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9)
독식하는 재벌 3세-49화(49/518)
49화. 가전 박람회 (3)
사장단 회의가 끝나고.
박진훈 사장은 태우전자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분노를 참아내고 있던 그는 부사장이 얼굴이 내밀자마자 분노를 표출했다.
“지금 당장 이노폰을 정밀 조사해서 문제점을 전부 찾아!”
“아, 알겠습니다.”
“문제점은 전부 기사들에게 풀어 버려. 그래야 판매량이 곤두박질치지 않겠어?”
부사장은 그제야 박진훈 사장의 계획을 알아차렸다.
어떻게 해서든 이노폰의 흠집을 찾아 망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면 기술 연구소로 옮긴 휴대폰 사업부 직원들과 접촉하는 방법이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직접 이노폰을 개발했으니 문제점도 잘 알고 있겠지요.”
“그렇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태우전자에서 밥을 먹던 놈들이니 입을 열게 하기도 쉬울 거야. 자네가 직접 나서서 문제점을 확보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단 회의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우드득!
치과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를 내는 박진훈 사장이었다.
“애송이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들고 있어. 오냐오냐해 줬더니 내가 만만하게 보이나 보더군.”
“감히 사장님을 말씀이십니까? 이래서 재벌 3세는 초장에 잡아야 합니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확실히 목줄을 쥐어야겠어.”
“제가 목줄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오겠습니다. 기술 연구소로 간 직원 중에는 제 라인에 있던 놈들도 꽤 됩니다.”
“자네만 믿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손을 부들부들 떠는 박진훈 사장이었고.
부사장은 냉큼 고개를 숙이며 사장실을 빠져나와 휴대폰을 들었다.
“조 차장 오랜만이야. 기술 연구소 갔다고 코빼기도 안 비추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오늘 시간 되면 한잔하지. 내가 오늘 시원하게 쏠 테니까.”
부사장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전화를 걸었다.
* * *
다음 날.
나는 출근과 동시에 반가운 손님을 맞이했다.
“비서실장님이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제가 못 올 곳을 왔습니까?”
“에이! 실장 아저씨가 못 올 곳이 어딨겠어요. 제가 연구소로 취임하고 처음 방문하시니까 하는 말이죠.”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실장 아저씨는 우려가 섞인 말을 꺼내 놓았다.
“어제 사장단 회의에서 너무 심하셨습니다. 박진훈 사장은 당하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가만히 있지 말라고 그렇게 한 겁니다.”
“네? 의도하고 하신 일이란 말씀이십니까?”
나는 대답 대신 묵직한 파일철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박진훈 사장이 저지른 비리가 가득 들어 있었다.
“감사팀에 있을 때 수집한 자료입니까?”
“이런 사람이 계열사 사장을 하고 있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솔직히 저도 이 자료를 꺼낼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박람회에 가보니 삼진이나 다른 기업은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 연구 개발비로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태우전자만 시대에 역행하고 있었습니다. 연구 개발비로 들어갈 돈이 다른 곳으로 들어간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파악한 박진훈 사장의 횡령금액은 억 단위였다.
이는 큰 금액이긴 했지만, 태우전자의 연구 개발비의 1%도 되지 않는 금액이기도 했다.
그러니 박진훈 사장의 횡령과 태우전자의 기술력은 큰 연관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원래 모든 일이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겠는가?
“박진훈 사장을 쫓아내실 생각이십니까?”
“기술 연구소의 한정된 자원만으로 저는 이노폰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제가 태우전자의 모든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노폰의 반응이 매우 뜨거운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전제품과 휴대폰은 분명히 다른 시장입니다.”
“그래도 박진훈 사장보다야 제가 낫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여기지는 않을 테니까요.”
실장 아저씨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했다.
할아버지를 제외하면 그룹 내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실장 아저씨였다.
기획실과 비서실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었고,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소장님이 태우전자 사장으로 가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언젠가는 태우전자는 물론이고 그룹의 회장 자리에 오르셔야 하지요.”
“너무 화가 납니다. 저는 할아버지와 함께 태우그룹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고 싶은데. 회사에 도둑놈들이 너무 많아요.”
“……소장님의 마음은 저도 충분히 동감합니다. 하지만 박진훈 사장은 지금까지 태우를 위해 많은 일을 한 사람입니다. 지금의 자료만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실장 아저씨의 목소리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
어느 정도 설득이 되었다는 뜻.
나도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박진훈 사장이 태우그룹에 위해를 가한다는 증거를 잡는다면 가능하겠습니까?”
“증거의 중요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령 태우그룹에서 만든 신제품을 의도적으로 망하게 하려고 한다면요?”
“설마. 그럴 의도로 사장단 회의에서 그 난리를 치신 겁니까?”
역시 실장 아저씨다.
할아버지 다음으로 나를 오래 본 사람답게 내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난리를 친다고 해서 그런 짓을 해도 된다는 명분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휴우, 만약 박진훈 사장이 그런 짓을 한다면 제가 먼저 나서서 박진훈 사장의 퇴임을 강력하게 건의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물증이나 증인이 필요합니다.”
