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05)
독식하는 재벌 3세-505화(505/518)
505. 치열한 공방 (5)
CITI그룹 본사 VIP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알려 주기 위해 다이먼과 데이비드를 소집했다.
1년에 2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자금을 농업 벨트에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다이먼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아쉬움을 표했다.
“태우그룹과 한국이 이득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보스 개인만 생각한다면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닌 듯합니다.”
“미국 정부를 이용하는 데 매년 200억 달러의 이용료를 낸다고 생각해야죠.”
“그 돈으로 차라리 로비를 하는 편이 좋지 않나요? 저에게 200억 달러를 주면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정치인까지 전부 우리 편으로 만들고도 남아요.”
데이비드까지 앓는 소리를 했다.
그만큼 200억 달러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었고, 그 많은 자금을 농업 벨트에 투자하는 걸 아깝게 여기고 있었다.
“정치인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서 뭐 하겠어요? 정치인은 임기가 있는 권력자들이죠. 그래서 200억 달러를 들여 임기가 없는 권력자들을 회유할 생각입니다.”
“임기가 없는 권력자라고 하면, 기업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요. 매년 2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하면, 미국의 메이저 곡물 회사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겠어요?”
코로나 사태 이후 찾아올 식량 대란 사태.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식량을 확보해 둬야 했고, 메이저 곡물 기업들과도 미리 계약을 체결해 둬야 했다.
“곡물 메이저 기업이라면, ABCD 중 어디를 공략하려고요? 로비스트 생활을 하면서 나름 ABCD 기업들과 친분을 만들어 두긴 했어요.”
“프랑스 기업인 D를 제외한 ABC 모두와 협상을 진행할까 합니다.”
곡물 메이저 기업 ABCD.
아처 대니얼스의 A, 번지의 B 그리고 카길의 C 마지막으로 드레퓌스의 D.
세계 곡물 시장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 기업들이었고, 그중 3곳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200억 달러면 알아서 달려올 듯합니다. 1위 곡물 업체인 카길의 작년 매출이 1,100억 달러 수준입니다. 200억 달러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곡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니 당연히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세계 곡물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메이저 곡물 기업.
그렇기에 이번 미·중 무역 패권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는 기업들이기도 했다.
“제가 나서면 빠르게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움직일까요?”
“너무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어요. 우리도 준비를 한 상태에서 만나야 하지 않겠어요?”
“따로 준비할 게 있나요? 돈이 준비되지 않은 겁니까? 다이먼의 옆구리만 푹 찔러도 200억 달러는 쉽게 나올 것 같은데요.”
200억 달러야 지금 당장이라도 구할 수 있었다.
구한다는 말도 우스웠다. 그냥 계좌에서 꺼내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돈이 아니라 다른 준비가 필요해요. 곡물 기업과 협상을 진행하려면, 우리도 곡물 산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 보여 줘야 하지 않겠어요?”
“농장이라도 인수하려고 하십니까?”
“농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인수해야죠.”
단순히 메이저 곡물 기업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태우그룹도 미약하게나마 곡물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야 식량 대란에 대응할 수 있었고, 메이저 곡물 기업과도 수월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생각해 두신 기업이라도 있으십니까?”
“스위스에 있는 글렌코어가 보유하고 있는 곡물 계열사 정도는 인수해야, 메이저 곡물 기업과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어요?”
“글렌코어라고 하면, 언론사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기업 안에 들어온 곳 말씀입니까? 1년 매출액이 1,0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순위 매기기를 참 좋아한다.
대중이 원하는 것이니 그렇긴 하지만 정확하지도 않은 순위를 매년 내보내고 있었다.
물론 신뢰도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고.
언론사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기업에 뽑힐 정도면 글로벌한 대기업임에는 분명했다.
“태우그룹도 세계 10대 기업에 선정되곤 하죠. 그러니 협상을 못 할 게 뭐가 있겠어요?”
“그렇긴 합니다. 솔직히 태우그룹의 숨겨진 자산까지 다 더하면, 세계 10대 기업이 아니라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갑니다. 충분히 협상을 진행하고도 남는 위치입니다.”
“그리고 글렌코어의 매출액이 1,000억 달러가 넘는다고는 하지만, 순이익만 보면 오히려 큰 적자를 보고 있죠. 작년에는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몇 년 동안 매년 100억 달러 수준의 적자를 보고 있었죠.”
세계 최대 원자재업체 글렌코어.
각종 광물은 물론이고, 농산물까지 취급하는 초대형 무역 기업이었다.
하지만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여기저기서 적자가 나고 있었고,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글렌코어가 보유하고 있는 곡물 계열사라고 한다면, 5~6년 전쯤에 인수한 캐나다 곡물 기업인 비테라를 염두에 두시는 겁니까?”
“60억 달러로 비테라를 인수했었죠. 그러니 우리도 그 정도 금액으로 비테라를 태우그룹 품에 안길 수 있지 않겠어요?”
“확실히 비테라를 인수할 수만 있다면, 캐나다는 물론이고 호주의 농산물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지역에도 많은 농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ABC 메이저 곡물 기업이 꽉 잡고 있었다.
그러니 캐나다와 호주 같은 지역을 확보하고 있는 비테라 같은 기업이 우리에게 더 적합했다.
“그리고 한국 농업이 취약한 종자 분야도 확보할 수도 있죠.”
