“가격 협상만 잘 맞으면, 오늘이라도 계약서에 서명하겠습니다.”
“그럼 실무진과 함께 세부 협상을 진행해 보도록 하시지요.”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었다.
하지만 모든 협상은 디테일이 생명이었고.
아주 약간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양측의 실무진들이 대거 투입되어 세부 협상을 진행했다.
***
다음 날 오후.
드디어 세부 계약 협의를 할 수 있었고.
하루오 사장과 함께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좋은 계약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좋은 일로 만났으면 합니다.”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함박 미소를 지으며 공항으로 떠나는 하루오 사장.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와 한 부회장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폭탄 돌리기에 성공했군요.”
“저는 아직도 러시아 공장이 폭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좋은 거점을 일본 기업에 넘기는 셈이 됩니다.”
“러시아가 군비를 계속해서 증강하고 있어요. 그리고 천연가스 판매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기도 하죠. 배가 부르면 딴생각이 나기 마련입니다.”
나는 그 누구보다 푸틴 대통령을 신뢰했다.
정확히는 그의 욕심을 믿었고, 영토 확장을 반드시 시도할 것이라는 걸 믿었다.
“정말 전쟁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일본 기업들은 5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고스란히 날리게 됩니다.”
“우리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죠. 매각 대금은 잘 들어왔죠?”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대금이 입금되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여유 자금을 꽤 들고 있었나 보군요.”
5조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도요타는 그렇다 쳐도, 다른 일본 기업의 상황을 놓고 보면 절대 일주일 만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도요타에서 자금을 지원해 줬다고 합니다. 저금리로 대출을 해 줬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음이 급하긴 했나 보군요. 대출까지 해 줄 정도라니. 그런데 다른 기업이 이런 조건을 받아들인 게 신기하군요.”
“우리에게 임대료를 받으니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출 이자만큼의 임대료를 받으면 막상 나가는 돈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5년 동안 준비해 러시아 진출을 하면 되었으니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만약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면, 도요타가 독박을 쓸 수도 있겠군요.”
“일본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 계약을 체결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일정 부분 이상을 도요타에서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도요타 그룹이라면 충분히 5조 원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발생할 대형 사건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계약을 완료했으니 이제 슬슬 일본 철강 회사 데이터 조작 사건을 터트릴 때가 되었군요.”
“이미 준비는 다 해 두었습니다. 태우증권과 금융타워 금융사 몇 곳이 나서 철강 회사를 비롯한 여러 회사의 공매도 물량 확보를 끝내 놓았습니다.”
“그렇게 큰 판은 아니더라도 인건비 정도는 나올 겁니다.”
“금융타워 직원들의 인건비가 워낙 높아서 인건비를 뽑아내려면 아주 탈탈 털어먹어야 할 듯합니다.”
금융타워는 작은 물고기는 잘 건드리지 않았다.
일본 철강 회사 그리고 자동차 기업들이 엮여 있다고 해도 우리에겐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풀어 줄 정도의 작은 사이즈의 물고기는 아니었다.
“한 달 정도만 더 묵혀 두었다가 터트리세요.”
“물량을 조금 더 확보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태우그룹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도 거의 마무리되었습니다.”
“리콜 물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군요.”
“정기 점검을 통해 부품 교체를 진행했고, 정기 점검을 받지 않은 차들을 대상으로만 리콜을 진행하면 됩니다. 대략 5천 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5천 대를 리콜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결함은 아니었기에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규모였다.
“우리야 미리 대비를 했으니 다행이지만, 다른 자동차 기업은 아주 난리가 나겠군요.”
“차량을 많이 판매한 회사일수록 피해가 더 커질 듯합니다. 특히나 도요타의 경우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웬만해서는 리콜을 진행하지 않고 싶겠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겁니다.”
“태우자동차가 리콜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서 리콜을 진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태우자동차에 들어간 일본 철강 회사의 소재는 소량이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대부분의 소재를 일본 철강 회사로부터 공급받았다.
