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98)
독식하는 재벌 3세-498화(498/518)
498. 훼방꾼 (3)
다음 날.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허름한 식당을 찾았다.
쌀국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포장마차처럼 생긴 식당이었다.
“저기 육수 끓이는 냄비가 보이느냐?”
“돼지국밥을 끓이는 가마솥처럼 생겼습니다.”
“냄비 옆에 시멘트를 두른 것처럼 보이지만, 저게 다 육수가 끓어 넘쳐 생긴 기름이 뭉쳐서 저렇게 된 거지.”
“이 가게의 전통이 담겨 있는 부분이군요.”
육수 기름이 넘쳐 굳은 부분만 30센티미터가 넘어 보였다.
그만큼 육수에 한해서는 자신 있는 집이라는 뜻이었고, 전통도 깊은 곳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내가 자주 오는 쌀국숫집이지. 그리고 이 식당을 소개시켜 준 사람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한국에서는 자장면을 매일 드시더니 베트남에 와서는 쌀국수만 드시는 겁니까?”
“먹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큼 아까운 것이 없지.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자 푸근한 인상의 사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간소한 옷차림 때문인지 몰라도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르신의 모습이었다.
[내가 너무 늦었나? 자네에게 손자 녀석을 처음 소개시켜 주는 자리이다 보니 꾸미고 온다고 조금 늦었네.] [전혀 늦지 않았습니다. 저도 막 도착했습니다. 허허허.]할아버지는 능숙하게 베트남어로 대화를 했다.
나도 나름 여러 언어를 사용한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베트남어까지는 하지 못하였다.
그 대신 오늘을 위해 천민정 센터장이 만든 실시간 통역 시스템을 사용했고, 어떤 식으로 대화가 흘러가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태우그룹을 맡고 있는 김민재입니다.”
“반가워. 나는 ‘쑤엉 푹’일세. 자네 할아버지와는 형 동생 하는 사이니. 편하게 푹 삼촌이라고 불러도 되네. 허허허.”
영어로 인사를 건네오는 쑤엉 푹이었다.
하지만 그의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는 순간, 결코 푸근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현재 베트남 정부의 차기 지도자 후보 중 한 명이 쑤엉 푹이었고.
지금은 수상직을 맡고 있는 최고위층 중에서도 고위층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베트남 공산당에서도 친미 성향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푹 수상님을 뵙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소개해 준다는 분이 푹 수상님이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삼촌이라고 부르라니까. 허허. 괜히 그렇게 나오면 나도 자세를 바로 앉아야 하지 않나.”
“그럼, 편하게 삼촌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괜히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할아버지와 친분도 깊어 보이니 나는 능청스럽게 그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분위기를 좋게 이어 나갔다.
“그렇게나 자랑하는 손자 얼굴을 이제야 구경합니다. 확실히 자랑할 만하긴 하네요.”
“나도 왕년에는 이름 꽤나 날렸지만, 손자만큼은 아니었지. 이 할애비를 아주 초라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손자 녀석일세.”
“우선은 밥부터 먹고 손자 자랑을 마저 듣지요.”
쌀국수 3그릇이 준비되었다.
할아버지와 푹 수상은 그릇에 얼굴을 박고 쌀국수를 비워 나갔다.
나도 워낙 면 요리를 좋아하기에 속도를 맞춰 쌀국수를 흡입했다.
“이런 육수는 처음입니다. 육향이 진한 게 아주 제대로입니다!”
“자네도 육수를 먹을 줄 아는구먼. 자네 할애비와도 육수를 통해 친해졌지. 육수의 맛을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네.”
“다음에 한국으로 가면 아주 제대로 육수를 끓이는 국밥집을 소개해 주겠네. 여기서 먹는 육수와 비견될 정도로 제대로 맛을 내는 곳을 알고 있어.”
육수 이야기만으로 30분을 이어 갔다.
그러고 나서야 푹 수상이 본론을 먼저 꺼내들 었다.
“요즘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그룹 회장을 그냥 데리고 온 건 아닐 테고, 따로 할 말이 있는 겁니까?”
“베트남과 태우그룹의 동반 성장 계획을 손자 녀석이 가지고 왔네. 네가 이야기하거라.”
“태우그룹은 5년 전부터 베트남 광물 개발에 큰 투자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동파오 희토류 광산입니다. 중국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희토류 수입 다각화를 위해선 반드시 동파오 광산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곧장 희토류 광산 이야기부터 꺼내 들었다.
그러자 푹 수상은 자세를 고쳐 앉았고, 옆집 할아버지에서 정치인으로 변하였다.
“동파오 광산에 희토류가 많이 매장되어 있긴 하지. 하지만 중국 희토류 광산에 비하면 수익성이 좋지 않아 개발에 큰 문제가 있다네.”
“중국의 인건비도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 채굴 기술을 사용하면, 충분히 중국 희토류를 상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태우그룹에서 희토류 채굴부터 판매까지 책임지겠습니다.”
IT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
이전에는 중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렸던 베트남 희토류였다.
하지만 희토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충분히 경제성이 생겼다.
“태우그룹에서 책임을 진다니 그건 문제가 없겠군. 하지만 규제 때문에 대량 채굴이 어렵지 않겠는가?”
“그렇습니다. 규제 완화 조치가 필수입니다. 이미 광산 개발부터 인프라 개발까지 모두 끝내 놓았습니다. 규제 완화만 해 주신다면, 오늘부터라도 대규모 채굴이 가능해집니다.”
태우상사는 매년 수조 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었고.
광산 개발이 차지하는 적자 규모가 절반이 넘었다.
