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92)
독식하는 재벌 3세-492화(492/518)
492. 장난질 (2)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나날이 뜨거워져 갔다.
1차 관세 부과 사태 이후 고작 한 달 만에 160억 달러 규모의 IT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미국.
중국도 미국 에너지 산업을 겨냥해 동일한 규모로 관세를 부과했다.
짧은 간격으로 공방을 주고받는 미국과 중국이었고.
덕분에 미리 준비를 해 놓은 금융타워는 엄청난 수익률을 챙길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엔비디아의 대주주와 젝슨 황 CEO가 한국을 찾았다.
대주주 회의가 있기 하루 전.
태우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견학한다는 목적을 핑계 삼아. 젝슨 황 사장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태우그룹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경영진을 이제야 모시게 되어 송구할 따름입니다.”
“제가 이제야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태우반도체 덕분에 아무런 문제 없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GPU 수요가 늘어날수록 태우반도체의 파운드리 물량도 증가했다.
지금까지는 GPU의 수요가 많지 않아 엔비디아는 큰손이라고 부를 순 없었긴 했다.
그렇기에 직접 대면해서 만나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GPU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기에 그와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기도 했다.
“대주주 회의에 앞서 젝슨 황 사장님을 만나 뵙고자 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따로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 알려지면, 대주주들이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주주의 이득이 아닌 엔비디아 회사의 이득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젝슨 황은 엔비디아의 창업자이자 경영진이었고.
당연히 많은 양의 엔비디아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대주주와 달리 회사 경영을 직접 하고 있었기에 그에게만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는 보고 싶군요.”
“GPU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흠, 시점이 너무 나쁘지 않습니까? 잘 아시겠지만 GPU 수요가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주가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지요. 엔비디아의 주가가 반토막이 날 정도로 GPU 수요가 줄어들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젝슨 황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봤다.
GPU 시장의 암흑기가 지금이었다. 그런데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하니 믿지 못하는 눈빛을 보내는 그였다.
“대규모 투자라고 하시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20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여, 한국과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지을까 합니다. 그리고 GPU 설계에도 2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생산 방식을 오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는 자사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태우반도체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설마 내가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공장 신축 투자를 제안한 이유가 있었다.
“태우반도체와 엔비디아가 합작해서 새로운 공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 70%를 태우그룹에서 무조건적으로 구매하고 싶습니다.”
“태우그룹의 필요에 의해 공장을 신축하고 싶다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20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지을 만큼 GPU 수요가 있겠습니까?”
“GPU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높은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 절대 나쁜 조건은 아닙니다.”
GPU 독점.
이를 위해 공장 신출을 제안했다.
자율 주행 차량과 AI가 발전하면, GPU를 구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니 미리 독점 계약을 걸어 놓으면, 태우그룹은 GPU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도 GPU 독점이 필요했고, 태우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다.
“무조건적으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 70%를 소화하실 수 있다는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물론 공장 신축 비용을 태우그룹에서 모두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엔비디아도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요즘은 구두 약속은 물론이고 계약서로도 믿을 수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죠. 결국 믿을 건 현금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공장 신축이 완료되고 5년 동안 생산되는 양의 70%에 달하는 금액을 지금 바로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협상을 경험해 봤었다.
그리고 경험상 가장 강한 카드는 현찰 박치기였다.
눈앞에 현찰을 내놓는 순간, 상대방은 흔들리게 되어 있었으니까.
“…5년 치 물량 70%를 지금 바로 계약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계약이 체결되는 즉시 엔비디아 측으로 입금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조건을 그냥 제시할 분은 아니시고, 다른 조건이 따라붙는 겁니까?”
젝슨 황이 괜히 개발자면서 경영자까지 오른 건 아니었다.
눈치가 상당했고, 내가 숨기고 있는 조건이 하나 더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공장 신축 200억 달러 그리고 GPU 설계 200억 달러 투자하는 조건으로 엔비디아의 지분을 얻고 싶습니다.
“400억 달러 투자로 원하시는 지분의 양이 얼마나 됩니까?
올해 엔비디아의 시총은 800억 달러에 불과했다.
시총에 절반의 금액인 4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셈이었다.
그러니 내어 줘야 할 지분이 적지 않음을 젝슨 황 사장도 잘 알고 있었다.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의 25%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유상증자는 이사회를 통하여야만 합니다.”
“사장님만 동의해 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미 우호지분 30%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내일 대주주와의 협상을 통해 태우그룹이 지분 10%만 더 확보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겠습니까?”
우호지분이라고 돌려 말했지만.
실상은 태우증권과 핀테크 은행 등을 이용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30%였다.
그러니 무조건적으로 내 편을 들어줄 30%의 지분은 이미 확보해 두었고, 젝슨 황을 비롯한 경영진의 지분까지 더해지면 우리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싸움이었다.
“400억 달러로 투자를 하지 말고 차라리 지분을 확보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습니까? 지금의 주가로 보면, 못해도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저는 단순히 지분 확보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와 태우그룹의 끈끈한 관계 형성을 원합니다. 그렇기에 400억 달러 투자라는 제안을 드리는 것입니다.”
지분은 결코 돈이 있다고 해서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물론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기에 많은 대주주가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30%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니 투자를 통한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사용했고.
