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89)
독식하는 재벌 3세-489화(489/518)
489. 약속의 시간 (4)
2018년 7월 6일.
미·중 무역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몇 달 전, 아니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장했던 관세가 발효되었다.
“한국 시간으로 낮 1시 1분부터 340억 달러 규모의 품목에 무려 25%나 되는 관세가 발효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중국 죽이기에 돌입하는군요.”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밀어주고 있는 정보통신, 항공우주, 산업기계 등 8백여 개가 넘는 품목이 대상입니다.”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런 연설을 하기도 했으니까.
[중국은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작년에만 5,000억 달러가 넘는 무역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공정한 자유무역이 아닙니다!]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고.
많은 전문가가 말로만 압박을 하는 것이지 관세 적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었다.
트럼프의 성격을 모르고 한 예상이었다.
이전까지의 미국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유한 트럼프였고.
그는 정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하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중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군요.”
“예전부터 관세를 높이겠다고 예고해서인지 중국에서도 농산품과 자동차 등의 품목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규모도 340억 달러로 동일합니다.”
“맞은 만큼 때리겠다는 거군요.”
중국이라고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보복을 가하지 않는 권력자는 권력을 지킬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 최소한 맞은 만큼 때리는 의지는 보여 주어야만 지금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도 절대 물러날 수가 없는 싸움입니다. 물러나는 순간 지금까지 진행했던 중국몽이나 일대일로를 철회해야 합니다.”
“미국이 제시한 시장 개방 조건이 중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긴 하죠.”
“금융타워의 많은 전문가들은 사실 중국이 유리한 전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채권 때문인가요?”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미국과 중국은 복잡한 경제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끊어 내기가 힘든 상황이기도 했다.
“미국이 계속 높은 관세를 유지한다면, 중국에서는 채권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아무리 백악관이라고 하더라도 한발 물러나지 않겠습니까?”
“한국 채권이나 다른 유럽 지역의 채권이라면 모를까. 미국 채권을 가지고 협박이 통하겠어요?”
“그렇긴 합니다. 미국 채권의 경우야 시장에 풀면 사 갈 사람이 넘치긴 합니다. 그래도 한 번에 수천억 달러가 넘는 채권이 시장에 풀리게 되면 혼란이 발생하게 됩니다.”
사실상 미국 채권은 영구채나 다름없었다.
세계 어느 나라가 발행한 채권보다 신뢰도가 높은 채권이 미국 채권이었으니까.
특히나 금융사는 내부 정책에 따라 자본금의 일부를 미국 채권 구입에 사용하기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물량이 문제였다.
수천억 달러의 채권이 일시에 풀리게 된다면, 소화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었으니까.
“조만간 백악관으로부터 연락이 올 것 같군요.”
“금융타워에 중국이 던지는 채권을 받아 달라는 요청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수천억 달러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이 우리 말고 어디 있겠어요? 그렇다고 사우디 국부 펀드에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월가라고 하더라도 소화가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
게다가 월가의 모든 금융사가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인 것도 아니었고.
그러니 후보 시절부터 연을 이어 온 나에게 부탁을 해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백악관이 그런 요구를 해 오면 받으실 생각입니까?”
“받아야죠. 받는 대가로 금융타워가 이번 전쟁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낼 겁니다.”
“안 그래도 오늘 데이비드에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백악관에서 회장님을 뵙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연락이 늦었군요. 전쟁을 벌이기 전에 저에게 연락을 해 올 줄 알았더니. 전쟁을 시작하고 나서야 연락이 왔군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동맹이었다.
한 곳이라도 더 많은 국가를 동맹으로 포섭해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태우그룹과 금융타워가 국가는 아니지만, 웬만한 국가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에 무조건 우리를 포섭해야만 했다.
“괜히 시간을 끌어서 좋을 건 없죠. 이번 주 주말에 미국으로 간다고 전하세요. 그동안 금융타워는 적극적으로 수익 실현에만 집중하시고요.”
“안 그래도 벌써 공매도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농산품과 자동차 회사 그리고 중국의 전자제품 회사의 주가가 엄청난 속도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태우그룹이 되어야만 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증발하는 자금을 전부 태우그룹이 포집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어떤 카드를 쥐고 있는지 백악관에 보여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
나머지 일정을 뒤로 미룬 채 미국으로 이동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지 예전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백악관이었다.
워싱턴 공항에 도착하자 백악관에서 보낸 경호원이 대기하고 있었고, 입국 절차를 생략한 채 곧장 백악관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대통령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1:1 면담.
모든 기업가가 원하는 상황이었고,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하더라도 성사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반대였다.
만남을 원하는 쪽은 내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었고.
그렇기에 여유로운 모습으로 집무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초청을 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김 회장을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정말 기분이 좋군. 이야기를 들어 보니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일정을 보내고 있더군.”
미국 대통령보다 정보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을까?
