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94)
독식하는 재벌 3세-494화(494/518)
494. 장난질 (4)
리강 상하이 서기.
지금도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었지만.
조만간 중국 공산당 서열 2위까지 오르게 되는 사람이 리강 서기였다.
그런 사람을 만나러 오는 데 나는 빈손으로 왔다.
지금까지 중국 고위직 인사를 만날 때마다 엄청난 선물을 준비해 왔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쉬운 쪽은 내가 아니었으니까.
홍콩까지 날아와 리강 서기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최대한 예의를 차렸다고 볼 수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지난번 한국에서 뵙고 이제야 뵙게 되는군요.”
“김 회장님이 워낙 바쁘신 분이시라 만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허허허,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잘 지낼 수가 있겠습니까? 국제 정세가 많이 어지럽습니다.”
“후우, 미국 미치광이 대통령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생각만 해도 이가 아주 갈립니다. 마치 중국을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습니다. 너무 봐줬더니 버릇이 없어졌다니요!”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명언 혹은 망언을 내뱉었었고.
그중 하나가 ‘중국을 그동안 봐줬더니 버릇이 없어졌다’였다.
중국 고위층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중국을 대국이라고 여기고 있었기에 이런 취급은 치욕적이었다.
물론 나와는 상관없는 일.
트럼프가 과하게 말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중국도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한국은 소국이니 대국인 중국을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었으니까.
“백악관과 미국 정부는 더욱 강하게 움직일 듯합니다.”
“흠, 그래서 걱정입니다.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 자체를 막으려고 하고 있어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WTO에 제소를 했으니 조만간 그런 조치들을 철회하게 될 겁니다.”
솔직히 가능성은 그다지 없어 보였다.
중국 또한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막고 있었으니까.
동영상 플랫폼, SNS 등을 중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고, 이는 미국의 행동에 명분을 쥐여 주는 일이었다.
“제가 이런 말을 드려도 될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판세만 놓고 본다면 미국에게 많은 점이 유리합니다.”
“후우, 저라고 모르겠습니까? 그래서 김 회장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태우그룹과 금융타워만 도와준다면, 지금의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습니다.”
“높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태우그룹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금융타워는 제가 건물만 제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각 금융사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중국의 편을 든다?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고, 그렇기에 나는 거절 의사를 밝혔다.
“태우그룹이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편에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태우그룹은 미국의 모든 사업을 철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도체 사업도 포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중국의 편에 설 수는 없습니다.”
“그럼,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을 같이 공격하겠다는 뜻입니까?”
리강 서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항상 YES맨처럼 대답했던 내가 연달아 NO를 외치니 화가 난 듯 보였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태우그룹은 중국의 적이 되는 겁니까?”
“중국과 함께하자는 제안이 그렇게나 어려운 제안입니까? 중국은 13억 명이나 되는 소비시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강 서기님은 태우그룹이 중국과 손을 잡고 미국을 공격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공격이 아니라 같이 방어를 하자는 말이지요.”
중국은 지금 동맹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을 상대로 총알을 대신 막아 줄 방패를 원하고 있었다.
태우그룹이 뭐가 아쉬워서 방패를 자처하겠는가?
“자꾸만 미국과 중국 한쪽의 편에 서라고 강요하시면 곤란합니다.”
“강요가 아니라 부탁입니다. 미국의 패악질을 가만히 두고만 보실 겁니까?”
“태우그룹이 중국의 손을 잡는 순간, 태우그룹은 한국 국민에게 버려지게 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중국의 손을 잡는데 왜 버려집니까!”
“한한령 조치가 아직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지 않습니까. 한국 국민들의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그건 사드 때문이지 않습니까! 미국과 손을 잡고 사드를 배치하는 데 그럼 어떻게 가만히 있습니까!”
계속된 거절.
그로 인해 리강 서기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져만 갔다.
예열은 충분히 했으니 이젠 메인 요리를 꺼낼 때가 되었다.
“태우그룹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척을 지고 싶지 않습니다.”
“벌써 미국을 돕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이 매각하는 미국 채권을 금융타워에서 매입하고 있다는 걸 제가 모를 줄 아셨습니까?”
“미국 채권은 모든 금융사가 투자하는 아주 안정적인 상품입니다. 금융타워의 금융사들도 자본금의 일정 부분을 미국 채권에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리강 서기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이 채권을 던지는 족족 금융타워가 전부 받아먹고 있으니 믿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느 바보가 그 말을 믿겠습니까?”
“금융타워는 미국 채권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금융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달라는 말입니까? 이미 작년부터 금융 시장을 이전보다 활짝 열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중국은 패권 전쟁을 대비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가했다.
그중 하나가 금융 시장 개방이었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여전히 폐쇄적인 부분이 남아 있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안전장치였다.
하지만 금융타워 입장에서는 더 높은 수익을 얻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었다.
“최소한 금융타워의 금융사만이라도 제약을 풀어 주십시오.”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리고 명분도 부족합니다.”
명분이 부족하다?
그러면 명분을 채워 주면 그만이었다.
