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82)
독식하는 재벌 3세-482화(482/518)
482. 전문가 (2)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는 추워지고 있었지만, 금융타워는 열기로 가득 찼다.
일본 자동차 기업 그리고 비트코인과 벌이는 전쟁으로 다들 쉼 없이 달리고 있었다.
그나마 한 부회장 정도가 여유가 있어 보였다.
총괄하는 자리에 앉아 있긴 하지만, 알아서 잘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두었기에 여유롭게 나와 티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도요타가 세운 방어막을 아직도 뚫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거세게 방어를 하는지 주가가 오히려 1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확실히 여력이 있는 회사긴 하군요. 생각보다 장기전이 될 수도 있겠어요.”
“리콜에 소송까지 가게 되면, 결국엔 무릎 꿇게 되어 있긴 합니다. 그래서 다들 걱정 없이 방어막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주식으로 장난질을 치는 세력은 시간이 촉박했다.
하지만 금융타워의 금융사들은 장기전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고.
특히나 보수적인 성향의 금융사들은 오히려 장기전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었다.
“비트코인 방어막이 먼저 뚫리겠군요.”
“방어막은 진작 뚫어 둔 상태입니다. 지금은 세력들이 청산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단계라 할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세력들의 자금을 털어먹을 수 있습니다.”
“아주 좋군요. 그런데 이제 슬슬 다음 프로젝트도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요?”
2018년이 되는 순간 대규모 이벤트가 열린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두고 벌이는 대규모 무역 전쟁.
비트코인은 당연했고, 일본 자동차 기업 데이터 조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규모 이벤트였다.
“1년 전부터 사전 작업을 진행해 두었습니다. 무역 분쟁이 시작되는 순간, 금융타워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수익을 올리는 것이야 어렵지 않긴 하죠. 수혜를 보는 기업의 주식은 사들이고, 반대로 손해를 보는 기업을 상대로는 공매도를 진행하면 되죠. 그리고 화폐는 퀀텀펀드에게 맡기면 그만이죠.”
“말은 쉽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디테일 하나만 놓쳐도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디테일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았다.
한 부회장과 금융타워는 이런 일에 특화된 전문가였으니까.
“수익적인 부분이야 걱정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 무역 분쟁은 단순히 수익적인 측면만을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한국의 지리적 특성까지 신경 쓰시는 겁니까?”
“한국은 물론이고 태우그룹도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압박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 나름대로 여러 무기를 구비해 두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미 몇 가지 무기는 구비해 두었다.
막강한 자금력, 반도체 그리고 석유와 지하자원까지.
하지만 무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고, 특히나 의외성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다.
“이미 보유할 수 있는 무기는 종류별로 다 구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융타워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의 채권까지 일부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채권도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죠. 특히나 미국의 경우 많은 양의 채권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어 압박이 될 겁니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는 걸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채권을 일제히 매각한다면, 어떤 혼란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1조 2,000억 달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채권의 규모였다.
무려 1,50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채권을 보유한 국가가 중국이었다.
물론 전체 금액을 생각하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긴 했다.
미국 정부가 보유한 채권을 제외하면 20조 달러가 넘는 채권이 발행되어 있었으니까.
“미·중 무역 분쟁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무조건 미국 채권을 전략 무기로 사용하려 들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라고 해서 쉽사리 그런 결정을 하진 못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위협적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채권을 무기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한 부회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는 듯 보였다.
“미국 채권이 안정적인 투자처인 건 사실이지만, 금리가 고작 1.8%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미국 채권을 다량으로 보유하려는 금융사가 있겠습니까?”
“전략 무기로 사용하려면 최소 200~300조 원 정도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긴 하죠.”
“300조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미국 채권에 묶이는 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국가기관이라면 외교적 문제를 생각해 그런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금융타워는 국가가 아니라 금융사입니다.”
수익성을 포기하는 순간 금융타워의 존재 가치가 사라져 버린다.
그렇기에 수백조 원이나 들여 미국 채권을 보유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투자였다.
“그러니 미국 채권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채권을 전략 무기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혹시 중국 채권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더욱 위험한 투자라 생각이 됩니다.”
“중국 쪽에서 발행한 채권은 맞긴 하죠. 하지만 시대가 달라요. 청나라에서 발행한 채권이니까요.”
한 부회장이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바라봤다.
그러곤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청나라 철도 채권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도 청나라 철도 채권이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음모론자 바라보듯 보진 마세요.”
“청나라 채권은 100년이나 더 된 일입니다. 채무 이행 요구 자체가 현실성이 없고, 채무를 중국이 승계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중국은 1920년대에 이미 채무 승계를 거부했고.
1930년대에는 발행한 모든 채권의 디폴트까지 선언했었다.
그러니 중국은 채무 승계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있었다.
“청나라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중국에 채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겠어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그런 요구를 해도 상황이 같을까요? 중국은 막대한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반대로 미국 정부도 청나라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지 않겠어요?”
