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10)
독식하는 재벌 3세-510화(510/518)
## 510. 증거 확보 (5)
리강 서기가 한국을 찾았다.
아무리 베이징에서 한국까지 2시간이면 온다고는 하지만, 리강 서기 정도 되는 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이렇게 자주 찾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뜻이었고.
강 대위 식당 별관에 들어서는 그의 얼굴만 봐도 얼마나 다급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주 한국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회장님을 보려면 어디든 못 가겠습니까? 우린 오랜 기간 연을 이어 온 친구 아니겠습니까?”
친구를 하기엔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지 않나?
내 의사는 묻지 않고 다짜고짜 손부터 잡는 리강 서기였다.
“무슨 큰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십니다.”
“후, 미국 놈들이 어떤 미친 짓을 벌이는지 김 회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일본은 그렇다 쳐도 EU까지 움직일 줄은 예상도 못 했어요.”
“기술 보호와 산업 스파이 문제 말씀이군요.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까지 동시에 성명문을 발표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예상이 아니라 확신을 하고 있었을 뿐.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데이비드가 유럽 곳곳을 돌아다녔고.
천민정 센터장이 확보한 증거와 명단을 정치인들에게 잘 가공해서 넘기기까지 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겠습니까?”
“김 회장님이 나서주신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격이지 않겠습니까? 우선 한국만이라도 물러나도록 도와주십시오.”
리강 서기는 아주 당당하게 요구했다.
아주 정중한 어조긴 했지만, 대화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이 뒤로 물러나면 어떤 이득을 주겠다는 약속이 빠져 있었으니까.
“한국 정부가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중국과 정말 척을 지기라도 하겠다는 말입니까? 막말로 한국이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의 파트너쉽 덕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뒤에서 칼을 꽂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난 10년 동안은 중국의 덕을 많이 봤으니까.
하지만 뒤에서 칼을 꽂은 건 한국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계속 미국만 편을 드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중국은 지난 한한령보다 더 강한 제재도 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그냥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중국 기업이 어떤 식으로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강탈하고, 누가 산업 스파이 짓을 했는지까지 상세히 청와대로 넘겼습니다. 여기, 정보의 일부를 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오리발을 내밀 수 없는 증거.
물론 그 증거의 출처는 미국이 아니라 천민정 센터장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 기업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었기에 미국 핑계를 대었다.
“허허, 미국 놈들이 이런 짓까지 했군요.”
“이런 증거까지 확보된 상태에서 어떻게 뒤로 물러날 수 있겠습니까? 만약 한국이 성명문을 취소하고 뒤로 물러난다면, 한국은 더는 미국의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조작된 증거일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이중 삼중으로 팩트 체크를 해 봤지만,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정보가 중국 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핵심 증거까지 확보되었고, 자금 흐름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웃기지 않은가?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의 기술을 훔쳐 간 증거가 바로 앞에 있었다.
그럼에도 리강 서기는 중국 기업이 아닌 미국을 욕하고 있었다.
문제를 삼지만 않았다면,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가능한 반응이었다.
“한국도 이런 자료를 받았다면, 일본과 EU까지 비슷한 자료를 들고 있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무리 중국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라고 할지라도 이런 증거를 가지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 넘긴다 쳐도, 정권이 바뀌는 순간 감옥행을 피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리강 서기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도 이런 증거를 묵인한다면, 큰 곤욕을 당할 거라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시는 겁니까?”
“지금 명분은 미국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중국이 보여 주기식이라도 문제 해결 의사를 보여 주어야만 한국도 그에 발맞춰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기술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습득한 중국 기업을 처벌이라도 하라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처벌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재판장까지는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중국 기업에 기술을 넘긴 한국 기술자들을 추방 정도는 해야 엉킨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리강 서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보여 준 자료는 일부에 불과했고.
얼마나 많은 기업이 이번 사태와 연관되어 있을지 모르니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듯 보였다.
“어려운 문제군요.”
“내년에 있을 G7 정상회담을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히로시마에서 열릴 G7 정상회담에 한국은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하게 됩니다.”
“G7 정상회담이 뭐라고, 중국이 빠진 정상회담이 무슨 정상회담입니까.”
“물론 G7 정상회담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이후 열리는 G20 정상회담까지 안건이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G7 정상회담은 미국이 중심이었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은 쏙 빠져 있었다.
하지만 G20 정상회담은 주요국 19곳과 유럽 연합과 아프리카 연합이 참석하는 회의였다.
여기서 중국은 우군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발생한 산업 스파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거나 최소한 해결 의지를 보여 주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중국 기업을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은 시간부터 버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 기술자를 추방할 수 없다면, 퇴사시키는 정도로도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숫자가 최소 수백 명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지요.”
중국 기업이 영입한 한국인 기술자는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특히나 디스플레이 분야와 반도체 분야에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액의 연봉을 약속하며 데리고 갔었다.
