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83)
독식하는 재벌 3세-483화(483/518)
483. 전문가 (3)
2018년 1월.
여전히 비트코인은 고공비행 중이었다.
작년 12월부터 무수히 많은 규제안이 발표되었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려 법무부 장관이 직접 강력한 규제 방침을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한 부회장은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달려 들어왔다.
“거래소 폐쇄까지 포함된 방안을 법무부 장관이 발표하였습니다. 모든 정부 부처와 사전 조율을 끝냈다는 선언까지 하였습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법무부 장관의 난’이라고까지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반응이 오겠군요.”
“금융타워가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모조리 던지고, 숏 포지션을 잡으라고 지시해 두었습니다.”
지금까지 세력들을 어르고 달랬던 금융타워였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들과 장난을 칠 시기는 지났고, 과감한 한 방을 날릴 때가 되었다.
“세력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꽤 타격을 입긴 하겠군요.”
“법무부 차원에서 이렇게 강하게 나오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최대한 피해를 덜 입도록 하려고 연착륙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상 착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떨어지는 비행기에서 남을 챙길 여유는 없죠.”
각자도생.
추락하는 비행기에서는 알아서 살아남아야 했고.
지금이라도 빠르게 청산 작업에 들어간다면, 크지 않은 손해만 입고 손절이 가능했다.
물론 투자 금액이 적을 때 가능한 이야기였고.
세력들처럼 엄청난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청산이 쉽지 않을 터였다.
“명동에서는 세력들에게 찌라시를 돌리고 있습니다. 금융위를 비롯한 다른 부처에서 법무부 장관의 규제 선언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허위 정보입니다.”
“세력들을 어떻게든 잡아 두기 위한 허위 정보 유포군요.”
“사실 명동이 이런 움직임을 하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이미 세력들은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게끔 만들어 두었습니다.”
일종의 세뇌 작업이었다.
금융타워는 몇 달 동안 세력들과 열심히 놀아 주었고.
세력들이 주먹을 휘두르면 멀리 나가떨어지는 연기까지 해 주었다.
그래야 자신감이 생기지 않겠는가?
법무부 장관이 규제를 선언한다고 한들, 자신들이 나서면 지금의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세력들에겐 있었다.
“생각보다 반항을 강하게 할 수도 있겠군요.”
“반항하면 할수록 우리에게는 좋습니다. 모든 밑천을 긁어모아 반항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만 금융타워로 돌아가 보세요. 컨트롤 타워가 오래 자리를 비우면 안 되죠.”
“제가 없어도 알아서 잘 굴러가긴 하지만, 그래도 지켜보러 가 보겠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금융타워.
세력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거대한 파도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
다음 날.
나는 금융타워로 출근을 했고, 아주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웃으며 돌아다니는 좀비라고 해야 할까?
금융타워의 모든 직원이 좀비처럼 걸어 다니며 웃고 있었고, 한 부회장도 웃는 좀비가 되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군요.”
“주식은 개장시간과 폐장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만, 비트코인은 24시간 열려 있으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좋은 걸 보니 성과가 있나 보군요.”
씨익 웃어 보이는 한 부회장.
그는 미리 프린터 해 놓은 비트코인 차트를 내밀었다.
“하루 사이에 무려 30%가 빠졌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빠졌나요?”
“3천만 원 가까이 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은 2,100만 원도 하지 않습니다.”
“세력들의 반항이 약했나 보군요.”
“아닙니다. 숏 물량을 전부 받아 내며 어떻게든 가격을 방어하려고 한 세력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숏 물량을 전부 소화해 내지 못해 30%나 하락했습니다.”
밤사이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난 듯했다.
대규모 전투부터 소규모 전투까지, 세력들과 전쟁을 벌인 금융타워였다.
사실 전쟁이라고 부르긴 어렵긴 했다.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으니까.
“세력들이 후퇴를 할 수도 있겠군요. 초장부터 너무 강하게 밀어붙인 건 아닌가 싶네요.”
“그럴 정도로 나약한 놈들이 아닙니다. 6개월 동안 세뇌를 철저히 시켜 두었으니 몇 번 정도는 더 거센 반항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알아서 잘 뽑아 먹으세요. 그보다 청나라 채권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비트코인이야 걱정할 게 없었다.
반년도 전부터 사전 작업을 해두었으니 실패할 가능성은 0%였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와 골동품 가게의 물량을 야금야금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의 청나라 채권 재단과도 이야기가 잘 진행되어, 채권 일부를 확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조만간 미국 출장이 계획되어 있으니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도울 수 있어요.”
“회장님께서 굳이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금융타워 차원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유전 지분 매각이라는 대규모 계약을 위해 미국으로 가시는데 청나라 채권과 같은 일에 신경 쓰셔야 되겠습니까?”
유전 지분 매각을 위한 미국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아직 정확히 몇 %의 지분을 매각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절반의 지분만 매각해도 1,0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계약이었다.
“그럼, 청나라 채권과 비트코인은 한 부회장에게 전적으로 맡기죠.”
“맡겨만 주십시오. 그리고 만족스러운 유전 지분 계약이 될 수 있도록 매일 달밤에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아부를 떠는 한 부회장이었지만.
그런 모습까지도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장기간 미국 출장을 다녀올 수 있는 것도 전부 한 부회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미국 텍사스 휴스톤.