트럼프는 태우그룹과 금융타워가 어디에 투자를 하고 무슨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지 꿰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충분한 명분을 쌓은 뒤에야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기도 했다.
“기업은 참다랑어와 같지 않겠습니까? 한순간이라도 멈추며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꾸만 일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석유 산업 투자를 줄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더군.”
“글로벌 석유 기업들과의 관계를 위해 지분 매각을 진행했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석유 산업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거나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은 그저 대규모 투자를 하기 전 숨을 고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석유 이야기부터 먼저 하겠다 이거지?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시작한 알래스카 유전 개발 사업.
3배가 넘는 차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정부가 든든히 뒤를 받쳐 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내가 괘씸해 보일 수가 있었다.
그렇게나 지원을 해 줬는데 지분을 매각해 버렸으니까.
하지만 지분 전체를 매각한 것도 아니었고, 유전 개발 일정에 지장이 간 것도 아니기에 그렇게 큰 약점은 아니었다.
“자네의 마음을 의심하는 건 아닐세. 셰일 혁명 붐을 일으킨 사람이 자네 아니던가.”
“과한 말씀입니다. 그저 아주 작은 투자를 진행한 것에 불과합니다.”
“미국을 향한 자네의 사랑은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네. 자네는 당당한 미국 시민권자 중 한 명 아니겠는가.”
명예 미국 시민권.
무역 센터 사건 당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은 시민권이었다.
덕분에 배척당하지 않고 미국에서 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이젠 내 발목을 잡는 족쇄 역할을 하려고 했다.
있지도 않은 미국에 대한 애국심을 강요당할 차례.
하지만 단순히 강요만 받을 생각은 없었고, 적절한 이득을 취할 수만 있다면 애국자인 척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미국을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이라도 있습니까?”
“흠흠, 먼저 말을 꺼내 줘서 고맙네. 다름이 아니라 요즘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네.”
“보호무역을 이룩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자네는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거라고 믿고 있었네.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긴 하지만 피해가 생각보다 크다네. 특히나 중국 놈들이 채권을 대규모로 매각하기 시작했다네.”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직은 대규모로 채권을 매각하고 있지는 않았고.
그저 중국이 얼마나 많은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인지시키기 위해 항의하는 정도로만 채권을 매각하고 있는 중국이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채권의 규모가 상당하긴 합니다.”
“채권을 대거 매각하게 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국채 금리도 치솟지 않겠는가? 미국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네.”
“지금 당장 충격을 받을 수는 있지만,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물량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시간은 내 편이 아닐세.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 않은가. 하지만 중국 주석은 계속 연임을 할 수도 있지.”
시간은 미국의 편이 맞았다.
중국이 보유한 채권을 모두 던진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무너지지 않아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막을 수 없었고, 연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요소임에는 분명했다.
“부족한 시간을 태우그룹과 금융타워가 메꿔 드릴 수는 있습니다.”
“역시 자네야! 이런 대답을 원하고 있었네. 구체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메꿔 줄 수 있겠는가?”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함이었다.
“금융타워의 예상으로는 중국이 매각할 채권의 규모가 3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흠,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20% 이상을 매각한다는 뜻이로군. 백악관의 금융 전문가들도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다네. 그래서 얼마나 매입이 가능하겠는가?”
“태우그룹 혼자 움직인다면, 1,500억 달러까지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금융타워까지 움직이게 된다면, 3,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모두를 감당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던지는 채권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말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함박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이 가진 최고의 카드가 미국 채권이었고.
그걸 내가 무효화시켜 주겠다고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융타워를 움직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네가 직접 나서면 움직일 수는 있지 않겠는가? 소문을 들어 보니 금융타워에서 자네는 신으로 불리고 있다고 알고 있네.”
“신까지는 아니지만, 높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잘 아시지 않습니까? 금융사들은 오로지 수익만을 보고 움직이는 집단입니다.”
“미국 채권의 수익률을 보장이라도 해 달라는 말인가?”
채권의 수익률이라고 해 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안정적인 투자처임에는 분명하지만, 고수익을 노리고 미국 채권을 사는 사람은 없었다.
“채권의 수익률로는 그들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럼 무엇을 원하는가?”
“이번 무역 분쟁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믿게끔 만들어야 그들을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흠,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서 금융사들이 돈을 벌어먹겠다는 말이로군.”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미국 채권을 매입한다면, 미국 정부도 나쁘지 않은 결과이지 않겠습니까?”
미국 정부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금융타워에 미국의 금융사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네. 이번 일로 수익을 본다면, 금융타워가 수익을 보는 것이 맞겠지.”
“법을 어기지는 않겠지만, 매우 공격적이고 기발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수익을 높여 미국 채권을 사들여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게나. 미국 국민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무엇이든지 하게나. 각 조직에는 내가 언질을 해 놓겠네.”
서로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 낸 회담이었다.
금융타워는 일종의 살인 면허를 획득했고, 이젠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더라도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