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3)
독식하는 재벌 3세-53화(53/518)
53화. 주인이 되다 (1)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앉아 봐야 바지 사장이었다.
할아버지의 뜻에 거역할 수 없고,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니 지분이 필요했고, 나는 할아버지에게 지분을 받아 내기 위해 생전 처음으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저는 나이가 어리고 영향력도 적습니다. 지분을 꽉 쥐고 있어야 태우전자를 제대로 경영할 수가 있습니다.”
“지분은 어련히 때가 되면 물려줄 것이다. 내게 남은 핏줄이라곤 너 하나뿐인데 뭐가 걱정이냐. 설마 내가 국가에 기부라도 하겠냐?”
할아버지는 그러실 분이 절대 아니다.
다양한 기부 활동과 장학 재단에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국가에 상납하는 돈만큼은 아까워서 손을 벌벌 떠셨다.
“저도 지금 제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진훈 사장을 겪고 보니 직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직함과 더불어 지분까지 쥐고 있어야 저를 무시하는 세력이 나오지 않습니다.”
“너를 누가 무시한다는 말이냐? 따로 계열사 사장 몇 명과 식사를 가졌었다.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저승사자보다 네가 더 무섭다고 하더구나.”
내가 칼춤을 많이 추긴 했다.
입사와 동시에 창원을 들쑤셨고, 감사팀에서도 한 건을 했고.
지금은 태우전자 사장까지 날렸으니 내 존재감이 확실히 각인되었을 것이다.
“저는 공포를 바탕으로 경영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노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과 선진 경영을 토대로 기업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전권이 필요합니다.”
“꼭 지분을 가져야만 전권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태우전자 경영의 전권을 너에게 위임한다고 사장단 회의에서 공표하면 되지 않겠니?”
“제가 태우전자의 진정한 사장이 되어야 앞으로 제2의 이노폰과도 같은 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할 수가 있습니다. 태우전자를 삼진전자는 물론이고 세계 1위 전자제품 회사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거짓은 아니었다.
나는 태우전자를 세계 최고의 회사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태우그룹에 속한 계열사가 아니라 다국적 기업이 되겠지만.
“그렇게도 자신이 있느냐?”
“이노폰을 처음 만들겠다고 할 때도 그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는 단순히 자신감으로 일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연구소에서 만든 보고서를 토대로 모든 것을 분석하고 난 뒤에 시작합니다.”
“확실히 보고서의 내용대로 휴대폰 시장의 잠재력이 엄청나긴 하구나. 그런데 이런 보고서를 지금까지 왜 받아 보지 못했나 싶구나.”
“할아버지의 눈과 귀를 의도적으로 막으려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과 상대해 이기기 위해서라도 태우전자의 지분이 꼭 필요합니다.”
모든 대화의 끝은 지분으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할아버지가 반쯤 포기한 표정을 지으셨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듯이, 손자 이기는 할아버지도 없는 법이다.
“그래 알겠다. 태우전자 지분을 너에게 상속하마. 하지만 상속세는 네가 알아서 내거라.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지금까지 할아버지에게 받은 용돈을 잘 모아 두고 있었습니다. 상속세는 충분히 낼 수 있습니다.”
“아직 한국의 상속세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나 보구나.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속세가 나올 것이다.”
“그 정도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태우전자의 사장이 되겠습니까?”
“허, 녀석 참. 잘났다 이 녀석아.”
할아버지가 앞장서 회의실로 향했고.
이미 회의실의 모든 자리에 착석해서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 사장단이었다.
할아버지는 상석에 앉자마자 본론부터 꺼내 드셨다.
“흠흠, 김민재 총괄 소장을 태우전자 사장으로 임명하기로 하였네. 혹시 반대하는 의견 있는가?”
[찬성합니다.] [태우전자 사장으로 김민재 소장이 적격입니다.] [앞으로 태우전자의 앞날이 매우 밝겠습니다.]이번에도 충성 경쟁이 벌어졌다.
