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11)
독식하는 재벌 3세-511화(511/518)
## 511. 식량 카르텔 (1)
미국에 도착한 나는 가장 먼저 머스크를 찾았다.
인공지능과 접목된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미스터 킴! 조금만 더 일찍 오지 그랬어요. 농업용 위성이 우주 궤도에 배치되는 역사적인 장면을 같이 보면 더 좋았잖아요.”
“머스크를 믿으니 참석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괜히 제가 참석했다가 실패라도 하면 볼 면목이 없지 않겠어요?”
“미스터 킴이 참석하는데 왜 실패를 하죠? 실패할 발사도 성공을 하면 했겠죠.”
우리는 시원한 맥주를 나눠 마시며 조촐하게 축배를 들었고.
농업용 위성의 성능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에 우주 궤도에 배치한 농업용 인공위성의 숫자는 3개죠. 전 세계의 농작물을 1시간 간격으로 확인하기엔 부족한 숫자긴 하지만, 워낙 성능이 좋은 위성이라 기존 농업용 위성과는 큰 차이가 있어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가능할까 싶었어요. 머스크의 뛰어난 능력 덕분에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네요.”
“너무 겸손을 부리진 마요. 태우그룹이 이미 위성에 장착할 인공지능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둔 덕분에 단기간에 적용할 수 있었던 거죠.”
인공지능에 투자한 지가 10년이 넘었다.
그 어느 기업도 인공지능에 투자하지 않고 있을 때부터 태우그룹은 준비를 해 왔었고.
그러니 단기간에 농업용 위성에 적합한 인공지능과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 센터에서 성능을 확인한 결과 모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농업용으로 쓰긴 아까운 위성들이죠. 기상 예측 시스템을 통해 어느 지역에 풍년이 들고, 흉년이 될지 예상할 수도 있고, 작물별 생산량도 예측이 가능하게 되었죠.”
“하지만 아직 정확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아요.”
“그거야 더 많은 위성을 궤도에 배치하면 해결될 문제 아니겠어요? 내년 초에 또 한 번 발사를 할 거고 하반기에도 발사 계획이 있으니, 내년 안에는 해결 가능할 겁니다.”
정확도 상승은 곧 돈과 연결되는 부분이었다.
위성 한 기를 로켓에 싣는 비용은 대략 60억 원에 달했고.
벌써 3개를 배치했으니 18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고, 내가 원하는 정확도를 얻기 위해선 추가적으로 6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더 지불해야만 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태우그룹 때문에 다른 기업의 의뢰를 연기했다고 알고 있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태우그룹은 스페이스 X의 최대 투자자 아닙니까? 태우그룹이 원한다면 순서 조정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돈만 있다고 해서 위성을 실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로켓 발사 몇 년 전부터 위성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니 순서대로라면 농업용 위성은 올해 발사할 수가 없었지만, 머스크 덕분에 앞당길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머스크가 강하게 밀어붙인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의 반발이 심하면 순서 조정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내가 묵인했기에 머스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밤새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선약이 있어 일어나 봐야겠어요.”
“곡물 기업들과 협상을 한다는 소문이 돌던데 거기에 가는 건가요?”
“벌써 소문이 났나 보군요. 곡물 메이저 기업들이 기다리고 있죠.”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수십 년 동안 카르텔을 형성해 온 기업들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미스터 킴이라고 하더라도 틈을 보이는 순간, 뜯어먹힐 수도 있어요.”
진심으로 날 걱정하는 머스크였다.
미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그였기에 곡물 메이저 기업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뜯어먹히기 위해 가는 거죠. 먹기 싫다고 해도 강제로 입속에 쑤셔 넣을 생각입니다.”
“새에게 일부러 잡아먹혀 번식을 하는 벌레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 전략을 사용하는 겁니까?”
“비슷하겠네요. 먹잇감인 것처럼 우선은 잡아먹히는 대신, 태우그룹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발을 뻗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머스크의 비유는 정확했다.
대벌레는 번식을 위해 새에게 일부러 잡아먹히곤 한다.
그래야 더 넓은 지역에 자신의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으니까.
태우그룹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농업 벨트 지원이라는 먹잇감을 던져 주고.
곡물 메이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곡물 농장을 태우그룹 영향력 아래로 가지고 올 계획이었으니까.
“곡물 메이저 기업들이 상대를 아주 제대로 만났군요. 아주 재밌겠어요. 회의에 같이 참석해서 관람하고 싶은 마음까지 드네요.”
“뉴스를 통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장편 영화이니 참을성을 가지고 천천히 지켜봐 주세요.”
머스크와 진한 악수를 나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순박한 미소를 연습했다.
스스로 호구가 되어 곡물 메이저 기업들에게 잡아먹히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어리숙한 연기가 필요했으니까.
* * *
미네소타의 작은 도시 웨이자타.
인구 5천 명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도시.
웨이자타란 도시 이름보다 카길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곡물 메이저 기업 담당자들이 이틀 전부터 웨이자타에 모여 회의를 진행했어요. 보스가 투자하는 돈을 어떻게 나눠 먹을지 회의를 한 것 같아요.”
“자기들끼리 합의를 마친 다음 나와 대화를 나누겠다는 거군요.”
“220억 달러나 되는 규모면, 곡물 메이저 기업들의 침샘을 자극할 만한 돈이지 않겠어요?”
데이비드는 미리 웨이자타에 도착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고.
곡물 메이저 기업 3곳이 어떤 내용으로 회의를 진행했는지도 일부 알고 있었다.
“우리에겐 나쁠 게 전혀 없죠. 알아서들 합의를 했으니 시간을 아낄 수 있겠어요.”