“확실히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세계 최저 수준이긴 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식량 수입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기이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죠. 비테라 같은 기업 인수를 시작으로 말이죠.”
“잘만 이야기를 나눈다면, 충분히 인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가격이지 않겠습니까? 절대 60억 달러에는 매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00억 달러에 부채 인수 조건까지 붙어야 매각 의사를 보이지 않겠습니까?”
비테라의 현재 기업 가치는 대략 170억 달러.
인수 대금 100억 달러에 부채도 대략 100억 달러.
어림잡아도 30억 달러를 더 얹어 줘야지만 비테라를 인수할 수 있었다.
“부채 인수는 어쩔 수 없지만, 대신 인수 자금을 최대한 줄여 봐야죠. 비테라의 현재 기업 가치 수준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해 보세요.”
“플러스알파를 제공한다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태우그룹이 가진 능력을 공유하는 방식을 제안할까 합니다.”
“태우상사를 말인가요?”
“글렌코어는 결국 무역 회사이지 않습니까? 대부분의 물류를 선박을 이용해 운반합니다. 그러니 태우상사가 보유한 해운사와 협약을 맺는다면 인수 대금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방식이었다.
태우그룹은 현재 세계 최대의 해운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그리고 글렌코어는 작년부터 원자재를 통해 흑자로 겨우 전환했어요. 그러니 곡물 시장보다 원자재 쪽에 더 집중하고 싶을 겁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인수 계획을 수립해 보겠습니다.”
“한 부회장과 의견을 나눠 보세요. 다이먼에게 이런 일을 시켜 미안하군요.”
미국 최대 금융사 대표인 다이먼이었다.
그런데 태우그룹의 일까지 하게 되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절대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보스에게 보답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보스 덕분에 CITI그룹과 핀테크 은행이 본 이득을 생각하면 저를 개처럼 부리셔도 괜찮습니다.”
“보스! 제가 개를 많이 키우고 있어요.”
데이비드가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그러곤 넥타이를 개 목줄처럼 흔들며 어필을 했다.
“정신 사나우니 그만 흔드세요. 그리고 벌써 그렇게 나오시면 곤란하죠. 앞으로 5년 동안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될 겁니다.”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가 보유한 또 다른 힘이 다이먼이었다.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금융사 대표가 될 그였다.
태우그룹과 금융타워 그리고 다이먼의 금융 그룹까지.
국가를 넘어 국가연합급의 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다음 일정은 머스크와의 만남이었다.
니콜라 조작 사태의 보답으로 거하게 대접하기로 약속한 머스크였고.
내가 미국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연락해 온 그였다.
“미스터 킴!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네요.”
“최대한 빨리 온다고 왔는데 조금 늦었네요.”
“오늘을 위해 슈발 블랑을 공수해 왔어요.”
한 병에 10만 달러가 넘는 와인을 준비한 머스크였고.
가볍게 와인을 즐기며 일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인공위성 발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시죠?”
“아주 잘 진행되고 있죠. 10년 안에 지구 전체를 위성으로 뒤덮어 버릴 겁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2030년 안에 전 세계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고.
총 4만 대가 넘는 엄청난 숫자의 위성이 있어야만 가능한 프로젝트기도 했다.
“위성 몇 대만,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스타링크의 최대 후원자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어떤 방식으로 원하십니까? 통신사를 운영하고 있으셨죠? 통신 전용 위성이 필요합니까? 아니면 태우전자에 필요한 방식?”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원하는 건 통신용이나 전자에 사용할 위성이 아니었다.
“농업용 위성이 필요합니다. 대규모 농지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공위성을 설계할 수 있겠습니까?”
“농사용 위성? 못 만들 것도 없지요. 태우그룹의 인공 지능 기술을 더해 설계한다면 콘벨트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위성도 만들 수 있지요.”
태우그룹은 곡물 사업에서만큼은 후발주자였다.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앞지르기 위해선 혁신적인 움직임이 필요했고.
위성과 인공지능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혁신에 가까운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설계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아요. 기상 예보용 위성을 조금만 수정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위성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로 기능을 분산시키면 되니 금방 가능해요. 이르면 다음 로켓 발사에 실어서 우주로 올려 보낼 수도 있죠.”
머스크는 반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그려 냈다.
어떨 때 보면 정신이 나간 사람 같지만,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천재성을 보이는 이가 머스크였다.
“그럼 다음 발사에 농업용 위성을 실어 주세요.”
“위성 설계야 어렵지 않지만, 위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관련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뭐 태우그룹 정도면 금방 만들어 내긴 하겠네요.”
“그리고 농업용 위성의 숫자를 매년 크게 늘리고 싶은데 가능하겠어요?”
“몇 대나 필요합니까?”
“전 세계 곡창지대와 기상 상황을 1시간마다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필요합니다.”
이미 메이저 곡물 기업들은 인공위성을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나 세계 1위 기업인 카길은 하루 3회씩 전 세계 곡창지대를 스캔하고 있었다.
그러니 우린 하루 24번씩 체크가 가능해야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 시간 간격으로 전 세계 곡창지대를 체크하려면, 꽤 많이 필요하겠네요.”
“비용은 원하는 만큼 지불하죠.”
“비용 문제만 해결이 된다면, 내년 안에도 가능합니다.”
식량 대란 혹은 식량 전쟁.
조만간 닥칠 미래를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