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02)
독식하는 재벌 3세-502화(502/518)
502. 치열한 공방 (2)
느긋한 오후.
오랜만에 한 부회장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뉴스 보도를 지켜봤다.
“드디어 니콜라 관련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군요.”
“데이비드가 언론을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금융타워에 속한 월가의 금융사 몇 곳도 같이 움직이고 있어 이슈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때마침 뉴스에서는 우리가 만든 보도 자료가 나오고 있었다.
내리막길을 유유히 내려오는 수소 트럭, 마치 동력을 이용해 평지를 달리는 것처럼 조작한 영상과 상세히 비교를 해 주었다.
“조작을 해도 좀 잘하든가. 유치원생들이나 할 법한 장난질로 투자를 끌어냈군요.”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덕분에 수소 분야 관련주들이 폭락을 했고, 반대로 전기차 관련주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금융타워에서도 재미를 좀 봤나 보죠?”
“많이는 아니고 소소하게 수익을 올렸습니다.”
조작이 유행인 시대라고 해야 할까?
특히나 유독 자동차 업계에 조작질이 만행하고 있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데이터 조작부터 수소 트럭 조작까지.
“머스크의 기분이 한결 좋아졌겠군요. 수소 트럭으로 심기가 상당히 안 좋아 보이던데 말이죠.”
“지금쯤 환호성을 지르고 있지 않겠습니까?”
양반은 되지 않았다.
머스크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미스터 킴! 니콜라 뉴스 봤어요? 혹시 당신이 터트린 뉴스입니까?]“제가 의뢰를 하긴 했죠. 그런데 설마 이런 짓을 벌이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뉴스를 보고 얼마나 속이 시원했는지 아십니까? 유고빈을 맞을 때처럼 속이 가벼워지는 기분이라니까요!]목소리가 너무 좋아 보이는 머스크였다.
그는 한참이나 자신의 기분을 떠들고 나서야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전해 왔다.
[다음에 미국에 올 일 있으면 꼭 찾아오세요. 제가 아주 제대로 대접해 드리죠.]“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아니면 내가 한국으로 갈 일정을 잡아 보도록 하죠. 이제 현장으로 가야 해서 전화를 끊어야겠어요.]폭풍처럼 수다를 떨고는 전화를 끊는 머스크였다.
확실히 자신만의 세상이 확고한 사람일수록 말이 많은 것 같았다.
“회장님, 머스크가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현장에 간다고 하더니 SNS를 하고 있나 보군요.”
머스크가 올린 SNS 글은 간략했다.
[굿바이 사기꾼, 오늘은 유고빈을 안 먹어도 되겠어.]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SNS에 올린 머스크였고, 그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니콜라가 떠오르면서 테슬라의 주가가 조금 빠지긴 했었습니다. 그래서 쌓인 게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참 솔직한 사람이지 않나요? 어떨 때는 머스크의 성격이 부럽더군요.”
“솔직하고 감정적이기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기업을 이끌기에는 너무 위험성이 높은 성격이기도 합니다. 말 한마디로 주가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CEO를 어느 주주가 좋아하겠습니까?”
한국 대기업 회장 스타일은 아니긴 했다.
항상 근엄한 모습을 보여야 했고, 언론에는 최대한 노출을 자제해야 하는 게 한국 재벌이었다.
“한국 기업 회장님들은 앞에서보다 뒤에서 움직이는 걸 더 좋아하긴 하죠. 그게 더 효과적이기도 하니까요.”
“삼진전자 오용재 부회장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용재 부회장님과 오늘 일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삼진전자의 오재용 부회장.
며칠 전 그로부터 연락이 왔고, 오늘 강 대위의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미국과 중국이 열심히 싸우고 있으니 삼진전자도 다급하겠죠. 그리고 이런 문제를 상의할 사람이 마땅치도 않을 겁니다.”
“삼진전자를 도와주실 생각입니까?”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우선은 만나 보고 결정할 생각이에요.”
태우그룹과 삼진그룹.
한국 재계 1위와 2위의 관계였다.
당연히 치열한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지만,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를 상대하기 위해선 손을 잡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손을 잡을 생각은 없다.
내가 최우선으로 두는 건 태우그룹의 이득. 만약 그룹에 손해가 가는 방향이라면 과감히 손을 놓아 버릴 것이다.
***
강 대위 식당 별관.
오랜만에 찾은 별관에는 이미 삼진그룹 오용재 부회장이 도착해 있었다.
그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반겼고, 악수를 하는 두 손에서는 식은땀이 느껴졌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잘 지낼 수 있겠습니까? 미국과 중국이 싸우느라 한국 기업들의 등이 터지고 있지 않습니까?”
하소연을 시작하는 오용재 부회장.
이런 말을 아무에게나 할 수 없으니, 나에게 털어놓는 그였다.
“태우그룹도 걱정이 많습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태우그룹에게는 중요한 고객입니다. 그런데 전쟁이 지속되면, 어쩔 수 없이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지 않겠습니까?”
“저는 벌써 느끼고 있습니다.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고, 특히나 미국에서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압박에 그치지만.
조만간 압박을 넘어 협박을 해 올 미국과 중국이었다.
“어느 한쪽에 줄을 설 수도 없는 상황이지요.”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나 반도체 업체끼리 손을 합친다면, 어느 정도 중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제안을 해 오는 오용재 부회장.
