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81)
독식하는 재벌 3세-481화(481/518)
481. 전문가 (1)
하루토 상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분식회계는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협상은 계속 이어 나가야 하기에 나는 새로운 제안을 던졌다.
“고의가 아니라고 하니 믿겠습니다. 그럼 이런 제안은 어떻습니까? 원하시는 대로 2조 4천억 엔에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그 대신 인수 후 내부 감사를 실시해 분식회계가 발견될 경우, 계약이 자동 파기 되는 조건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분식회계의 경우 귀책사유는 전부 도시바의 책임이기에 위약금으로 5천억 엔을 지불한다는 내용도 추가하였으면 합니다.”
분식회계는 습관이자 버릇이었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구조조정 없이 기업 가치를 뻥튀기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한 번이라도 하게 된다면,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중독성 강한 부정행위기도 했다.
그러니 도시바가 또 분식회계를 했을 가능성도 있었고.
작년에 밝혀진 분식회계 말고도 이전에 저질렀던 실수가 더 있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나올까?
사실 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태우그룹이 다소 밑지는 장사를 하는 셈이었다.
정말 떳떳하다면야 도시바는 무조건 조건을 받아들이겠지만.
하지만 반대로 조건을 거절한다면, 상황은 나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감사한 제안이긴 하지만, 받아들일 순 없습니다. 물론 분식회계를 하여서 거절하는 건 아닙니다.”
“리스크를 태우그룹이 모두 떠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기 위해 여러 기업을 포섭해 연합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기업이라니요? 핀테크 은행과 손을 잡고 인수를 하려는 것 아니셨습니까?”
두 곳이 손을 잡았다고 해서 연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게다가 핀테크 은행은 반도체와 전혀 상관없는 금융권 회사였다.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관련 회사와도 손을 잡아야 했고, 나는 여러 기업을 끌어들였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도 연합에 참여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합류 조건으로 도시바메모리의 신뢰도 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런 조건을 내거는 걸 노여워하지 말아 주십시오.”
“연합의 규모가 상당하군요.”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두 반도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IT 기업들이기에 도시바메모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구성원들입니다.”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한다고는 하지만.
도시바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가 도시바메모리였다.
그러니 매각이 되더라도 다시금 살아나는 걸 바라고 있을 게 분명했다.
거대 IT 회사들의 품 안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에 하루토 상무의 고민은 깊어졌다.
“좋은 조건이긴 하지만 리스크가 큰 제안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조건을 조금만 더 수정해 주십시오.”
“그럼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도시바메모리를 2조 2천억 엔에 인수하는 대신 도시바가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2조 엔을 대출해 드리겠습니다.”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다고 해서 지분 100%를 가지는 건 아니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55%의 지분을 매입한다는 뜻이었고, 나머지 45%의 지분은 여전히 도시바가 소유하게 되는 셈이었다.
당연히 지분 100%를 인수하는 편이 마음이 편했지만.
일본 정부에서 절대 허가하지 않을 거래였기에 지분 55%를 2조 엔 이상의 가격으로 사들이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금야금 지분을 인수하는 것까지 일본 정부가 막을 순 없었고.
대출 형태를 통해 도시바메모리의 나머지 지분까지 확보할 계획이었다.
“총 4조 2천억 엔을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4조 엔이 넘는 금액이면, 도시바가 겪고 있는 현금 유동성 위기를 단번에 극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원동력도 생기겠지요.”
“대금 지불 시기는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4조 엔이면, 40조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몇 년에 걸쳐 지불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태우그룹은 그렇게 쪼잔한 곳이 아니었고, 4조 엔을 일시불로 지불할 여력이 충분히 되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한 달 내에 4조 2천억 엔을 입금해 드릴 수 있습니다. 급한 불부터 얼른 꺼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만 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건물을 올리기에도 충분한 금액이지요.”
“태우그룹 말고도 도시바메모리를 원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고, 더 비싼 금액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지분을 담보로 2조 엔이나 더 대출해 줄 수 있는 곳은 태우그룹 말고는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루토 상무의 표정에 결심이 드러났다.
아직 말은 안 했지만, 머릿속으로는 긴급 수혈 받은 4조 엔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 구상하는 듯 보였다.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상무님 혼자 결정을 하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시간을 더 드리겠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가 임원진 회의를 하고 계약을 체결하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밀어붙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협상의 전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임원진 회의에서 생각하는 조건과는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충분히 제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확신에 찬 하루토 상무.
4조 엔이 넘는 거액을 단기간에 수혈할 수 있는 기회긴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결코 도시바에 손해가 되는 계약 조건은 아니었고.
4조 엔을 잘만 굴리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건 물론이고, 다시금 전성기를 달릴 수도 있었다.
“그럼, 실무진이 세부 사항 조율을 마무리하면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하시지요.”
“제가 직접 나서 조율을 빠르게 끝낼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태우그룹에서 워낙 꼼꼼하게 계약서를 작성했기에.
조율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밤이 되기 전에 우린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 있었다.
***
4조 5천5백억 엔.