그런데 규제 때문에 제대로 생산을 하지 못하니 얼마나 억울한 상황이겠는가?
“결국은 민심 아니겠는가? 베트남이 아무리 공산당이 집권하는 국가라고는 하지만,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정책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네.”
“민심을 살 수 있는 정책 몇 가지를 들고 왔습니다. 중국에서 철수한 여러 생산 공장을 베트남으로 대규모 이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대규모 FDI(외국인 직접 투자)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새로운 생산 기지 역할을 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값싼 인건비, 외국 기업 우대 정책 그리고 괜찮은 수출입 인프라를 갖춘 나라였다.
30년 사이 35배가 넘게 경제 규모가 성장한 나라가 베트남이었고, 외국 기업의 투자 덕분에 이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FDI 규모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것 같네.”
“이미 태우그룹은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베트남에 많은 계열사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지으려고 합니다. 5년 동안 최소 3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FDI를 약속드리겠습니다.”
베트남이 작년에 유치한 FDI 규모가 300억 달러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태우그룹 혼자서 작년 FDI 규모만큼의 투자를 약속한다고 하니 푹 수상이 함박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나 많은 투자를 한다는 말인가? 공장을 증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겠나?”
“단순히 제조업만이 진출한다면 불가능한 금액이겠지만, 금융업까지 진출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금액입니다. 오히려 300억 달러보다 더 많은 규모의 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인맥과 더불어 물량 공세.
이보다 완벽한 조합은 없었고, 단번에 푹 수상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가 책임지고 동파오 광산 규제를 완화하겠네. 이번 달 내로 대규모 채굴이 가능하도록 해 주겠네.”
“그리고 다른 희토류 광산 규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동파오 광산 말고도 태우그룹은 베트남 전역에 많은 희토류 광산을 개발해 놓은 상황입니다.”
“그 또한 약속하지. 그 대신 태우그룹도 약속을 지켜야 할 걸세.”
“태우그룹도 이번 달 내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이르면 당장 다음 주부터 좋은 소식을 들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다시금 흐뭇한 미소를 짓는 푹 수상.
게다가 할아버지도 옆에서 지원 사격을 해 주셨다.
“손자 녀석이 설마 약속을 어기겠는가? 할애비가 베트남에 있는데 어련히 알아서 잘하지 않겠나?”
“허허, 하긴 그렇겠습니다.”
“그리고 태우그룹만큼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한 회사가 어디 있는가? 이미 태우그룹은 베트남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네.”
“알겠습니다. 제 자리를 걸고 희토류를 대량으로 채굴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규제 완화에 필요한 자금은 제가 따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어허! 찬물도 위아래가 있지. 정치자금 문제는 너는 신경 쓰지 말거라. 이 할애비가 알아서 잘 지원할 테니.”
태우그룹의 회장은 나였지만.
베트남에서만큼은 태우그룹의 회장은 할아버지나 다름없었다.
최종 결정권은 내가 쥐고 있었지만, 할아버지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승인을 해 주었기도 했다.
“손자 자랑은 다음에 들어야겠습니다. 희토류 광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면, 오늘 당장 움직여야겠습니다.”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지? 선거 자금도 내가 책임지겠네.”
“동파오 광산뿐만 아니라 모든 희토류 광산 규제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겠습니다.”
푹 수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쌀국수를 먹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성격이 참 급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진 능력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았고, 특히나 정치력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기에 믿음이 갔다.
“할아버지 덕분에 규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300억 달러나 처바르는데 당연히 쉽게 해결을 해야지. 그런데 괜찮겠느냐? 희토류 광산이 중요한 건 나도 잘 알고 있다만, 그렇다고 해서 300억 달러나 투자할 정도의 가치는 없어 보이는구나.”
300억 달러를 그냥 주는 건 아니었다.
투자 명목으로 300억 달러를 유치하겠다는 뜻이었다.
중국에 이어 새로운 생산 기지 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금융 사업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투자금 회수가 아니라 2배 장사도 충분히 가능했다.
“생산 기지 확보 과정에서 적자를 본다고 하더라도 금융업까지 진출하면, 최소한 손해를 보진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태우증권 베트남 지부가 꽤 성장하긴 했더구나. 게다가 AIZ 보험 사업이 베트남을 꽉 잡고 있으니 나쁘지는 않은 결정이구나.”
“그리고 광산 개발과 공장 증축을 핑계 삼아 태우건설까지 베트남에 진출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장점들만 봐도 300억 달러의 값어치는 충분합니다.”
이왕 투자를 할 거면 화끈하게 하는 편이 좋았다.
그래야지 민심을 살 수 있었고, 주도권을 우리가 쥘 수도 있으니까.
“나머지 문제는 내가 다 알아서 하마. 베트남에 있는 희토류 광산은 물론이고 다른 광물 광산도 대규모 채굴이 가능토록 만들어 놓으마.”
“할아버지가 베트남에 있으셔서 아주 든든합니다.”
“그리고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에 위치한 다른 국가의 고위층과도 친분을 쌓아 두었으니 동남아 광산 개발 문제도 내가 해결하마.”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내 인지도가 더 높겠지만.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는 할아버지의 인지도가 나보다 더 높다고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동남아에서 거주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덕분에 희토류 채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고.
희토류 대량 생산만 가능해진다면, 중국을 억제할 수 있는 한 가지 카드를 확보하는 셈이었다.
“할아버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2~3년만 지나면 태우그룹은 세계 최고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항상 너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지. 네가 어디까지 태우그룹을 올리는지 여기서 지켜보고 있으마.”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회귀 전에는 애증의 관계였다지만 이번 생에는 증오라는 감정은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