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84)
독식하는 재벌 3세-484화(484/518)
484. 전문가 (4)
1:1 협상은 고도의 심리전이 필요했다.
다수와 진행하는 협상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지금처럼 서로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는 딱히 내가 할 건 없었다.
[지분 25%를 150억 달러에 인수하지요!] [알래스카가 아무리 미국 땅이라고 해도 너무 헐값에 사들이려는 것 아닙니까? 우린 180억 달러에 인수하겠습니다.] [김 회장이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유가가 3배나 올랐는데 고작 수십억 달러의 차익을 챙겨서야 되겠습니까? 쉘은 200억 달러를 사용하겠습니다. 최소 100억 달러의 차익은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이런 경매가 있었던가?
경쟁이 붙을 때마다 수십억 달러 이상 가격이 껑충 뛰었다.
확실히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라 그런지 현금이 아주 두둑했다.
한화로 치면 조 단위로 경매가가 높아지는 셈이었기에 오랜만에 손에 땀을 쥐며 구경을 했다.
[엑슨모빌이 310억 달러로 알래스카 지분 25%를 인수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여기서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오셔도 됩니다.] [흠, 너무 무리를 하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직 가이아나와 북해 유전 그리고 텍사스 유전까지 남아 있는데 처음부터 너무 과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첫 번째 경매의 승자는 엑슨모빌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경매 지분을 기다리는 글로벌 석유 기업 대표들이었고.
그들의 표정만 봐도 경매가 계속되면 될수록 지분의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 엑슨모빌에게 알래스카 유전 개발 지분 25%를 매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텍사스 유전 지분과 가이아나 유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헤스’ 지분 25% 매각 협상을 진행하겠습니다.”
이번에도 피 튀기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6시간이 넘게 유전 지분 경매가 계속되었고.
나는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고 휴스톤을 떠날 수 있었다.
***
다음 날 오전.
다이먼을 만나기 위해 핀테크 은행을 방문했고.
데이비드는 이미 나보다 먼저 도착해 다이먼의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보스! 어제 아주 재미를 보셨다면서요? 정확한 금액까지는 흘러나오지 않았는데 태우그룹이 역대급 장사를 했다는 소문이 월가에 쫙 퍼졌어요.”
“축하드립니다.”
“저 혼자 축하받을 일은 아니죠. 핀테크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까지 이번 기회에 일정 부분 청산하기도 했으니, 핀테크 은행에도 목돈이 들어올 겁니다.”
미국을 거점으로 둔 석유 기업의 경우 태우그룹 혼자의 것이 아니었다.
핀테크 은행을 비롯한 여러 금융사가 공동으로 투자했기에 미국 석유 기업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나 차익을 보셨어요? 설마 우리한테도 비밀 유지를 하시려는 건 아니시죠?”
“알래스카 유전은 310억 달러에 매각했고, 헤스는 390억 달러 그리고 북해 유전은 220억 달러 그리고 자잘한 지분까지 다 합치면 대략 1,100억 달러 이상을 받게 되었어요.”
예상한 금액은 1,000억 달러였다.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과도한 경쟁 덕분에 100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었고.
이번 거래를 통해 태우그룹이 현금화한 자산은 무려 130조 원이 넘었다.
“3배 장사를 했으니 나쁘진 않긴 한데, 지금 기세만 이어져도 유가는 계속 상승하지 않겠어요? 조금 아깝긴 해요.”
“다시 사들이면 그만이죠. 매각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잠시 지분을 임대해 줬다고 생각하세요.”
아쉬워하는 데이비드.
하지만 아쉬울 건 전혀 없었다.
1,100억 달러에 매각한 유전 지분을 3년 후에는 400억 달러 이하로 다시 사들일 수 있을 테니까.
“대금을 일시불로 지불받기는 어렵다고는 하지만, 매년 막대한 현금이 태우그룹으로 들어오게 되면, 한 부회장이 고생을 꽤나 하겠습니다.”
“오히려 좋아할 겁니다. 나가는 돈은 1달러도 아까워하지만, 들어오는 돈은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1,000억 달러를 굴릴 시장은 물색해 두셨습니까?”
“말해서 뭐 하겠어요? 미국과 중국에 던져야죠. 그러기 위해 조금 일찍 현금화한 것이기도 하죠.”
유가는 사실 지금이 최고점은 아니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계속해서 유가가 오를 것이다.
몇 달만 더 끈다면 더 비싼 가격에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겠지만,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했기에 조금 할인된 가격에 유전 지분을 매각했다.
“확실히 미국과 중국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굴러가게 시작했어요. 백악관 관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트럼프 정부에서 중국을 밟아 버릴 생각이라고 하더라고요.”
“벌써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죠. 다른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신경전만 벌이다 끝낼 수도 있겠지만, 트럼프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죠.”
데이비드만큼 백악관 정보에 밝은 사람은 없었고.
그가 느끼기에도 백악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무역 분쟁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핀테크 은행도 준비를 잘하고 있죠? 무역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게 될 겁니다.”
“금융타워와 함께 완벽하게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해 두었기에 무역 분쟁이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분쟁은 거대한 악재였다.
하지만 준비한 사람에게 악재는 기회였고, 금융타워와 핀테크 은행에게는 호재라고 부를 수 있는 사건이었다.
“비트코인 시장이 올해 계속 어려울 테니 수수료가 줄어드는 만큼 미·중 무역 분쟁에서 수익을 봐야 하지 않겠어요?”
