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09)
독식하는 재벌 3세-509화(509/518)
509. 증거 확보 (4)
미국 최고 지성의 상징 하버드 대학.
대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모두가 원하는 학교가 하버드였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하버드 강단에 서길 꿈꾸었고, 하버드 교수라는 명함을 달기 위해 인생을 걸곤 했다.
그런 하버드 대학의 교수라고 할지라도.
돈의 유혹을 이겨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버드 찰스 레인 교수가 산업 스파이 행위로 구속되었습니다.”
“노벨 화학상 후보까지 거론되던 석학이 돈 몇 푼에 산업 스파이 짓을 하는군요.”
“매달 2억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받고, 연구소 설립 비용으로 18억 원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레인 교수와 마찬가지로 지원받고 있는 과학자의 수가 꽤 되고, 중국은 이를 천인계획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천인계획.
말로는 중국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었지만.
실상은 우수한 해외 석학을 영입하거나 산업 스파이로 만드는 계획에 가까웠다.
“천민정 센터장이 거물을 잡아 버렸군요.”
“중국 기업 데이터베이스에 레인 교수의 기술 유출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천민정 센터장이 정보를 확보했고.
데이비드를 통해 미국 정치권으로 정보를 토스했다.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노벨상 후보까지 오른 거물이었기에 미국 정치권은 곧장 공론화 작업에 돌입했다.
“후속타가 연달아 터질 겁니다. 그리고 일본과 EU에서도 이번 주 내로 중국 산업 스파이 사태가 터지게 되죠.”
“백악관에서는 이미 이번 산업 스파이 관련해서 중국을 비난하는 성명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도 탑테크 관련해서 조만간 성명문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많은 국가가 동시에 성명문을 발표하는 게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미국이 최전선을 맡고 일본과 EU, 마지막으로 한국이 후방을 지원하는 구조를 설계해 두었다.
“중국의 반응은 어떻죠?”
“오리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에서는 정당한 방식의 인재 영입이라고 발표하였고, 오프 더 레코드이긴 하지만 한국 정부를 향해 한마디 하기도 하였습니다.”
“좋은 말이 나오진 않았겠군요.”
“알아서 잘 처신하고 덩달아 떠들지 말라는 경고였습니다.”
참 오만했다.
다른 국가를 상대로 잘 처신하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
게다가 덩달아 떠들지 말라는 건 입 다물고 얌전히 있으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뭐든지 일단 물고 뜯고 보는군요.”
“그래서 전랑외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대흥행한 애국주의 영화를 빗대어 중국의 외교 방식을 늑대 외교라고도 합니다.”
벌써 전랑 외교라는 단어가 등장했던가?
어떤 단어로 표현을 하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지금의 중국 외교 방식은 너무도 공격적이었고, 중국을 갑 그리고 나머지 국가를 을로 보는 방식의 외교였다.
“아무거나 막 물어뜯다 보면, 이빨이 상하기 마련이죠.”
“올해 안으로 늑대 이빨 몇 개 정도는 뽑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과 EU까지 물고 뜯으려면 이빨이 성하게 남아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청와대와 긴밀히 협력해서 성명문 발표 시기를 잘 조율하세요.”
“일본에서 먼저 나선 후에 성명문이 나갈 수 있도록 조율하겠습니다.”
기획실장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한 부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표정을 보니 수익이 괜찮게 나오고 있나 보군요.”
“너무 좋아서 문제일 정도입니다. 특히나 중국 부동산 시장에 베팅한 돈이 벌써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폭탄이긴 하죠.”
“중국 외곽 도시에 직원들을 파견해 보니 아파트의 경우에도 20% 이상 빈 집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경제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1억 가구가 넘는 집이 비어 있다고 합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
엄청난 인구임에는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무한한 숫자는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매년 대규모 개발 공사를 진행했고, 수요가 뻔히 부족할 것으로 보임에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이미 공급이 수요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규모 건설 공사를 진행할 겁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니 자의로 내려올 방법 따윈 없죠.”
“기호지세란 말씀이군요. 호랑이가 부드럽게 속도를 줄여 준다면 큰 피해 없이 부동산 경기를 안정화시킬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난폭하기 그지없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것 같습니다. 리먼 사태를 일으킨 호랑이와 비견될 정도입니다.”
무리하게 GDP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동산을 이용하는 중국이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미래에 사용할 동력을 미리 끌어다 사용했으니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었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든 부동산을 살리려고 하겠죠.”
“그럴수록 피해만 누적될 뿐이지 않겠습니까? 금융타워 입장에서는 전혀 나쁠 게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 상하이 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전쟁을 벌이는데 주가가 오를 수는 없는 일이죠.”
금융타워는 중국 주식 시장에 씨앗을 뿌려 둔 상태였고.
무역 전쟁이라는 영양분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 이젠 1차 수확을 할 시기가 찾아왔다.
“올 초에 비해 30%가 넘게 주가가 하락하였습니다. 금융타워의 모든 금융사가 큰 수익을 기록하였습니다.”
“이제 이전만큼의 큰 수익을 기록하긴 힘들어도, 정책에 따라 주가가 적지 않은 폭으로 움직일 겁니다.”
