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
독식하는 재벌 3세-5화(5/518)
5화. 걸프전(1)
레버리지 투자.
어설프게 손대는 순간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직행하는 투자 방법이었다.
남의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는 방식이니 당연히 손해를 보는 순간 빚더미에 앉게 된다.
“도련님, 위험한 건 둘째치고 현재 한국에서 선물 거래를 하기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그럼 미국으로 가시면 되겠네요. 황정훈 팀장은 이번 달 내로 사직서 내시고, 미국으로 가서 법인을 만드세요.”
“사, 사표를 쓰라는 말씀이십니까?”
일반 직장인에게 가장 무서운 일은 퇴직이다.
그런데 전담팀에게는 그다지 무서운 일은 아닐 건데.
그냥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다음 일자리가 보장되어 있다.
게다가 막대한 보너스까지 쥐어 줬는데 뭐가 무섭다고 저리 벌벌 떠는 건지.
“뭐가 그렇게 걱정이세요. 만약 저랑 하다 잘 안 되면 태우증권에 재입사할 수 있도록 해 줄게요. 제가 누군지 모르세요? 제 할아버지가 누구죠?”
“김태중 회장님의 손자 되십니다.”
“재입사 정도는 일도 아니에요. 승진까지 더해서 재입사시켜 드릴 테니까, 걱정 말고 내일 바로 사직서 던지세요.”
“도, 도련님만 믿겠습니다.”
“저를 믿지 말고 돈을 믿으세요. 이번에 보너스로 3억을 받았지만, 다음 투자는 잘 되면 단위가 달라질 거예요.”
돈의 힘은 위대하다.
방금까지 사직서를 내기 두려워하던 한정훈의 손 떨림이 멈추었다.
“내일 바로 사직서를 제출하겠습니다.”
“그런데 영어는 어느 정도 할 줄 아시죠?”
“태우그룹 입사 시험에서 영어 만점을 받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세계화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시다.
당연히 태우그룹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학 능력이 중요했고, 특히나 엘리트 집단인 태우증권의 직원들은 영어에 능통했다.
“돈 아끼지 말고 좋은 변호사 고용해서 완벽한 투자회사를 만드세요.”
“도련님의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하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서 만드세요.”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회사의 주인이 누군지 쉽게 알아낼 수 없도록 복잡한 구조로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걸프전이 터지기까지 4개월 남았다.
내가 직접 챙기고 싶지만, 대학 입시 준비를 하기도 부족하니 가장 믿을 수 있는 한 팀장을 미국으로 보내는 수밖에.
“회사를 설립하고는 연습 삼아 선물 거래를 시작해 보세요. 8월까지 손을 제대로 풀어 두셔야 해요.”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투자를 진행하겠습니다.”
“나머지 팀원은 한국에 남아서 한정훈 팀장을 보조해 주세요.”
마음 같아서는 다 같이 미국으로 보내고 싶다.
하지만 투자회사를 설립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태우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과 정보망이 필요하기에 나머지 팀원은 한국에 남아 있어야 했다.
뭐 그것도 잠시긴 하다.
걸프전 투자만 잘 진행된다면, 미국 투자회사 자체적으로 태우증권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큰 규모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 * *
이란과 이라크 전쟁은 중동 건설 붐에 제동을 걸었다.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할아버지는 다시 중동지역 건설을 위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고, 나는 할아버지의 옆에 바싹 붙어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떠냐? 사우디 왕가의 힘이 느껴지느냐? 좁은 한국 땅에만 있으면 절대 이런 진풍경을 볼 수 없단다.”
“과할 정도로 화려해요. 석유가 검은 황금이라고 하더니 정말 돈이 넘쳐 나나 봐요.”
“허허, 검은 황금을 다 알고 우리 강아지 공부 열심히 했구나.”
연회장은 정말 화려함의 극치였다.
사우디 왕실에서 열리는 연회도 아니고 왕자의 궁전에서 진행되는 연회임에도 사우디 왕조의 재력을 알 수 있는 화려함이었다.
이런 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할아버지는 80년대부터 사우디 건설 사업에 열심히 뛰어다니셨기에 이런 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주어졌다.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 인사 좀 하고 오마.”
“다녀오세요. 얌전히 구경하고 있을게요.”
할아버지는 잠시 내 옆을 떠나 악수를 하러 돌아다니셨다.