도시바와 체결한 계약의 총금액이었고.
낸드 플래시 생산 기업인 도시바메모리와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할 수 있었다.
“태우반도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 플래시 분야를 강화할 수 있다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한 부회장의 표정은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는군요.”
한 부회장은 계약서를 보기도 싫은지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있었다.
원래 계획이었다면 25조 원으로 해결해야 할 계약 규모가 45조 원 이상으로 늘어났으니 그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긴 했다.
“솔직히 걱정되긴 합니다. 2조 엔이나 되는 금액을 도시바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할까 걱정이 되나 보죠?”
“도시바그룹은 상장폐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4조 엔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수혈되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운용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도시바그룹의 방향성을 의심하는 한 부회장이었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도시바그룹이 상장 폐지까지 오게 되었으니 그런 의심을 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나도 한 부회장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기업에 수혈되는 돈은 독이나 다름이 없었다.
“IMF 시절 기억나세요? 태우그룹을 비롯한 여러 그룹이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차입금을 받아 무너질 뻔했었죠.”
“회장님이 나서서 차입금 문제를 해결한 덕분에 지금의 태우그룹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존재가 차입금이죠. 하지만 그건 도시바의 입장이죠. 우리는 도시바가 차입금을 어떻게 사용하든 상관이 없어요. 잘 되면 이자와 함께 원금을 받으면 그만이고, 아니면 도시바메모리 나머지 지분을 받아 내면 그만이니까요.”
아마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오히려 막대한 차입금으로 인해 도시바의 추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습니다.”
“태우반도체는 이번 인수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겠지만, 태우건설 입장에서는 그런 반응이 나왔을 것 같지는 않군요.”
“……그렇습니다. 원전 사업 전망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막대한 적자를 떠안게 되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소 3년 이상은 적자를 봐야 하는 원전 사업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원전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하고 있어야지만, 3년 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3년 동안은 태우건설에 넘기지 말고 본사 차원에서 관리하도록 하세요. 그래야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면 원전 계열사를 따로 만드는 건 어떻습니까? 태우건설의 원전 사업부와 웨스팅하우스를 합쳐 원전 전문 계열사를 만드는 겁니다.”
“악재를 한곳에 모아 두자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뭐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그러고 싶진 않군요.”
지금까지 10년 동안 원전 사업부라는 짐을 들고 있었던 태우건설이었다.
그런데 5년만 더 참으면, 빛을 볼 수 있게 되는데 굳이 지금 독립시키고 싶진 않았다.
원전은 태우건설의 실적이 되어야 했고, 태우건설의 미래를 위해서도 지금의 구도가 유지되는 편이 좋았다.
“그럼, 태우건설의 원전 사업부와 웨스팅하우스를 따로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룹 내에 2개의 원전 계열사가 있는 곳은 태우그룹 말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원전 기업과 기술력은 어느 정도 확보했으니. 이제 한 가지만 더 확보하면 되겠군요.”
“또 다른 기업의 인수를 고려하고 계십니까?”
한 부회장의 눈빛이 살짝 떨리는 듯했다.
대규모 인수에 필요한 금액은 전부 태우증권이 채워 넣어야 했다.
그러니 한 부회장이 과민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업 인수까지는 아닙니다. 원전 사업에 가장 중요한 게 뭐겠어요?”
“안정성과 수익성 아닙니까?”
“경제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라늄이 있어야 원전을 가동할 수 있죠.”
“우라늄은 지금 남아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탈원전으로 인해 우라늄 재고가 쌓이고 있고, 채굴량을 급격히 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원전 시대가 열렸고.
그로 인해 2012년 대비 75%나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나 올해에는 최저점을 경신할 정도로 우라늄의 가치는 하락하고 있었다.
“지금이 최저점으로 보이더군요. 지금 사 두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라늄 광산을 원하십니까? 다른 광물과 달리 우라늄 채굴은 엄청난 규제가 따릅니다.”
“광산까지는 원하지 않아요. 그저 태우상사를 통해 우라늄을 확보하고, 기존 우라늄 생산 기업의 지분을 미리 확보해 두는 정도로 만족할 생각입니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원하시는 만큼 우라늄 생산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겠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는 한 부회장이었다.
기업 인수가 아니라 지분만 확보한다고 하니 단번에 얼굴이 밝아졌다.
“우라늄 생산 기업 1위가 캐나다에 있는 카메코더군요.”
“잘 알고 있는 기업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는 50달러가 넘었던 주가가 지금은 고작 9달러에 불과합니다.”
“지금 당장 시장에 풀린 주식을 전부 사들일 필요는 없어요. 3년 동안 차근차근 사들이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시장이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확보하세요.”
“너무나 좋으신 말씀입니다. 전문 인력을 동원해 아주 천천히 지분을 확보하겠습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는 순간.
원전 사업은 되살아나기 마련이었고.
그렇다면 당연히 우라늄의 가격도 상승하게 되어 있다.
다시금 찾아올 원전의 시대를 만끽하려면 원전 기업은 물론이고 우라늄까지 전부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