그러면서 시장에 풀린 지분을 계속해서 확보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투 트랙으로 움직인다면, 엔비디아 지분 과반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고, 사실상 태우그룹의 계열사로 만들 수도 있었다.
“우호지분 30%가 사실이라면 이사회 설득이 어렵지는 않을 듯합니다.”
“지금 당장의 위기를 빠져나오기 위해서도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이 없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400억 달러 투자 유치 소식이 알려지게 된다면, 엔비디아의 주가도 상승하지 않겠습니까?”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절대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시총의 절반에 가까운 투자를 받으면서 고작 25%의 지분만 내어주면 되는 셈이니까.
게다가 막대한 투자가 발표되는 순간, 주가는 움직이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대주주가 있는 자리가 아닌, 젝슨 황에게만 투자 제안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400억 달러 투자 유치라면 확실히 주가에 큰 영향을 주긴 하겠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그런데 태우그룹과 오랜 기간 거래를 해 왔다고는 하지만, 25%나 되는 지분을 나눠 가질 정도의 신뢰는 쌓이지 않았습니다.”
반쯤 넘어온 젝슨 황이었다.
그가 원하는 건 마지막 한 방이었고.
태우그룹에는 그가 생각지도 못한 카드 하나가 남아 있었다.
“리사 사장을 불러 주세요.”
미리 대기하고 있던 리사 사장.
태우반도체를 이끌어 가다시피 하는 그녀였고.
GPU 설계 능력도 뛰어나기로 업계에서 소문이 난 개발자였다.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학회에서 여러 번 인사를 드리긴 했지만, 이렇게 또 보게 되네요.”
“리사 사장님을 뵙게 되어 좋긴 하지만, 갑자기 무슨 연유입니까?”
젝슨 황과 리사 사장은 공통점이 참 많았다.
다들 알다시피 두 명 모두 대만 출신 미국 이민자였고, GPU 설계에 두각을 보이는 뛰어난 개발자였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나는 데이비드를 통해 젝슨 황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그러는 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두 명의 공통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태우반도체를 리사 사장님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신뢰감 형성에 충분 요소가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개발자임은 분명하지만, 이번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신뢰감을 형성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죠. 하나는 선천적인 관계죠. 혈연이라는 인연을 통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신뢰감이고, 나머지 하나는 후천적으로 오랜 기간 서로를 알아 가며 형성되는 경우죠.”
“말씀에 동의합니다. 리사 사장님과 오랜 기간 알아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뢰감이 형성될 정도의 사이는 아닙니다.”
젝슨 황 사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고.
갑작스럽게 불려 나온 리사 사장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도 젝슨 황 사장님을 존경하긴 하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닙니다. 같은 대만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유대감을 형성할 부분조차 없습니다.”
“두 분 다 모르시고 있으셨군요. 두 분은 전자에 속하는 사이입니다. 선천적으로 형성된 신뢰감을 가지는 사이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GPU 설계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펼치는 두 명.
물론 젝슨 황 사장의 영향력이 훨씬 크긴 하지만, 그다음으로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이 리사 사장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었다.
숨기려고 숨긴 건 아니고 자연스레 잊혀진 비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분은 혈연관계입니다. 5촌 당숙과 조카의 사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태우그룹은 임원 영입 이전에 많은 정보를 분석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두 분이 혈연관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리사 사장님의 5촌 당숙이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젝슨 황 사장님의 외삼촌의 손녀가 리사 사장님입니다. 그렇게 먼 관계도 아니죠.”
한국만큼 족보에 민감한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5촌이면 한 다리만 건너도 서로 아는 가족이 나오기 마련이었고.
젝슨 황 사장에게는 어머니의 오빠이고, 리사 사장에게는 할아버지가 같은 사람이었다.
두 가족 모두 어려서 이민을 왔기에 서로 왕래가 없었을 뿐.
지금이라도 대만으로 돌아가 가계도를 알아보면 단숨에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정말 저와 젝슨 황 사장님이 5촌 관계인 겁니까?”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끔 가계도도 준비해 뒀습니다.”
미리 준비한 가계도를 꺼내 놓았다.
5촌 관계였기에 A4용지 한 장으로도 충분히 두 명의 혈연을 증명할 수 있었다.
“정말 우리가 삼촌과 조카딸 관계였군요. 허, 세상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군요.”
“서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으셨나요? 두 분 모두 같은 피가 흐르고 있기에 뛰어난 설계 능력을 보유한 것이지 않겠습니까?”
여전히 어색해하는 두 명이었다.
하지만 두 눈으로 직접 가계도를 보았기에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잠시 전화를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저도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마지막 확인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두 명이었고.
20분이 지나서야 회의실로 돌아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서로가 5촌 관계임을 확인받은 듯했다.
“가족만큼 확실한 신뢰 관계가 어디 있겠습니까? 태우반도체에서 GPU 설계만큼은 리사 사장님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대주주 회의에서 회장님이 최대한 많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되겠습니까?”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엔비디아와 태우그룹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혈연이라는 마지막 카드가 성공했다.
사실 혈연 카드 이전부터 내 제안에 마음이 흔들린 젝슨 황이었고.
리사 사장과의 혈연관계가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