그러니 버리기도 쉬웠다.
모두가 유능한 인재는 아니니, 쓸모가 없는 인력을 감축할 좋은 기회기도 했으니까.
“우선은 한국 기술자를 대규모로 퇴사시키는 것만으로도 국제 사회의 눈길이 조금은 변할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을 버는 동안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다고 해결이 되겠습니까?”
“이번 사태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그러니 조금씩 방법을 찾아 나가야만 합니다.”
“좋습니다. 우선은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해 나가 봅시다. 조만간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는 리강 서기였다.
사실 이번 사태의 해결책은 매우 간단했다.
중국이 욕심을 버리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반도체 굴기를 비롯한 수많은 국가 성장 프로젝트를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도 딱히 중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생각도 없었다.
오직 태우그룹과 한국에 유리하게끔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자 할 뿐이었다.
* * *
리강 서기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수십 곳의 중국 기업에서 대규모 한국 기술자 해고 조치를 시행했다.
그 소식을 들은 한 부회장이 놀라 달려올 정도로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였다.
“무려 700명이 넘는 한국 기술자를 해고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번 조치는 1차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앞으로 2차, 3차 대규모 해고가 예정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오겠군요. 그중에서 기술을 유출한 사람을 골라야 하지 않겠어요?”
“중국 정부에서 이번 해고 조치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어 정보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명단 확보는 어렵지 않습니다.”
산업 스파이는 소중한 자원이었다.
푼돈으로 수천 배가 넘는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자원이었으니까.
그런데 정보를 공개한다는 건 이미 빼먹을 건 다 빼먹은 쭉정이란 뜻이었다.
“중국에 기술을 넘긴 기술자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않겠어요?”
“우리가 확보한 명단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명단에 없는 기술자는 기술을 유출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거야 조사를 해 보면 다 알 수 있죠. 죄 없는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람만을 처벌해야죠.”
죄를 알아내는 건 정말 어렵지 않았다.
내가 보유한 능력을 이용해 일차적으로 알아내고.
천민정 센터장, 명동, 강 대위, 국세청, 경찰, 검찰까지 동원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떤 식으로 처벌을 하실 생각입니까?”
“당연히 관련 분야에서 더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기술 유출이 확실시되는 사람은 개정된 기술 보호법에 따라 처벌받게 될 겁니다.”
“관련 업계 취업이 불가능하다면, 식당을 하거나 귀농을 해야 되겠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몇 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으니 장사 밑천은 넉넉하겠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나는 입꼬리 한쪽을 들어 올렸다.
한 부회장은 내 미소의 의미를 알지 못해 갸우뚱했고.
나는 그를 이해시켜 주기 위해 데이비드에게 받은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
“중국에서 해고 조치된 기술자 대부분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고 하는군요.”
“그게 가능합니까? 계약서에 연봉과 퇴직금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까?”
“중국이니까.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니 더욱 가능한 일이죠.”
크게 벌고 은퇴하자.
중국으로 넘어가는 기술자 대부분이 이런 생각일 것이다.
3배에서 10배까지 높은 연봉에 거액의 퇴직금까지.
한국에서 20년을 일해야 벌 돈을 5년 안에 벌 수 있으니 중국으로 넘어갔을 터였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자들이면 더욱 찬밥 대접을 받긴 하겠습니다.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만큼 굳이 거액의 연봉을 주며 데리고 있을 이유가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단물만 삼키고 뱉어 버리는 껌 신세가 되는 거죠. 아무리 단물이 많이 들어 있는 껌이라고 하더라도 평생 씹는 경우는 없죠.”
“그래도 퇴직금까지 안 주다니 참 대단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디다가 하소연을 하겠어요? 중국 법원에 소송을 걸면 승소할 가능성이 몇 프로나 되겠어요?”
중국 기업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정부에서 한국 기술자 해고를 종용하고 있으니 눈치 볼 것 없이 쳐낼 수 있었다.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아낄 수도 있으니 더더욱 좋은 기회였다.
“2차, 3차까지 진행이 되면, 한국 귀농 인구가 크게 늘겠습니다.”
“우리는 이번 기회를 살려야죠. 중국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모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합시다.”
“퇴직금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거액의 연봉 제안만으로도 마음이 흔들릴 기술자가 꽤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더 큰 벌이 따라야죠.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그리고 EU 국가의 기업에 취업을 못 하도록 만들 겁니다.”
국제적 미아.
자국의 기술을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넘기는 순간.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버림받는다는 사실을 각인시킬 계획이었다.
심지어 기술을 받아먹은 중국에서도 버림받는다면, 산업 스파이 혹은 이직 행위를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에 아주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 보겠습니다.”
“제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확실히 처리해 주세요.”
조만간 미국 일정이 잡혀 있었다.
곡물 기업 비테라 인수와 동시에 곡물 메이저 기업 ABC를 상대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