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00)
독식하는 재벌 3세-500화(500/518)
500. 훼방꾼 (5)
달조차도 어둡게 떠 있는 밤.
나는 조용히 종로로 향했다.
종로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청와대를 가기 위함이었고.
청와대에서 나온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최재석 대통령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미안하군요.”
“아닙니다. 시간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렇게 최재석 대통령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허허, 안 본 사이 아부가 많이 느셨어요.”
“그런데 독주를 마시고 계셨습니까?”
최재석 대통령은 절제된 삶을 살아왔었다.
위스키 같은 독주는커녕 맥주 한 잔도 웬만해서는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책상 위에는 독주는 물론이고 재떨이 가득 꽁초까지 쌓여 있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 분명했다.
말투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나를 편하게 대한 그였지만, 지금은 당선 이전의 말투로 돌아가 있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참 힘든 자리군요. 이렇게 힘든 자리를 왜 그렇게 갈망했는지.”
“무슨 일 있으십니까?”
“중국에서는 한한령으로 우릴 괴롭히지, 어떻게 해결을 하려고 하니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무역 분쟁을 일으키는군요. 중간에 끼인 한국만 치이고 있는 실정이죠.”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은 중심을 잘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심을 잡을수록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게 됩니다.”
정확히는 태우그룹이 중심을 잡아 주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이 아무리 흔들어도, 태우그룹이 반도체와 금융 그리고 희토류와 같은 자원을 쥐고 있는 한 한국은 흔들리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도 문제지만, 이번엔 일본과도 분쟁이 발생하게 생겼어요.”
“혹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때문에 그러십니까?”
“배상 판결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어요. 그동안 일본 정부에서 몇 번이나 압박을 가해 왔는지 아세요? 허허, 배상 판결이 나면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고 협박까지 해 오는군요.”
언론은 물론이고 찌라시로도 돌지 않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청와대에서 정보를 신중히 관리해야만 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한국 국민 정서상 일본과 관련된 일이라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나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국민감정을 건드리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대법원에 압박을 가하실 생각입니까?”
“설마 제가 삼권분립을 거슬리는 짓을 하겠어요?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리든 수용할 생각입니다.”
“재선을 위해서라도 절대 그러시면 안 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재선이 중요하겠어요? 배상 판결이 나오는 순간, 일본은 어떤 식으로든 강력히 대응해 올 겁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강대국 3곳이 동시에 한국을 흔들까 걱정하는 최재석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만큼 한국은 약하지 않았고, 이미 많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일본 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을 하든 한국 경제에는 큰 무리가 없도록 태우그룹에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선 일본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보복 행위를 해 온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높아지게 됩니다.”
“일본 정부에서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부드럽게 손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강제로 손을 꺾어 잡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일본은 GDP 3위의 초강대국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조만간 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되어 있었다.
코로나 시대라는 변수, 그리고 유일한 백신과 치료제를 한국의 센트리언에서만 만들 수 있다는 점까지.
“일본의 손을 꺾을 수 있겠나요?”
“충분히 꺾을 수 있습니다. 오늘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걸 예상해 10년도 전부터 준비해 왔었습니다.”
“김 회장이 그렇게 말을 해 주니 안심이 되는군요.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최대한 돕도록 하지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직통으로 전화해 요구하셔도 됩니다.”
최재석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잘 대처를 해야 했다.
일본 정부의 보복 행위에 밀리는 순간, 재선은 물거품이 되는 셈이었으니까.
“한 가지 부탁을 지금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든지 말만 하세요. 제 권한이 닿는 선까지 도와드리지요.”
“일본 정부는 핵심 소재로 보복 행위를 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때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새만금 화학단지의 규제를 푸는 방안을 준비해 두어야만 합니다.”
“법안을 미리 만들어만 놓아 달라는 말이군요.”
“일본에서 무역 제재를 가하는 순간, 곧장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핵심 소재 개발은 거의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대량 생산은 힘들었고, 그때를 대비해 법안이라도 미리 만들어 두어야 신속히 대응을 할 수가 있었다.
“내일 당장 국민경제당 차원에서 새만금 화학단지 규제 완화 법안을 만들도록 지시하지요.”
“실례가 되겠지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임기 동안 대한민국의 GDP는 10위까지 올라섰습니다. 이제 명실상부 선진국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회귀 전에는 GDP 12위였던 대한민국이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태우그룹을 비롯한 여러 그룹의 약진 덕분에 2단계나 더 뛰어올랐다.
그리고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 시대까지 지나면, 더 높은 순위까지 올라설 게 분명했다.
