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2)
독식하는 재벌 3세-52화(52/518)
52화. 거짓 정보 (3)
며칠 후.
이노폰 허위 비방 사건은 빠르게 바로잡혔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던 신문사에서 정정기사와 함께 이번 사건의 전말을 알려 왔고.
해외 유명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노폰을 옹호하고 나섰기에 상황은 단번에 반전되어, 이노폰의 인기만 더 상승했다.
그런 인기와 함께 이노폰은 출시가 되었고. 곧장 문제가 발생했다.
이노폰을 처음 준비할 때부터 생각했던 문제였다.
“소장님, 재고가 바닥이 났습니다. 3교대로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지만, 수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재고가 전부 바닥났다는 말인가요?”
“미국에서만 30만 대 이상의 주문이 들어온 상황이고, 유럽에서도 10만 대 그리고 한국에서도 10만대에 가까운 주문이 들어온 상황입니다.”
30만 대의 재고가 출시와 동시에 팔려 나가다니.
이건 내가 생각한 속도보다 더 빠른 판매량이었다.
“미국은 인구수가 많아서 그렇다고 쳐도 한국에서도 10만 대의 주문이 들어왔습니까?”
“외국에서 인정받은 제품이다 보니 한국 시장에서도 반응이 뜨거워졌습니다.”
국뽕이라는 건가?
뭐 나라도 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끈 한국제품이라면 한번 사 보고 싶긴 하겠다.
태우전자의 휴대폰이 생소한 한국 시장이었지만, 외국에서의 인기로 인해 주문량이 폭주한 것이었다.
“공장을 24시간 풀로 돌려도 재고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겠군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최소 2곳 이상의 공장에서 추가 생산해야 지금의 주문량을 맞출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문량이 더 늘어나면 솔직히 답도 없습니다.”
공장장이 죽을상을 지었다.
지금까지 생산량이 부족해 제품을 팔지 못한 적이 없을 테니 아주 죽을 맛이겠지.
“안 그래도 긴급 사장단 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회장님과 사장단 앞에서 보고드리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장까지 가전제품 판매상이 찾아와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나는 차를 타고 급히 그룹 본사로 향했다.
최근 들어 자주 열리는 사장단 회의였고, 이번 사장단 회의 주제는 박진훈 사장이었다.
언론에서는 태우전자 수뇌부가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렸다고 알려졌고, 이미 알 사람은 그 수뇌부가 박진훈 사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은 박진훈 사장의 처형식이 행해질 사장단 회의였다.
감사팀에서도 박진훈 사장의 행적을 철저히 조사했고, 박 기자와 부사장의 증언까지 확보했다고 하니 박진훈 사장이 빠져나갈 구멍은 전혀 없었다.
즐거운 생각을 해서 그런가?
어느샌가 그룹 본사에 도착했고, 나는 곧장 사장단 회의가 진행 중인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연구소 총괄 소장님까지 도착하셨으니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하긴 이번 사건의 주연 배우 중 한 명이 나니까 당연히 내가 없이는 회의가 진행이 안 되었겠지.
실장 아저씨는 빠르게 회의를 진행했고.
감사팀에서 받은 자료들을 내밀며 박진훈 사장을 추궁했다.
너무도 명확한 증거들이라 박진훈 사장은 변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강 대위가 수집한 증거까지 감사팀에 넘겼으니 증거는 차고 넘쳤다.
그래도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정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기껏 생각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는 함정에 빠졌습니다. 허위 정보를 퍼트린 신문사 기자와는 만난 적도 없습니다.”
“기자가 직접 자네에게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어디서 딴소리인가.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할아버지가 박진훈 사장을 향해 수표가 든 봉투를 던졌다.
박 기자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봉투가 할아버지에게 전해졌고, 다시 본 주인인 박진훈 사장에게 돌아간 셈이었다.
“…….”
“감사팀에서 수표 번호까지 조회를 했어. 태우전자로 들어간 수표라더군. 여기서 더 추해질 건가!”
“저는 정말 아닙니다.”
“박진훈 사장이 금고에서 수표 봉투를 꺼내는 걸 제가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허위 자료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저에게도 내렸었습니다.”
부사장이 당차게 앞으로 나섰다.
그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오랫동안 모셔 왔던 박진훈 사장을 배신했다.
“우성일 부사장!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내가 언제 그랬다고.”
“박진훈 사장은 김민재 소장님을 쫓아내기 위해 이노폰을 실패시키고자 했으며, 허위 정보를 신문사에도 퍼트렸습니다.”
“신문사 기자를 만난 건 자네지 않나!”
박진훈 사장도 그냥 죽지는 않았다.
부사장이 배신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같이 죽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런데 같이 죽을 수 있을까? 부사장의 몸에는 단단한 동아줄이 묶여 있었다.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성일 부사장은 박진훈 사장이 부당한 지시를 내리자 저를 찾아와 상황을 말해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이노폰에 관련된 비방 기사가 나올 것을 일찍 알아차렸고,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부사장의 몸에 묶여 있는 동아줄은 바로 나였다.
가장 큰 피해자인 내가 부사장을 옹호하고 나서는데 누가 문제를 삼겠나?
“부사장은 왜 나를 찾아오지 않고 김 소장을 찾아갔는가?”
“내부 문제로 회장님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김민재 소장이 당사자라 생각해 보고를 올렸습니다. 회장님에게 말씀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쯧쯧, 그룹 꼴이 아주 잘 돌아가는군. 벌써부터 차기 회장에게 줄을 서는 겐가?”
