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74)
독식하는 재벌 3세-474화(474/518)
474. 저점 매수 (4)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모르쇠 전략을 이어 나갔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으니 절대 리콜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회장님, 미국 법무부와 유럽 항공 안전 기구까지 나섰지만,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계속해서 리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품질과 성능 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조금 아쉽긴 하군요.”
“그래도 괜찮은 수익을 얻긴 했습니다. 물론 리콜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겠지만, 목표로 했던 수익은 이미 달성했습니다.”
만족하는 한 부회장.
하지만 나는 아직 만족이 되지 않았다.
내 예상보다 파급력이 크지 않았고, 태우자동차의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지도 않았다.
“부품 연구소 소장을 불러 주세요.”
“지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한 부회장을 내보내고 부품 연구소장을 불러들였다.
일본 철강 회사 데이터 조작 자료를 직접 실험을 통해 확보한 민정기 소장이었다.
“소장님도 뉴스를 보셨지요?”
“일본 철강 회사 관련 뉴스라면 챙겨 보고 있습니다. 한국 신문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일본 다 확인하고 있습니다.”
“불량 소재를 공급한 회사도 그렇고, 불량 소재를 사용한 회사도 너무 당당하게 나오는 것 같지 않나요?”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데이터 조작 사건치고는 소극적인 대처라고 생각됩니다.”
연구소장의 말대로 너무 소극적인 대처였다.
마치 데이터 조작이 무슨 대수냐는 듯한 반응이었고.
이번 일을 문제 삼는 태우그룹이나 다른 기관이 오히려 과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데이터 조작 사건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철강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데이터 조작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가 없죠.”
“다른 소재도 데이터 조작이 이루어졌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부품 연구소 차원에서 실험을 진행한 결과로는 지금 밝혀진 것 이상의 데이터 조작은 없었습니다.”
부품 연구소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나사 한 개까지도 실험을 진행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해외 유명 연구소에 의뢰까지 해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렇기에 연구소장의 말대로 다른 소재까지 데이터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은 낮았다.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는 분야가 소재만 있는 건 아니죠.”
“어떤 부분을 의심하고 계십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진행해 볼까 합니다. 태우, 카이, GM 자동차와 힘을 합쳐 충돌 테스트, 배출 가스, 연비, 에어백, 엔진 성능까지 모조리 조사해 주세요.”
소재만으로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을 고개 숙이게 만들 수는 없었다.
소재는 일본 자동차 기업이 만드는 것이 아니니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수 있을 터.
그렇다면 자동차 기업에서 직접 만들고 실험하는 분야에서 문제가 나온다면, 지금처럼 모르쇠 전략을 사용할 순 없을 것이다.
“회장님, 한 말씀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절대 회장님의 지시를 어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꼭 알려 드려야 할 사안이 있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소장님의 의견이라면 농담이라도 기꺼이 들어 드려야지요.”
“소재 실험에 들어간 비용만 해도 20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소재가 아니라 자동차의 전반적인 성능 실험을 위해서는 최소 10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충돌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신차를 구매해 진행해야 합니다.”
충돌 테스트는 시뮬레이션만으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실물 차량이 필요했고, 일본 기업의 신차를 모두 실험하기 위해서는 돈을 들여 사들여야 했다.
“이번 실험은 귀중한 데이터가 될 겁니다. 그러니 비용 걱정은 마세요. 본사 차원에서 이번 실험을 위해 300억 원을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차 개발 비용도 아니고, 단순히 경쟁 업체 데이터 확보를 위해 300억 원이나 사용하는 건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데이터 확보 비용으로 300억 원이면 과하긴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무언가를 얻어 낼 수만 있다면 300억 원 이상의 값어치를 하게 될 겁니다.”
“반드시 무언가를 찾아내란 말씀이시군요. 어깨가 갑자기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소장 자리를 걸고서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전부 확인하겠습니다.”
300억 원을 땅에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철강 회사 데이터 조작 사건처럼 크게 보도가 되진 않았지만.
도요타그룹 자회사 차량이 배출 가스 연비를 조작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렇게 큰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배출 가스 연비 조작이 왜 크게 보도가 되지 않았겠는가?
안전과는 큰 관련이 없었고, 도요타 차량이 아니라 자회사로 있는 중소 자동차 업체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을 만들 수는 있었다.
몇 년 이상의 간격을 두고 사건이 터진다면 파급력이 약하지만.
동시기에 사건이 연달아 터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 파급력이 몇 배로 커질 수 있었다.
***
300억 원의 실험 비용을 부품 연구소에 지급했다.
그렇게 실험이 시작되었고,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은 필요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실험을 챙기고 싶었지만.
금융타워 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새로운 국면에 다다르고 있었다.
“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 가상화폐 TF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보안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회의라고는 하지만, 규제를 위한 회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부까지 나섰으니 이제 반응이 왔겠군요.”
