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95)
독식하는 재벌 3세-495화(495/518)
495. 장난질 (5)
홍콩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다음 날.
한 부회장과 함께 재미난 쇼를 TV를 통해 구경할 수 있었다.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여야 한다는 연설과 함께 청나라 채권을 불태우는 아주 화려한 쇼였다.
“데이비드가 일을 아주 재미나게 꾸몄군요.”
“대만에서 청나라 채권을 매입해 소멸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듯합니다.”
청나라 채권 상환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채권을 사들여 소멸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100% 소멸은 막대한 돈이 드는 일이었지만, 일부를 소멸하는 정도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가능했다.
“이번 쇼에서 소각된 청나라 채권 규모가 대략 천만 달러 정도가 된다죠?”
“차명으로 사들인 청나라 채권 일부를 데이비드에게 넘겼었습니다. 그 규모가 정확히 천만 달러입니다.”
“말이 천만 달러지, 10만 달러도 안 되는 금액으로 화려한 쇼를 벌였군요.”
액면가는 천만 달러였지만.
그건 채권을 상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골동품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로 환산하면 10만 달러도 되지 않는 푼돈에 불과했다.
게다가 민진당 입장에서는 우리가 무료로 청나라 채권을 넘겼으니 쇼를 위해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셈이었다.
“대만이 청나라 채권을 상환할 능력도 의지도 없지만, 어찌 되었든 청나라 채권을 매입해 소각한 것만으로도 중국은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이어 대만까지 청나라 채권 문제를 꺼내 들었으니 지금처럼 무시할 수는 없겠죠.”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 겁니다. 만약 미국과 손을 잡고 대만에서 청나라 채권의 권한을 모두 받기라도 한다면, 중국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참 오묘했다.
서로가 진정한 중국의 계승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당연히 세계 대부분의 사람은 대만이 중국의 계승자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청나라 채권을 통해 대만이 정체성을 확보하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중국이 이번에도 청나라 채권을 무시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면, 우리가 보유한 청나라 채권을 모두 대만에 넘겨 버리세요.”
“60%가 넘는 청나라 채권이 대만으로 넘어가게 되면, 생각보다 재미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반대 정당인 중국국민당에서도 반발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항상 대만이 중국을 정통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정당이 중국국민당이지 않습니까.”
중국국민당.
대만국민당이 아니라 중국국민당인 이유가 정체성에 있었다.
실제로 중국국민당은 중국을 지배한 적이 있었던 정당이었고, 지금이야 전쟁에서 패해 대만으로 옮겼지만 언젠가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많이 퇴색된 이념이기도 했고.
중국을 다시 지배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접은 듯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수십 년 동안 이어 온 이념을 하루 아침에 버릴 수는 없으니 청나라 채권 문제를 반대하고 나서긴 어려워 보였다.
“민주진보당과 중국국민당의 입장이 반대가 되었군요.”
“중국국민당이야 이념적으로 중국을 계승한다지만, 민주진보당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정당입니다. 그러니 중국국민당의 입장도 아주 난처해졌습니다.”
상황이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청나라 채권 소각쇼가 생각보다 큰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미난 변수를 만들어 낸 건 분명했고, 이제 중국이 어떻게 움직일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회장님! 중국 쪽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다급히 뛰어 들어오는 기획실장.
벌써 중국으로부터 연락이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무슨 연락인가요?”
“내일 중으로 리강 서기가 한국을 방문한다는 연락이었습니다. 회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그리고 금융타워에서 만남을 가졌으면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여 주는군요.”
청나라 채권 소각쇼는 말 그대로 쇼였다.
중국 입장에서는 그저 모래 알갱이 하나 정도에 불과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모래 알갱이 하나가 신발 안에 들어가면 불편하기 마련, 그러니 빠르게 신발을 벗어 모래 알갱이를 털어내 버리고 싶을 것이었다.
“리강 서기와의 만남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커다란 선물을 가지고 올 사람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죠. 리강 서기를 금융타워로 성대히 모셔 오도록 하세요.”
괜히 금융타워에서 만나자고 하겠는가?
금융타워가 만족할 만한 선물을 들고 왔으니 금융타워로 장소를 정한 것이 분명했다.
***
다음 날.
리강 서기가 머리를 휘날리며 금융타워를 찾아왔다.
중국 내부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며칠 사이에 폭삭 늙어 있었다.
“금융타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이번 주 내로 중국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흠흠, 워낙 촉박한 일이라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으로 들어가서 나누도록 하시지요.”
리강 서기는 정말 다급해 보였다.
그를 위해 나는 빠른 걸음으로 회장실로 이동했고, 문이 닫히는 순간 목소리를 높이는 리강 서기였다.
“어제 보셨습니까? 대만 민진당에서 청나라 채권을 자신들이 상환하겠다는 미친 소리를 해댔습니다!”
“상환 의지를 피력하긴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민진당이 혼자 그런 짓을 벌였겠습니까?”
배후를 의심하는 리강 서기였다.
혹시 우리가 배후에 있다는 걸 알아차린 건가 싶어 긴장한 채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배후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 말고 이런 짓을 벌일 미친 나라가 또 있겠습니까? 민진당도 친미 정당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천만 달러나 되는 규모의 채권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미국과 손을 잡고 협잡질을 꾸민 것이 분명합니다!”
미국을 배후로 의심하는 리강 서기였다.
