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97)
독식하는 재벌 3세-497화(497/518)
497. 훼방꾼 (2)
며칠 후.
한 부회장을 불러들였다.
대화그룹에서 온 연락을 알려 주기 위함이었다.
“대화그룹에서 니콜라 지분 매각 대상을 찾았다고 하는군요. 지금 시세보다 조금 낮은 금액으로 전액 매각한다고 하는군요.”
“니콜라 지분을 매입하는 회사는 타격이 꽤 크겠습니다. 혹시 어디인지 아십니까?”
“월가의 금융사에 넘긴다고 하더군요. 지분을 쪼개서 여러 금융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손해를 줄인다고 하네요.”
솔직히 니콜라 주식은 군침이 도는 상품이었다.
상장만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10배 이상 남겨 먹을 수 있는 주식이었으니까.
회귀 전에는 니콜라 사의 기업 가치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높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날아오르기 전에 추락할 것이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확실히 대화그룹이 화끈하긴 합니다. 우리가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역시나 화약 제조 회사답게 화끈합니다.”
“주식 매각만 화끈하게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새만금 화학단지에도 수천억 원을 들여 공장을 짓겠다고 하더군요. 공장 증축 이전까지는 태우그룹의 연구소에서 공동으로 핵심 소재를 개발하기로 했어요.”
며칠 사이에 김정권 상무의 말이 확 바뀌었다.
데이터 공유와 공동 연구만을 하기로 했던 그였지만, 무슨 말을 들었는지 갑자기 대규모 공장 증축을 하겠다고 나섰다.
“새만금 단지의 태우 소재 연구소에 남는 자리가 많으니 충분히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굳이 대화그룹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반도체 소재의 경우야 태우그룹이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해 왔으니 무리가 없지만, 다른 분야의 핵심 소재는 우리 혼자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있죠. 다른 기업과 손을 잡아야 시간 단축이 가능해요.”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당장 올해부터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게 될 터.
그러니 최대한 시간 단축을 해야지만, 무역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새만금 화학단지의 수익성은 매우 떨어집니다. 대규모 양산 설비까지 갖췄지만, 실제로 생산되는 양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내년부터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정확히는 올해 10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겠죠.”
“10월에 큰 이벤트가 있습니까?”
“강제징용 손해 배상 소송 결과가 10월에 나오죠. 대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할 게 분명해요.”
일본 무역 분쟁의 시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분명한 문제였기에 물러설 수 없는 일이었고.
한국 대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움직일 게 분명했다.
“법원 라인을 통해 확인해 보니, 이번 소송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외교적 마찰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죠. 일본 정치권에서도 지지율을 잡기 위해 과한 반응을 보일 겁니다.”
“핵심 소재 수출 금지 조치까지 취할 것으로 보시는 겁니까?”
“일본이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카드가 핵심 소재죠.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흔들 수 있는 카드기도 하고요.”
한국 수출 품목 1위가 반도체였다.
그런데 일본에서 핵심 소재를 수입하지 못하는 순간, 반도체 생산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새만금 화학단지의 가치가 달라지겠습니다.”
“기술력은 예전부터 확보해 두었고, 대규모 양산 체제까지 갖춰 뒀죠. 일본에서 그런 조치를 하는 순간 규제는 일거에 풀리게 될 테고, 새만금 화학단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하게 되는 거죠.”
기술력과 양산 시설.
이미 새만금 화학단지는 두 가지 필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양산을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했고, 규제가 완화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다.
사회적 합의는 결국 민심에 따라 결정된다.
일본에서 한국 경제를 노리고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다면, 민심은 규제 완화로 움직이기 마련이었다.
“10년 넘게 핵심 소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 성과가 드디어 빛을 발하겠습니다!”
“투자한 금액을 단번에 회수할 정도의 수익성은 나오지 않겠지만,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죠.”
일본이 보유한 핵심 소재 카드.
이 카드를 무력화하기 위해 10년이 넘게 준비를 해 오고 있었다.
너무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여러 임원의 반대가 있었지만, 회장 권한으로 꿋꿋이 밀어붙였다.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죠.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지 정확히는 모르니까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본 무역 분쟁보다 미·중 무역 전쟁이 더 중요하죠.”
“치열한 공방을 거의 매일 주고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중국은 기업이 손해를 보고 있고, 미국은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양상입니다.”
미국 기업이야 좋은 일이었다.
값싼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하던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셈이니까.
하지만 미국 소비자의 경우엔 저렴했던 제품을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불상사가 생겨 버렸다.
“미국 소비자까지 우리가 신경 쓸 건 없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융타워가 중국 금융 시장에 깊숙이 진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매도 규모를 2배 이상 늘렸고, 올해 연말까지 5배 이상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하나의 카드를 소진한 셈이군요.”
중국이 꺼낸 카드는 미국 채권이었고.
미국이 꺼낸 카드는 청나라 채권이었다.
우린 마치 딜러가 된 듯 양국에서 꺼낸 카드를 무효화시켰다.
“양국 모두 카드를 소진했고, 지금 상황을 놓고 보면 미국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중국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결코 만만한 국가가 아니죠.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을 겁니다.”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 수출 금지를 통해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자원은 여러 가지였다.