“보스, 조심하셔야 해요. 월가의 놈들이 하이에나라면, 곡물 메이저 기업들은 사자라고 봐야 해요. 철저한 혈족 중심으로 기업을 승계하고, 서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외부인을 쉽사리 무리 안에 합류시키는 놈들이 아닙니다.”
곡물 메이저 기업 카르텔.
어찌 보면 한국의 대기업과 비슷한 방식으로 경영되고 있었다.
철저한 혈족 중심으로 대를 이어 기업을 경영하고 있었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외부 세계와 단절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음모론도 많이 나오곤 했다.
유대인이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 곡물 기업을 이용하고 있다는 식의 음모론.
하지만 나는 그런 음모론을 믿지 않았다. 결국 기업은 돈을 따라 움직이는 집단에 불과했으니까.
“사자인지 아니면 늑대들인지 만나 보면 알겠죠. 먹잇감 앞에서는 본성을 드러내게 되어 있으니까요.”
“보스 정도의 먹잇감이면 최소한 코끼리 수준은 되죠. 하지만 이미 말을 맞춰 둔 상태라 최대한 본성을 감추려고 들지 않겠어요?”
“야합을 통해 코끼리를 어떤 식으로 나눠 먹을지 의논했겠죠. 그런데 먹잇감이 코끼리가 아니라 고래라면 어떻게 되겠어요? 며칠 동안 겨우 찾은 합의점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겠죠.”
“코끼리가 아니라 고래가 먹잇감이면, 전장이 아예 바뀌긴 하겠어요. 초원에서 바다로 전장이 바뀌면 전략도 당연히 바뀌겠네요.”
저들이 짜 놓은 판에 놀아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짠 판에 곡물 메이저 기업들이 놀아나게 만들려면, 저들이 예상하지도 못한 의외의 수를 던져야 했다.
“이만 안으로 들어가죠.”
“저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곡물만 먹고 자란 초식 동물들을 잘 요리하고 오세요.”
곡물 메이저 기업이라 초식 동물이라는 건가?
초식 동물이라고 하기엔 덩치가 너무나 큰 곡물 기업들이었다.
초식 동물이 아니라 최소 초식 공룡 수준은 되는 곳들이었고,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도 초식 동물인 척 연기를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태우그룹의 회장을 만나게 되어 우리가 영광이지요. 어서 자리하시지요.”
맥레이 카길 회장.
카길 지분 2/3를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이자 경영자인 그가 다른 곡물 메이저 기업들을 대표해서 나를 반겼다.
“백악관을 통해 전달을 받으셨겠지만, 한 번만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태우그룹이 농업 벨트에 5년 동안 매년 투자하는 220억 달러에 관한 내용을 협의하기 위함입니다.”
“태우그룹은 참 생각이 깊군요. 석유 사업에도 진출을 하셨다고 하더니 이젠 에탄올 사업까지 진출을 하는 겁니까?”
“에탄올 사업 진출과 더불어 한국의 곡물 확보를 위한 조치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50%도 되지 않습니다. 경제 상황은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지만, 식량 부분에 한해서는 OECD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여기에 없었다.
곡물 메이저 기업을 통해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는 한국이었으니까.
게다가 곡물 자급률만 따지고 보면 20%밖에 되지 않았기에 한국은 곡물 메이저 기업들의 좋은 거래처였다.
“에탄올로 만들고 남은 곡물을 한국으로 수출하겠다는 것이군요. 한국이라는 아주 좋은 거래처를 태우그룹에 빼앗기게 생겼습니다. 허허허.”
“서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태우그룹은 한국 곡물 자급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고, 곡물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중국의 미국산 곡물 수입 금지 조치로 인해 곡물 가격은 많이 하락했다.
단순히 하락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곡물이 창고에 쌓이고 있기도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상한 호구 한 명이 남는 곡물을 사들이겠다고 하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아주 좋은 일이지요. 농업 벨트의 규모에 따라 투자금을 분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미리 자료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제가 준비한 자료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철저하게 규모에 따라 비율을 정한 곡물 메이저 기업들이었다.
규모가 가장 큰 카길이 많은 비율을 받고, 나머지 기업들이 남은 비율을 차지하는 방식이었다.
태우그룹에서 준비한 자료와 큰 차이가 없었기에 금방 고개를 들고 말을 이어 나갔다.
“이런 방식으로 거래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제안을 더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제안을 말입니까?”
“저는 앞으로 에탄올 산업이 더욱 성장할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농업 벨트에서 생산되는 곡물뿐만 아니라 더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였으면 합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의견을 교환하는 곡물 기업 대표들.
아직은 내가 정확한 제안을 내놓지 않았기에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어느 수준까지 규모를 키워 나갈 계획입니까?”
“매년 1,000억 달러 수준까지 생각 중입니다. 단순 곡물 계약은 물론이고, 농장 임차 계약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농장 임차라고 하면, 우리가 보유한 농장을 임대해 달라는 겁니까?”
“우선은 단기적으로 5년 동안 농장을 임차하였으면 합니다.”
220억 달러의 돈이 단순에 1,000억 달러로 널뛰기하였다.
5배 가까이 금액이 상승한 만큼 곡물 기업 대표들의 눈에서 욕심이 피어 나오기 시작했다.
“태우그룹의 명성답게 아주 화끈하시군요.”
“매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곡물 시장에 투자하기만 하면 됩니다. 곡물의 권한을 확보하거나 혹은 농장을 임차하는 방식 모두 상관없습니다.”
선택권을 곡물 기업 대표들에게 넘겼다.
그러자 회의장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무려 1,000억 달러나 되는 투자금.
잘만 활용한다면, 곡물 기업 순위를 뒤바꿀 수도 있는 금액이니 이젠 숨겨 둔 본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