“허허, 김 회장은 참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군요. 김 회장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최재석 대통령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자 술에 취해 있었던 최재석 대통령의 눈빛도 점차 총기를 되찾았고.
고개를 강하게 좌우로 몇 번 흔들더니 마른세수까지 하는 최재석 대통령이었다.
“못난 꼴을 보여 주었군요.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봅시다.”
“한국이 절대 모욕이나 수치를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움직이겠습니다.”
“믿겠어요. 그리고 김 회장도 나를 믿어 보세요. 한국 정부도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는 진한 악수를 나누었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기회로 삼기 위해선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
며칠 후.
나는 센트리언을 방문했다.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신약 개발은 잘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까? 그리고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 치료 연구 성과도 궁금하군요.”
“유전자 치료제의 경우엔 완성단계 직전까지 개발이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초에는 FDA 심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의 경우엔 세계에서 센트리언이 유일하다시피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 연구는 돈이 되지 않는 분야였다.
독감이라고 부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 속도가 늦을 뿐 아니라 감염자 숫자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기에 수요가 매우 적은 편이었다.
“많은 적자를 보고 있겠군요.”
“메르스와 사스 변종 바이러스를 매년 업데이트하여 치료제와 백신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덕분에 개발 비용을 극적으로 줄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적자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는 속도 또한 빨랐다.
기껏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몇 달만 지나도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곤 했다.
그러니 한 번 개발했다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발 비용을 투입해야지만,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연구를 하는 곳은 센트리언뿐이었다.
물론 다른 연구소에서도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긴 했지만.
투입하는 개발 비용을 비교하자면 100배 이상 차이가 났기에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 내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해 주세요.”
“DNA 치료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프로젝트긴 합니다. 그래서 적자를 아무리 보더라도 계속 인원을 충원하고 장비도 최신식으로 교체해 주고 있습니다.”
“태우그룹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인원과 장비에 투자를 해 주세요.”
이제 고작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코로나라고 불리는 지옥이 강림하는 순간, 전 세계는 패닉에 빠지고 만다.
그러니 지금부터 막대한 투자를 해 두어야지만, 태우그룹만큼은 정신줄을 바짝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고빈에서 나오는 수익만으로도 유전자 치료제와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 연구 비용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습니다. 매년 큰 폭으로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오히려 자금이 쌓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신축 공장의 규모를 더 키워도 되겠군요.”
“지금도 과할 정도로 큰 규모입니다.”
“일단 짓고 나면, 어떻게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니 저를 믿고 투자하세요.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태우그룹이 손해분을 전부 책임져 드리죠.”
서정준 대표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새만금 화학단지에도 신축 공장을 짓고 있었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 짓는 공장 규모만 하더라도 200억 달러에 달했으니까.
“사내 유보금을 공장 신축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동률이 제대로 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태우그룹이 책임지겠습니다. 가동률이 나오지 않는다면, 공장 건설 비용의 150%로 인수하지요. 그 내용을 바탕으로 계약서도 작성해 드리죠.”
“그렇게까지 하신다면야, 공장 신축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공장 규모만으로는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공장 규모가 크면 클수록 센트리언이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도 있었다.
신축 공장의 규모를 지금보다 2배로 키운다면, 센트리언은 세계 1위 제약회사로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 신속 진단 키트도 연구해 주세요.”
“이미 여러 종류의 진단 키트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항원, 항체, DNA 방식이 존재하고, 주로 병원에서는 신뢰도가 높은 항체 검사 방법을 이용하기에 항체 검사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진단 키트 사업도 돈이 되는 분야였다.
치료제를 판매하기 위해선 우선 감염 여부부터 파악해야 하지 않겠는가?
“항원 검사가 신뢰도는 조금 떨어져도 간단한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맞나요?”
“회장님의 지식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항원 검사는 그런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원 검사 방식을 이용해 간단하게 집에서 자가 진단 할 수 있는 키트 개발도 같이했으면 합니다.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태우그룹에서 지원해 드리도록 하지요.”
“인력까지 지원해 주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요. 자가 진단 키트 개발팀을 새롭게 신설하겠습니다.”
돈이 되는 사업은 미리미리 확보해 두어야 했다.
그래야 진단 키트 분야도 우리가 독식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혹시 비말 차단용 마스크 기술도 보유하고 있습니까?”
“관련 연구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규모가 워낙 작습니다. 이미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는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중소업체에서 생산하고 있어 여러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기도 합니다.”
“마스크 개발 중소업체의 명단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드리지요. 지금 당장 정리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마스크 사업도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이 또한 미리미리 확보해 둘 필요가 있었다.
물론 태우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기엔 너무 작은 분야였고, 이런 일을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