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18)
독식하는 재벌 3세-518화(518/518)
## 518. 동맹 형성 (3)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간.
이 시간에 명동을 찾아간 건 오랜만인 듯했다.
항상 어두울 때만 이영한을 만났기에 이상하게 오늘따라 사람이 달라 보이는 느낌까지 받았다.
“신수가 좋으시네요.”
“전부 회장님 덕분입니다. 명동의 자금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밑에 놈들은 이제 음지를 벗어나 양지로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위치를 잘 알고 있기에 양지로 나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명동의 자금력은 중소 은행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다.
사채 시장을 꽉 잡고 있을 뿐 아니라 태우그룹과 관련된 사업으로 꾸준히 세력을 확장해 왔으니까.
하지만 음지에 있기에 지금처럼 성장이 가능했다.
명동이 양지로 나온다면, 굳이 명동과 손을 잡을 이유가 사라진다는 걸 이영한도 잘 알고 있기에 양지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항상 힘든 일만 부탁해서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절대 아닙니다. 어려운 일일수록 보수가 높은 법 아니겠습니까? 특히나 회장님은 보상에 인색하지 않으시기에 언제든지 어려운 일을 시키셔도 괜찮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어려운 부탁 하나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어떤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영한이 강아지처럼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악명 높은 명동의 주인이 이런 모습을 한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일본 밀수출 시장을 조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쪽은 또 제가 전문이지요. 지난 비트코인 사태로 야쿠자 조직에 정보원을 대거 심을 수 있었습니다. 밀수출 조직은 어떤 식으로도 야쿠자와 관련이 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강아지 같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강아지가 아닌 사냥개에 가까운 이영한이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내가 내린 지시를 이행하는 사람이었고,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충실한 사냥개였다.
“정확히는 일본 조직이 북한으로 밀수출하는 정보가 필요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어떻게든 알아내 보겠습니다. 일본 쪽 라인을 총동원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밀수출 조직도 자금 세탁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결국 우리에게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일본과 북한의 밀수출.
이는 일본이 무역 제재를 가할 때 사용할 중요한 카드가 되어 줄 수 있었다.
일본은 한국이 불법적으로 북한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무역 제재를 가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 역공을 가하기 위해선 일본이 북한으로 밀수출을 하고 있다는 증거 확보가 필요했다.
“특히나 사치품 위주로 알아봐 주세요. 식량이나 의료품 같은 경우엔 증거를 확보해도 그다지 쓸모가 없어요.”
“명품 시계나 가방 혹은 고급 차량이 일본을 통해 북한으로 밀수출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필요하다면 태우상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말해 놓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전부 해결하겠습니다.”
이영한은 일본 조직을 한두 번 상대해 본 것이 아니었다.
일본 사채 조직이 한국에 진출하려고 할 때도 상대했고.
야쿠자가 비트코인을 통해 자금 세탁과 이득을 보려고 할 때도 이영한이 상대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조직과 사이가 나쁜 건 결코 아니었다.
우리가 표적으로 삼는 조직의 반대 세력과 손을 잡았고, 여러 일본 조직을 고객으로 삼고 있기까지 했으니까.
“이번 일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좋은 선물 하나를 드릴 생각입니다.”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사춘기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명동도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한국에서만 돈을 벌기엔 명동의 규모가 너무 커졌죠.”
“원하는 국가로 언제든지 진출하겠습니다! 회장님의 지시라면 해외가 아니라 지옥이라도 진출할 의향이 있습니다.”
명동의 힘은 한국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이렇게 좋은 카드를 한국에서만 사용하긴 아까웠기에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밀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양지 진출은 아니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는 어둠의 자금이 존재했고, 명동의 목표도 그런 더러운 돈이었다.
“아! 그리고 강 대위와 같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잘 되어 가고 있나요?”
“마스크와 음압 병실 사업 말씀이라면 제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소 마스크 제조 회사 3곳 인수를 마무리했고, 기존 마스크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마스크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명동을 위한 숨겨진 선물.
마스크 회사와 음압 병실 사업에 명동도 참여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큰 재미를 볼 수 없는 사업이었지만, 당장 내년부터 엄청난 수익을 안겨 줄 사업이 될 터였다.
“재고가 생기면 전부 태우그룹에서 사들일 테니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서 최대한 생산하도록 하세요. 물류 창고가 부족하면, 태우그룹의 창고까지 열어 드리죠.”
“안 그래도 이번에 인력을 대거 충원했습니다. 그리고 강 대위가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상보다 생산량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어 창고가 부족하긴 합니다.”
재고가 넘쳐나도 상관없었다.
창고가 부족하다면, 태우상사의 창고를 열어 주면 그만이었으니까.
“적자 문제가 생기면 꼭 말해 주세요. 태우그룹에서 전량 구매하고, 자금도 지원해 드리죠.”
“명동의 자금력만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합니다. 명동의 자금줄이 싹 마르고 나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충성스럽지 않은가?
왜라고 한 번도 질문을 하지 않는 이영한이었다.
잘 팔리지도 않는 마스크를 왜 생산해야 하는지 게다가 수요가 전무하다시피 한 조립식 음압 병동을 왜 생산해야 하는지 묻지 않는 그였다.
충성스러운 사냥개에게는 특식을 줘야지.
지금 쌓인 재고는 1년만 지나면, 최소 6배 최대 20배까지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
“음압 병동은 지금 규모로 계속 생산을 해 주시면 되지만, 마스크 공장은 확충해 주세요. 지금보다 생산량을 5배 이상으로 늘렸으면 합니다.”
