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04)
독식하는 재벌 3세-504화(504/518)
504. 치열한 공방 (4)
골프는 나와는 맞지 않는 운동이었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워낙 골프를 좋아하셨기에 틈틈이 배워 두었고.
그렇게 배운 골프를 트럼프 대통령과의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다.
“김 회장과 이렇게 필드를 나오니 기분이 참 좋아.”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 민폐만 끼치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해. 샷이 아주 부드럽다니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즐겼다.
무려 5시간이나 걸려 18홀을 전부 돌았고, 그제서야 간단한 티타임을 즐기며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번에 의원들이 아주 훌륭한 정책을 가지고 왔더군. 한국 기업의 기술을 중국 기업으로부터 보호하자는 법안이었네. 그동안 태우그룹도 꽤 많은 기술을 갈취당했더군.”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의 숙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래서 내가 중국을 제재하는 거 아니겠는가? 기술을 탈취해서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국가를 어떻게 가만히 두고 보겠어!”
정당한 명분이긴 했다.
미국 기업 또한 중국 기업에 많은 기술을 갈취당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제재 방법이 너무 무식했다는 것이고, 한국 기업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기술을 보호하면서 중국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해야지만,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네. 한국도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움직이다간 모든 기술을 중국에 빼앗길 걸세.”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중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기술력을 쌓아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과 함께 기술 보호 협약을 체결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더는 중국도 기술 갈취를 대놓고는 못 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사람이 왜 이렇게 무른가? 고작 그 정도 가지고 중국을 제대로 압박할 수나 있겠는가? 서로의 목을 물어뜯어 버린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어야 압박감이 드는 걸세.”
사냥개의 싸움 방식이었다.
하지만 태우그룹은 사냥개가 될 생각은 없었다.
사냥개처럼 싸우는 건 미국과 중국만으로 충분하니까.
태우그룹과 한국은 싸움 구경이나 하며 사냥감을 챙기기만 하면 되었다.
“태우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기를 바라십니까?”
“최첨단 산업에 한해서는 결국 그렇게 될 걸세. 미국의 기술로 생산하는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면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극심해집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은 없지.”
참 극단적인 사람이다.
그렇기에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미국과 한국이 바라는 건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이 중국의 성장을 더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건가?”
“한국이 계속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국이 한국 기술에 의존하도록 만들어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었다.
쉽게 말해 한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중국과 무역을 하겠다는 말이었으니까.
미국과 손을 잡고 기술 보호를 외치면서 중국과도 무역을 지속하겠다는 건 오로지 한국에게만 이득이 되는 방향이었다.
“꿈같은 이야기로군. 그렇게 해서 제대로 견제나 되겠는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태우그룹과 한국이 전부 준비해 두었으니 백악관은 그저 도우라는 말처럼 들리는군.”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붉어졌다.
세계 최강국의 미국 대통령으로 하여금 들러리나 서라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니 기분이 나쁠 만도 했다.
“절대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뭔가 있는가? 나를 납득시킬 수 있다면, 자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카드를 꺼낼 순간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원하는 카드는 결국 지지율 아니겠는가?
특히 핵심 지지층을 공략할 수 있는 카드라면 금상첨화였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옥수수와 대두와 같은 농산물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흠흠,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그런 것들뿐이지. 옥수수와 대두로 협박이나 하고 말이야.”
미국의 근간은 농업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콘벨트라고 불리는 거대한 옥수수 농장이 미국 중심부에 있었고, 덕분에 세계 최대 옥수수 수출국이 될 수 있었다.
옥수수뿐만이 아니었다.
대두, 밀 등의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었고.
그중 많은 양을 중국이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특히나 대두의 경우엔 50%에 달하는 양을 중국이 소화하고 있기도 하였다.
“중국이 계속해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한다면, 농업 벨트의 유권자들이 얼마나 슬퍼하겠습니까?”
“흠, 언제까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는가?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농부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면 된다네.”
“중국이 요즘 브라질이나 아프리카 쪽 국가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산 농산물을 대신할 국가를 찾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미국이었다.
그런데 그 많은 농산물을 누가 다 먹겠는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엔 대부분이 사료로 사용하게 된다.
닭, 소, 그리고 돼지가 있기에 옥수수와 대두의 가치가 유지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세계 1위 돼지 사육 국가가 중국이었다.
중국도 돼지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사료를 수입해야만 했고, 미국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할 터였다.