앞다투어 여러 명의 계열사 사장이 동의하고 나서자 중립 성향의 사장들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반대 의견이 없으니 이번 주 내로 취임 절차를 밟겠네. 그리고! …내가 보유한 태우전자의 모든 지분을 김민재 소장에게 넘기겠네.”
[옳으신 선택이십니다. 한 번에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넘기면 상속세가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김민재 소장이 책임 의식을 갖고 회사를 경영할 수 있겠습니다.] [회사 지분은 전적으로 회장님의 뜻에 달렸습니다. 저희가 참견할 사항이 아닙니다.]이번에도 딸랑이들이 입을 움직였다.
그런데 중립을 지키던 사장 중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태우전자 주주들이 동요를 할 수도 있습니다.”
“태우전자 주가라면 제가 책임지고 올리겠습니다. 이노폰의 판매량을 적극 홍보하면 오히려 주가가 올라갈 것입니다.”
나는 얼른 방어 공세를 가했다.
9부 능선을 넘었는데 여기서 지분을 받지 못하면 억울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
“큰 반대는 없는 것 같군. 그럼 법무팀을 통해 지분 상속 절차를 밟도록 하겠네. 김민재 소장, 아니 이제 사장이군. 태우전자의 사장 자리에 오른 각오 한마디 하게나.”
할아버지가 사장단에게 더는 다른 말을 꺼내지 말라는 듯 내게 발언권을 주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사장단이 좋아할 만한 말을 꺼내 들었다.
“태우전자가 삼진전자를 넘어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 회사가 되도록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단지 튼튼하기만 한 제품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나가는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탈바꿈시키겠습니다. 저에게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면 언제든지 조언을 해 주십시오. 선배님들의 조언을 항상 경청하겠습니다.”
나는 사장단을 선배라 칭했다.
당신들을 섭섭히 대하지는 않겠단 뜻. 그들이 가장 듣고 싶어 했을 말일 테니까.
그래서인지 사장단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고,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내가 태우전자 사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 * *
사장단 회의가 끝나고.
짐을 싸기 위해 연구소로 돌아가려는 나를 할아버지께서 붙잡으셨다.
“오늘 나와 같이 갈 곳이 있다.”
“회장님이 같이 가자고 하면 당연히 시간을 비워야지요.”
“태우전자 사장이 아니라 내 손자로 가는 곳이니 마음 편히 먹어도 된단다.”
어디를 가려는 걸까?
할아버지가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니 손자 자랑을 하고 싶어 저러시는 것 같긴 했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태우전자 사장까지 올랐으니 자랑할 만도 하지.
나는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고 차에 올라탔고.
도착하고 나서야 할아버지가 누구에게 나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다.
“현재그룹 장 회장님의 저택이군요.”
“너도 여기가 어딘지 아나 보구나.”
“뉴스에도 종종 나오는 저택인데 당연히 알고 있죠.”
한국 재계 1위 현재그룹.
쌀 배달을 시작으로 거대한 제국을 만들어 낸 장영주 회장의 저택이 이곳이었다.
“너무 긴장하진 말거라. 오늘은 가볍게 인사만 하는 자리니.”
“할아버지가 옆에 계신데 긴장할 게 뭐가 있겠어요.”
“그럼 들어가자꾸나.”
분위기에 압도당한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한국 재계 1위 기업을 이끄는 장 회장의 저택이지만, 사치품이라곤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너무 검소해 사람을 옥죄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저택이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방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낡은 소파와 낡은 커피잔.
하지만 방의 주인이 가진 기운만으로도 모든 물건이 사치품처럼 느껴졌다.
“김 회장 왔는가. 자네가 그렇게 자랑하는 손자를 드디어 보게 되는군. 어린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벌써 연구소 소장 자리에 올랐다면서?”
“이거, 현재그룹이 예전만 못한가 보이. 이번에 태우전자 사장으로 취임했다네.”
