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16)
독식하는 재벌 3세-516화(516/518)
## 516. 동맹 형성 (1)
14시간의 비행.
네덜란드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기 위해 반나절이 넘는 시간을 항공기 안에서 보냈다.
그나마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기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고, 안전하게 할아버지가 계신 베트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요즘 자주 얼굴을 보는구나. 이번에 또 뭘 빼먹으려고 온 게냐?”
“손자가 할아버지 얼굴을 보러 오는데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냥 보고 싶어서 온 거죠.”
“나보고 그런 말을 믿으라는 게냐? 차라리 지나가는 강아지 말을 믿겠다.”
상당이 각박한 말이 오갔지만.
차가운 말과 달리 표정은 따스하기 그지없었다.
공항까지 마중 나온 할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태우그룹 베트남 지사로 향했다.
“이제 말을 해 보거라. 베트남에서 또 무얼 하려고 그러느냐?”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약속이라고 하면, 투자 약속 말이냐?”
“푹 수상에게 직접 한 약속인데 어기기라도 하면, 할아버지가 상당히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곤란할 게 뭐가 있느냐? 이미 태우그룹은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금융 사업도 적극 진출했으니 약속은 이미 절반은 지켰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
약속을 이행했다고 볼 수도 있긴 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를 완벽한 태우그룹의 우방국으로 만들기 위해선 제대로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약속을 지키려면 제대로 지키고 싶습니다. 베트남에 대규모 반도체 단지를 지을 계획입니다.”
“허허, 네 입에서 대규모란 단어가 나왔으니 내 예상보다 더 규모가 크겠구나. 베트남 정부에서는 두 손 벌려 환영할 만한 소식이긴 하겠어. 그런데 베트남에서 반도체 생산이 제대로 되겠느냐?”
“태우반도체는 이미 무인 공장을 완성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기술을 사용하면 단기간에 안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형 반도체 생산 공장으로 사용할 것이기에 수율 문제는 금방 잡을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베트남에 계신 동안에는 항상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셨지만.
대규모 반도체 단지 이야기가 나오자 예전 회장 시절의 모습을 불러온 할아버지였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장비 확보가 제대로 되겠느냐? 중국 반도체 기업에서도 구형 반도체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는 판국이라 장비 확보가 쉽지 않을 게다.”
“이미 ASML과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는 구형 반도체 장비 일부를 태우반도체가 가지고 오기로 하였습니다.”
“ASML이 쉽지 않은 결정을 하였구나.”
쉽지 않은 결정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사전 작업을 미리 해 두었기에 가능했다.
“태우반도체가 ASML 개발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어렵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ASML도 중국 기업에만 구형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는 것보다 태우반도체에도 같이 판매를 해야 판매처를 다각화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습니까?”
“중국 기업을 상대로 출혈 경쟁이라도 할 생각이냐? 베트남의 인건비가 중국보다 저렴하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만큼 많은 지원금을 줄 수는 없으니 태우그룹의 자금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될 게야.”
중국의 인건비는 매년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었다.
반면 베트남은 여전히 낮은 인건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반도체 굴기였다.
중국 정부에서 엄청난 지원금을 퍼붓는다면, 인건비 차이 정도는 단숨에 역전할 수 있었으니까.
“저도 무작정 중국 기업과 출혈 경쟁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미국 정부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을 제재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수출길이 막혀 버리게 됩니다.”
“중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구형 반도체 파이까지 태우반도체가 전부 먹어 버릴 작정이구나. 돈이 안 되는 사업은 하지 않는 게 너의 경영 방침이지 않았더냐? 영업 이익을 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 네놈이지 않느냐.”
할아버지가 회장일 당시.
나는 정말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영업 이익을 강조했었다.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전부 매각해 버리고, 영업 이익이 높은 사업에만 집중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반도체의 경우는 달랐다.
영업 이익도 중요하지만, 전략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였기에 무조건 태우그룹이 꽉 쥐고 있어야만 했다.
“태우그룹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이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도체라는 전략 무기를 독점해야 합니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구형 반도체 파이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로구나.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만, 실패한다면 너무 큰 리스크를 안게 되겠어.”
“그 정도 리스크는 몇 번이고 감당할 정도로 태우그룹은 튼튼합니다.”
나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할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그 정도 능력은 충분히 되는 태우그룹이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걱정하지 않겠다. 그래서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느냐?”
“아직 도와 달라는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
“꼭 말을 해야 아는 게냐? 네놈 얼굴만 봐도 다 알 수 있어.”
“사실, 반도체 단지 건설 보상으로 베트남 곡물과 농지를 확보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식량 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계약입니다.”
할아버지가 내 얼굴을 만졌다.
밀가루 반죽을 하듯 얼굴을 몇 번이고 어루만지고서야 입을 여셨다.
“내 손자놈이 맞긴 하구나. 허허, 네 입에서 한국의 식량 안보 이야기가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언제부터 네가 애국자라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게냐?”
“식량 안보는 사실 핑계에 불과합니다. 지금의 국제 정세를 파악한 결과, 식량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내가 아는 전문가들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결론이구나. 미·중 무역 분쟁으로 곡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어떻게 돈이 된다는 게냐?”
할아버지의 정보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태우그룹을 통해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라인을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고 계셨으니까.
“지금이 최저점입니다. 주식, 기름 그리고 곡물까지. 큰 이득을 남기려면 최저점에서 사서 고점에서 팔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괜찮겠느냐?”
“절대 손해 볼 일 없습니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일뿐더러 다른 부가적인 이익까지 취할 수 있는 곡물 사업입니다. 그리고 곡물 메이저 기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지금입니다.”
할아버지의 눈이 찡그려졌다.