“방금 나온 속보 하나가 있군요. 확인해 보셔야 할 듯합니다.”
“또 미국에서 무슨 짓을 벌였습니까?”
“청나라 채권 관련 속보입니다.”
나는 휴대폰을 리강 서기에게 건네주었다.
CNN 1면에 나온 속보였고, 중국 입장에서는 아주 기가 차는 기사였다.
[공화당, 청나라 채권 상환 법안 발의 준비]오늘을 위해 데이비드가 준비한 선물이었다.
미국 공화당이 청나라 채권을 통해 중국을 압박한다는 소식을 여러 언론사가 보도하도록 만들었다.
“이따위 미친 짓을 벌이다니! 정말 갈 데까지 갔군요!”
“금융타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 명분이면, 금융타워가 중국 금융 시장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청나라 채권의 실효성을 누가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냥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조금 약했나?
하긴 청나라 채권만으로 중국 금융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건 조금 과하긴 했다.
나도 오늘 당장 중국으로부터 모든 것을 얻어 낼 생각은 없었다. 그저 포석에 불과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금융타워와 중국이 함께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오겠습니다.”
“오래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답을 드리겠습니다.”
다음 달까지 갈 것도 없었다.
조만간 리강 서기가 한국으로 달려오게 만들 이벤트를 준비해 뒀으니까.
***
같은 시각.
데이비드는 대만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미국, 유럽, 중국을 넘어 대만까지 발을 넓히는 그였다.
워낙 명성이 자자하였기에 먼저 나서지 않아도 많은 대만 정치인들이 데이비드를 찾아왔고, 그중에는 대만의 거대 양당 중 한 곳인 민주 진보당 비서장인 진량타이도 있었다.
차기 진보당 총수로 유력한 진량타이.
대만 민진당의 서열 2위인 그였지만, 데이비드 앞에서는 겸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미국 정계를 움직이는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로비스트에 불과합니다. 그저 높으신 분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이번엔 대만의 정치인들까지 돕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데이비드의 이름값은 결코 낮지 않았다.
미국 최고의 로비스트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정치인들에게는 그의 후원을 받으면 무조건 당선이 된다는 이야기로 더 유명했다.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당선이었고.
데이비드와 손을 잡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소문이 대만 정치인들에게도 알려질 정도로 널리 퍼져 있었다.
“대만의 정치에도 관심이 있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인해 대만의 중요도가 높아졌습니다. 지금처럼 중국국민당이 대만의 정치를 독점하게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중국국민당은 친중 세력이나 다름이 없지요. 그러니 우리 민진당이 지금보다 더 성장해 중국국민당을 견제해야 합니다!”
대만은 거대 양당 체제가 확고했다.
친중 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중국국민당.
친미 세력으로 분류되는 민주진보당.
14번의 총통(대통령) 선거에서 12번이나 중국국민당이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직전의 총통 선거에서는 민주진보당이 승리했기에 박빙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올해 11월에 있는 지방 선거에서 민진당이 많이 밀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까지의 지지율만 놓고 보자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 선거까지 두 달이나 남았습니다. 본격적인 선거 기간에 돌입하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
총통 선거에서는 승리한 민진당이었지만.
곧 있을 지방 선거에서는 열세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민진당의 서열 2위인 진량타이가 데이비드를 찾아온 것이기도 했다.
“민진당의 승리를 위해 작은 규모의 후원을 하고자 합니다. 선거의 판도를 바꿀 정도의 금액은 아니지만, 원활한 선거 유세를 진행하기엔 충분한 금액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방법으로 후원을 진행하겠습니다.”
“이쪽 분야에서는 데이비드 님만큼의 전문가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후원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진량타이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데이비드가 후원하는 후보는 무조건 당선이 된다는 소문을 그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미 선거에서 이긴 것처럼 행복해하는 그였다.
“그런데 사실 후원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민진당이 이번 지방 선거에서 승리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에서 예상한 결과가 그렇게나 안 좋습니까?”
“미국 정부가 예상한 결과는 아닙니다. 제 나름대로 이끄는 씽트탱크 집단에서 예측한 결과를 토대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참고로 우리 씽크탱크의 예측은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의 표정이 이러할까?
진량타이의 얼굴에는 급격히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말씀이군요.”
“지금의 선거판으로는 역전이 불가능합니다. 선거판 자체를 뒤엎어야 역전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선거판을 뒤엎을 방법이 있으십니까?”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만, 중국의 심기를 아주 심하게 건드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습니다. 언제까지 중국에 끌려다닐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데이비드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내밀었다.
진량타이는 서류의 제목만 보고도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청나라 채권 프로젝트]진량타이는 단숨에 서류를 읽어 내려갔고.
실시간으로 표정 변화를 일으키며 프로젝트를 받아들였다.
“확실히 선거판 자체가 뒤집어질 정도의 프로젝트이긴 합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세계 최고의 선거 전문가가 도와준다는데 어떻게 뒤로 빼겠습니까! 제가 직접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진량타이와 데이비드가 손을 잡았다.
여러 국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