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07)
독식하는 재벌 3세-507화(507/518)
507. 증거 확보 (2)
삼진디스플레이 핵심 협력업체 탑테크.
그곳의 창립 멤버인 양진태 이사는 LCD 생산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양질의 LCD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생산 관리 시스템이 필요했고, 중견기업의 힘으로는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삼진전자의 투자를 받아 생산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단순히 돈뿐만이 아니라 인력과 프로그램 그리고 장비까지 지원을 받았고, 매년 업데이트를 위해 현재까지 도움을 받고 있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자금은 무려 5조 원.
탑테크는 물론이고, 다른 협력업체의 기술력까지 녹여 만들어 낸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USB 하나면 충분했다.
매년 업데이트되는 모든 내용을 USB 하나에 담을 수 있었다.
게다가 삼진전자와 달리 탑테크의 경우 보안에 취약하기에 어렵지 않게 정보를 빼돌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양진태 이사가 USB에 정보를 담는 역할을 했고.
그런 양진태 이사에게 명동의 주인, 이영한이 직접 찾아갔다.
“양진태 이사님 되십니까?”
“누군데 여길 들어와!”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곳 사장되는 이영한입니다. 저희 술집을 자주 찾아와주신 양진태 이사님을 위해 인사차 들렸습니다.”
정확히는 이영한이 양진태 이사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양진태 이사가 이영한이 운영하는 고급 술집을 찾아왔다.
금융타워 주변의 고급 술집은 전부 이영한의 소유였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술집들이었기에 양진태 이사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
“여기 사장이야? 내가 여길 20번 정도 왔었나? 이 정도는 와야 사장 얼굴을 볼 수 있군.”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술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오늘 들어온 아주 신선한 술입니다.”
“내가 여기에 쓴 돈이 몇 억이인데. 고작 술 한 병으로 퉁 치려고?”
“설마 술 한 병으로 인사를 그치겠습니까? 많은 선물을 준비해 뒀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만큼 양질의 선물들입니다.”
“그래? 사장이 직접 한 잔 따라 줘 봐.”
양진태 이사는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술집 사장 정도로만 생각했기에 하대를 하고 있었다.
명동 사채시장의 주인이며, 대한민국의 뒷 세계 자금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 직접 따라 드리겠습니다.”
“그래야지. 아주 싹싹한 게 마음에 들어. 여기 팁!”
수표 한 장을 이영한의 주머니에 찔러 넣는 양진태 이사.
그러곤 이영한이 따라 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쿵! 술을 다 마시기도 전에 양진태 이사의 머리가 테이블로 향했다.
“골방으로 옮겨.”
이영한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거구의 남성들이 쓰러진 양진태 이사를 들고 옮겼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술 취한 진상을 옮기는 직원들의 모습으로 보였고, 그렇게 양진태 이사는 지하실에 위치한 골방으로 옮겨졌다.
“깨워.”
촤아아! 얼음이 가득 담긴 물 양동이가 양진태 이사에게 쏟아졌다.
등골까지 시린 냉기에 정신을 차린 양진태 이사.
그는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지 술주정을 부렸다.
“여기가 어디야? 화장실이야? 뭘 꼬라봐! 확 죽을라고.”
퍽! 양진태 이사의 뱃가죽에 진한 주먹 자국이 생겼다.
그리고 시작되는 매타작, 양진태 이사의 몸속의 알콜 성분이 빠르게 증발했다.
“누, 누구십니까. 저에게 왜 이러십니까?”
“내가 누군지가 중요해? 네가 누군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
“저는 양진태입니다. 탑테크의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성실한 직장인에 불과합니다. 사람을 잘못 보신 것 아닙니까?”
양진태 이사의 말에 이영한이 비웃음을 지었다.
그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양진태 이사의 턱을 구둣발로 들어 올렸다.
“너는 성실한 직장인이 아냐. 매국노 새끼지. 그것도 아주 성실한 매국노.”
“저는 일본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어야 매국노야? 다른 나라에 정보를 팔아 치워도 매국노 새끼지.”
“저, 저는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양진태 이사는 눈치가 느린 사람이 아니었다.
임원까지 오르기 위해선 정치력과 눈치가 필수였고, 삼진전자의 핵심 협력업체인 탑테크의 이사까지 오른 그였기에 발군의 눈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남이 시킨다고 나라를 팔아먹는 놈이 어디에 있어? 돈이 들어오니 나라를 팔아먹는 거지.”
“저는 나라를 팔아먹을 정도의 짓은 결단코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주 작은 정보 몇 개만 중국 쪽에 넘겼을 뿐입니다.”
알아서 술술 부는 양진태 이사였다.
이런 경험이 전혀 없는 엘리트였기 때문이었다.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한 번의 고비도 없는 회사 생활을 이어 온 엘리트였기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가 명동의 주인이었다.
잔뼈 굵은 사채업자들도 이영한의 앞에서는 호랑이 앞의 토기처럼 벌벌 떨곤 했다.
아무리 임원이라고 해도 일개 직장인이 이영한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건 우리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 정부에서 알아서 판단하겠지. 아! 당신 아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고 했나?”
“그,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제 아들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상관이 왜 없어. 당신이 받은 돈이 아들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확보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자네가 팔아치운 정보 중에 미국 기술도 포함되어 있는 거 알고 있잖아.”
평생을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일한 양진태 이사였다.
그렇기에 생산 관리 시스템 일부가 미국에서 개발한 기술이라는 것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의 기술력을 중국에 팔아치운 산업 스파이. 자네 아들에게 붙을 칭호가 될 거야. 그러면 당연히 미국 법정에서 처벌을 받게 되겠지.”
