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03)
독식하는 재벌 3세-503화(503/518)
503. 치열한 공방 (3)
오용재 부회장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침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회사로 출근했고, 나처럼 밤을 지새운 한 부회장이 커피를 대령했다.
“이야기가 상당히 길어지셨습니다. 성과는 좀 있으셨습니까?”
“느슨한 형태의 반도체 동맹을 체결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동맹을 추가로 만들기로 약속을 하기도 했죠.”
“다양한 종류의 동맹이라고 하시면, 다른 업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의 동맹을 형성해 무역 전쟁에 대응하기로 했죠.”
“나쁘지 않은 전략 같습니다. 태우그룹이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동맹의 이름으로 나서는 편이 여러모로 좋아 보입니다.”
태우그룹 혼자 화살받이 역할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동맹 혹은 연합이라는 이름을 이용하면 더 많은 성과를 얻어 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 대기업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나 있겠습니까? 특히나 중국 상대론 잘못 찍히면 한한령 수준의 불매 운동이 벌어지게 될까 겁내지 않겠습니까?”
“반도체 동맹이니 디스플레이 연합이니 하는 건 사실 큰 의미는 없죠. 결국엔 국가가 나서야 하는 문제죠.”
미국과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한국도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야 했고, 기업 연합은 지원 사격 역할을 해 주는 방향이 맞았다.
“한국 정부가 움직이는 순간, 외교 문제로 번지게 됩니다.”
“외교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사전 작업을 잘해 놔야겠죠. 그래서 말인데 데이비드를 통해 미국 정치권을 좀 움직여야겠어요.”
“미국 정치권까지 움직여야 할 정도의 큰일입니까?”
“이번 무역 전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기술 탈취죠. 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기술 탈취와 특허 무단 도용을 문제 삼고 있고, 중국의 IT 기업들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을 못 하도록 막고 있죠.”
중국은 정말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았다.
다른 국가였다면, 기술 탈취나 특허 무단 도용을 하는 순간 엄청난 소송전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13억 명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있으니 수출만 하지 않는다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선 수출을 통해 규모를 키워 나가야만 했고, 그 단계에서 미국이 제동을 걸고 있었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한국 기업의 기술을 보호하실 계획입니까?”
“중국은 지금 미국이 억지를 쓰고 있다는 식으로 WTO에 제소했죠. 하지만 한국 기업들까지 기술 탈취와 특허 도용을 당했다고 주장을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계속해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긴 합니다.”
“그런 기업 모두가 모여 동시에 소송을 벌이면, 판이 엄청나게 커지지 않겠어요?”
기술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론화였다.
게다가 미국과 손을 잡고 공론화를 진행하면, 중국의 기술 탈취를 최대한 억제할 수도 있었다.
“확실히 판은 커지겠습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손을 잡고 소송을 진행하면, 중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한령보다 더 심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제재를 가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호소하고 있죠. 그런데 한국을 상대로 호소를 할까요?”
“한국을 제재하면 미국이 부당하지 않다는 것을 중국 스스로 증명하게 되는 셈이 되겠습니다.”
“물론 줄타기를 아주 잘해야 하겠죠. 우린 전면전을 벌일 생각은 없다는 느낌을 살며시 풍겨 주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전쟁 중에는 아군 혹은 적만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우린 그 누구의 아군이 되어서도 안 되었고, 적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되었다.
“아무리 절묘하게 선을 탄다고 하더라도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공격한다고 인식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여지를 보여 줘야겠죠. 계속해서 한국을 압박한다면, 미국과 완전히 손을 잡겠다는 의지를 슬며시 보여 주는 거죠.”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중국과 완전히 척을 질 수도 있습니다. 낭떠러지에서 하는 줄타기보다 더 위험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요. 안전장치 수십 개를 설치해 둔 줄타기니까요. 그리고 데이비드라면 알아서 잘할 겁니다.”
안전장치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절대 낭떠러지로 떨어지지도 않을 정도의 안전장치였다.
“데이비드에게 잘 말해 놓겠습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기술 보호 관련 정책을 조만간 내놓을 겁니다. 특히나 산업 스파이 관련 법안이 올해 안에 발의되죠.”
“한국도 정식으로 무역 전쟁에 참전하는 순간이 되겠습니다.”
“전쟁에 휩쓸려 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전쟁을 주도하는 편이 피해가 적기 마련이죠.”
치욕적인 한한령도 그냥 버텼다.
하지만 이젠 단순히 버티기로 상황을 모면할 때는 지났다.
이젠 태우그룹이 주도권을 잡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해야 할 시간이었다.
***
2018년이 얼마 남지 않은 날.