“브라질과 아프리카가 미국 대신 중국을 택한다면야 미국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네.”
“굳이 전선을 확장해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중국에만 집중해야 화력이 분산되지 않습니다.”
“당연한 말을 하는군. 그렇다고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산 농산물을 중국 대신 사들이는 곳이 있다면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 많은 농산물을 누가 소화한다는 말인가? 인구만 놓고 보자면 인도가 가능하긴 하겠지만,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사료를 수입할 이유가 없네.”
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종교적 이유로 소와 돼지를 먹지 않은 국가는 다량의 옥수수와 대두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13억이라는 거대한 인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음식 섭취에 제한이 없는 중국 말고는 마땅한 소비처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꼭 국가에서 소화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태우그룹이 중심이 되어 미국산 농산물 특히 옥수수와 대두를 전부 소화해 보겠습니다.”
“허허,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작년 한 해에만 중국이 수입한 농산물의 양이 220억 달러가 넘는다네.”
작년 미국 농산물 수출액은 1,400억 달러였다.
그중 15%가 넘는 220억 달러 규모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15%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었다. 어느 기업이든 한 해 매출이 15% 하락한다면 칼바람이 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농산물의 경우 더욱 타격이 컸다.
몇 달 혹은 1년 동안 고생해야지만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고.
유통기한이 존재하기에 영원히 보관할 수도 없을뿐더러 보관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수출길이 막히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물론 태우그룹 혼자서는 절대 감당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재생 에너지 표준안을 조금만 수정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휘발유에 바이오 연료를 섞는 법안 말인가?”
“비중을 12%까지만 늘려도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E10 의무 혼합 제도.
2005년부터 시행한 제도로 모든 휘발유차는 의무적으로 에탄올을 섞어 혼합 연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도였다.
그리고 에탄올을 만드는 재료가 옥수수와 같은 농작물이었다.
사료로 쓰지 못한다면, 에너지로 소비하면 되는 셈이었다.
“작년이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지. 하지만 중국이 미국산 석유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며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 않은가. 이 시점에서 바이오 연료량까지 늘린다면, 석유 기업들이 어떻게 되겠는가?”
“피해 일부를 태우그룹이 완충해 준다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찬사는 대통령께서 받게 되실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혼자 시나리오를 돌려 보는지 흐뭇한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긴 하군.”
“에탄올 비율을 12%로 올리는 정책을 발표만 해도, 중국은 상당한 압박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계속해서 수출 금지 조치를 유지한다면, 자네가 해결해 주겠다는 말이로군.”
“중국과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매년 22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농업 벨트에 풀겠습니다.”
220억 달러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태우그룹과 금융타워가 이번 사태로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220억 달러는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제안을 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이야 엄청난 적자를 보게 되겠지만, 코로나 시대가 오면 상황이 바뀌게 된다.
위기 상황에서는 식량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는 순간, 글로벌 식량 대란까지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 미리 식량을 확보해 둔다고 해서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아주 좋은 제안임에는 분명하네. 그렇다고 해서 이번 무역 전쟁에서 한국 기업들만 특혜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제안은 아니네.”
“바이오 연료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매년 220억 달러를 농업 벨트에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와도 계약을 체결해 중국이 값싼 가격에 농산물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겠습니다.”
“허허,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하지. 이 정도 제안은 되어야 나도 면이 서지 않겠는가?”
모든 권력자는 국익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국민의 지지 없이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원하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지지율이 필수였고, 재선까지 남아 있기에 내 제안은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을 터였다.
“그럼 기술 보호 협약과 중국 무역 자율화를 보장해 주시는 겁니까?”
“무한정 보장해 줄 수는 없지. 내 임기 동안 유예를 하는 것으로 하지. 내가 재선을 한다면 자동적으로 기간이 연장될 걸세.”
재선의 욕심을 숨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절대 과욕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야망이 없는 최고 권력자는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계속해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미국 채권도 계속해서 매입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에 있는 수많은 관료보다 자네 한 명이 더 믿음직하다면 믿겠는가? 내 솔직한 마음일세. 내 진심을 조만간 알게 해 주겠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여러모로 안 좋은 성격을 가진 그였지만, 거짓말쟁이는 아니었다.
분명 태우그룹에게 이득이 되도록 백악관의 기조를 바꿀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근거 없는 확신은 절대 아니었다.
미국 채권과 농산품이라는 근거를 쥐고 있기에 가능한 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