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0)
독식하는 재벌 3세-50화(50/518)
50화. 거짓 정보 (1)
우성일 부사장은 자신의 인맥 관리에 스스로가 감탄을 했다.
불과 하루 만에 이노폰에 관련된 극비 자료를 구해 내다니.
이 좋은 소식을 빠르게 전하기 위해 그는 자료를 들고 사장실을 찾아갔다.
“사장님, 이노폰의 문제점을 포함한 모든 자료를 확보하였습니다.”
“역시 부사장은 사람이 빠릿빠릿해서 좋아. 태우전자 직원들이 부사장을 보고 배워야 할 건데.”
박진훈 사장은 칭찬의 말을 던져 주며 박스 안의 내용물을 훑어보았다.
기본 스펙부터 적용된 기술 그리고 개발 단계에서 드러난 이노폰의 문제점까지.
“어떠십니까? 쓸모가 있겠습니까?”
“아주 쓸모가 많은 자료들이군. 이것들을 어디에다 뿌려야 효과가 좋을까? 경쟁사에 뿌려야 하나 아님 언론사에 뿌려야 하나 고민이군.”
“경쟁사에 뿌리면 장기적으로 좋긴 하겠지만, 단기 파급력은 언론사가 낫지 않겠습니까?”
“장기 플랜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지. 그럼 지금 바로 언론사에 자료를 풀어.”
“친한 기자들을 동원하겠습니다.”
“기자님을 만나러 가는데 빈손으로 가면 쓰나. 같이 밥도 먹고 용돈도 드리고 해야지. 이거 받게나.”
박진훈 사장은 사장실 구석에 위치한 금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여러 개의 봉투가 들어 있었고, 그중 가장 두툼한 봉투를 꺼내 부사장에게 내밀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요긴하게 사용하겠습니다.”
“이노폰 문제점을 알려 준다고 하면 기자들이 옳다구나 하고 달려들 테니 그렇게 많이는 필요하지 않을 게야. 남는 건 자네가 알아서 사용하게나.”
“이번 일을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부사장은 봉투를 품에 쥐고는 기자를 만나러 향했다.
그는 기자를 만나기로 한 한정식집에 먼저 들어가 조심스레 봉투 안의 금액을 확인했다.
10만 원짜리 수표 100장.
그렇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금액이었다.
부사장은 봉투에 들어 있던 수표 절반을 자신의 주머니로 옮겨 담았다.
그에게 500만 원은 그리 큰돈이 아니었다.
임원진답게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꽁돈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부사장이기도 했다.
“부사장님이 저를 다 찾아주시고. 이게 얼마 만입니까?”
“박 기자! 오랜만이야. 안 본 사이에 관록이 더 쌓였어. 처음 봤을 때는 신출내기 기자였는데.”
“지금은 어깨깨나 펴고 다닙니다. 그래도 부사장님만큼은 아니긴 하죠. 저와 처음 봤을 때가 차장이었나요? 부장이었나요?”
“아마 부장이었을 거야. 박 기자 때문에 내가 고생 많이 했었지.”
10년이 넘는 인연을 쌓아 온 둘이었다.
인연보다는 악연에 더 가까웠지만, 그 시간 동안 서로 공생하는 방법을 깨달은 그들이었다.
“공사가 다망하신 우리 부사장님이 그냥 저를 만나자고 하실 리는 없고, 뭐 좋은 소스라도 있으십니까?”
“당연히 있고말고. 그런데 입이 아주 무거운 기자가 필요한 일이라서 말이야.”
“언론사에서 저보다 입이 무거운 기자는 없습니다. 수영장에 가도 입부터 가라앉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너스레를 떠는 박 기자였고.
부사장은 은근슬쩍 이노폰의 문제점이 적힌 자료를 그에게 내밀었다.
“웬만해서는 그냥 넘어가고 싶었는데. 이대로 이노폰을 출시하면 고객을 기망하는 것 같아 양심이 찔리더군.”
“우리 부사장님 하면 또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을 지닌 몇 안 되는 경영인이시죠.”
말로는 아부를 하는 박 기자였지만.
기자 생활의 짬밥을 허투루 먹지 않은 만큼 대강의 상황을 빠르게 유추해 냈다.
부사장이 내부 고발 같은 돈 안 되는 일을 할 리는 없고.