세계 에너지 수도라고까지 불리는 지역이었고, 미국 최대 석유 기업인 엑슨모빌이 위치한 곳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협상 장소가 휴스턴으로 정해졌고.
엑슨모빌을 비롯한 여러 미국 석유 기업과 유럽의 석유 기업까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님 오셨습니까? 백악관에서 만나고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주기적으로 이런 만남의 장이 열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들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김 회장님이 한국에서 직접 오신다고 해서 저도 제가 직접 왔습니다. 원래라면 임원진 한 명을 보내려고 했는데 김 회장님이 직접 오는데 제가 어떻게 뒤로 물러나 있겠어요? 허허허.]기분이 좋아 보이는 글로벌 석유 기업 대표들이었다.
그들의 기분이 좋을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유가가 오르고 있으니까.
25달러 선이던 유가가 2년도 안 되는 사이 벌써 70달러 선까지 회복하였다.
지금은 석유를 시추하기만 해도 돈이 되는 시기였다.
물론 2008년 상반기에 비교하면 반토막에 불과한 가격이었고.
2010~2014년의 전성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기도 했지만.
4년 만에 하락세를 끝내고 상승세로 돌아왔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유가가 제 위치를 찾은 것 같습니다. 물론 사이클에 따라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긴 하겠지만,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김 회장이 벌써 석유 전문가가 다 되었군요.] [40년 넘게 석유 업계에 있었던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어요. 허허허.]살짝 나를 무시하는 듯한 말투였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내가 석유 업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지 10년도 되지 않았고.
글로벌 석유 기업 대표들은 수십 년 동안 석유 업계에 뒹군 사람들이었으니 내가 아는 척을 하는 게 꼴사납게 들릴 수도 있었다.
“태우그룹 회장이라는 위치만 아니었다면, 대표님들을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대표님들 덕분에 지금의 석유 업계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석유 업계를 지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회장이 그렇게 말을 해 주니 기분이 좋군요.] [한국이 예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더니 아주 마음에 듭니다. 나중에 따로 텍사스로 놀러 오세요. 카우보이식으로 대접해 드리죠.]나는 일부러 겸손을 떨었다.
덕분에 협상장의 분위기는 매우 좋아졌고, 다들 나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분위기 전환을 위한 작업은 아니었다.
이번 협상의 컨셉은 띄워 주기였기에 혓바닥을 날렵하게 움직였다.
IT 버블 이전에 월가의 금융사에 이런 작전을 사용한 적이 있었고, 가장 고점에서 IT 지분을 월가에 팔아 치웠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이었고.
고점에서 유전 지분을 팔아 치울 계획이었다.
물론 저점이 찾아오면 다시 사들일 지분이기도 했기에 더욱 글로벌 석유 기업과의 관계가 중요했다.
“선배님들의 고언을 듣고자 오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태우그룹은 지금 분수에 넘치는 유전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텍사스, 가이아나, 북해, 알래스카까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유동성이 문제겠군요. 사람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지만 차근차근 나아가야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어요.] [특히나 석유 업계는 더더욱 그렇지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의 유전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죠.] [태우그룹을 무시해서 하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석유 업계의 발전을 위해선 태우그룹의 짐을 우리가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짐을 나눈다?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지금 유전의 가치는 검은 황금이었다.
짐을 나누고 싶은 것이 아니라 황금을 앗아 오고 싶어 하는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었다.
“지분을 나누고 싶긴 하지만, 헐값에 팔아치울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입은 손해도 생각해야 하고, 주주들의 의견도 반영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그렇게 경우가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전에 유전 지분을 얼마나 처분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 더 심도 깊은 대화가 가능하지 않겠어요?] [가격 걱정은 말고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보세요. 절대 섭섭하지 않게끔 해 드리겠습니다.]먹잇감을 두고 경쟁하는 야수들.
글로벌 석유 기업들은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유전 지분을 1%라도 더 먹기 위해 안달이 난 상태였다.
내가 바라던 상황이었다.
모두가 달려들어야 경쟁을 하게 될 터였고.
그러다 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는 기업이 나오곤 했으니까.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유전 지분 30%까지 매각할 의사가 있습니다.”
[보유한 모든 유전의 지분 30% 말입니까?] [북해 유전도 포함되어 있지요?]“가이아나, 북해, 알래스카 그리고 텍사스까지 모두 포함한 지분 30%를 매각하고자 합니다. 물론 가격만 맞다면, 50%까지도 가능하긴 하지만, 너무 과한 금액이라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살짝 자존심을 건드렸다.
너희들의 자금력으로는 절대 지분의 50%를 인수하지 못한다는 듯한 의미를 가득 담아 도발을 했다.
[참, 돈 걱정은 말라고 했는데 걱정을 하고 있었군요. 50%의 지분이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우선은 알래스카 지분부터 이야기해 보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장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유전이고, 미국 정부에서도 밀어주고 있는 사업이지 않습니까.]알래스카 유전 지분 50%를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었다.
200억 달러로 지분 50%를 확보했고, 그중 25%를 오늘 던질 계획이었다.
“알래스카 지분 25%까지는 매각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쉘에서 인수하지요!] [알래스카면 미국 기업이 인수해야 맞지 않겠어요? 엑슨모빌에서 인수하겠습니다.] [쉐브론도 인수 의사가 있습니다!]첫 경매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나는 이제부터 경매 진행자가 되어 입찰가를 높이기만 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