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8)
독식하는 재벌 3세-48화(48/518)
48화. 가전 박람회 (2)
난리가 난 곳은 이노폰 부스만이 아니었다.
내년 초에 폴더폰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모토로라 부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된 일이야! 폴더폰이 왜 먼저 나왔냐고!”
“지금 바로 조사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노폰인지 뭔지 하는 휴대폰을 제조한 회사가 누군지 당장 알아봐. 스티브 혼자 저걸 만들었을 리는 없잖아!”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비상이 걸린 모토로라였다.
내년 초에 미국에서 열릴 CES 가전 박람회에서 공개하려 한 폴더폰과 비슷한 유형의 휴대폰이 나와 버린 것이다.
본사의 모든 인원이 총동원되어 상황 파악이 진행되었고.
독일 가전 박람회에 나와 있는 휴대폰 사업부 총책임자는 어이없는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이노폰은 스티브의 넥스트와 태우그룹이 같이 만든 휴대폰입니다.”
“스티브가 왜 아시아 변방에 있는 기업과 손을 잡았다는 거야? 게다가 태우전자는 휴대폰 사업에 거의 손을 뗀 상태잖아.”
“거기까진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이노폰은 태우전자가 아니라 태우 기술 연구소에서 만든 휴대폰입니다. 태우전자 사람들도 이노폰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태우전자도 모르게 어떻게 휴대폰을 만든다는 거야!”
총괄 책임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직원은 다음 대답을 다급히 내뱉었다.
“태우그룹의 후계자가 이번 휴대폰 사업을 총 지휘했다고 합니다.”
“후계자? 무슨 왕정 국가도 아니고 후계자는 또 뭐야. 그건 그렇다고 치고 문제 삼을 부분은 찾았어? 태우전자 같은 회사가 폴더폰을 그냥 만들었을 리가 없어. 혹시 우리 쪽에 스파이를 심은 거 아냐?”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기술을 훔치지도 않고 이노폰을 만들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그게 올해 초부터 폴더폰 관련 특허를 대거 출원했습니다. 우리가 기획한 시점보다 앞선 시기입니다.”
모토로라 직원들은 유능했고.
그들은 하루사이에 이노폰 관련 특허를 모조리 찾아내어 가지고 왔다.
“특허까지 전부 출원을 마쳤다고?”
“그렇습니다. 물론 문제를 삼을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랬다간 내년 초에 출시할 스타텍을 태우그룹에서 문제 삼을 만한 빌미를 얻게 됩니다.”
“폴더폰 특허를 태우그룹이 가지고 있는 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스타텍 출시를 포기하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문제를 삼으면 오히려 우리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총괄 책임자였다.
하지만 그는 금세 흥분을 가라앉혔다. 자신이 만든 휴대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우리 스타텍이 훨씬 뛰어난 제품이야. 우리 스타텍이 출시하는 순간 이노폰은 끝이야.”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폴더폰에 대한 거부감을 이노폰이 지워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 어떻게 태우그룹에서 이노폰 같은 휴대폰을 만들 수 있는 거지?”
“소포트웨어를 비롯한 생산 총괄은 스티브가 담당했고, 디자인은 애플의 메시지 패드를 만든 조나단이 담당했다고 합니다. 태우그룹은 그저 공장을 빌려주어 생산한 것에 불과합니다.”
“태우전자가 아니라 애플을 나온 인재들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군. 그러면 이해가 가긴 하지.”
여전히 태우전자보다 높은 이름값을 유지하는 애플이었다.
“이번 기회에 스티브와 조나단을 우리 쪽으로 영입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노폰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한물간 인물들이야. 기적이 연속해서 일어날 일은 없어.”
“그러면 이노폰은 어떻게 합니까?”
“스타텍이 출시되기까지 이제 4개월이 남았어. 그동안 재미나 좀 보라지.”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 총괄 책임자는 이노폰을 머리에서 지워 버리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모두의 머릿속에서도 이노폰이 지워질 거라 확신했다.
이노폰보다 훨씬 뛰어난 스타텍이 조만간 출시될 테니까.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이노폰의 반응은 너무도 뜨거웠다.
독일 가전 박람회의 주인공으로 등극했을 뿐 아니라 뉴스, 신문, 잡지 등에서도 이노폰의 등장에 환호했다.
* * *
독일 가전 박람회가 끝났다.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기에 다들 기절하듯 쓰러졌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스티브도 소파에 몸을 기대 휴식을 취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스티브가 직접 나선 덕분에 제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습니다.”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이런 반응을 내년 1월에 있을 CES(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도 이어 가야 의미가 있어.”
“당연히 연타석 홈런을 날려야죠. 홈런 한 방이야 우연일 수 있지만, 연타석으로 홈런을 날리면 누가 우연이라고 생각하겠어요? 당연히 애플 이사회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CES에서도 지금 같은 반응을 이끌어 낸다면, 내가 애플로 복귀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정말 애플로 복귀하고 싶어 하는 스티브였다.
자신이 만든 회사가 망가져 있으니 더욱 안쓰럽겠지.
“당연히 복귀하셔야죠.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복귀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자네의 자신감을 믿도록 하지. 그런데 제품 생산에는 문제가 없을까? 바이어들이 엄청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고객들이 제품을 더 원할수록 이노폰의 가치가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그 또한 내년에 있을 CES를 대비한 전략인가?”
“꼭 그렇진 않지만 최소한 손해 보진 않을 겁니다.”
“뭐 자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나는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 CES에서 선보일 제품 소포트웨어 제작에 돌입하겠네.”
역시나 워크 홀릭.
일주일 동안 가장 바쁘게 보낸 사람이 스티브였다.
