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88)
독식하는 재벌 3세-488화(488/518)
488. 약속의 시간 (3)
쇼프트뱅크의 손정우 회장.
그는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투자자였다.
물론 회귀 전에는 사우디 국부 펀드와 손을 잡고 1,0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굴렸지만.
이번 생은 금융타워가 사우디 국부 펀드와 손을 잡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손정우 회장이 굴리는 자금은 결코 작지 않았고, 영향력도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나 한국에서 손정우 회장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IMF 시절, 한국이 IT에 적극 투자한 이유도 손정우 회장이 당시 대통령을 설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태우그룹도 손정우 회장을 극진히 모셨다.
호텔, 경호, 차량, 등등 많은 것을 태우그룹이 책임을 졌고.
강 대위의 식당도 오늘을 위해 임시 휴업까지 하며 손정우 회장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김 회장님! 이거 너무 오래간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손 회장님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한국까지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굽신거리며 손정우 회장과 인사를 나눴다.
태우그룹 회장이 너무 쉽게 고개를 숙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엔비디아 지분을 넘겨받을 수만 있다면 고개 정도는 몇 번이고 숙여 줄 의향이 있었다.
“김 회장님을 만날 때마다 매번 진수성찬을 대접받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먹고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손 회장님을 위해 특별히 전국에서 최상의 재료를 공수해 만든 요리입니다.”
“이런 음식을 두고 어떻게 이야기부터 나누겠습니까?”
우리는 허기진 배부터 채워 나갔다.
판단력이 빠른 사람이라 그런지 음식 섭취 속도도 매우 빠른 손정우 회장이었고.
30분도 되지 않아 식사를 모두 마치고 따뜻한 차로 입을 가셨다.
“속이 든든하니 이제야 머리가 돌아가는 기분입니다.”
“음식이 마음에 드셨길 바랄 뿐입니다.”
“음식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부탁하러 온 입장에서 이렇게 대접을 받게 되어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부탁을 하러 왔다?
이 말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손정우 회장이 엔비디아의 지분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부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부탁이라고 하시면, 엔비디아 지분 담보 계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말씀만 하시면 얼마든지 대출 기한을 연장해 드릴 수 있습니다.”
“대출 기한 연장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이행을 부탁하고자 합니다. 엔비디아 지분과 35억 달러 대출금과 교환하고자 합니다.”
예상한 대로였다.
무슨 연유인지 손정우 회장은 엔비디아 지분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회귀 전에도 저렴한 가격에 엔비디아 지분을 매각한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려고 하고 있었다.
“확실히 엔비디아 주가가 많이 하락하긴 했더군요.”
“그래서 염치없게도 지금 엔비디아를 넘기고 싶습니다. 주가가 더 하락하면, 김 회장님도 저도 너무 큰 부담을 안게 되지 않겠습니까?”
“손 회장님의 부탁을 어찌 모른 척하겠습니까? 이번 주 내로 엔비디아 지분 협상을 끝낼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이렇게 나오시니 제가 너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지금이야 35억 달러에 불과한 엔비디아 지분이지만, 5년 안에 250억 달러 이상이 될 테니까.
오히려 내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기에 나도 자그마한 선물 하나를 주기로 하였다.
“태우그룹이 엔비디아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여러 이득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절대 태우그룹이 손해 보는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투게더워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으십니까?”
“조만간 기업 공개를 실시할 생각입니다. 아직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 이른 감이 있지만, 언제까지 손에 쥐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투게더워크는 내가 만들어 던진 폭탄이었다.
폭발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폭탄이기도 했다.
“이번 기업 공개를 통해 투게더워크를 정리하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긴 하지만, 너무 많은 돈이 투게더워크에 묶여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매각하기엔 아까운 기업이라고 저는 봅니다.”
투게더워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긴 했다.
전문가들은 투게더워크의 가치를 4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었고.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심지어 한국에도 투게더워크가 연착륙을 하는 중이었다.
공유 오피스 업계의 혁신이라 불리는 투게더워크.
하지만 코로나라는 변수가 발생하는 순간, 혁신의 아이콘에서 몰락의 아이콘으로 변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지분을 매각해도 투자금의 2배에 가까운 수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2배가 아니라 20배의 수익을 볼 수 있는 기업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리스크 분산을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리스크가 큰 만큼 리턴도 큰 법이지요.”
선물을 거절하는 손정우 회장이었다.
받지 않겠다는 선물을 강제로 줄 수는 없는 법.
이번 생에도 투게더워크는 손 회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듯했다.
“손 회장님의 판단이 그렇다면 더는 말을 꺼내지 않겠습니다.”
“아닙니다. 김 회장님의 의견이라면 언제든지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김 회장님의 말이라면 싫은 소리라도 들어야지요.”
나를 신뢰하는 손 회장이었다.
하지만 내 말 한마디에 자신의 판단을 뒤집을 정도로 신뢰하지는 않았고, 나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럼, 이제 제가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김 회장님도 제 부탁을 들어드렸는데 저도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어떤 부탁입니까?”
