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78)
독식하는 재벌 3세-478화(478/518)
478. 대규모 악재 (3)
러시아 공장 매각과 임차 계약.
도요타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 기업들이 참여한 계약이었고, 그중 한 곳이 도시바였다.
도시바는 일본 기술력의 상징이라고 불렸던 회사였지만.
잇따른 악재로 시대의 흐름에 밀려나 버렸고, 현금 유동성 위기까지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거액을 들여 인수 합병한 회사들의 상황도 매우 좋지 않았기에 곳간이 비다 못해 빚만 쌓여 있었다.
그러니 가장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고.
나는 기꺼이 도시바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영진을 한국으로 초대했다.
“한국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도시바에서 상무직을 맡고 있는 시마다 하루토입니다. 갑작스런 요청에도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일본 산업계가 많이 시끄럽지요?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길 기원합니다.”
사실 내가 할 말은 아니었다.
이번 일의 원흉은 나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그래도 일본 기업들이 데이터 조작을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니 못 할 말은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일본 제품의 신뢰성이 하락하여 매출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많이 억울하시겠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곳은 자동차 업계인데 된서리는 전자제품 업계가 맞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번 사태가 없었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일본 전자제품 업계는 계속해서 하락세였고, 그저 핑곗거리 하나가 늘어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았고, 하루토 상무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서 부탁을 드리려고 합니다. 도시바가 사기로 하였던 러시아 공장 매입 계약을 파기하고자 합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러시아 공장 인수에 지금 당장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매달 임대료까지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부채가 될 소지를 줄이고자 합니다.”
“웨스팅하우스의 부채가 그렇게나 심각한 겁니까?”
도시바는 지금 상장 폐지의 위기까지 겪고 있었고.
가장 큰 원인은 2000년대 초에 인수한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때문이었다.
6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야심 차게 인수한 웨스팅하우스였지만, 인수 금액보다 더 큰 손실을 보고 있었다.
“이런 말을 회장님에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작년 한 해에만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액이 7천억 엔에 달합니다.”
“미국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2011년의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될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억울함을 가득 담아 말하는 하루토 상무이었다.
2011년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야심 차게 원전 기업을 인수했지만, 지진 이후 일본은 물론이고 많은 국가가 원전을 기피하고 있었다.
그러니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었고.
그룹의 자금 상황도 좋지 않았기에 더는 버틸 수조차 없었다.
“러시아 공장 계약을 파기한다고 해서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작은 리스크라도 하나씩 지워 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웨스팅하우스의 매각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대기업에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사모펀드 몇 곳에서만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고 있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전히 원전 기피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다.
게다가 작년에만 7조 원의 손실을 본 회사를 누가 인수하고자 하겠는가?
기업을 돈놀이 수단으로만 보는 사모펀드에서나 되팔이 용도로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태우그룹에도 원전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걸 아시지요?”
“태우건설이 원전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은 원전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원전을 원하는 곳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은근슬쩍 관심을 내비쳤다.
그러자 하루토 상무는 안색이 바뀌며 목소리를 높였다.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사실 그렇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웨스팅하우스 같은 원전 기업이 사모펀드에 팔려 나간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우건설처럼 원전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서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 않겠습니까?”
하루토 상무를 한국으로 불러들인 이유가 웨스팅하우스였다.
지금이야 적자투성이 기업이지만, 몇 년만 지나도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업이 웨스팅하우스였다.
그렇다고 해서 비싼 가격에 살 생각은 없었다.
저렴한 가격 혹은 다른 무언가를 덤으로 받아내어 이득을 취하고자 했다.
“도시바가 처한 현금 유동성 문제를 태우그룹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웨스팅하우스 인수라면, 제가 오늘이라도 일본으로 돌아가 협의안을 만들어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런데 웨스팅하우스만으로 되겠습니까? 도시바메모리도 매각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도시바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도시바메모리.
앞으로 반도체 시장은 더욱 거대해질 것이었고, 도시바메모리까지 인수할 수만 있다면 태우반도체는 더욱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도시바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나 미국과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에 매각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 문제까지 태우그룹에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말씀입니까?”
“미국 기업과 연합을 만들어 인수를 한다면, 문제 될 게 전혀 없지요.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연합을 만들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고.
그렇기에 도시바는 메모리 사업을 매각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미국 기업과 연합을 만든다면, 단번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팅하우스까지 인수하실 여력이 되십니까?”
“도시바메모리의 시장가치는 대략 2조 엔 정도고, 웨스팅하우스의 가치는 5천억 엔 정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틀린 부분이 있나요?”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2조 5천억 엔이 넘는 자금을 융통하실 수 있으십니까?”
2조 5천억 엔.
