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75)
독식하는 재벌 3세-475화(475/518)
475. 저점 매수 (5)
이영한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고작 이틀 만에 내가 원하는 사람을 한국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도요타 산하 계열사에서 경차 품질을 담당했던 연구원입니다.”
“어떻게 포섭하셨어요?”
“그건 업계 비밀이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그래도 불법적인 일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습니다.”
확실히 끌려온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뭐가 그리도 불안한지 자꾸만 주변을 둘러보며 식은땀을 닦는 연구원이었다.
나는 곧장 연구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상세 정보를 확인했고, 꽤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사토 켄지 씨 되시죠? 반갑습니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안전 테스트에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상세 정보를 통해 확인한 정보였다.
특이 사항에 안전 테스트 부정행위라고 나와 있었긴 하지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는 모르기에 그를 살살 구슬리며 말을 이어 갔다.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내부고발을 하려고 몇 번이나 시도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내부고발까지는 아니고, 그냥 혼자서 속앓이를 했을 뿐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일인데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아니, 누구십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나는 세부 정보 확인을 통해 그가 처한 상황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당신을 도와드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돈을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돈이야 당연히 원하는 만큼 드릴 수 있죠. 그런데 일본에서 내부고발자가 살아가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켄지 씨는 물론이고 가족 모두가 원하는 국가에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내부고발자 보호 문제가 심각했다.
그런 한국보다도 일본의 경우 더욱 보호받지 못했고.
배신자로 낙인찍혀 일본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저를 보호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제 소개가 늦었군요.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태우그룹? 혹시 김민재 회장님이십니까?”
“맞습니다. 켄지 씨의 안전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배신자가 아닌 권익을 위한 명예로운 내부고발자로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켄지였다.
많은 생각이 들겠지.
수십 년 동안 일한 회사를 배신해야 한다는 죄책감.
그리고 불법적인 일에 가담했다는 불안감.
마지막으로 돈에 대한 욕심까지.
도요타 본사 직원이었다면, 돈이 부족하지 않았겠지만.
그는 도요타그룹 산하의 작은 자동차 회사의 소속이었다.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안전 테스트를 조작했는지만 알려 주시면 됩니다.”
“거창하게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안전 테스트 과정에서 항목 몇 개의 수치를 조절했을 뿐입니다.”
생각보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켄지였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얼마나 큰 불법인지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너무 오랜 시간 지속해 왔기에 무감각해진 것일 수도 있었다.
“수치를 조작했다는 뜻이군요.”
“제가 한 건 그게 전부입니다.”
“알고 계신 게 더 있으신 듯합니다. 모두 말씀해 주세요.”
“안전 테스트 차량의 수치를 높게 나오게 하기 위해 튜닝을 한 차량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차량을 튜닝해서 성능을 끌어올렸단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충돌 테스트의 목적을 위배하는 행위였다.
충돌 테스트 전용 차량을 따로 만들어 수치를 조작하면, 당연히 양산차의 데이터가 오염되어 버린다.
“어떤 식으로 차량을 튜닝했는지도 아시나요?”
“측면 충돌이 발생할 경우 에어백이 터지면서 도어 패널이 운전자를 찌를 수 있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험용 차량에 한해서만 더 좋은 패널을 달거나 각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테스트에 통과하였습니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사실 이번 일은 그저 일본 철강 회사 제품을 사용한 자동차 리콜만을 노리고 시작한 일이었다.
태우자동차가 리콜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그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욱 거대한 비리가 숨어 있었고, 판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켄지 씨가 있던 회사만 그런 행위를 한 겁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나요?”
“저도 모든 걸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상부에서 내려오는 자료만 보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한 계열사의 문제가 아닌 듯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 전체의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일이었고.
차량 몇 대를 리콜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커질 수도 있었다.
***
다음 날.
나는 본사가 아닌 부품 연구소로 출근을 했고.
밤새 실험을 진행했는지 산발이 된 연구소장이 나를 반겼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다양한 실험을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뿐만 아니라 태우, 카이, GM에서도 파트별로 나눠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뭐가 나온 게 좀 있나요?”
“의심되는 부분이 몇 곳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 실험을 더 진행해 봐야 정확한 데이터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노가다 방식으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이긴 했지만, 정보가 없기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방식이었다.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정보가 유일했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연구소장에게 알려 주었다.
“내부고발자로부터 정보를 얻어 냈습니다. 측면 충돌 테스트에 조작을 진행했다고 하더군요.”
“정말입니까?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안전 테스트까지 조작을 했습니까?”
“에어백 부분을 정밀하게 확인해 보세요. 안전 테스트 결과와 사뭇 다른 데이터가 나오게 될 겁니다.”