사실 정황상 미국이 의심 가는 상황이긴 했다.
미국 공화당에서 청나라 채권 상환 요구 법안을 준비하고 있었고, 연이어 대만 민진당에서 이런 쇼를 벌였으니까.
“흠, 미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천만 달러 규모가 아니라 1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청나라 채권을 민진당에 공급할 수도 있겠군요.”
“민진당이 곧 있을 지방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이런 짓을 계획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김 회장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더는 이런 짓거리를 못 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절실해 보이는 리강 서기의 표정이었다.
지난번 한국을 방문할 때만 하더라도 태우그룹은 물론이고 한국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그였다.
벌써 이런 반응이라니.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될수록 태우그룹의 가치는 높아진다.
이제 시작점을 출발했을 뿐인데 벌써 이런 반응을 보이면, 결승점에 다다랐을 때는 어떤 반응을 내보일지 기대가 되었다.
“어떤 도움을 원하십니까?”
“청나라 채권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지난번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금융타워의 중국 진출 제약을 모두 해제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제가 모두를 설득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은 아무런 제약 없이 중국에서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약속을 받아 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기간을 더 늘리고 싶었지만, 5년이 한계였습니다.”
5년이면 충분하고 남는 시간이었다.
미·중 무역 분쟁부터 코로나 시대까지 겹치는 시간이었으니까.
“청나라 채권 50% 이상을 금융타워에서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나 대만이 무슨 계획을 세우더라도 실현될 수가 없습니다.”
“확보한 청나라 채권을 넘겨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청나라 채권을 넘겨줘도 남는 장사였다.
앞으로 혼란에 빠질 중국 금융 시장에 제약 없이 진출할 수 있다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믿겠는가?
믿고 채권을 넘겼다가 말을 바꾸기라도 한다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린다.
“약속한 5년이 지나면, 청나라 채권을 중국으로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조금 부족하긴 하겠지만,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금융타워 모두와 함께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각 금융사의 대표 혹은 담당자들을 불러 모으겠습니다. 그동안 잠시 휴식을 취하셔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조금만 쉬겠습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쉰 적이 없습니다.”
리강 서기를 두고는 밖으로 나왔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부회장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계획대로 잘 되었습니까?”
“변수가 제대로 작용을 했어요. 금융타워가 청나라 채권 문제를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중국 금융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 냈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공매도 규모를 최소 2배 최대 10배까지도 높일 수 있습니다.”
“아직 좋아하긴 일러요. 중요한 건 디테일 아니겠어요? 그러니 각 금융사의 담당자를 모아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디테일을 만들어 보세요.”
괜히 각 금융사의 담당자를 모으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리강 서기에게 얻어 내기 위함이었다.
“이미 준비해 둔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최대한 빼먹을 수 있도록 세부 협상을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아주 제대로 엮어야 합니다. 태우증권 혼자 진행하는 계약이면 중국 정부에서 엎을 수 있겠지만, 금융타워 전체와 계약을 맺게 되면 그러지 못하겠죠.”
“제대로 빨대를 꽂아 보겠습니다!”
농담 섞인 한 부회장의 말이었다.
하지만 농담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고, 정말 우린 중국 금융 시장에 거대한 빨대를 꽂을 계획이었다.
중국 정부는 금융타워의 대규모 외환이 들어온다고 좋아하겠지만.
우리와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중국 금융 시장에서 증발하는 모든 금액이 금융타워로 옮겨지게 된다.
“청나라 채권이 효자 노릇을 하는군요.”
“솔직히 저는 지금까지도 장난질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만까지 움직이게 되니 장난질이 장난이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장난에도 진심을 담으면 상대방의 반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죠. 이만 가 보세요. 리강 서기도 이제 쉴 만큼 쉬었을 겁니다.”
한 부회장이 각 금융사의 담당자와 함께 회장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곧장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제 청나라 채권으로 장난질을 중단해야 했기에 데이비드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 주어야 했다.
[중국이 제대로 미끼를 물었네요! 고생한 보람이 있어요.]“데이비드가 미국과 대만을 오가면서 활약한 덕분이죠. 보너스를 기대해도 좋아요.”
[팀원들에게 제대로 생색을 낼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니콜라 수소 트럭 조사도 마무리되었습니다.]데이비드는 청나라 채권을 처리하면서 니콜라 회사도 조사하고 있었다.
수백 명의 인원과 최첨단 장비 그리고 로비스티로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인맥까지.
데이비드가 마음먹고 파고들면, 니콜라 정도의 회사는 어렵지 않게 탈탈 털 수 있었다.
“진실인가요? 아니면 조작인가요?”
[보스가 의심한 대로 문제가 아주 많은 회사였어요. 진실은 당연히 아니고, 조작을 넘어서 사기 행각이라고 할까요? 솔직히 사기라고 부르기도 그러네요. 장난질 수준의 조작이었어요.]“지금까지 모은 증거를 잘 포장해서 베릴에게 넘기세요. 야무지게 요리를 할 겁니다. 그리고 금융타워 금융사 몇 곳도 움직일 테니 사건을 키우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장난질도 누가 하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태우그룹과 금융타워는 장난에 진심을 담았기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니콜라는 너무도 성의 없게 장난질을 준비했기에 나쁜 결과가 도출되었다.
머스크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니콜라의 수소 트럭.
며칠만 있으면 이제 머스크의 두통은 씻은 듯이 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