“아닙니다. 회장님이 정정하신데 어찌 그런 마음을 먹겠습니까.”
“그 문제는 우선 뒤로하지. 박진훈 사장 더 할 말이 있는가?”
사장단 중에서 할아버지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조차도 이렇게 무서운 할아버지의 눈은 처음이었고, 박진훈 사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마음 같아서는 법적으로 처리해 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박진훈 네가 태우그룹을 위해 열심히 일한 건 알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떠나라.”
“회장님! 저는 아직 태우를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여기서가 중요했다.
할아버지가 권력의 꼭대기에 있다고 해도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었고.
사장단 회의에서 민심은 곧 사장단의 목소리였다.
[박진훈 사장이 그간의 공을 인정하지만, 이번 일은 도가 지나쳤습니다. 사표만 받을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사해 그간 착복한 돈까지 전부 받아 내야 합니다.] [내부 기밀 자료를 유출한 것만으로도 박진훈 사장은 신뢰를 잃었습니다. 더는 그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박진훈 사장의 사퇴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기밀 유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내보내야 합니다. 이번에 그랬듯 다음에도 같은 짓을 저지를 사람입니다.]민심이 내게 향하고 있었다.
애초에 중립을 표방하던 사장들은 말을 아꼈고.
오히려 박진훈 사장 파벌에 속해 있던 사장단이 목소리를 높여 그를 비난했다.
원래 전향자가 더 극단적인 법이다.
박진훈 사장에게서 나로 전향한 사장들이기에 충성 경쟁을 하듯 박진훈 사장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는 고개를 돌려 우성일 부사장을 바라봤고.
그는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인 양 순박한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박진훈 사장은 지금 당장 감사팀으로 가게나. 감사팀으로 변호사들을 보낼 테니 뒷 마무리는 확실히 하고 나가게.”
“회, 회장님.”
“더 추해지지 말게나.”
할아버지는 고개를 아예 돌려 버렸다.
자신의 왼팔과도 같은 사람을 이렇게 버리는 것이 마음이 쓰이나 보다.
그러는 사이 박진훈 사장은 회의실에서 끌려 나갔다.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자 나는 후련함을 느꼈다.
누가 복수는 추하다고 했을까?
전생에 작성한 살생부 명단에 있던 사람이 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니 가슴 속에 있던 응어리 하나가 쑥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회의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이노폰의 생산에 문제에 대해 보고해 주십시오.”
실장 아저씨가 타이밍 좋게 주제를 전환했다.
그제야 할아버지도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셨다.
“이노폰의 재고 30만 대가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저는 이노폰 개발 단계에서부터 더 많은 공장을 요청했지만, 박진훈 사장이 거절하여 더 많은 재고를 생산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박진훈 사장인가? 주문량이 얼마나 들어왔기에 재고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느냐?”
“최소 매달 10만 대 이상의 생산량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주문량이 계속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사장단 모두가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출시와 동시에 휴대폰이 30만 대 이상 팔려나갈 것이라 누가 예상했겠는가?
게다가 주문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고 있으니 감정을 숨기기 어려울 것이었다.
“연구소에서 관리하기엔 벅차겠구나.”
“최소 공장 2곳에서 추가 생산해야 최소한의 수요라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소의 인원만으로 모든 공장을 관리하긴 역부족입니다.”
“그럼 이노폰을 연구소에서 태우전자로 이관하는 건 어떻겠느냐?”
사실 연구소나 태우전자나 같은 계열사나 마찬가지였다.
박진훈 사장도 사라졌으니 태우전자로 이관해도 문제는 없었지만, 나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우전자에는 아직 박진훈 사장을 따르는 직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또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이관은 어렵습니다.”
“박진훈 사장의 흔적을 지우면 되지 않겠느냐? 네가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오르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보이는구나.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할아버지가 드디어 나를 태우전자 사장에 임명할 마음을 먹으셨다.
이노폰의 성공과 박진훈 사장의 몰락.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으니 나를 사장으로 올리는 건 문제가 없었고.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노폰을 통해 휴대폰 사업부를 개혁시킨 것처럼 태우전자의 가전제품 또한 김 소장의 손이 닿으면 더 좋은 제품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이미 능력을 선보인 김 소장입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이노폰이 성공했으니 사장에 임명하는 걸 국민들도 이해할 것입니다.] [태우전자 사장에 김 소장보다 더 적격인 사람은 없습니다.]사장단의 뜨거운 충성 경쟁까지 하니 더더욱 문제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할아버지는 다시금 내게 같은 질문을 던지셨다.
“김민재 소장이 태우전자 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곧 긍정이라고 하지만, 할아버지는 내가 말을 아끼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셨다.
“흠, 회의를 잠시 중단하겠네. 다들 화장실도 다녀오고 커피도 한 잔씩 하게나. 김 소장은 나를 따라오고.”
나는 말없이 회장실로 따라 들어갔고.
할아버지는 회장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역정을 내셨다.
“네가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앉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입을 꾹 닫고 있느냐.”
“제가 사장 자리에 오른다고 해서 태우전자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냐?”
“태우전자를 단순히 경영하는 입장이 아니라 완전히 책임지는 자리에 오르고 싶습니다.”
“태우전자 사장이 아니라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말이냐?”
사장과 주인의 차이는 단 하나였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
쉽게 말해 나는 지금 지분을 달라고 떼쓰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