그중에는 사우디 국왕의 형제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할아버지의 인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면 뭐 하나?
외환위기가 왔을 땐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는데.
할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열심히 고개를 돌려 신상정보를 확인했다.
내가 굳이 사우디까지 온 건 대어를 낚기 위함이다.
열심히 고개를 돌린 덕에 엄청난 사이즈의 대어가 포착되었다.
아직 학교도 입학하지 않았을 법한 나이의 꼬마 아이에게 다가가 자연스레 영어로 대화를 걸었다.
“안녕, 나는 한국에서 온 김민재라고 해.”
“어! 안녕 나는 무함마드야.”
무함마드 빈 살만.
20년만 지나면 왕세자가 될 사람이다.
미쓰터 에브리씽이라고 불릴 남자.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남자가 될 사람이 무함마드였다.
지금은 그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의 작은 꼬마였지만.
“우리 같이 놀까?”
“진짜? 뭐 하고 놀 거야?”
“내가 장난감을 가지고 왔어. 같이 놀자.”
나는 오늘을 위해 한국에서 여러 가지 장난감을 공수해 왔다.
항상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5살짜리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장난감들을.
요요부터 해서 로봇까지.
무함마드의 마음을 사로잡기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와! 완전 신기해!”
“내가 다른 것도 보여 줄게.”
나는 빵빵한 주머니에서 계속해서 장난감을 꺼냈고.
그 모습을 할아버지와 무함마드의 아버지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무함마드가 너와 아주 잘 노는구나.”
무함마드의 아버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무함마드 아버지의 이름은 살만.
오늘의 진정한 목표물이 바로 살만이었다.
빈 살만이 왕세자가 되려면 20년은 더 걸리지만, 그의 아버지인 살만이 왕세자에 오르는 건 몇 년 남지 않았다.
현 왕세자가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니까.
그 덕에 살만은 이른 시기에 왕세자 자리에 오르게 되고 국왕까지 오르게 된다.
이런 살만과 인맥을 쌓아 두면 외환위기 때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나?
“무함마드가 정말 똑똑해요. 같이 놀면 너무 재밌어요.”
“아주 착한 아이구나. 오늘 무함마드를 잘 부탁하마.”
차기 왕세자가 될 사람과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단순히 눈도장만 찍는 거로는 부족하지.
그를 확실한 내 인맥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한 가지 방법을 더 구상해 두었다.
“그런데 저 사람 좀 이상해요. 아까 무함마드랑 잠시 연회장 밖으로 나갔었는데 저 사람이 보석 같은 걸 청소기에 넣고 옮겼어요.”
“무슨 말이니? 자세히 얘기해 보겠니?”
그 유명한 사우디 왕실 보석 도난 사건.
태국인 청소부가 진공청소기 주머니에 100kg에 달하는 왕실의 보석을 훔쳐 태국으로 도망간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사우디는 태국과 30년 동안이나 관계가 틀어진다.
그 정도 사건을 내가 해결해 준다면, 사우디 왕실과의 끈끈한 인연을 맺을 수 있겠지.
내가 사우디행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 있었다.
보석 도난 사건을 해결해 사우디 왕가에게 빚을 지운다.
“제가 봤어요. 저 청소부가 보석을 훔쳤어요.”
“정말이니? 죄 없는 사람을 의심하는 건 아주 큰 일이란다.”
내가 괜히 큰소리를 치겠나?
신상정보에 다 적혀 있으니 큰소리를 치는 거지.
【신상명세서】
이름 : 끄리앙끄라이 떼차몽
소속 : 궁전 청소부
특이사항 : 왕실의 보석을 훔침, 아직 처분하지 못함.
나는 다시금 신상정보를 확인했고.
보다 큰 목소리로 살만에게 다부지게 말했다.
“저 사람이 확실해요. 지금 바로 청소기 주머니를 확인해 보세요.”
“음…… 알겠다. 확인 후에 얘기하자꾸나. 그런데 만약 괜한 사람을 의심한 거라면 각오하거라.”
살만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그는 나를 노려보고는 손을 움직여 경호원을 불렀고, 그들은 청소부를 붙잡고는 청소기를 분해했다.
우르르르.
청소기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보석.
아주 대담하기 짝이 없다. 아니지, 대담해서 아직 걸리지 않은 걸 수도.