설마 태우그룹의 황태자를 견제하기 위해 공사를 하는 건가?
하긴 황태자가 왕위에 오르면, 부사장 자리를 지키기 어렵겠지.
“내 정체가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되네.”
“당연하지요. 기자는 절대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습니다. 그런 짓을 하면 바로 기자 생활 접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좋은 기사가 나오겠나?”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1면에 나오고도 남는 내용이죠. 배터리 용량이 100시간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20시간도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과감한 디자인만큼 불량 요소도 상당히 많다네.”
“그럼 박람회에서 스티브가 한 말의 대부분이 거짓말이라는 거군요. 이거 한국에서 기사가 나오면 미국과 유럽까지 아주 난리가 나겠습니다. 그런데 태우전자 주가에도 영향이 갈 정도의 사안인데 괜찮겠습니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네.”
벌써 오리발을 내미는 부사장이었다.
자료가 언론사로 넘어가 기사로 나오는 순간 어떤 파장이 생길지 잘 알고 있기에 무조건 잡아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빠르면 내일 1면. 늦어도 모레 1면을 장식하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태우그룹에서 방해를 하면 저도 도리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언론사는 광고로 먹고사는 곳이니까요.”
“그룹 차원에서 나서는 것까지야 나도 어쩔 수가 없지. 그것 나름대로 자네에게는 좋은 일 아닌가? 기사를 막으려면 입막음 비용이 떨어지니까. 그리고 나도 따로 준비한 것도 있고 말이야.”
부사장은 500만 원이 든 봉투를 박 기자의 주머니에 자연스레 넣었다.
박 기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봉투 안에 든 내용물의 촉감을 느꼈다.
아주 빳빳한 것이 지폐는 아니고 수표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제가 무조건 진행해 보겠습니다. 태우그룹이 입막음을 하려고 들면 알아서 밀당도 잘해 보겠습니다.”
“박 기자는 말이 잘 통해서 좋다니까.”
“그러면 자주자주 얼굴 좀 보고 그럽시다. 부사장님과 제가 또 궁합이 좋지 않습니까.”
“조만간 좋은 술자리를 마련해 보겠네.”
부사장과 박 기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 * *
강 대위가 오늘도 한 건을 하고 돌아왔다.
박진훈 사장과 우성일 부사장의 경우 24시간 여러 명의 인원이 감시를 하고 있었고.
강 대위가 영입한 인재들은 그곳이 아무리 프라이빗한 공간이라도 증거를 확보할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대표님, 우성일 부사장이 이노폰 자료를 기자에게 넘기는 장면을 촬영했고, 음성 녹음까지 확보했습니다.”
“계열사 부사장까지 올라간 사람이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일 줄은 몰랐네요. 최소한 대리인을 세워 기자를 만날 줄 알았더니. 무슨 배짱으로 직접 기자를 만나나 모르겠네요.”
“정보를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유출 확률이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제가 군에 있을 때도 종종 있긴 했습니다.”
하긴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을 남에게 맡기긴 어려웠겠지.
그럼 철두철미하게 움직이든가. 은밀한 식당에서 만나면 안 들킬 거라고 생각했나?
“부사장의 목줄은 단단히 잡았네요.”
“지금 바로 움직이면, 기자가 기사를 쓰기 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그냥 두세요. 지금 불을 꺼 버리면 불장난에 불과해요. 불을 최대한 키워야 방화범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런 비방 기사가 나오면 오히려 광고가 되고 좋죠.”
제품의 문제점에 관련된 기사는 당연히 제품에 악영향을 준다.
하지만 기사로 나올 문제점들은 거짓 정보였고, 개발 단계에서 전부 개선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박진훈 사장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엔 조금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박진훈 사장이라면 우성일 부사장을 꼬리 자듯이 버릴 사람이긴 하죠. 그런데 우성일 부사장이 혼자 죽으려고 할까요?”
“발목을 잡고 같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말씀이십니까?”
“우성일 부사장 같은 사람은 매우 충성스러워 보이지만, 언제든지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에요. 조금만 긁어 주면 알아서 박진훈 사장의 발목을 잡아 줄 절대적인 증인이 되어 줄 겁니다.”
모든 죄를 자신이 덮어쓰고 싶은 사람은 없다.