“이미 기록한 수익만으로도 예상 수익을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앞으로의 수익은 플러스 알파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중 패권 전쟁을 위해 몇 년 동안 준비를 해 왔다.
그러니 어찌 1차 수확만으로 끝내겠는가?
부동산 시장을 통해 2차 수익을 얻어 내고, 3차, 4차 수익까지도 이미 준비해 두었다.
“내년까지는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타워를 핸들링하세요. 그리고 2020년부터는 미국 시장으로 옮겨 갈 거니 준비를 하시고요.”
“지금도 미국 증시로 재미를 보고 있긴 합니다. 중국에 비해 하락폭이 작긴 하지만, 12%가량 하락하긴 했습니다.”
주가만 봐도 누가 더 큰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 있었다.
1년 동안 중국 증시는 30% 하락했지만, 미국은 절반도 되지 않는 12% 하락에 그쳤다.
그것도 최근에 들어서야 하락하기 시작한 미국 증시였다. 그만큼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았다.
“지금이야 중국이 일방적으로 매를 맞고 있긴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 가진 게 더 많은 국가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
“중국 시장에서 올린 수익으로 미국 공매도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금융타워의 자금력을 천천히 미국으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전부 다 옮길 필요는 없어요. 2020년이 되어도 중국에서 수익을 올릴 구석은 많으니까요.”
2020년이 된다고 해서 무역 전쟁의 판도가 변하는 건 아니었다.
무역 전쟁은 여전히 미국에게 유리하게 유리했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미국이 큰 피해를 입게 되어 있었다.
2020년 전 세계 주가 대폭락 사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파이가 큰 국가가 미국이었기에 금융타워의 자본력을 미국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비율을 잘 조절해 양쪽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기획을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보고드릴 사항이 더 있습니다.”
“무슨 일이죠?”
“데이비드로부터 연락이 왔었습니다. 비테라 인수 합의가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60억 달러에 지분을 인수하고, 부채 90억 달러까지 태우그룹이 부담하는 조건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처음 협상 금액은 200억 달러였지만, 무려 50억 달러를 줄여 150억 달러에 인수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 조건 없이 50억 달러나 할인했을 리는 없을 텐데. 다른 조건이 있나 보군요.”
“태우해운 및 태우건설과의 협업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비테라의 현재 주인은 글렌코어였다.
세계 최대 원자재 기업인 글렌코어는 당연히 많은 원자재를 선박을 통해 운반했다.
그러니 태우해운과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할 수도 있었고, 광산 개발에 태우건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긴 하군요. 하지만 해운 계약은 단기 계약으로 진행하세요. 대신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요.”
“굳이 그럴 이유가 있겠습니까? 장기 계약을 체결하면 태우해운의 적자폭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웬만한 계약은 장기 계약이 더 좋은 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장기 해운 계약을 체결하는 건 일방적으로 글렌코어에 유리한 계약이 된다.
코로나 시대가 오게 되면, 선박 이용 비용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뛰게 될 테니까.
그러니 지금 당장은 불리하더라도 단기 계약을 체결해야지만 태우해운이 코로나 시대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해운 업계에 호황 사이클이 찾아올 차례가 되었어요. 당장 내년부터 찾아올 거란 확신은 없지만, 몇 년 안에 찾아올 거라고 확신할 수는 있어요.”
“단기 계약으로 체결하겠습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될 거라고 하면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믿고 따르겠습니다.”
한 부회장의 믿음에 부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5년만 지나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나는 전혀 알지 못하니까.
***
며칠 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중국 기술 강탈과 산업 스파이를 비난하는 성명문을 내놓았다.
한국 정부는 소란을 틈타 조용히 성명문을 했기에 큰 파문이 일지는 않았지만, 한국도 기술 보호 협약에 목소리를 내었다는 증거를 남길 수는 있었다.
“회장님, 리강 서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조용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확실히 성명문이 효과가 있긴 했군요.”
“미국, 일본 그리고 EU까지 나섰으니 중국은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선은 한국에 붙은 불부터 끄려는 듯합니다.”
가장 쉬운 상대부터 공략하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진화할 노력이 있음을 보여 주어야지만.
국제 사회 전체의 비난을 피할 수 있기에 친분이 깊은 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볼 심산이기도 했다.
“보여 주기식이라도 중국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할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부가 아니라 태우그룹이 나선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해결을 보면 되는 일이죠. 일정을 잡아 주세요.”
리강 서기는 앞으로 중국 정부의 2인자가 될 사람이었다.
지금도 중국 정부의 핵심 인력이었고, 그런 사람을 잘만 이용한다면 태우그룹과 한국에게 이득이 되는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
“괜찮겠습니까? 여러 국가가 얽힌 일입니다. 한국이 먼저 중국과 협상을 진행하게 되면, 모든 불똥이 한국으로 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야합을 한다면 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충분한 명분과 증거가 있다면 아무도 문제 삼을 수 없을 겁니다. 특히나 미국에서 문제를 삼지 않는다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기도 하죠.”
미국도 납득할 수준의 협상.
그런 협상을 진행하려면, 일방적으로 중국이 양보하는 방식의 협상이 진행되어야 했다.
당연히 중국이 일방적인 양보를 해 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확보해 둔 명분과 증거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