“저도 확실한 증거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비서실장 아저씨는 씁쓸한 얼굴로 연구소를 나섰다.
그룹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끼리 싸우는 모습이 보기 좋진 않겠지.
하지만 태우그룹을 살리기 위해서는 썩은 부위를 도려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나는 사진첩을 펼쳤다.
기술 연구소 소속 직원들의 사진이 가득한 사진첩이었고.
태우전자에서 이번에 넘어온 직원들 위주로 신상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찾고 있던 특이 사항을 보유한 직원을 몇 명 추려낼 수 있었다.
[특이 사항 : 태우전자 부사장에게 이노폰 관련 정보를 유출함.]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정보였다.
그러니 어젯밤에 부사장을 만나 정보를 유출했을 터.
“휴대폰 사업부 조기태 차장을 불러 주세요.”
비서를 통해 조기태 차장을 호출했다.
어젯밤에 부사장과 만난 사람들중 한 명이 조기태 차장이었다.
어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소장실로 들어서는 그에게서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제 한 잔 마셨나 봅니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박람회에서 이노폰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데 당연히 축하 파티를 하셔야죠.”
“어제 직원 몇 명과 함께 조촐하게 축하 파티를 하였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 자리에 태우전자 우성일 부사장이 왜 함께였는지 궁금하군요.”
“…….”
사색이 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는 조 차장이었다.
기술 개발팀에서만 일한 사람이라 그런지 감정을 잘 숨지기 못하는군.
“어제 5명의 인원이 축하 파티에 참여했죠? 그중 한 명이 어제 있던 일을 상세히 저에게 보고하더군요.”
“죄, 죄송합니다. 부사장님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는 조 차장이었다.
그런데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나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대화가 오고갔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파티에 참석한 한 명이 보고를 했다는 말도 거짓이었고, 그저 특이사항만을 보고 유도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부사장이 무슨 생각으로 이노폰의 정보를 요청했다고 생각합니까?”
“그야 태우전자 부사장으로서 이노폰의 성능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순진하신 겁니까? 아니면 순진한 척을 하는 겁니까. 성능을 확인하고 싶었다면, 정식으로 연구소에 요청을 했겠지요. 구린 짓을 할 생각이니 은밀하게 정보를 요청한 것 아닙니까!”
“죄, 죄송합니다. 워낙 술에 취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여전히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조 차장이었다.
술에 취해 생각이 짧았다?
그의 말은 거짓이었다. 그도 부사장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원했는지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노폰을 만들기 위해 연구소의 모든 직원이 고생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조 차장 아닙니까. 그런데 이노폰을 망치려는 사람에게 정보를 유출하다니요.”
“서, 설마 부사장님이 그러시기야 하겠습니까?”
“태우전자 입장에서 기술 연구소는 지금 눈엣가시나 다름없어요. 이노폰의 성과가 좋으면 좋을수록 태우전자는 욕을 먹는 구조죠. 그러니 어떻게든 이노폰의 성과를 낮추고 싶어 하는 사람이 태우전자 부사장입니다.”
“…….”
할 말이 없겠지.
조 차장 또한 퇴근을 포기하고 이노폰 개발에 전념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자신이 이노폰을 망가트릴 계획에 동참했다니 죽고 싶을 것이다.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 유출한 정보가 어디까지입니까.”
“개발 부서에서 알 수 있는 기본 스펙 관련 정보였습니다.”
“일단 어제는 기본 정보만 알려 줬다는 거군요. 오늘 출근해서 추가 정보를 보내 주기로 했나 보죠?”
“딸꾹! 그, 그렇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였다.
뭐 이런 걸로 놀래서 딸꾹질까지 하는지.
아마 지금까지 부사장에게 보낼 추가 정보를 모으고 있었겠지.
“아직 추가 정보를 보내지 않았나 보군요.”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쯧쯧, 사내 정치를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죠. 조 차장이 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정치질입니다. 그것도 정치질을 하는 흉내만 내는 꼴이죠.”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살길을 알려 드리죠.”
나는 두툼한 파일철 하나를 그에게 던져 주었다.
오늘 같은 일을 위해 미리 만들어 둔 자료였다.
“이걸 부사장에게 넘기세요. 그리고 어제 파티에 참석했던 직원들을 단도리 하세요. 그렇게만 한다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드리죠.”
“정말이십니까? 무조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소장님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 아니라 진짜 뛰어내리겠습니다.”
“저는 사람 목숨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던 일이나 잘하시면 됩니다. 정치질하는 시늉을 하지 말고 잘하는 일이나 하세요.”
“알겠습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 차장은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고 나서야 소장실을 나섰다.
참 아둔한 사람이다.
하지만 쓸모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우수한 업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했고, 내게 약점이 잡혔으니 이제 내가 무슨 일을 시키든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물론 또 배신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나도 조 차장과는 일정 거리를 둘 것이다.
가만히만 있었다면 더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었겠지만, 어설픈 정치질 흉내로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고 살아가야 할 운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