대략 25조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천문학적인 금액임에는 분명했지만, 태우그룹은 충분히 지불하고도 남는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계약만 성사된다면, 그날 바로 일시불로 지불이 가능합니다.”
“저, 정말입니까? 이런 문제는 저 혼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가 경영진 모두와 협의를 나눈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정확히 하고 싶습니다. 이번 거래는 결코 태우그룹에 유리한 거래는 아닙니다. 특히나 웨스팅하우스의 경우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여야 합니다.”
“그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선은 처음 나온 협상안이기에 내부 조율이 필요합니다. 세부 내용은 이후에 진행하고자 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
수백억 원 규모의 러시아 공장 계약을 취소하러 왔다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매각 계약의 체결 이야기가 흘러나왔으니 머리가 많이 복잡할 터였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드리겠습니다. 태우그룹은 미국, 유럽 그리고 중국의 반독점 규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준비 과정이 필요하죠. 그러니 최대한 빨리 답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비행기 시간을 앞당겨 지금 바로 일본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내일 오전까지는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루토 상무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고.
달리다시피 하며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하루토 상무가 왜 저리 급하게 움직이는지 전혀 모르고 있던 한 부회장은 그의 뒷모습만 보고는 오해를 했다.
“혹시 협박이라도 하셨습니까? 살인범에게 쫓기는 사람도 저렇게 빠르게 달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협박이 아니라 아주 좋은 제안을 했죠.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제안했어요.”
“잘못 들었습니다?”
“제대로 들으셨어요.”
“정말 수십조 원에 달하는 인수 제안을 하셨습니까? 500원짜리 사탕을 사도 그렇게 편하게 말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살짝 언성을 높이는 한 부회장이었다.
25조 원이 훌쩍 넘는 계약을 아무런 상의도 없이 나 혼자 결정을 했으니 목소리가 높이질 법도 했다.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면, 태우반도체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특히나 삼진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우리가 역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죠.”
“인수를 하면 나쁠 건 없긴 하지만, 비싼 가격에 인수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 말고 누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수 있겠어요? 삼진전자는 반독점 규제 때문에 절대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없죠.”
낸드 플래시 시장 35%를 장악하고 있는 삼진전자였다.
그런데 도시바메모리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50%를 훌쩍 넘게 된다.
하지만 태우반도체의 경우엔 15%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더라도 삼진전자보다 조금 높은 점유율만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도 반독점 규제에 걸릴 수가 있습니다.”
“태우반도체가 단독으로 움직인다면 그렇겠지만, 핀테크 은행과 합동으로 지분을 인수하면 반독점 규제를 피할 수 있어요.”
“그럼 인수 자금도 절반씩 부담하게 되는 겁니까?”
“그렇죠. 그러니 태우그룹에서는 13조 원 정도만 투자하면 됩니다.”
그제야 표정이 풀리는 한 부회장이었다.
핀테크 은행이 내 소유나 다름이 없었지만, 겉보기에는 독자적인 은행이었고.
한 부회장도 핀테크 은행을 태우그룹 계열사로 보지 않기에 이런 반응이 나왔다.
“도시바메모리는 크게 문제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웨스팅하우스 인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태우건설 원전 사업부도 큰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원전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적자만 커지게 됩니다.”
“지금 당장에야 적자를 보긴 하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입니다.”
“당장 한국만 하더라도 새로운 원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도 탈원전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원전이 다시 살아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본 지진 이후 원전의 신뢰도는 급락했다.
독일, 한국 그리고 미국까지 원전을 기피하는 현상이 강했다.
그러니 웨스팅하우스가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경제성보다 안정성을 우선시하니 원전의 가치가 많이 하락했죠.”
“다시금 경제성이 앞서는 날이 올 것이라고 보십니까?”
“전쟁 같은 대규모 사건이 터지면, 결국 경제성을 따지게 되어 있어요.”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는 순간, 천연가스와 석유의 가격이 급등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를 잘만 해둔다면, 웨스팅하우스의 가치가 최소 2배 이상 상승하게 됩니다.”
지금이야 친환경 에너지가 각광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면, 친환경 에너지만으로는 에너지 대란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다시 원전의 시대가 올 게 분명했다.
원자력 발전소 원천 기술을 보유한 태우건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했다.
“회장님의 뜻은 알겠지만, 태우건설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적자 규모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본사 차원에서 웨스팅하우스를 관리해야겠죠. 추후에 합병을 진행해도 늦지 않아요. 설마 태우그룹이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절대 아닙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태우건설이 보유한 원천 기술에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력까지 더해지게 되면, 원자력 발전소 시장을 태우그룹이 장악할 수 있어요.”
한 부회장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도시바메모리에 웨스팅하우스 인수까지 하려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