좋지 않았던 옛날 일을 떠올릴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군사 정권 시절에 곡물 메이저 기업에 놀아난 적이 있었지. 한국 전체가 아주 제대로 놀아났었어.”
“그랬던 적이 있습니까?”
“한국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한 외국 곡물 기업들이었다. 그놈들의 콧대를 제대로 눌러 줄 수 있겠느냐?”
“일이 잘 안 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을 자신이 있고, 잘만 된다면 곡물 메이저 기업들의 콧대를 제대로 눌러 줄 수 있습니다.”
“좋다. 그러면 내가 푹 수상과 자리를 마련해 보마.”
든든하다.
베트남에서만큼은 내가 주도할 필요 없이 할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면 되었다.
하지만 베트남과의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인도 정부와 계약을 체결해야 했고, 그때부터는 다시 내가 주도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니 지금은 할아버지에게 맡기자.
나도 한 번쯤은 뒤로 빠져 편하게 사업을 진행해도 되지 않겠는가?
* * *
보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네덜란드에서 3일, 베트남 정부와의 협상에 3일, 인도 정부와의 협상에 4일의 시간이 걸렸고, 이동 시간까지 더해 보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마음 같아서는 본사로 바로 출근하고 싶었지만.
워낙 늦은 시간이라 회사 대신 강 대위 사무실을 찾았고, 한 부회장이 이미 라면을 끓여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보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면 냄새 좋네요. 타지 생활을 하면 왜 라면이 그렇게 먹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김치도 종류별로 준비해 뒀습니다.”
호로록!
라면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 냈다.
국물까지 시원하게 들이켜고 나자 이제야 시야가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런 일은 제가 나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고생이랄 게 뭐가 있겠어요. 해외여행만큼 재미난 일이 어디 있다고요. 해외여행의 묘미가 뭔지 아세요?”
“네? 아, 새로운 환경을 경험해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죠. 한국에서 쓰지 못한 돈을 외국에 나가서 펑펑 쓰니 재미난 거죠.”
이번 여행에서 정말 돈을 펑펑 쓰고 다녔다.
네덜란드에서는 ASML과 5년 장기 계약을 위해 10조 원 넘게 사용을 했고.
베트남과 인도에서는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을 뿌리며 돌아다녔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회장님의 과소비를 언론에서 문제 삼고 있긴 했습니다. 그리고 SNS와 포털 등에서도 태우그룹의 과한 투자를 문제 삼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나 보군요. 그런데 뭘 그렇게 문제 삼고 있나요?”
“태우그룹의 매출은 높지만, 그룹 전체를 따지고 보면 결코 영업 이익이 높지 않다는 비판과 과도한 몸집 부풀리기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이었다.
IMF 당시 할아버지에게 매일같이 드렸던 말과 동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IMF 시대가 아니었고, 태우그룹의 재무 건전성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태우그룹을 걱정해 주는 아주 고마운 사람들이군요. 뭐 쓸데없는 걱정이긴 하지만요.”
“솔직히 이유 있는 비판이긴 하지만, 속사정을 모르기에 나오는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의 숨겨진 재산만 꺼내도 그런 말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숨겨진 재산이 아니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재산이죠. 그리고 영원히 공개되지 않을 재산이기도 하죠.”
말장난에 불과했다.
숨겨진 재산이나 공개되지 않은 재산이나 같은 의미였으니까.
핀테크 은행과 CITI 그룹 그리고 월가에 퍼져 있는 다양한 페이퍼 컴퍼니까지.
모두 합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태우그룹은 세계 1위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숨겨진 힘은 숨겨져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공개된 순간부터 태우그룹은 알몸 상태로 전장에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상보다 비판의 강도가 높아 괜한 말을 꺼냈습니다.”
“언론의 호들갑은 무시하세요. 그보다 제가 있는 동안 별일은 없었나요?”
“태우통신에서 올해부터 5G 상용화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기존 시설보다 설치비가 너무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내 기억에 5G 사업은 실패에 가까웠다.
회귀하기 직전까지도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았던 5G.
조금만 외진 곳으로 가도 안 터지기 일쑤였고, 비싼 요금제로 내 지갑 사정을 어렵게 하기도 했었다.
지금이야 통신비가 얼마가 나오는지도 모르지만.
회귀 전에는 라면 한 봉지 사 먹을 돈도 없던 때가 있었기에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5G가 문제가 많나 보군요.”
“두 종류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5G입니다. 최대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28GHz 대역을 사용해야 하지만, 직진성이 높아 기지국을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3.5GHz 대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지국 설치는 결국 통신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을 누가 어느 경영진이 좋아하겠는가?
특히나 이미 잡아 놓은 물고기를 위해 비싼 사료를 주고 싶어 할 사람은 없었다.
“완벽히 상용화하려면 얼마가 필요하죠?”
“태우통신은 매년 3조 원씩 6년 동안 18조 원을 사용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값싼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비용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변수까지 생겨 최소 10조 원을 추가로 투자해야지만 완벽한 5G 상용화가 가능합니다.”
태우통신의 영업이익은 1조 원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10조 원을 추가로 5G에 투자하게 되면 영업 이익을 전부 사용해도 부족했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 둔 잉여금이 있으니 못할 건 없기도 했다.
“28GHz에 돈이 많이 든다는 거죠? 그 문제는 머스크와 상의해서 해결하도록 하죠.”
“방법이 있으십니까? 스타링크가 주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28GHz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협동 사업을 추진해서 28GHz 기지국을 대량으로 설치하는 거죠. 물론 자금은 태우그룹에서 지원을 하겠지만요.”
솔직히 돈이 안 되는 사업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태우통신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서라도 다른 통신사와의 차별점이 필요했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5G 통신망을 가지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이유라면.
회귀 전에 겪었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터지지 않는 5G 때문에 얼마나 분통이 터졌던가? 이번 생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