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73)
독식하는 재벌 3세-473화(473/518)
473. 저점 매수 (3)
밝은 시간에 청와대에 온 건 오랜만이었다.
집무실에 들어서자 최재석 대통령이 한숨을 쉬며 나를 반겼다.
“후우, 김 회장님 왔는가?”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중국에 이어 일본과도 외교 문제가 생기니 골치가 아프군.”
중국이야 한한령으로 골치가 아프다 치자.
그런데 일본과의 외교 문제가 생길 게 뭐가 있지?
내 기억으로는 일본 무역 제재가 시작되려면 2년은 남았다.
“일본에서 이상한 요구라도 해 왔습니까?”
“태우그룹의 리콜을 취소해 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청이 들어왔네.”
“일본 정부가 어떻게 기업의 일에 간섭할 수가 있습니까? 내정 간섭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강요나 요청이라기보단 부탁에 가까웠네. 태우그룹의 독단적인 리콜 결정으로 일본 기업이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부탁을 하더군.”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만큼 일본 철강 회사 데이터 조작 사건이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리콜을 취소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리콜이 태우그룹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올해 초부터 리콜 준비를 미리 해 두었습니다. 빠르면 이번 달 안에도 모든 차량의 불량 부품을 교체 완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대처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빠른 조치의 태우그룹 자동차 계열사.
반대로 느린 조치를 취하는 일본 자동차 기업.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비교를 해 줄 터였고, 우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최재석 대통령도 금방 내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는 아둔한 사람이 아니었고, 오랜 기간 정치권에 구른 덕에 누구보다 빠른 상황 판단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겠군.”
“일본과의 외교를 통해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면, 리콜을 취소하겠습니다.”
“사실 외교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네. 그저 양국 간의 우호를 더 다질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지.”
“그러면 리콜을 취소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발표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리콜을 취소한다면, 태우자동차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번 사태에 일본 정부가 이렇게 민감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어쩌면 태우그룹이 한국 기업이기에 이렇게 나온 것일 수도 있었다.
한국 기업을 상대로는 압박을 가하면,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내가 정치를 하면서 가장 싫어하던 말이 있지. ‘좋은 게 좋은 거다.’ 야합을 통해 서로의 문제점을 모른 척 지나가는 정치판에 환멸을 느꼈었네. 그런데 이 자리에 앉으니 나도 모르게 내가 혐오하던 행동을 하게 되더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태우그룹은 충분히 버틸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불필요한 요구에 응할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최재석 대통령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다.
여전히 한국은 지리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유리하지 않았다.
최소한 최재석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고 나서야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을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괜히 약한 소리를 해서 미안하네. 중국과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일본과도 그렇게 될까 걱정이 되어서 마음이 다급해졌나 보네.”
“이렇게 하시지요. 태우그룹에게 리콜 취소를 부탁했지만, 태우그룹이 거절했다고 일본 쪽에 알리십시오.”
“모든 책임을 태우그룹에게 전가하란 말인가? 그렇게는 못 하겠네. 책임을 져도 태우그룹보다 한국 정부가 지는 게 맞네.”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최재석 대통령은 책임 회피형 지도자는 아니었으니까.
“이번 일이 일본과의 관계에 금이 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태우그룹에게 책임을 넘기면 지금의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습니다.”
“어떻게 한 국가의 지도자가 기업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는가!”
“태우그룹은 괜찮습니다. 동남아 시장보다 일본 시장에서 더 낮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자국의 제품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 한국 기업의 제품은 잘 팔리지도 않습니다.”
태우그룹은 크게 손해 볼 일이 없었다.
주력 상품인 자동차, 전자 등의 판매량이 일본 시장에서는 낮았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에서까지 한국 제품을 선호하지만, 유독 일본 시장만큼은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었으니까.
“괜히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네. 일본의 요청은 침묵으로 일관하겠네.”
“귀찮은 일을 만들어 죄송합니다.”
“자네가 미안한 일이 뭐가 있겠나? 데이터를 조작한 곳도 일본이고, 리콜 취소를 요청한 곳도 일본이지 않은가.”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십시오. 다음 임기에는 이런 일을 당하시지 않도록 태우그룹이 더 성장하겠습니다.”
“태우그룹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기업이 크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뿐일세.”
대통령은 외로운 자리였다.
모든 책임을 오롯이 대통령 혼자 져야 했고.
작은 선택의 실수만으로도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런 고독한 자리에 오른 최재석 대통령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부였다.
***
다음 날.
정식으로 리콜이 진행되었다.
태우, 카이, GM에서 생산한 1만 대가 넘는 차량이 리콜 대상이었다.
하지만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빠른 속도로 교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오전에만 300대가 넘는 차량의 부품 교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교체할 부품 자체가 적기도 했고, 부품을 미리 준비해 둔 덕분에 빠르게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빠르면 이번 달 안에도 모든 교체가 가능하겠군요.”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교체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합니다.”
“주말과 휴일을 반납한 만큼의 보상을 본사 차원에서 지원해 주도록 하세요.”