반도체 연합을 만들어 미·중 무역 분쟁 상황을 대처하길 바라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손을 합치기를 바라십니까?”
“우리가 입을 맞춰 목소리를 낸다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같은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대응이 가능하겠습니까?”
일리가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삼진전자와 태우반도체를 합치면,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의 38%를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회귀 전에는 25% 수준이었지만, 내가 개입함에 따라 점유율을 38%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조만간 미국은 중국계 기업들이 반도체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게 됩니다.”
“미국의 기술 없이는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으니 그렇게 되겠군요.”
미국의 기술이 있어야지만 만들 수 있는 것이 반도체였고.
그렇기에 미국에서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중국 수출 금지를 요청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삼진전자나 태우반도체 모두 중국 시장을 잃는 순간 매출은 반토막이 나 버립니다.”
“그래서 한국 반도체 기업 연합을 만들어 방어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허했다.
오용재 부회장의 절박함과 간절함은 느껴졌지만.
절대 그런 방법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 낼 수 없었다.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만을 걱정하는 한국의 대기업이기에 방어에만 생각이 국한되어 있었다.
“우선 미국과 중국이 이번 무역 전쟁을 통해 무얼 원하는지부터 분명히 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특히나 반도체의 경우엔 서로 원하는 바가 분명합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고 싶을 테고, 반대로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성공하는 것이 목표 아니겠습니까?”
전략무기 격인 반도체.
당연히 미국과 중국 모두 반도체 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중국이 제조만을 하길 원하죠. 하지만 중국은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중국이 주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직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최소 5년 이상 뒤처져 있긴 하지만,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어 미국이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죠.”
중국 반도체 굴기는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에 더 위험했다.
만약 반도체 굴기에 성공하기라도 한다면, 한국 반도체 시장은 쇠퇴하게 될 터.
삼진전자와 태우반도체 모두 엄청난 매출 하락을 겪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위협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우리도 노력하고 있으니 고사양 반도체의 경우엔 격차를 유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고사양 반도체는 물론이고 저사양 반도체까지 전부 한국 기업이 독식했으면 합니다.”
방어는 지긋지긋하다.
최선의 방어는 결국 공격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했다.
“저사양 반도체까지 독식하는 방법이 있겠습니까? 미국과 손을 잡고 완전히 중국 시장을 떠나기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겠지요. 저는 미국과 중국 어느 곳에도 휘둘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연맹이 아닌 대규모 반도체 동맹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매출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매출 때문이었다.
가장 많은 반도체를 수입하는 국가가 중국이었고, 태우반도체는 물론이고 삼진전자 또한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어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이러니 소극적인 자세가 될 수밖에.
매출이라는 약점이 잡힌 상태니 결국 중국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하지만 중국 대신 반도체 매출을 책임져 줄 곳이 있다면, 눈치를 볼 필요가 사라진다.
“혹시 대만이나 일본의 반도체 기업과 동맹을 체결하려고 하십니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실질적인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들과 동맹을 체결하려고 합니다.”
“어느 기업인지 자세히 알 수 있겠습니까?”
“퀄컴과 엔비디아 그리고 애플 그리고 삼진전자와 태우그룹이라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반도체 동맹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기업이 대상이었고.
특히나 제조 공장을 사용하지 않고 파운드리 기업을 이용하는 기업과의 동맹을 통해 매출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나쁘진 않은 생각이긴 하지만, 대부분이 미국 기업입니다. 우리와 손을 잡는다고 한들 미국 정부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애초에 우리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너무 낮습니다.”
“노력은 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동맹을 만들어야 주도권을 쥘 수 있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오용재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해 보이겠지.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꺼낸 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퀄컴, 엔비디아, 애플 등의 기업의 최대주주가 나였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가능하다면 동참하겠습니까? 그리고 반도체 동맹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동맹과 디스플레이 동맹도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 탈취를 언제까지 지켜만 보실 겁니까?”
“가전의 경우 중국 매출이 크게 감소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제조 분야가 중국으로 많이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OLED 기술만큼은 우리가 꽉 잡고 있습니다. 김 회장님 덕분입니다.”
태우그룹과 OLED 개발을 같이 진행한 삼진전자였다.
그 덕분에 OLED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던 디스플레이 파이를 중국에 많이 빼앗긴 상황이었다.
“이제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움직여야 합니다. 미국을 상대로는 반도체를 그리고 중국을 상대로는 가전과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기술 보호를 확답받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가능하겠습니까?”
“한국이라고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한국의 힘만으로는 힘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태우그룹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삼진전자는 훌륭한 동맹군 역할을 해 줄 수 있었다.
“회장님의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도대체 어떤 식으로 움직이실지 감도 잡지 못하겠습니다. 손을 잡고 싶어도 뭘 알아야 잡지 않겠습니까?”
“우선 한 가지만 말씀드리죠. 반도체 생산을 최대한으로 늘리세요.”
“치킨 싸움을 시작하라는 말씀입니까?”
“경쟁사를 죽이기 위한 출혈 경쟁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 대량의 반도체 재고가 필요하게 될 겁니다.”
반도체 부족 사태.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니 지금부터 생산을 늘려 재고를 확보한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