“엔비디아 대주주들과 자리를 마련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손정우 회장은 오랜 기간 엔비디아의 4대 주주로 지내 왔다.
그렇기에 엔비디아 경영진은 물론이고, 다른 대주주와도 친분을 쌓아 두었을 게 분명했다.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목적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태우그룹과 엔비디아의 관계 증진을 위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까 생각 중입니다.”
“다른 기업이라면 말리겠지만, 태우그룹이라면 엔비디아의 지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겠군요. 괜히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보다 대주주의 지분을 확보하는 편이 더 편하기도 할 테고요. 제가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금융타워만 움직여도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라도 더 많은 지분 확보를 위해 손정우 회장의 도움까지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만큼 엔비디아의 지분은 중요했다.
특히나 AI와 자율주행과 같은 태우그룹의 주력 산업을 위해선 엔비디아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
***
나흘 후.
한 부회장이 쇼프트뱅크와의 계약을 마무리 짓고 돌아왔다.
35억 달러를 돌려받지 않는 대신 엔비디아 지분 3%가 태우그룹으로 넘어왔다.
“지분 확보를 마무리했습니다. 기존에 태우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과 야금야금 사들인 주식까지 다 더하면 8%가 넘습니다. 그리고 핀테크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까지 더하면 10% 가까이가 됩니다.”
“손정우 회장이 조만간 대주주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했어요. 한 부회장이 대주주들의 지분까지 인수해 보세요.”
“알아서 지분을 넘기지 않겠습니까? 엔비디아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어 안전하게 엑시트하고 싶은 대주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락장에서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다른 기업과 달리 엔비디아의 지분은 수십 덩어리로 갈라져 있기에 단번에 지분을 큰 폭으로 늘리긴 어려웠다.
“월가와는 이야기가 잘되어 가고 있나요?”
“대형 펀드들과는 이미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뱅가드와 피델리티가 보유하고 있는 7%씩의 지분을 어렵지 않게 인수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25% 정도의 지분을 우리가 보유할 수 있게 되겠군요.”
“핀테크 은행과 태우증권이 계속해서 지분을 인수하고 있으니 올해 안에 30% 이상 지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주주들과의 협상이 잘 끝난다면, 40%도 가능합니다.”
40%도 내 성에는 차지 않은 수치였다.
최소 50% 이상의 지분을 내 손에 쥐고 싶었다.
그래야지만 AI와 자율주행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태우그룹이 원하는 사업을 순탄하게 진행할 수가 있으니까.
“지분 50%를 인수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지분을 사들이세요. 시장이 놀라지 않을 정도로만 알아서 잘하실 수 있으시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인수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반도체 패권 전쟁 준비는 어느 정도 끝이 났다.
이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고, 미·중 패권 전쟁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카드부터 챙기기로 하였다.
“청나라 채권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에서 보유하고 있는 다량의 청나라 채권을 비밀리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발행된 채권의 60% 이상을 보유하거나 권한을 위임받았습니다.”
“청나라 채권이 실제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면, 최대 얼마까지 책정될 수 있을까요?”
“최대 2천조 원까지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1%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1%가 아니라 0%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골동품 정도의 가치만 가진 청나라 채권.
당연히 나도 청나라 채권이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변수를 만드는 용도로만 사용할 생각이었고, 그 정도만 해 주어도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고 볼 수 있었다.
“전쟁 중에는 아주 작은 변수가 승패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법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청나라 채권 매입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를 통해 들어온 연락에 따르면 미국에서 보호무역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백악관에서 중국의 환율 조작 의혹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으니 조만간 무역 분쟁이 시작되겠군요.”
미·중 무역 분쟁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당장 다음 달이면, 무역 분쟁의 시작인 보복 관세 카드를 미국이 꺼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미 금융타워 차원에서 보복 관세에 치명적인 중국과 미국 기업의 공매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번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금융타워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어요. 계획한 대로만 진행된다면, 금융타워는 무역 분쟁의 핵심 축 하나를 담당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눈치 볼 것 없이 밀어붙이세요.”
지금까지는 선을 지키며 수익률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식으로는 높은 수익을 보기 어려웠다.
그러니 이젠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금융타워와 태우그룹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했다.
“공격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금융타워와 태우그룹을 압박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오로지 수익률에만 집중하세요.”
“우리보다 철저히 준비한 세력은 없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습니다. 무역 전쟁으로 증발하는 자금을 전부 포집해 보겠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한 부회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린 몇 년 전부터 미·중 무역 분쟁을 준비해 왔고.
최대 수익률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까지 준비해 둔 상태였다.
더는 힘을 숨길 필요가 없다.
태우그룹과 금융타워가 보유한 모든 힘을 이번 무역 전쟁에 쏟아 내야만 했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초대형 사건이었으니까.
물론 코로나 시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대형 사건이 남아 있긴 하지만.
미·중 무역 분쟁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야지만, 다른 기회도 제대로 살릴 수가 있었다.
태우그룹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오늘을 위해 20년 동안 참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니 무조건 이번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