“회장님이 원하신다면 5배가 아니라 50배도 가능합니다.”
“왜 그렇게 많은 마스크가 필요한지는 궁금하지 않으세요?”
“회장님이 시키는 일에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다른 사람이 이런 일을 지시했다면 수백 번 넘게 이유를 찾겠지만, 회장님의 지시는 그저 묵묵히 따를 뿐입니다.”
믿음과 신뢰.
그가 명동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명동이 지금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의 믿음과 신뢰가 나를 향해 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마스크가 많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말고 공장 규모를 확충하세요.”
“마스크를 쌓아 산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산이 아니라 산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밀수출 관련 정보도 한 달 이내로 알아내 보겠습니다.”
나는 이영한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이렇게 충실하고 사냥을 잘하는 사냥개를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 *
며칠 후.
이른 아침부터 머스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에 얼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미스터 킴! 잘 지내고 있으십니까?]“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전화를 다 주셨나요?”
[태우통신으로부터 협업 요청을 받아서 연락드렸어요. 미스터 킴의 뜻이 담겨 있는 요청인가 해서요.]“제가 지시를 내렸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5G 사업을 위해 스타링크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고 싶습니다.”
5G를 최대한 상용화시키고 싶었다.
스타링크와 손을 잡는다면, 태우통신은 다른 통신사보다 몇 발은 앞서 나갈 수 있었다.
[28GHz에 한해서는 협업이 가능하죠. 사실 스타링크를 이용하면 따로 기지국을 설치할 필요 없긴 하지만, 아직 위성의 숫자가 부족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통신사와 협업을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서로 장점과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면, 여러 계획을 앞당길 수 있지 않겠어요?”
[완전 자율 주행과 같은 계획 말씀이죠?]완전 자율 주행을 위해선 끊기지 않는 통신망이 필수였다.
그뿐만 아니라 OTT 서비스, 게임 플랫폼 등에서도 활용이 가능했다.
“투자비용은 걱정마세요. 부족한 자금은 태우그룹이 스타링크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우회해서 지원해 드리죠.”
[그 정도 자금은 스타링크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요. 안 그래도 스타링크 시스템을 제대로 실험해 볼 장소가 필요했는데 한국을 시범 국가로 지정하면 되겠습니다.]“최적의 실험 장소가 될 겁니다. 한국만큼 좁지만 다양한 환경을 보유한 국가는 없으니까요.”
[저도 그 이야기를 들었어요. 미군이 한국에서 훈련하는 이유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장소라서라더군요.]평지, 산, 강 등의 지형부터.
여름에는 영상 35도가 넘는 무더위가 찾아오고,
겨울에는 영하 30도의 한파까지 불어오는 곳이 대한민국이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마음고생이 많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 봅시다.”
[난리도 아닙니다. 무역 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이 테슬라일 겁니다. 하루 차이로 500만 달러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맞기도 했습니다. 이런 지랄 맞은 상황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뿐이죠.]“그래도 주가는 계속 우상향하고 있으니 테슬라의 성장에는 큰 지장을 주진 못할 겁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벌써 20달러를 돌파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기도 했다.
물론 아직 멀었다.
20달러가 아니라 200달러는 넘어 줘야 내가 투자한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물론 태우자동차와 애플카 그리고 GM 등 회귀 전에는 없었던 전기차 경쟁사가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테슬라의 가치는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미스터 킴과 함께 세상을 뒤집어 놓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렇다니 다행이네요. 다음에는 제가 연락을 드리죠.”
청춘 만화 같은 대사를 날리는 머스크.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실제로 그런 말을 들으니 살짝 귀가 간지러웠다.
그래도 머스크가 하는 말이니 받아들였다.
그가 노력한 만큼 내 자산도 크게 증가하게 될 테니까.
* * *
며칠 후.
내 요청에 의해 삼진전자 오용재 부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오늘은 강 대위의 식당이 아닌 삼진호텔이 만남의 장소로 선정되었고, 보안을 위해 층 전체를 비워 주는 성의를 보인 오용재 부회장이었다.
“김민재 회장님께서 먼저 만남을 요청하셔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공동의 적과 싸우고 있는 동지이니 자주 얼굴을 보면 좋지 않겠습니까?”
공동의 적.
기술 강탈을 하고 있는 중국이 될 수도 있고.
막무가내 규제로 한국 기업을 어렵게 하는 미국도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공동의 적은 추가될 것이고, 그렇기에 오늘의 만남을 요청했다.
“중국과의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상황입니다.”
“최악을 면한 것에 불과하죠. 지금이야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미국도 G20 회의까지는 숨을 고르고 있는 상황에 불과하죠.”
오용재 부회장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타이밍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아는 그였다.
“조금 이르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만남의 주제를 알고 싶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도 대한민국을 제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을 어느 나라가 제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실리 외교를 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웬만한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정보를 흘렸다.
물론 한·일 관계의 미묘한 흐름을 삼진전자가 모를 리는 없었다.
하지만 예상을 하는 것과 확신을 하는 건 큰 차이가 있었고, 나는 삼진전자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과 손을 잡고 일본 무역 제재를 대비할 마음도 있었다.
물론 그들이 내 손을 잡는다면 말이다.
불필요한 투자라 생각하고 태우그룹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나도 딱히 그들을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