어째 기 싸움을 하는 듯한 두 명의 회장이었고.
“안녕하십니까. 김민재라고 합니다.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공손히 인사를 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노폰을 자네가 만들었다면서? 외국물을 먹고 와서 그런지 아주 잘빠졌더군.”
“칭찬 감사드립니다. 장 회장님과 우리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길을 잘 닦아 주신 덕분에 이노폰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말도 참 예쁘게 하는구나.”
상처 입은 호랑이.
장 회장의 첫인상이었다.
괜히 대권에 도전해서 정치 보복만 당한 장 회장이었다.
지금도 정치 보복은 현재 진행형이었고, 장 회장의 자식들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청을 오가고 있었다.
정치 보복은 자식만 고생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정부는 현재그룹의 자금줄마저 막아 버렸다.
한국의 모든 은행은 현재그룹에게 한 푼도 빌려주지 않았고, 그나마 미국계 은행인 CT은행에서 대출이 나와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대출 규제가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
다른 대기업은 차입금으로 규모를 키웠고, 외환위기가 오자 차입금 때문에 쓰러졌다.
하지만 현재그룹은 정부의 규제로 차입금이 적어 피해를 적게 입었다.
“장 회장님 같은 거목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거센 비바람은 내가 다 막아 주니 좋다는 게구나. 나도 이제 좀 살랑바람이나 맡으며 쉬고 싶구나.”
정치 보복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표현하는 장 회장이었다.
할아버지도 장 회장이 어떤 고초와 수모를 당하고 있는지 알기에 혀를 차셨다.
“그러게 왜 정치를 한다고 해서 이 사달을 만드는가.”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도 나는 대권 직전에 포기를 했지 않나. 우리 손자가 어찌나 말리던지. 대권에 나가면 집을 나가겠다고 엄포를 놓더군.”
나는 할아버지가 정치권으로 가는 걸 막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집을 나가겠다고 협박을 하진 않았었다.
약간의 과장이 섞였지만, 장 회장 앞에서 손자 자랑을 하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러한데 내가 뭐라고 하겠나.
“나도 좀 말려 주지 그랬나? 빨리 이번 정권이 끝나야 할 텐데. 돈줄을 쥐고 놓아주질 않으니 숨을 못 쉬겠네.”
“이미 기업을 이만큼이나 키웠는데 돈이 뭐가 더 필요한가. 우리 같은 후발 기업이나 차입금이 필요하지.”
“이 사람아. 말을 뭐 그렇게 하는가. 기업은 정체되는 순간 끝이야. 후발 주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더 나아가려면 더 큰 돈이 필요한 법일세.”
참 욕심도 많은 분들이시다.
그러니 대기업을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런데 솔직히 현재그룹 장 회장의 욕심을 말리고 싶진 않았다.
오히려 부추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욕심은 내가 책임져야겠지만.
장 회장의 욕심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으니.
“한국 은행이야 정부의 규제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외국 은행에서는 대출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외국 은행이라고 해서 다를 것 같은가? 은행은 자국 정부는 물론이고 타국의 정부와도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네.
“제가 월가에서 보고 느낀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오히려 정부와 싸우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 월가 사람들이었습니다.”
정부와 싸워 이긴 월가.
조지는 유럽, 독일, 프랑스는 물론이고 지금은 일본과 멕시코를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월가의 이야기라면 나도 들어서 알고 있네. 아주 승냥이 같은 놈들이더군. 놈들이 다녀간 곳은 아주 폐허가 되었고 말이야. 아무리 돈이 급해도 그런 놈들에게 돈을 빌릴 수야 있겠나.”
“CT은행도 월가의 한 축입니다. 은행회사 돈이나 펀드의 돈이나 다 같은 돈입니다.”
나는 살짝 미끼를 던졌다.
그가 원한다면 SAVE 투자회사의 돈을 투입해서라도 대규모 차입금을 빌려줄 마음이 있었다.
차입금의 양이 곧 현재그룹의 위기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