돈보다 더 확실한 보상이 어디 있겠는가?
센터에서 일하는 많은 정비공들과 우리를 돕고 있는 사설 센터까지.
그들이 빠르게 작업을 마무리할수록 우리는 더 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에 돈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한국 정부에 부탁까지 했는데 우리가 리콜을 진행했으니 강한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에게 보복을 하긴 어려울 겁니다. 지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다른 곳에 신경 쓸 틈이 없겠죠.”
“그래도 일본 정부까지 나섰으니 일본 기업들도 하나 된 목소리를 내긴 할 겁니다.”
정부가 나서면 기업은 따라야 하기 마련이었고.
일본의 많은 자동차 기업들은 입을 맞춰 하나 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몇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들어맞았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거의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확실히 정부가 나서니 반응이 빠르게 오는군요.”
순차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
마치 복사해서 붙여넣은 것처럼 비슷한 말을 하는 그들이었다.
[철강 회사의 소재가 조작되었지만,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도요타, 혼다, 닛산 등의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으니 리콜과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발표였다.
“어떻게든 리콜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군요.”
“2010년에 페달 게이트로 인해 도요타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었습니다.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기 싫은 듯합니다.”
일명 페달 게이트.
1,000만 대라는 사상 최대 리콜 사태였다.
그로 인해 도요타는 몇 년 동안이나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이제야 겨우 이전의 위치까지 올라 올 수 있었다.
그러니 다시 같은 짓을 반복하고 싶진 않을 터.
어떻게든 리콜 사태만은 피하기 위해 일본 기업 모두가 연합해 이번 사태를 방어하고 있었다.
“시장의 반응은 어떻죠?”
“주가와 회사채의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에 시장이 분노를 표출하는 듯합니다.”
“시장의 분노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일본 정부가 나서서 감당하고 있습니다. 폭락하고 있는 회사채를 일본 정부에서 대거 사들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중심은 자동차 산업이었고.
철강 회사 데이터 조작 사건으로 자동차 기업들이 흔들리면, 일본 경제까지 흔들릴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도 방어를 해야 했고.
국고를 털어 자동차 기업들을 지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판을 키워야겠군요. 데이비드에 연락을 넣어 보세요.”
“지금 바로 전화를 걸어 보겠습니다.”
한 부회장이 휴대폰을 들었고.
곧이어 데이비드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뉴스 보셨죠? 일본 정부에서 일본 기업 감싸기에 들어갔네요. 뚫을 수 있겠어요?”
[일본 정부가 방패 역할을 하고 있으면, 더 강력한 창으로 뚫으면 되죠! 미국 법무부 쪽과 이야기가 다 끝났어요. 아무리 늦어도 이번 주 중으로 미국 법무부가 움직일 테니 기대하셔도 좋아요!]한국 정부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창으로 쓰기엔 아직 단련이 부족했고.
이미 단련된 미국이라는 창을 이용해야지만, 일본 정부라는 방패를 뚫을 수가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 생각보다 쉽게 움직이는군요.”
[이번 미국 정부의 기조를 잘 아시잖아요.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입장에서도 일본 자동차 기업을 밀어내고 미국 자동차 기업의 점유율을 올릴 좋은 기회라고 보는 것 같아요.]“유럽 쪽은 어떻죠?”
미국이 아무리 단단한 창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개의 창이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고.
특히나 유럽 연합이 움직이는 순간, 엄청난 파급력이 발생하게 된다.
[유럽 연합 전체를 움직이는 건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유럽 항공 안전 기구(EASA)는 움직일 수 있어요. EASA 차원에서 일본 철강 회사 제품 사용 불가 조치를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어요.]“유럽 연합이 움직이지 않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EASA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꽤 큰 바람이 불겠군요.”
[여러 국가에서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으니 바람이 태풍으로 성장할 수도 있어요!]“계속 바람에 힘을 실어 주세요.”
데이비드와의 통화를 마쳤다.
미국과 유럽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바람을 만들고 있는 그였다.
“데이비드의 말대로라면, 확실히 파급력이 더 커지긴 하겠습니다.”
“그래도 일본 정부가 기를 쓰고 버티면, 대규모 리콜 사태는 막을 수 있어요.”
“리콜까지 가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일본 자동차 기업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주가와 회사채의 폭락은 가속화될 게 분명합니다.”
한 부회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역시나 수익이었다.
미국과 유럽이 움직인다면, 당연히 회사채가 폭락하게 되고 금융타워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일본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정도만 걸으면 이득을 보게 되어 있죠. 최대한 빠르게 부품 교체 작업을 마무리하기만 해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어요.”
“같은 부품을 매일같이 수십 개 이상씩 교체해서 그런지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부품 교체가 모두 끝나면, 서비스 센터를 찾아오지 않은 고객을 찾아가서 방문 교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보세요. 이왕 하는 거면 확실하게 끝내야죠.”
귀찮음 혹은 정보 부족으로 리콜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고객을 위해 직접 방문하여 부품 교체 작업을 진행한다면, 신뢰도를 더욱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