“저, 정말 제 아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계속 들어. 한국에서 처벌을 받으면 고작해야 징역 6개월에 벌금 1~2억 원으로 끝나겠지. 하지만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징역 20년에 추징금으로 65억 원을 토해 내야 할 거야.”
한국과 달리 산업 스파이 형량이 강한 미국이었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20배 이상 형량이 강하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그러니 범죄자들이 어떻게든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저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시다면 말씀만 하십시오. 뭐든지 구해다 바치겠습니다.”
“말귀를 참 잘 알아들어서 좋아. 내부 고발자가 되어서 너 혼자 살아남을지, 아니면 다 같이 침몰할지 결정해. 아! 침몰하는 배 안에 네 아들도 타고 있다는 걸 생각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양진태 이사는 아들을 위해 평생을 투자했다.
미국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영주권까지 취득해 이제야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아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모든 것을 잃는 것은 물론이었고, 젊은 시절을 감옥에서 보낼 수도 있었다.
“내부 고발자가 되라면 그렇게 하고, 개가 되라고 하면 짖겠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솔직히 네 말을 내가 어떻게 믿겠어? 앞에서는 꼬리를 흔드는 척을 하며 뒤로는 이빨을 들이미는 놈을 하도 많이 봐서 말이야.”
“제가 어떻게 하면 믿겠습니까? 건물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뛰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여긴 지하라 뛰어내릴 수가 없어 아쉽네. 그리고 네가 뭘 어떻게 할 필요는 없어. 이미 내가 조치를 취해 뒀으니까.”
이영한이 뒤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대기하던 직원이 사진 몇 장을 그의 손에 얹었다.
“네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재산을 동결조치 시켜 뒀어. 미국에 있는 네 아들의 재산까지 전부 다.”
“그게 어떻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어렵지 않지. 보이스 피싱 수법을 이용하면 계좌를 잠시 동결시키는 건 일도 아니지. 실제로 보이스 피싱에 사용된 계좌를 이용해 너와 관련된 모든 계좌에 돈을 입금해 뒀거든.”
돈보다 강한 목줄은 없었다.
배신을 하려고 해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가능했고, 믿는 구석은 결국 그동안 쌓아 놓은 재산이었다.
“아! 비트코인 계좌도 마찬가지야. 미국과 한국의 거래소에 비트코인 재산이 꽤 되더군. 최소 한 달 동안은 비트코인 계좌에 든 돈도 현금화가 불가능할 거야.”
통장 협박.
신종 보이스 피싱 방법 중 하나로, 보이스 피싱 피해자 돈을 계좌로 입금시켜 계좌를 정지시키는 방법이었다.
아직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뒷 세계 자금을 움직이는 명동은 이 방법을 빠삭히 알고 있었고, 양진태 이사의 목줄을 잡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리고 중국 기업이 도와줄 거란 기대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미 중국과 통하는 자금 통로도 막아 뒀으니까.”
“혹시 정부에서 나오신 분이십니까?”
양진태 이사는 오해를 했다.
너무도 용의주도한 방법으로 옭아매기에 이영한을 국정원에서 나온 사람으로 착각했다.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정부에서 나온 사람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겠어?”
“그런데 왜?”
“내가 더러운 짓으로 돈을 벌어 먹고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라를 팔아먹진 않아! 너 같은 놈만 보면 내가 아주 피가 끓는다고!”
지금의 명동은 하나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사채 자금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켰다는 자부심.
물론 그들이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었고, 김민재 회장의 지시로 이룬 성과였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사채 시장을 일본 자금으로부터 지켜 냈고, 명동 사채업자들에게 자부심을 안겨 주는 결과를 낳았다.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그럼, 이제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이번 일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명단을 작성하고, 관련 증거를 전부 넘겨. 문자 메시지, 메신저 앱 내용까지 전부 긁어 오라고.”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넘기겠습니다!”
명동이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경찰 혹은 검찰에게 넘겼다면 몇 달 이상은 걸릴 일이었지만, 명동은 하루 만에 한 명의 내부 고발자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
기술 보호법이 법제처 심사에 들어갔다.
법제처 심사에 통과되면, 국무회의 심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대통령 재가 이후 국회에 제출되게 된다.
다른 과정은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 제출 이후가 문제였고, 국회의 심의와 의결 과정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법안이 공포될 수가 없었다.
국회 심의 과정은 결국 민심이 중요했고.
민심을 읽기 위해 기획실장을 통해 여론 조사를 진행했다.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중 여론은 60%인 반면 기술 보호법 여론은 50%에 불과합니다.”
“한한령의 공포가 강하게 남아 있나 보군요.”
여론 조사의 신뢰도는 비용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었다.
표본 숫자를 늘리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필요했고, 언론사와 손을 잡고 누구나 신뢰할 수 있을 만큼의 대규모 여론 조사를 통해 분위기를 확인했다.
“한한령으로 인해 대중 수출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한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기술 보호법이 통과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경제 성장은 중국 시장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그런 의견이 다수 나올 수 있죠.”
중국 덕분에 재미를 많이 보긴 했었다.
하지만 무료로 재미를 본 건 아니었다.
대중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기술 유출이 심해졌고,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으니까.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한 방이 필요하겠군요.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명동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디스플레이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고 있었던 탑테크의 임원들의 약점을 잡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비밀리에 들어오는 자금 통로를 완전히 틀어막았다고 합니다.”
본보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정도로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는 거대한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것은 디스플레이 협력업체인 탑테크로 낙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