그런데 소량의 부품을 사용한 태우자동차가 리콜을 한다면, 당연히 다량의 부품을 사용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강한 압박을 받기 마련이었다.
“회장님,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한 부회장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기획실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서 온 연락이죠? 설마 도요타에서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연락이라도 왔습니까?”
“일본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온 연락입니다. 러시아 공장 매각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정확히 누구에게서 연락이 왔죠?”
“로만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러시아 정부에서 연락이 왔다면 심각한 상황이었겠지만.
나와 친분이 깊은 로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건 대화로 풀어 나갈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안 그래도 조만간 러시아 쪽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어요. 언제쯤 만나자고 하던가요?”
“이번 주 내로 로만 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겠군요. 실장님이 직접 준비해 주세요. 빈 살만 왕세자급으로 대접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로만이 직접 한국으로 올 정도의 일이었다.
러시아 최고위층과 대면 가능한 그를 어떻게든 구워삶아야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일주일 후.
로만이 한국을 방문했다.
언론에서는 한국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동 개발을 위한 방한이라고 보도를 했지만.
그건 보여 주기식 일정에 불과했고, 진정한 목적은 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한국에서 로만 회장님을 뵙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제가 러시아로 가서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디서 보는 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리고 저도 러시아에 잘 없어요. 대부분 영국이나 유럽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죠. 하하하!”
일단은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EPL 이야기를 한참이나 나누고 난 다음에야 본론을 꺼내 드는 로만이었다.
“크렘린에서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태우그룹이 공장을 매각하려는 의도가 무엇입니까?”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더 큰 투자를 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는 과정입니다.”
“러시아 자산을 매각해서 다른 국가에 투자한다는 건 아니겠지요? 정말 러시아에서 철수하려고 하는 겁니까?”
러시아는 하나라도 더 많은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태우그룹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니 화가 단단히 났을 것이다.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공장을 그냥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 계약이 포함된 매각입니다. 계속해서 공장에서는 태우그룹의 제품을 생산합니다.”
“그러니까 왜 갑자기 그런 복잡한 계약을 체결한 겁니까?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답답한 듯 가슴을 치며 말하는 로만이었다.
태우그룹이 공장을 일방적으로 매각하기만 했다면, 답답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분노까지 표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말 그대로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하기 위함입니다.”
“정확히 어떤 투자를 어느 규모로 진행한다는 것인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아직은 태우그룹차원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최소한 지금 규모의 공장보다 더 큰 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실제로 그런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
보고서도 만들고 기획 단계까지도 실제로 진행할 생각이다.
그런데 기획 단계에서 폐기되는 계획이 꽤나 많을 뿐이다.
“흠, 이제야 안심이 되는군요. 크렘린에는 제가 잘 말해 놓겠습니다.”
“괜한 걱정을 안겨 드려 죄송합니다. 일을 진행하기 전에 미리 상의를 했어야 하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모든 협상이 끝나고 대규모 투자안을 가지고 갈 생각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이해합니다. 예쁘게 투자안을 만들어 보여 주실 생각이셨겠죠. 저도 가끔 그런 실수를 하곤 합니다. 괜히 중간 과정에서 보고를 올리면, 오해를 사곤 하니까요.”
알아서 포장을 해 주는 로만이었고.
나는 그의 말을 맞장구치며 포장을 도왔다.
“중간 과정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복잡한 과정은 태우그룹이 전부 처리하고, 마지막 결과만을 보여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 크렘린에서도 아주 흡족해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했습니다.”
“저는 김 회장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한국까지 온 것 아니겠습니까? 모든 오해는 제 선에서 전부 해결하지요.”
이래서 사람은 신용도가 중요했다.
오랜 기간 신용을 쌓아 왔기에 몇 마디 말만으로도 엄청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간만 끌면 되었다.
공장 임차 기간 동안은 러시아 정부에서도 다시 문제 삼지 않을 터.
그렇게 시간을 끌다 전쟁이 발생하면, 러시아 투자 계획을 폐기하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