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96)
독식하는 재벌 3세-496화(496/518)
496. 훼방꾼 (1)
혈연, 학연, 지연.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3대 연결고리였다.
그렇기에 나도 종종 하버드 동문회에 참석하기도 하였고, 그중에는 나와 같은 재벌가문의 사람도 존재했다.
대한화약그룹 후계자 김정권 상무.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진 않았지만, 재벌 후계자면서 하버드 학부 출신인 몇 안 되는 사람이기에 몇 번 만남을 가졌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내가 먼저 그에게 연락을 했다.
보통 김정권 상무가 살갑게 연락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내가 먼저 연락을 해 오니 일정을 뒤로 미루고 강 대위의 식당 별관으로 달려온 그였다.
“선배님께서 연락을 먼저 주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얼굴을 안 본 지 오래된 것 같아서 말이야. 잘 지내고 있지?”
“선배님 덕분에 아주 죽을 맛입니다. 무슨 일만 해도 선배님과 비교를 당하니 속이 쓰려 죽겠습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더니 아부 실력도 늘었나 보다.
내가 많은 재벌 2세, 3세를 만나 보았지만, 김정권 상무만큼 뛰어난 능력치를 가진 사람은 몇 보지 못하였다.
하버드 학부에 입학할 정도의 공부 머리.
그리고 기업을 이끌어 나갈 리더쉽까지 가진 인재였다.
대화그룹 후계자만 아니었다면, 진작 태우그룹으로 스카웃해 오고 싶을 정도의 능력치를 지닌 이가 김정권 상무였다.
“속이 쓰리긴 개뿔. 몇 년 동안 적자만 보던 대화큐셀을 흑자로 전환했으면서 겸손이 너무 과한 거 아냐?”
“제 나이에 형님은 이미 회장을 달 정도의 업적을 세우지 않으셨습니까? 계열사 한 곳을 흑자 전환한 걸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합니다.”
“명함을 내밀 만한 정보가 하나 있는데, 관심 있어?”
자세를 고쳐 앉는 김정권 상무.
이미 차기 후계자로 자리를 잡았기에 급한 건 없었지만.
태우그룹의 회장이 주는 정보를 마다할 리는 없었다.
“선배님이 주시는 정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그런데 정보료가 조금 비쌀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조건이 있는 정보입니까?”
“들어 보고 결정하면 돼. 조건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거절해도 상관없어.”
“그럼, 우선 정보부터 들어보겠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동영상 플랫폼에 업로드되어 있는 니콜라 수소 트럭의 홍보 영상을 재생했다.
“이 영상이라면 저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있겠지. 대화그룹이 니콜라 사의 지분 6%를 보유하게 된 계기기도 하니까.”
“신재생 에너지이니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고 있는 대화큐셀이 태양광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수소 에너지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당연히 꾸준히 개발해야 될 분야였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 분야기도 했다.
“신재생 에너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잘 알아보고 투자를 했어야지.”
“무슨 말씀입니까? 니콜라 사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수소 트럭 홍보 영상을 조금 더 알아보기 쉽도록 수정한 영상이 있어. 이걸 보면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될 거야.”
인공지능 센터에서 수정한 영상을 재생했다.
이전 영상과 달라진 건 거의 없었고, 그저 평면이었던 도로가 내리막길로 바뀐 것뿐이었다.
“…왜 영상을 비트셨습니까?”
“우리가 영상을 비튼 게 아니라 니콜라 사에서 영상을 비틀어 업로드한 거지. 수소 트럭 실험은 애초부터 내리막길에서 진행되었어.”
“왜 그런 짓을?”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건 아무런 동력 없이도 가능하니까. 수소 트럭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 굴러가는 트럭이라는 뜻이지.”
영상을 몇 번이나 재생해 보는 김정권 상무.
그리고 나서야 니콜라 사가 무슨 장난질을 쳤는지 이해를 했다.
절대 김정권 상무의 이해력이 낮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니콜라 사가 말도 안 되는 장난질을 쳤기에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습니까? 내리막길이라서 자동으로 굴러가는 트럭을 수소에 의해 움직인다고 홍보를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투자를 유치하려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어? 투자를 받아서 실제로 수소 트럭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래도 도가 지나쳤습니다.”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 아니겠어?”
많은 기업이 비슷한 짓을 저지르곤 했다.
아직 개발에 성공하지 않은 신제품을 마치 개발에 성공한 것처럼 포장하는 일을 홍보 부서의 역량으로 생각하는 회사가 여럿이었다.
“이 영상은 언제 공개가 됩니까?”
“아무리 늦어도 2주 안에는 공개될 거야. 대화그룹이 보유한 니콜라 지분을 최대한 빠르게 매각하는 편이 좋을 거야.”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2주 안에 제대로 된 값을 받고 지분을 매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영상이 공개되면 주가는 끝이야. 그러니 조금 손해 보더라도 빨리 처분하도록 해. 게다가 초기 지분 인수에 쓴 돈보다 몇 배는 더 벌지 않았어? 욕심을 부려서 좋을 게 없는 상황이지.”
마른세수를 연거푸 하는 김정권 상무.
한숨까지 한번 내쉬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올해 초에 1억 달러나 투자를 해서 니콜라 지분 6%를 확보했었습니다.”
“그사이 50%는 넘게 올랐잖아. 조만간 나스닥에 상장을 한다고 기업 가치가 많이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만.”
“지금 가치로 따지면 대략 1억 5천만 달러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급처를 하게 되면, 1억 3천만 달러 정도는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년도 안 돼서 3천만 달러의 차익을 낸 거면 성공한 투자인 셈이지. 하지만 2주만 지나도 차익은커녕 손해 금액이 3천만 달러를 훌쩍 넘을 거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실패보다는 미약한 성공이 무조건 좋기 마련이니까.