일본과의 무역 분쟁의 시작점이 되는 판결이 내려졌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일본 기업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예상했던 판결이 나왔군요.”
“조만간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자산 압류 조치까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강제징용한 일본 기업들이 보상금을 순순히 내어 줄 가능성은 없으니 재산 압류로 배상금이 나갈 수밖에 없긴 하죠.”
아주 당연한 과정이었다.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판결이었지만, 그 대상이 일본 기업이기에 쉽지 않은 판결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에서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의 우호 관계가 뒤집혔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까지 했습니다.”
“일본다운 반응이군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해야 하니 일본 정부도 이런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지랄 맞은 반응이긴 합니다.”
항상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 장점인 한 부회장이었다.
그런 그에게서 상스러운 말이 나오게 할 정도로 이번 사태는 감정적인 일이었다.
“한국 정부도 원론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겠군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정부가 그랬듯 일본 대사를 불러 과도한 반응에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정석적인 움직임이었다.
아주 이성적인 반응이었고, 모두가 인정할 만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일본과의 무역 분쟁을 막기에는 부족한 움직이었고, 판결이 나온 이상 무역 분쟁은 무조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정부가 고생이 많겠군요. 강제징용 문제로 일본과 싸우면서 중국과는 기술 탈취 협상까지 진행하게 생겼군요.”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됩니다. 만약, 지금 시기를 잘못 넘기게 되면, 외교적으로 한국의 입지가 쪼그라들 수도 있게 됩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긴 하죠. 하지만 중간만 가서는 한국에 득 될 게 없어요.”
개발도상국일 때는 중간 위치만 지켜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었고.
이를 위해선 더 이상 중간만 지키고 있어서는 안 되었다.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강대국과의 외교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최재석 대통령의 재선이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최재석 대통령의 지지율이 얼마나 나오고 있죠?”
“현재까지는 63%라는 높은 지지율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당선 초기에 비하면 많이 하락한 수치이긴 하지만, 임기 3년 차 지지율치고는 매우 높습니다.”
“높긴 하지만, 안정적인 수치라고 할 정도는 아니군요.”
“지금 상태만 유지해도 재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도하다 실패할 경우 재선이 힘들 정도로 지지율이 하락하게 됩니다.”
최재석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다 이유가 있었다.
당선 이후 한국은 계속해서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이는 태우그룹의 성장과도 큰 관련성이 있었다.
최재석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였다.
그 말은 곧 경제가 흔들리는 순간 최재석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지율이 지금보다 20% 이상 빠져도 상관없어요. 그래도 최재석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게 될 테니까요.”
“국민경제당과 거대 양당이 공존하고 있으니 이론상 33%의 지지율만으로도 충분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긴 하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면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재선 직전에 지지율 반등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그러니 지금은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기죠.”
지금의 지지율은 허상에 가까웠다.
가장 중요한 건 대선 직전의 지지율이었고, 지지율을 급등시킬 이벤트가 남아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이벤트였고, 전염병과 같은 대형 사건이 터질 경우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하게 되어 있었다.
“사실 금융타워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진 않은 상황입니다. 무역 분쟁이 심화될수록 금융타워의 수익률은 높아지게 됩니다. 한국과 일본까지 무역 분쟁에 참여하게 된다면, 예상보다 20%는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 부회장은 돈만 보세요. 나머지 문제는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 보호 문제를 중국에 적극 항의한다고 합니다.”
역시나 데이비드였다.
한국 정부보다 앞서 미국 정치권이 먼저 중국을 압박하게 되었다.
이래야지만 한국 정부가 기술 보호를 주장할 명분이 생기게 되며, 더욱 강하게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었다.
“연말은 되어야 답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군요.”
“미국 정치권 입장에서도 전혀 나쁠 게 없는 제안이지 않습니까? 미국이 무역 패권 때문에 분쟁을 일으킨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례가 한국에 있으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백악관이 한국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겠군요.”
“아마도 한국보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일 거라 전망됩니다. 잘못했다간 한국을 총알받이로 사용하고 버릴 수도 있습니다.”
손을 잡았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편인 건 아니었다.
미국과 한국은 서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해야만 했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한국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조만간 미국을 다녀와야겠군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구워삶으실 생각입니까?”
“그게 가장 효과가 좋지 않겠어요? 내가 직접 찾아가면, 최대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죠.”
트럼프 대통령과는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이 매각하고 있는 미국 채권 문제까지 해결을 해 줬으니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고 볼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재선을 위한 지지율 회복.
백악관이 중국을 강하게 공격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고.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해 준다면, 기술 보호 협약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