보석을 확인한 살만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더니, 잠시 소란이 일었다.
* * *
잠시 후 살만은 내게 다시 다가왔다.
궁전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에 분노한 그였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맙구나. 하마터면 왕실의 보석이 분실될 뻔했어.”
“무함마드의 친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무함마드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구나. 네가 어려울 때면 사우디 왕실이 언제든지 도와줄 것을 약속하마.”
대어를 낚았다!
사우디 왕실이라는 방패 하나를 손쉽게 얻었다.
* * *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할아버지는 비행 내내 웃음꽃을 피우셨다.
“우리 강아지 어쩜 이렇게 예쁜지 모르겠어. 우리 강아지 덕분에 기존 협상한 것보다 2배 많은 건설 수주를 따냈단다.”
“저는 그냥 무함마드랑 열심히 놀았을 뿐이에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태우건설이 현재건설을 넘어 도급 1위 자리에 오를 수도 있게 되었어. 허허, 이게 다 우리 강아지 덕분 아니겠느냐?”
항상 1위에 목마른 할아버지셨다.
어떻게 보면 열등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다른 재벌가와 달리 할아버지는 회사원으로 시작해 태우그룹을 이만큼 키웠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은 할아버지는 더 과감한 투자로 태우그룹을 키워 나갔고, 외환위기 당시에 태우그룹은 재계 2위까지 올랐다.
그러며 뭐 하나.
외환위기가 오면 갈기갈기 찢어져 형체도 남지 않게 될 그룹인데.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지금 할아버지는 세계화에 중독된 상태였다.
중독된 사람에게 말이 통할 리가 없다.
아무리 뜯어말린다고 해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시다.
그리고 재계 서열 3위의 그룹을 만든 사람에게 누가 섣불리 조언을 하겠어.
그러니 내가 안팎으로 돕는 수밖에.
그러기 위해선 우선 학업부터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나이는 먹고 싶다고 해서 더 먹을 수 없지만, 대학 졸업장은 노력 여하에 따라 더 빨리 취득할 수 있으니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말 시키지 마세요. 공부해야 돼요.”
“그래, 우리 강아지. 열심히 공부하거라.”
나는 SAT 책을 꺼냈다.
지난 생에 나는 한국대학교에 입학하긴 했지만, 유학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 덕에 나는 지난 생에서도 SAT 공부를 했었고, 시험 공부의 기본은 기출 문제 풀이었다.
한마디로 나는 내년에 치를 SAT를 풀어 봤다는 말이다.
물론 그 문제를 전부 기억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최대한 공부를 해서 흐릿한 기억을 선명하게 만들어야 했다.
* * *
8월이 시작되었다.
지난 4개월 동안 나는 정말 잠시도 쉬지 않고 공부를 했다.
밥을 먹을 때도 책을 봤고, 화장실은 물론이고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보다 잠들었다.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운지 할아버지는 걱정을 하셨지만, 사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지난 생에 한국 최고의 대학인 한국대에 합격할 정도로 머리가 꽤 좋은 편이었고, 한국 최고의 선생이 몇 시간이고 강의를 해 주니 나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손에서 책을 놓았다.
걸프전이 시작하기 하루 전이니까.
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국제 전화를 걸었고, 곧이어 한정훈 팀장이 긴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원유 급등에 베팅은 다 하셨죠?”
“도련님의 말씀대로 레버리지를 최대한 이용해 원유 급등에 베팅했습니다. 벌써 10분 사이에 3억 원이 날아갔습니다.”
“오늘은 휴가라 생각하고 그냥 쉬세요.”
“무려 2억 달러를 베팅했습니다! 한화로 1,400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2억 달러가 1,400억밖에 안 해요? 와, 환율 좋다. 그리고 뭐가 걱정이에요. 지금까지 잘해 왔으면서.”
90년 말의 환율은 고작 716원.
달러가 저렴할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여야 한다.
일본의 니케이 지수는 5개월 사이 무려 30퍼센트나 하락했고, 그 덕에 나는 1,400억 원이 넘는 자본금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연습 게임 수준에 불과하다. 본 게임은 걸프전이다.
“도련님, 무려 2억 달러입니다!”
“다 잃어도 상관없어요. 또 벌면 되죠.”
“……알겠습니다. 우선 지켜보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