“후우, 아! 감사의 인사가 늦었습니다. 충격이 커서 감사를 전할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습니다. 1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정보를 알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향후 대책은 대화그룹이 알아서 하는 걸로 하고, 이제 정보료를 청구해도 되겠지?”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새만금 화학단지에 대화그룹도 들어와서 같이 연구를 하자는 조건이야.”
태우그룹을 중심으로 만든 새만금 화학단지.
태우반도체, 소재, 그리고 센트리언 신약 제조 공장까지 화학단지에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여전히 빈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고, 특히나 반도체 핵심 소재 개발을 위해선 기술력이 뛰어난 소재 회사와의 협업이 필요했다.
“새만금에 공장을 신축하고, 인력을 배치해 달라는 말씀입니까?”
“국가 보조금도 받을 수 있으니 니콜라 투자로 얻은 차익 정도만 투입해도 충분히 공장 신축을 할 수 있을 거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핵심 소재 개발을 위해 투자를 해 오고 있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장을 신축할 정도로 규모를 키울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김정권 상무가 하버드 동문이긴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데이비드를 비롯한 몸값 비싼 인력들이 노력해서 얻어 낸 니콜라 수소 트럭 조작 정보를 그냥 넘겨줄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다.
대화그룹에 원하는 것이 있기에 그에게 정보를 넘겼고.
이는 조만간 찾아올 일본과의 무역 전쟁을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하였다.
“반도체를 비롯해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핵심 소재 분야를 한국에서도 키워 나가야 하지 않겠어? 만약 일본에서 소재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되었어?”
“그 부분은 저도 걱정하고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천억 원의 돈을 들여 핵심 소재 공장을 따로 신축하는 건 너무 과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거절하는 건 아닙니다. 데이터 공유와 공동 연구 진행은 적극 밀어붙이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선택의 영역이었다.
남의 기업의 방향성을 간섭할 수는 없으니까.
데이터 공유와 공동 연구 정도면,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한 것이기도 했다.
“그 문제는 나중에 더 상의하자고. 우선은 급한 불부터 꺼야지.”
“워낙 급한 일이다 보니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다음에 제가 꼭 거하게 대접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1억 달러 이상이 달린 일인데 당연히 일어나야지. 나도 오늘 술 마실 생각은 없었어.”
“오늘의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니콜라에 1억 달러를 투자한 대화그룹.
후계자가 나와 동문이 아니었다면,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을 수도 있었다.
물론 대화그룹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었다.
***
김정권 상무는 곧장 대화그룹 본사로 이동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그의 아버지이자 대화그룹 회장인 김성윤 회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네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급하게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김정권 상무는 니콜라 조작 영상을 곧장 보여 주었다.
워낙 조잡한 장난질이었기에 몇 번이나 긴 설명을 해 주고 나서야 김성윤 회장은 상황을 이해했다.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군. 머리가 제대로 박혀 있는 놈들이라면 이런 짓을 할 순 없지! 그런데 너는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은 게냐?”
“태우그룹 김민재 회장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대학 동문이지 않습니까.”
“태우그룹에서 들어온 정보라면 신뢰가 가는구나. 허허,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대기업 경영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지금처럼 서로 돕고 도와야 다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거지.”
김정권 상무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태우그룹 김민재 회장은 물론이고, 삼진그룹 오용재 부회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제안 혹은 조건을 받았었습니다.”
“이 정도 정보라면 조건을 내걸 만하지. 어떤 조건이더냐?”
“새만금 화학단지에 핵심 소재 개발 공장을 지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장악하고 있는 핵심 소재를 한국 기업끼리 개발하자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여러 분야의 핵심 소재를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건 맞지.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공장 증축부터 인력 배치까지 생각하면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입니다. 그래서 데이터 공유와 공동 연구만을 진행하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김정권 상무의 대처는 완벽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안정성 높은 대처였다.
하지만 김정권 상무는 미처 고려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의 아버지이자 대화그룹 회장 김성윤 회장의 성격이었다.
“김정권 상무! 그냥 태우그룹에서 원하는 대로 해 줘.”
“새만금 화학단지에 새로운 공장을 만들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내가 지금까지 재계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봤겠어? 그런데 내가 인정한 사람이 딱 두 명뿐이야. 한 명이 삼진그룹 오희건 회장님이고, 나머지 한 명이 태우그룹 김민재 회장이야.”
엄청난 극찬을 퍼붓는 김성윤 회장이었다.
아버지가 누군가를 이렇게나 칭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김정권 상무는 말까지 더듬었다.
“김민재 회장이 하는 일이니 그저 믿고 가겠다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일입니다.”
“지금까지 김민재 회장이 진행하는 일 중에서 실패한 일 봤어? 바둑판에서 다섯 수 이상을 내다보고 일을 진행하는 사람 같더군. 그런 사람이 손을 내밀었는데 굳이 쳐낼 이유는 없지. 오히려 손을 빼지 못하게 더 강하게 잡아야 해!”
김성윤 회장은 화끈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기업 경영에도 화끈한 성격을 보여 주고 있었다.
“김민재 회장의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거기다가 플러스알파를 더 얹어야지. 니콜라 지분을 매각해서 들어오는 돈을 전부 새만금 화학단지에 투자하고, 본사 자금까지 더 얹어서 규모를 키워 봐.”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김성윤 회장이 도박수를 던졌다.
모든 도박이 그렇듯 승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김민재 회장에게 베팅을 했기에 승리 확률이 매우 높은 도박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