“그게, 반응이 전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이 더욱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규제를 위한 TF까지 꾸려졌다.
그러면 당연히 가격이 빠져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고 있었다.
“다들 광기에 눈이 돌아갔나 보군요.”
“광기와 세력의 합작품으로 보입니다. 광기에 빠진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있고, 세력들이 부추기고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 폭탄 던지기를 하고 있는 비트코인 시장이었다.
마지막에 폭탄을 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닐 거라 믿으며 목숨을 건 투자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세력들이 폭탄을 계속해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규제가 발표되어야 현실을 깨닫게 되겠군요.”
“지금 속도라면 한 달 안에 금융위원회에서 규제안을 발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격이 높게 오를수록 우리가 보는 이득은 커지니 나쁜 상황은 아니겠군요.”
“그런데 규제가 발표되고 난 뒤에 움직이면, 세력들이 이득을 보고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슬슬 세력들과 힘싸움을 시작하여 발목을 잡아 둬야 합니다.”
금융타워는 입이 너무 많았다.
입에 먹이를 다 넣어 주려면, 잔챙이 몇 마리로는 부족했고.
덩치가 큰 세력을 잡아먹어야지만 허기라도 달랠 수 있었다.
“지금 움직여야 확실히 세력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긴 하겠군요.”
“세력들도 작전 종료 시점을 연말로 잡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시점에 움직이면 놈들이 당황해할 수도 있습니다.”
“살살 잘 달래 가며 판에 남아 있도록 만들어 보세요.”
“달콤한 향기를 계속해서 뿌려대겠습니다. 향기에 속아 판에 남아 있는 순간, 파리지옥 안에 파리 신세가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한 부회장 혼자만으로는 부족했다.
명동에서 교란 작전을 적절히 펼쳐 줘야 세력들을 속여 먹을 수 있었다.
물론 규모만 놓고 보면, 명동은 금융타워 소속 금융사들에 비해 너무도 작았지만.
어둠의 세계와 밀접한 명동의 자금이 움직여 줘야 세력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
***
이영한을 강 대위의 식당으로 불렀다.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를 위해 거하게 한 상 차려 배불리 먹여 주었다.
“별관에서 먹어서 그런지 너무 맛이 좋습니다. 별관에서 식사를 하는 게 꿈인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아무에게나 별관의 문을 열어주진 않죠.”
“그래서 나오는 말이 별관에서 식사를 해야 성공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회장님에게는 언제든지 별관의 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명동의 힘이 예전만 못하단 말이 나오고 있었다.
IMF 이후 사채업자들의 자금 규모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명동의 주인인 이영한의 자금은 몇 배나 늘어났고, 웬만한 은행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별관의 문을 열어 주는 게 대수겠는가?
게다가 나를 위해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영한이기도 했다.
“비트코인 세력들은 잘 다독이고 있나요?”
“제 능력이 닿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 세력의 경우엔 대부분 넘어왔고, 일본 야쿠자가 운영하는 세력까지 얼추 넘어왔습니다.”
일본 자금은 한국으로 많이 흘러들어 오곤 했다.
명동 전체를 일본이 집어삼키려고 한 적도 있었기에 일본 조직 자금 흐름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는 이영한이었다.
“야쿠자와도 선이 잘 닿아 있나 보군요.”
“적대적 공생관계를 1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아군보다 더 친한 관계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비트코인 작전이 끝나면,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겠군요.”
“오히려 더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 왕좌를 노리는 2인자가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2인자는 왕좌에 오르려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법입니다.”
어둠의 세계 일은 이영한의 몫이었다.
내가 간섭할 이유는 전혀 없었고,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리면 그만이었다.
“생각보다 일본 쪽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시군요.”
“한국에서만 활동하기엔 명동의 힘이 너무 커졌습니다. 물론 금융타워나 태우그룹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건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요?”
“회장님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죽으라고 하면 죽는 척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이영한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는 명동이었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것 모두 누구의 도움 덕분인지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요즘 일본 자동차 회사 관련 뉴스를 보셨나요?”
“그래도 돈을 굴리는 사람인데 정보를 소홀히 할 수야 있겠습니까? 일본 철강 회사 데이터 조작과 일본 회사 리콜 관련 이야기 말씀입니까?”
“그 뉴스와 관련해서 알고 싶은 게 있어요. 관련자를 찾거나 회유할 수 있나요?”
부품 연구소에서 300억 원 규모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의 차량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충돌, 엔진, 배기가스 등.
많은 연구진이 힘을 합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내부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 빠르게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관련자라고 하면 어떤 사람을 찾으면 되겠습니까?”
“신차 테스트에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접촉해 주세요. 은퇴한 사람도 좋고, 현재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라고 항상 옳은 일만 하겠습니까? 약간이라도 약점이 보이면 후벼 파서 꼬챙이에 걸어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잔인한 말을 하는 이영한이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를 더 믿을 수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 낼 사람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