그럼에도 잠시도 쉬지 않고 미국으로 돌아가 일부터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CES까지 아직 좀 남았는데 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지금 내 기분을 솔직히 말해도 될까?”
“갑자기 진지해지시니까 조금 무섭네요.”
“난 지금 사기꾼이 된 기분이야.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제품 설명회에서 목 놓아 말했지만, 사실 이노폰은 혁신이라기보단 기존 제품을 짜깁기해서 성능을 높인 제품에 불과하지.”
스티브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혁신이라기보다는 발상의 전환에 가까운 제품이었다.
하지만 디자인 부분에서만 놓고 본다면 기존의 제품과는 확연히 달랐고, 기존의 휴대폰에 없는 기능도 많이 들어가 있었다.
“이노폰의 판매량이 걱정돼서 하시는 말씀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선주문 들어온 양도 상당하고, 절대 실패작 소리를 듣지 않을 휴대폰입니다.”
“나도 이노폰이 상당히 훌륭한 폰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네. 하지만 시대를 앞선 제품이 아니라 단순히 그 시대에서 뛰어난 휴대폰이라는 것이지.”
“신기술이 적용되지 않으셨다는 말씀이시군요.”
“내년에 있을 CES에 출품할 제품도 그런 혁신은 없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네. 그러니 CES에서 욕을 먹지 않으려면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일세.”
이번에도 그의 말은 맞았다.
다음 버전 휴대폰은 슬라이드폰이었고, 혁신적인 기능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휴대폰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휴대폰에 없는 기능을 대거 추가한 제품이었다.
기능이 많다고 해서 혁신은 아니긴 했다.
시대를 선도해 나갈 기술이 접목되어야지만 혁신이란 단어가 붙을 수 있었다.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버전 제품까지는 혁신적인 제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티브가 애플로 돌아가는 시점부터 만들어지는 제품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한 제품이 될 겁니다.”
“나도 그걸 알고 있네. 그러니 나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이러고 있는 것이지.”
“최대한 그 시기를 앞당겨 보겠습니다.”
“또 자네를 믿는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겠군. 믿겠네.”
스티브는 내 어깨를 두들기고는 호텔을 떠났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내 어깨에는 그의 손이 올려져 있는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 * *
독일 가전 박람회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성과 보고를 위해 그룹 본사로 향했고, 할아버지는 내가 복귀하는 날에 맞춰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셨다.
내가 본사에 도착하자 이미 계열사 사장들이 회의실에 모여 있었고.
자리에 앉자 비서실장 아저씨가 곧장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하셨다.
“독일 가전 박람회 성과 보고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김민재 총괄 소장님 보고 시작해 주십시오.”
“우리 기술 연구소는 접히는 방식의 휴대폰인 폴더폰을 이노폰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가전 박람회에 선보였습니다. 가전 박람회 운영 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최고 제품’에 선정되었으며 20만 대에 가까운 선주문을 박람회 기간 동안 확보하였습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엄청난 성과였다.
‘최고 제품’이란 말 그대로 박람회에 출품한 제품 중 가장 우수한 제품이라는 인증이었고.
20만 대의 선주문은 태우전자 역사상 유래가 없는 엄청난 주문량이었다.
태우전자가 아니라 삼진전자조차 이 정도 양의 선 주문은 아직 받은 적이 없었다.
“훌륭하군. 세계화를 선도하는 우리 태우그룹에게 꼭 필요한 성과였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하지만 태우전자 박진훈 사장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싶어 했다.
“훌륭한 성과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노폰은 태우전자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라 넥스트 사의 스티브가 만든 휴대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뉴스나 신문, 잡지에서도 태우전자의 이름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노폰의 판매는 태우전자 매장에서 담당할 테니 당연히 구입하는 모든 고객이 이노폰이 태우전자 제품이라는 걸 알 수밖에 없습니다.”
태우전자는 전 세계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 유럽 등 태우전자 가전제품 매장은 수천 개에 달했고.
태우그룹과 파트너쉽을 맺은 가전제품 전문 판매 매장까지 더 하면 그 숫자는 만 단위를 넘어섰다.
“그리고 문제는 더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사용료와 각종 로얄티로 너무 많은 금액이 나갑니다.”
“그건 태우전자의 가전제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술료와 로얄티가 나간다고 해도 가전제품보다 더 높은 영업 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최소 10% 이상의 매출이 우리의 몫이 됩니다.”
한 자리수도 되지 않는 영업 이익률을 가진 가전제품이었다.
그에 반면 휴대폰은 최소 2배 이상의 영업 이익률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질문을 던진 건 박진훈 사장 스스로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들 조용. 이 자리는 서로 싸우자고 모인 자리가 아니네.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니 목소리를 높이지 말게나.”
“죄송합니다.”
기술 연구소의 업무 보고 시간은 끝이 났다.
곧이어 태우전자의 업무 보고 시간이 시작되었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 뜯기 시작했다.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삼진전자나 CL전자 그리고 일본의 전자제품 회사들은 전부 신기술을 자랑하는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그에 반면 우리 태우전자의 제품들은 그저 튼튼함만을 강조하며 구식 기술로 떡칠이 되어 있었습니다.”
“김 소장, 말이 심하십니다.”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기술 연구소 휴대폰 부스에는 사람이 넘쳐났지만, 태우전자 부스는 한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많은 연구비로 도대체 뭘 하신 겁니까? 좀 더 혁신적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제품을 만드셨어야 합니다.”
대놓고 나는 박진훈 사장을 물어뜯었다.
나이가 어린 내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예의 없다는 말을 듣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지금까지는 최대한 참고 있었지만, 이노폰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내었으니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