적당한 보상을 제시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박진훈 사장이 제시하는 보상이 내가 주는 보상보다 클 수 있을까?
설마 그럴 리가.
나는 우성일 부사장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며, 큰 보상까지 안겨 줄 수 있는 동아줄이었다.
* * *
다음 날 새벽.
기획실장님이 신문 초판을 들고 저택을 찾아오셨다.
얼마나 급한 일인지 처음으로 정돈되지 않은 실장 아저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큰일 났습니다. 신문 1면에 이노폰의 문제점을 대서특필하였습니다. 기사를 중단하기 위해 기획실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쯧쯧. 광고비를 올려 줘야 할 판이구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잠옷을 입은 채 보고를 받는 할아버지셨고.
실장 아저씨에게서 초판을 받아 보시고는 혀를 차셨다.
“광고비 올려 줄 필요 없어요. 기획실에서도 이번 기사를 그냥 두세요.”
“도련님, 아니 소장님 이런 기사가 터지면 이노폰뿐만 아니라 태우그룹 전체가 타격을 받습니다.”
무조건 기사를 막으려고 하는 비서실장 아저씨였다.
신문 초판은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광고비와 술값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정치인과 대기업에게만 초판이 제공되었고, 불리한 내용을 빼기 위해서는 광고비와 술값을 쥐여 줘야만 했다.
군사 정권 시절에는 안기부의 검열을 위해 만들어진 초판이었지만.
지금은 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 내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었으니까.
“기사에 나온 이노폰의 문제점은 전부 허위 내용입니다. 우리를 비방하고자 하는 경쟁사나 혹은 개인이 허위 정보를 언론사에 풀어 버린 거죠.”
“명확한 증거 없이 언론사에서 이런 기사를 쓸 리가 없습니다.”
“당연히 증거 자료나 신뢰성 높은 제보자가 있으니 1면에 이런 기사를 썼겠죠. 그렇다고 해도 이 기사는 전부 허위 내용인 건 변하지 않습니다.”
“확신하실 수 있으십니까?”
“위기가 곧 기회 아니겠습니까? 제대로 된 반박만 할 수 있으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광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박 자료도 이미 만들어 두었습니다.”
나는 잠시 방으로 올라가 여러 장의 자료를 가지고 내려왔다.
그 자료들은 SAVE 투자회사에서 10억 대의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이 공을 들여 만든 반박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런 상황이 올 줄 알고 계셨습니까?”
“혹시 몰라 준비하고 있었는데 정말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느냐?”
할아버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어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네가 유도한 것은 아니고?”
“어떤 식으로 유도를 했듯 이런 짓은 저지르면 안 되는 겁니다.”
“당분간 시끄러워지겠구나. 제대로 대응을 하거라. 제품 출시도 전에 너무 시끄러우면 노이즈 마케팅으로 끝나지 않게 된다.”
“확실히 초장부터 바로잡겠습니다.”
제품 출시가 코앞인 상황이었다.
인천 공장에 쌓여 있던 재고는 열심히 미국과 유럽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고.
전국에 있는 태우전자 가전제품 매장에도 이노폰이 옮겨져 출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제대로 대응을 못 한다면.
이노폰은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으며 고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어 버린다.
“하나만 더 묻겠다. 정녕 이번 일을 꾸민 놈이 우리 식구더냐?”
“…….”
“우리 식구구나. 설마 박진훈 사장이냐?”
“보다 정확한 증거를 잡게 되면 보고드리겠습니다.”
“쯧쯧. 사장 자리에 만족해야지 뭐 그리 욕심을 부리는지. 에휴!”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고.
실장 아저씨는 조금은 편한 자세를 취하며 이야기를 이어 가셨다.
“정말 이런 짓을 저질러 버리는군요.”
“태우그룹보다 자신의 안위가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태우그룹의 수뇌부에 앉아 있으니 발전이 없었던 겁니다.”
“입에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대응 방안은 다 마련하셨습니까? 이런 일이라면 기획실과 비서실의 도움을 받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언론 대응은 기획실과 비서실에서 맡아 주세요. 저는 따로 이벤트 하나를 열어 보이려고 합니다.”
“이벤트라고 하시면?”
“조금 규모가 큰 이벤트가 될 겁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독일에서 동시에 이벤트를 실시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