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06)
독식하는 재벌 3세-506화(506/518)
506. 증거 확보 (1)
미국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무지막지한 법안 하나를 통과시켰고, 그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한 부회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국방수권법에 서명을 했습니다. 수출통제 개혁법까지 포함되어 있어, 미국의 허락 없이는 중국 기업에게 수출을 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점점 더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군요.”
안보라는 대의명분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이었다.
중국의 IT, 가전, 통신 업체들과 중국 공산당이 연루되어 있으니 미국의 기술을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국방수권법이었다.
“법안이 통과되었으니 한국도 큰 영향을 받게 되겠군요.”
“특히나 통신사 쪽에서 큰 피해를 입을 거란 전망이 큽니다. 한국 통신사 중에서 중국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곳이 꽤 있습니다.”
“통신 장비를 전부 교체해야 할 수도 있겠군요.”
“만약 통신 장비를 교체하지 않는다면,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한미군의 철수 명분이 될 수가 있습니다.”
중국 통신 장비에 백도어가 설치되어 있다는 의혹이 존재했다.
그러니 주한 미군의 정보가 백도어를 통해 중국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미국은 주장할 수가 있었다.
“중국 장비를 전부 교체하게 되면, 중국에서 크게 반발하게 되겠군요.”
“한국 기업이 수입하는 중국 통신 장비는 대략 3천억 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중국 업체에 수출하는 반도체, 부품 등은 13조 원에 달합니다.”
중국 통신 업체와의 관계는 우리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13조 원을 수출하지만 고작 3천억 원 정도를 수입하지 않으니.
“태우통신도 중국 장비를 사용하고 있나요?”
“아주 일부를 사용하고 있지만, 주요 장비는 아니기에 큰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통신사 중에서는 중국 장비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태우통신과는 상관이 없지만, 괜히 우리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거군요.”
통신사 중에 반도체를 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했다.
회귀 전에는 KS그룹도 반도체 사업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 생에는 태우그룹이 차지했으니까.
“현실적으로 도입된 5G 장비를 한순간에 교체하기란 어렵습니다. 우선적으로 주한미군 근처의 장비만 교체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백악관에서 강하게 나오는군요. 나를 위한 선물을 따로 준비해 준다고 했는데 선물이 쏙 빠져 있네요.”
“선물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번에 통과된 국방수권법 내용 일부 중에는 한국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기술 보호 관련해서는 한국과 협력해서 기술을 보호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다.
매년 220억 달러를 농업 벨트에 투자해 겨우 얻어 낸 약속이니 당연히 지켜야지.
“중국의 통신 장비를 거부하면서 기술 보호 조치까지 취하면, 중국에서 강하게 반발하겠군요.”
“중국은 기술 강탈부터 백도어 문제까지 전부 미국의 억측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증거가 없으니 오리발을 내밀겠다는 거군요.”
미국과 한국의 협동 공격.
한국 기업의 기술 보호. 특히나 태우그룹의 다양한 기술과 특허권을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몇몇 사례가 있긴 하지만, 중국 기업을 퇴출 시킬 정도의 증거로는 부족합니다.”
“증거야 찾다 보면 나오기 마련이죠. 그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기술 보호 조치가 들어가는 거죠?”
“이르면 다음 달부터 미국과 한국 실무진이 중국을 방문해 협의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 회의 전까지 마침표를 찍는다는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G7 정상회의.
미국과 중국이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두고, 치열한 협상을 진행하게 되는 자리기도 했다.
“그 전까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면 되겠군요.”
“그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강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죠.”
미국보다야 한국이 만만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니 미국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술 보호 정책의 희생양을 한국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중국이 발뺌하지 못할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다면, 오히려 한국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
***
다음 날.
천민정 센터장을 만나기 위해 인공지능 센터를 찾았다.
오늘도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산발이 된 머리로 나타난 천민정 센터장이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이벤트가 있어서 조금 늦었어요.”
“제가 일찍 온 거죠. 천 센터장은 늦지 않았어요. 그러니 커피 한 잔 마시며 숨이나 좀 돌리세요.”
“커피는 다음에 마실게요.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서요.”
빨리 본론을 꺼내라는 뜻이었다.
회장을 상대로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천 센터장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상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녀에게 일거리를 대량으로 던져 준 사람이 나였으니까.
“이제 슬슬 중국에 던져 놓은 그물을 건져 올릴 때가 되었어요.”
“어떤 그물 말씀이세요? 워낙 많은 그물을 던져둬서 뭘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중국 반도체 기업에만 그물을 던져둔 것이 아니었나요?”
중국 반도체 기업이 산업 스파이를 심은 적이 있었다.
그 일로 천민정 센터장은 화가 단단히 났고, 중국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백도어를 비롯한 여러 보복 조치를 진행했었다.
그런데 던져 놓은 그물이 더 많다니?
다른 중국 기업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는 뜻인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반도체 기업을 조사하려면 어쩔 수 없이 여러 개의 그물이 필요했어요.”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정보 수집 활동을 진행한 건 아니죠?”
“사실 저도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요. 중국 반도체 기업이 훔쳐 간 우리 데이터를 중국 기업들끼리 공유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절로 그물이 커져 버렸고, 여러 회사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백도어가 들어 있는 데이터를 중국 기업들이 공유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보다 핵심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선 치밀한 관리가 필요했고, 그 관리를 지금까지 천민정 센터장이 직접 해 왔기에 그물이 유지될 수가 있었다.