물론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아주 작은 변수 정도는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 정도만 되어도 전략 무기로서의 가치는 충분했다.
“미국 정부가 그런 미친 짓을 하겠습니까?”
“미국 정부라면 안 하겠지만, 트럼프 정부라면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반박을 못 하겠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트럼프 정부가 워낙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을 벌이곤 하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상식적인 일을 벌써 여럿 진행한 트럼프 정부였다.
가장 대표적으로 미국-멕시코 국경을 가로막는 장벽을 세우는 일이었고.
건설 비용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현대판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는 장벽이었다.
기원전 전국시대에 쌓은 만리장성도 만들었는데.
고작 100년밖에 지나지 않은 청나라 채권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트럼프 정부였다.
“100년 전에 발행된 청나라 채권의 발행액이 500~600만 파운드로 알고 있어요.”
“5% 금리로 600만 파운드가량 발행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확보를 해보세요.”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수십 달러면, 100파운드짜리 채권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600만 파운드면 고작 10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5% 금리와 이자 비용까지 더해 무식하게 계산한다면, 1조 달러도 넘을 수 있었다.
물론 너무 무식한 방법이라 현실성은 없었지만.
이번 작전에서 현실성은 중요치 않았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부터 골동품 수집상까지 돌아다니며 청나라 채권을 확보하세요. 그리고 미국에 청나라 채권 보유 재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들을 만나 채권을 사들이세요.”
“영국에도 청나라 채권 관련 재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을 돌아다니며 최대한 채권을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싶죠?”
국가 연합급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금융타워.
그리고 금융타워를 지휘하고 있는 한 부회장이었다.
그런데 사기꾼들이나 할 법한 청나라 채권 프로젝트를 하려니 얼마나 자존감이 무너지겠는가?
“아닙니다. 생각보다 돈이 적게 드는 프로젝트라 오히려 안도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수백조 원을 들여 미국 채권을 구입하는 것보다 수백억 원을 들여 청나라 채권을 사들이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내가 착각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한 부회장의 자존감은 돈의 규모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한 부회장의 마음이 편하다니 다행이네요.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면 6개월 정도가 남았어요. 그전까지 청나라 채권을 확보해 주세요.”
“은밀하게 사들이겠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의 도움을 받으면, 미국과 영국에 있는 청나라 채권 재단과도 접촉할 수 있습니다. 최소 절반 이상의 채권을 확보해 보겠습니다.”
애들 장난과도 같은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 손에 장난감 칼이 들려 있다면 장난에 불과했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람의 손에 들려 있는 장난감 칼은 흉기로 변할 수 있었다.
***
2017년의 마지막 날.
나는 기획실장과 한 부회장에게 연말 정산 보고를 받았다.
의례적으로 진행하던 사장단 회의를 대신해 받는 보고였고,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방식이었다.
“태우상사의 적자 규모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5조 원이 넘었습니다. 특히나 ‘로켓’이 기록한 적자만 2조 원에 달합니다.”
“물류 센터 공사가 마무리되면 적자 규모는 줄어들겠죠.”
“내년이면 전국 물류 센터 작업이 마무리됩니다. 적자 규모는 유지되고 있지만, 매출액은 4조 원이 넘었습니다. 물류센터 비용만 줄어든다면, 충분히 2~3년 안에 흑자로도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태우상사가 날아오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태우그룹에서 미운 오리 새끼 역할을 담당했던 태우상사였고, 이제 곧 백조가 되어 화려한 날갯짓을 할 수가 있었다.
“지하자원 사업부의 적자도 많이 줄어들었더군요.”
“몽골, 아프리카, 남미 지역의 광산 개발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고, 수출량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희토류와 리튬의 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태우상사는 지하자원까지 담당하고 있었고.
미·중 무역 분쟁이 시작되는 순간, 태우그룹의 생명줄을 담당하게 될 터였다.
그리고 태우상사가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짐이 하나 더 있었다.
“해운은 어떻죠?”
“적자 규모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전망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최소 2조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위기일수록 투자를 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더 큰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선박 확충과 노선 확대를 진행하세요.”
조 단위의 적자를 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코로나 시대가 오기만 한다면, 지금까지 기록한 몇 년간의 적자를 단번에 복구할 수 있었으니까.
“글로벌 해운사 중에서 유일하게 태우해운만이 공격적으로 세를 불려 나가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군요. 또 문제 있는 계열사가 있나요?”
“태우반도체의 경우엔 반도체 도시가 순차적으로 완공됨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태우상사를 제외하면 크게 문제가 되는 계열사는 없었다.
오히려 그룹 전체로 놓고 보면 매년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있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 시대까지만 지금의 흐름을 이어 간다면, 충분히 세계 1위 그룹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이 시작점이다.
미·중 무역 분쟁이 시작되는 해가 내년이었고.
태우그룹이 그동안 숨기고 아껴 왔던 힘을 펼칠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