“안 그래도 비트코인 하락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확실히 비트코인 거래량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핀테크 은행만 놓고 본다면, 거래량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대폭락을 맞이한 비트코인 시장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거래량은 줄어들기 마련이었고, 업계 1위 거래소를 보유한 핀테크 은행이 가장 큰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하지만 다이먼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고,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 듯 보였다.
“중소 규모 거래소에서 대금 지불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하루에 출금할 수 있는 금액도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핀테크 은행은 제한이 없나 보군요.”
“출금하려는 금액이 얼마든 상관없이 한 시간 내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거래소에 비해 수수료가 비싼 이유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트코인 시장 하락은 거래소에 치명적인 악재였고.
조만간 파산하는 중소 규모 거래소가 속출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핀테크 은행은 막대한 현금 보유량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문제는 전혀 없었다.
“신뢰만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홍보 수단은 없긴 하죠.”
“수수료 몇 푼을 아끼겠다고 중소 거래소를 사용했던 고객 다수가 핀테크 은행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 지분 매각을 해 주신 덕분에 여유 자금이 더 생겼습니다. 비트코인 이용자 모두가 동시에 돈을 뺀다고 하더라도 버틸 수 있습니다.”
핀테크 은행은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었다.
은행 전체를 놓고 본다면,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도 않았다.
“지금이야 규제 때문에 비트코인 시장이 어렵긴 하지만, 1~2년만 지나도 다시 회복할 겁니다. 그때가 오면 비트코인 거래소 시장을 핀테크 은행이 완전히 독점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시장이 회복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를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한국에 계셔서 그런지 한국 시장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을 칩니다.”
태우그룹이 비트코인을 만들긴 했다.
하지만 회귀 전에도 비트코인 시장의 큰손은 한국이었던 걸 생각하면 나와는 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유전도 그렇고 비트코인까지 생각한 대로 잘 흘러가고 있군요. 이제 다음 미국 대선까지만 우리 손으로 만들면 걱정이 없겠어요.”
“벌써 다음 미국 대선을 생각하십니까? 확실히 이전 대통령에 비해 지지율이 많이 낮긴 합니다. 40%도 겨우 넘고 있습니다. 반대로 비호감도는 55%가 넘어섰습니다.”
트럼프 유형 지도자의 특징이었다.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극성 지지자로 만들지만.
반대로 중도층이나 반대 정당 지지자는 극성 안티로 만드는 방식의 정치를 펼치는 트럼프였다.
“재선은 아마도 힘들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재선에 실패한 경우가 근 30년 동안 없어요. 특히나 재선에서 정권 교체를 당한 적은 40년 동안 없기도 해서 확신을 못 하겠어요.”
“비호감도가 워낙 높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번엔 민주당 후보를 밀어주면 될까요?”
코로나 시대까진 미국 대통령과 손을 잡아야 했다.
그 이후에는 태우그룹은 국가를 넘어서는 힘을 보유하게 되니 지금처럼 막대한 선거 자금을 사용할 필요는 없어진다.
“우선은 접촉만 하세요.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쪽을 완전히 버리면 안 됩니다.”
“양쪽 모두와 연결 고리를 만들어 두라는 거네요. 힘든 일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죠. 아주 조심스럽게 양쪽 모두를 지원할게요.”
다음 미국 대선은 정말 예측이 어려운 선거였다.
역사대로라면 민주당에서 승리하는 선거가 되겠지만.
미·중 무역 분쟁이라는 변수뿐만 아니라 코로나라는 거대한 변수까지 존재했다.
회귀 전과는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었기에 양쪽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부터 많이 바빠질 겁니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너무 달리진 마시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마라톤을 해 나갑시다.”
“바쁘면 좋죠. 보너스도 더 두둑이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단거리만 뛰니 몸이 근질근질했었습니다. 체력도 많이 비축해 두었으니 중간에 퍼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데이비드와 다이먼과 좀 더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중요한 약속이 잡혀 있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핀테크 은행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
다음 행선지는 오마하였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있는 곳이었고, 오늘 만날 사람은 워렌이었다.
그와의 약속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오마하를 찾았고, 내가 도착하니 막 아침 식사를 마친 워렌이었다.
“제가 너무 일찍 왔나 봅니다. 아침 식사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혼자 아침 식사를 한 것 같아 미안하군요.”
대부호의 아침 식사치고는 단출했다.
패스트푸드 아침 세트와 콜라 한잔.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워렌의 모닝 루틴이기도 했다.
“드디어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유전 지분을 매각했다고 하더군요.”
“버크셔가 보유하고 있던 헤스 지분도 매각하였습니다.”
나는 워렌에게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헤스의 지분을 5배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
그 약속 덕분에 공매도 세력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이젠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다.
“허허, 김 회장의 수완이 정말 대단하군요. 유가는 고작 3배가 올랐는데 5배의 차익을 내셨습니까?”
“회장님께서 워낙 저점에 헤스의 지분을 사들이셨으니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가이아나 유전 덕분에 헤스의 주가가 더욱 오른 덕분이기도 하지요.”
글로벌 석유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전 지분 경매.
가장 인기 있었던 상품은 헤스의 지분이었다.
이제 막 생산을 시작한 신상 유전이었기에 서로 차지하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였다.
“흠, 150억 달러가 넘는 돈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원하시는 계좌로 오늘 중 입금 가능합니다.”
“허허, 그 돈을 그냥 받을 수는 없죠. 김 회장님에게 다시 투자를 할까 합니다.”
인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워렌.
무려 150억 달러나 되는 거액을 투자하려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볼 순 없었다.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용돈을 주는 듯한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인자한 모습 뒤에 숨어 있는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절대 아무런 목적 없이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