“뭐 걸리지만 않는다면 문제 될 건 전혀 없죠.”
“걸릴 가능성은 1% 미만이고, 걸린다고 하더라도 태우그룹과의 연관성은 절대 찾을 수 없도록 해 두었어요.”
“그래서 그물에 물고기가 좀 걸리긴 했나요? 한국 기업의 기술을 강탈했다는 증거가 필요해요.”
“수천 건이 넘는 증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어요. 한국 기업에서 중국 기업으로 이직한 사람들의 모든 데이터까지 다 수집해 놓았어요.”
이직이야 문제 될 건 없었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국 기업의 직원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었다.
5배가 넘는 연봉을 약속하는데 흔들리지 않을 직장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문제는 기술자들이 넘어가면서 기존 한국 기업의 기술 혹은 기밀 자료를 가져갔는가였다.
“불법적으로 기밀 자료를 중국 기업으로 유출한 사람들의 명단을 따로 보관하고 증거까지 확보해 뒀다고 생각하면 됩니까?”
“지금 당장 자료를 검찰에 넘기면, 바로 구속될 정도로 자료가 넘쳐나요. 그리고 중국 기업이 산업 스파이를 고용한 증거와 기밀 자료를 넘겨받은 증거까지 확보해 뒀어요.”
천민정은 참 집요한 사람이었다.
만약 태우반도체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천민정이 이렇게 집요하게 증거를 수집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터.
하지만 벌집을 먼저 건드린 건 중국 기업이었고, 그 덕분에 기술 보호 협의에서 아주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 사용할 카드는 아니니 정리만 해 두세요.”
“증거 확보도 충분하고, 정리도 아주 깔끔하게 해 뒀어요. 이런 놈들을 그냥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 역해요. 그냥 지금 터트리면 안 되나요?”
“지금 터트리면 약한 처벌만 받게 되죠. 하지만 조만간 법이 개정될 겁니다. 간첩법을 개정해서 산업 스파이 특별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가 될 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한국은 기술 유출에 정말 취약한 국가였다.
이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고작 3년도 안 되는 시간만 감옥에서 보내면 그만이기에 리스크 없이 기밀 정보를 팔아먹을 수 있었다.
“70년 동안이나 유지된 간첩법을 이번에 개정할 수 있을까요? 적으로 규정된 북한에 정보를 넘긴 게 아니면, 간첩법으로 처벌받을 수가 없지 않나요?”
“그러니 법을 개정해야죠. 우리가 보유한 증거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미국과 같이 진행하는 기술 보호 협의가 상황을 만들어 줄 겁니다.”
최재석 대통령은 이미 작년부터 산업 스파이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제 민심의 동의만 얻게 된다면, 지금보다 10배 이상 강한 양형 기준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의 근간인 기술을 팔아먹었는데 고작 3년?
최소 30년은 감옥에서 살고, 벌금으로 수십억 원은 받아야 기술 유출을 그나마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상황을 만들려면 본보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국민적 분노를 끓어오르게 할 만한 곳이 하나 있어요.”
“규모가 큰 본보기 하나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죠.”
“그런데 태우그룹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곳이에요. 삼진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 중 한 곳이 중국 경쟁사에 지속적으로 정보를 유출하고 있어요.”
중국은 반도체 굴기만 시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반도체 이전에는 디스플레이 굴기를 시작했고, 어느 정도 성과까지 이룬 상황이었다.
이는 한국의 뛰어난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갔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경쟁력 하락을 가지고 왔다.
“삼진그룹에게 좋은 선물 하나를 줄 수 있겠군요. 오늘 중으로 수집한 정보를 넘겨줄 수 있나요?”
“지금 바로 전달해 드릴게요. 제가 또 해 드릴 일이 있을까요? 조금만 불법적으로 움직이면, 그 업체의 임원과 직원 모두의 SNS와 메신저 앱의 대화 내용까지 전부 확보할 수 있어요.”
“불법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면, 제대로 처벌을 할 수가 없죠. 그래도 가능한 만큼 증거를 수집은 해 주세요.”
법원에 제출만 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불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는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되니까.
***
퇴근 후 명동을 찾았다.
명동의 주인 이영한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나를 반겼다.
“회장님이 어쩐 일이십니까?”
“부탁할 일이 있어 찾아왔어요. 혹시 불편하다면 다음에 오도록 하지요.”
“절대 아닙니다. 회장님의 부탁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지요!”
나는 천민정에게 받은 자료를 그에게 내밀었다.
디스플레이 기술을 중국으로 넘기고 있는 기업이었고, 관련자 명단도 함께 들어 있었다.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중국으로 기술을 넘기고 있는 놈들입니다. 매년 100억 원 이상의 기술을 팔아치워 돈을 벌고 있다고 하더군요.”
“불법적인 일로 돈을 벌고 있으니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받진 못하겠습니다.”
“관련자들을 나락으로 빠트릴 수 있겠습니까?”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 것부터, 지금 보유한 재산까지 전부 토해 내도록 만들 수는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힘을 조금 써 주신다면 더욱 수월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이번 일에 한해서는 눈을 감아 줄 겁니다. 그리고 국세청에서도 도움을 받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씨익, 미소를 짓는 이영한.
내게는 순박한 미소로 보이지만, 명동에서는 그의 미소를 악마의 미소라고 부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