특히나 첨단 제품의 핵심 자원인 희토류의 경우 중국이 압도적인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휴대폰, PC,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제품 생산을 위해선 안정적으로 희토류가 공급되어야 했고, 특히나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에게 중요한 자원이었다.
“희토류를 전략무기로 사용하겠다는 전략이군요.”
“미국의 IT 산업을 겨냥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애플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합니다.”
“휴대폰 생산을 위해선 희토류가 필수적이긴 하죠.”
“만약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면, 태우그룹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태우반도체, 태우전자, 태우자동차 등 다양한 계열사가 많은 양의 희토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무슨 조치를 취하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태우그룹은 물론이고 내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을 비롯한 여러 IT 회사가 피해를 입는다면, 나도 움직임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태우상사도 희토류 채굴을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지 않나요?”
“브라질과 베트남 등지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유의미한 생산량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나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베트남에서 제대로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이죠?”
“환경 규제 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베트남 정부와 계속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태우상사는 엄청난 양의 광산 개발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철강석, 리튬, 희토류 등. 태우그룹에 필요한 자원을 미리미리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지금 생산되는 양이 너무 적나 보군요.”
“태우그룹만 써도 부족한 양입니다. 개발을 끝낸 동파오 광산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도 희토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광산 개발은 끝내 놓았나 보군요.”
“데이비드의 로비 실력 덕분에 광산 개발까지는 어떻게 끝내 놓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광산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투자금 회수가 어렵습니다.”
동파오 광산.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하는 광산이었다.
그곳의 개발권을 태우상사가 획득하긴 했지만, 규제 때문에 제대로 생산을 못 하는 실정이었다.
“데이비드만으로는 규제 완화가 어렵나 보군요.”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러시아까지 데이비드의 손길이 닿지만,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에는 크게 영향력을 펼칠 수가 없습니다.”
로비는 결국 돈과 시간이 필요했다.
데이비드가 오랜 시간 베트남에 거주하며 엄청난 로비 자금을 뿌렸다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다.
하지만 워낙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에 베트남에서 거주할 수는 없었다.
“베트남에 한해서 데이비드보다 더 뛰어난 로비스트가 한 명 있긴 해요.”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까?”
“베트남 고위층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전 세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국인 한 분이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죠.”
“그런 분이 있습니까?”
“할아버지가 베트남에 계시지 않습니까.”
태우그룹 명예 회장.
한국에서는 재계의 큰 어르신 소리를 듣는 분이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분이 할아버지셨다.
게다가 몇 년 동안 베트남에서 살고 있기까지 하니 이번 일을 처리하기에 할아버지보다 적합한 인물은 없었다.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야겠어요.”
“명예 회장님이 움직인다면, 베트남 정부를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정 확인 좀 해 주세요. 최대한 빨리 베트남을 다녀와야겠어요.”
***
이틀 후.
나는 할아버지가 계시는 베트남에 도착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온다는 소식에 하노이 공항까지 직접 마중을 나와주셨다.
“김 회장 왔는가? 얼굴도 못 알아보겠어.”
“할아버지가 베트남에만 계시니 얼굴 볼 틈이 없지 않습니까. 할아버지가 너무 그리워서 손자가 베트남까지 날아왔습니다!”
투정 부리며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할아버지 앞에서는 가능했다.
유일한 혈육이니까. 약한 모습을 보여도 품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좋은 소식이라도 들고 왔느냐? 전에도 말했지만, 손주가 생기면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마.”
“손주가 생겼으면 제가 베트남까지 왔겠습니까? 할아버지보고 당장 들어오라고 전화했겠지요.”
“다른 용무가 있다는 건데. 또 할애비를 부려 먹을 작정이냐?”
할아버지의 감은 죽지 않으셨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예리해졌다고 해야 할까?
태우그룹을 처음 만들 때처럼, 베트남에서 개척 사업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젊어지신 할아버지였다.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태우그룹의 생존과 직결된 일이기도 합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밑밥을 까느냐? 내가 몸은 베트남에 있어도 태우그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비서실장을 통해 다 전해 듣고 있어. 지금의 태우그룹을 위협할 세력이 어디에 있다고 약한 척을 하느냐.”
나는 능글맞게 할아버지와 팔짱을 꼈다.
그러고는 앓는 소리를 내며 희토류 광산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에서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정말 중국에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 태우그룹의 많은 계열사가 멈춰 버립니다. 그래서 동파오 광산 규제를 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요.”
“베트남 고위층을 대신 구워삶아 달라는 말이구나.”
“가능하시겠어요? 어렵다면 미국 최고의 로비스트를 붙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로비 자금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할아버지가 피식 웃으셨다.
그러고는 나를 밀어내며 가슴을 두들겼다.
“내가 베트남에서 놀고먹기만 한 줄 알았느냐? 뭐 놀고먹긴 했다만, 중요한 건 누구와 같이 놀고먹었느냐는 것이지.”
“동파오 광산 규제를 풀 수 있으시다는 말씀이시죠?”
“나만 믿거라. 한국에 언제 돌아간다고 했지?”
“오랜만에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려고 이틀을 비워 두었습니다.”
“잘 되었구나.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동파오 광산 문제를 해결해 보마.”
희토류 최대 매장 지역, 동파오 광산.
할아버지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중국의 희토류 카드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