“실험용 더미를 이용해 보다 세밀한 실험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충돌 테스트에 괜히 돈이 많이 드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운전자를 대신하는 더미는 하나에 1억 원이 넘었고, 고급 더미는 10억 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누가 이런 실험을 하겠는가?
자사의 제품을 실험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타사의 제품을 수십억 원을 들여 실험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우린 차량 한 대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었고.
일본 자동차 기업의 수많은 차량을 동시에 테스트하고 있었기에 수백억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고 있었다.
“배기가스와 엔진은 어디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죠?”
“배기가스 배출은 태우자동차에서 진행하고 있고, 엔진의 경우엔 카이자동차와 미국 GM에서 동시에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함에도 중요도가 존재했고.
차량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역시나 엔진이었다.
괜히 엔진을 심장에 비유하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엔진에도 결함이 발견된다면,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넘어 최고의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결과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요?”
“워낙 민감한 일이라 다각도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이번 달 말일 전에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차량의 엔진을 동시에 실험하고 있나요?”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차량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몇 종류의 엔진을 대상으로만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엔진이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였다.
다른 부품이나 부위의 경우엔 차량 종류에 따라 달라지지만.
엔진의 경우엔 여러 차량이 같은 사양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결함이 생기는 순간.
여러 차종이 동시에 문제가 생기는 셈이었다.
“연구비용을 더 증액하도록 하죠. 100억 원을 늘리세요.”
“총 400억 원이나 투입하게 됩니다.”
“그 대신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보세요. 소장님만 믿겠습니다.”
첫 장에 A 스페이드가 들어왔다.
그런데 어찌 판돈을 키우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모든 업무를 마치고 강 대위의 사무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강 대위가 끓여 주는 라면과 함께 맥주를 들이켰다.
“역시, 강 대위가 끓여 주는 라면이 제일 맛있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구내식당 요리사로 고용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한 부회장도 라면 한 그릇을 비우고는 강 대위를 찬양했다.
우리가 만족해하자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앞치마를 벗는 강 대위였다.
“군 생활 동안 라면 끓이는 법을 마스터했습니다.”
“꼭 후임에게 라면 끓이는 법을 전수하세요. 이런 맛은 영원토록 유지되어야 하죠.”
“맞습니다. 무형 문화재로 지정해야 하는 라면입니다!”
중학생처럼 농담을 던지며 놀기도 잠시.
물 한 잔을 들이켜는 순간, 우리는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가 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부고발자는 계속해서 찾고 있죠?”
“명동과 함께 도요타 산하 계열사 연구원들을 포섭하고 있습니다. 벌써 5명에 달하는 연구원을 포섭했고, 어떤 식으로 데이터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였습니다.”
제대로 밝혀낼 수만 있다면 최악의 스캔들이 될 수도 있었다.
일본 철강 회사 데이터 조작 사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일로 번질 수도 있기에 강 대위의 조직, 명동 그리고 태우그룹과 금융타워의 힘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금융타워에서도 일본 자동차 회사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조작 관련 증거 일부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증거는 넘쳐날 겁니다. 연구소장의 말에 따르면 최소 10년 이상 이런 짓을 벌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생각보다 일본 업계가 폐쇄적이라 나서는 사람이 많지가 않습니다. 조금 더 공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장기간 조작을 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시작부터 완벽하게 계획하고, 보안에 신경을 썼으니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 철강 회사 사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벌써 반응이 식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주가와 회사채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예전만큼 극적으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서서히 저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보군요.”
“그래서 저점 매수를 하려고 하는 투자자가 꽤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자동차 회사의 경우엔 벌써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악재에서 호재를 찾기 마련이었다.
악재가 끝나가니 이제 주가가 오를 것이라 생각하고 매수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한 부회장은 저점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이번 일을 모른다면 저도 저점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매수 작업에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이래서 정보가 중요했다.
모두가 지금이 저점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더 큰 악재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기에 지금의 가격이 저점이 아니라 고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 폭탄은 다음 달이 되면 완성이 끝나요. 터트리는 시점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죠. 금융타워가 준비가 되는 대로 터트릴 겁니다. 폭탄의 폭발력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긴 하지만, 결코 폭발력이 낮지는 않을 거예요.”
“많은 사람이 지금이 저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오히려 공매도 물량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 철강 회사 사태보다 더 큰 판을 짜고 있습니다. 금융타워의 많은 금융사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규모입니다.”
금융타워의 덩치는 거대했고.
기업 하나를 찢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아귀들이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업계의 규모는 수백조 원에 달했고, 아귀들의 허기를 달래 주기에 충분한 규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