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4)
독식하는 재벌 3세-54화(54/518)
54화. 주인이 되다 (2)
“이만 가 보겠네. 몸조리 잘하시게나.”
장 회장과의 만남은 짧게 끝이 났다.
정말 나를 자랑하려고 장 회장의 저택에 왔는지 차 한 잔만을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시는 할아버지였다.
“민재야. 장 회장에게 월가의 이야기를 해 준 건 무슨 목적이었느냐? 설마 장 회장을 진심으로 도와주고자 그런 말을 꺼낸 것이더냐?”
“할아버지, 우리 태우가 재계 1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갑자기 그런 질문을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면 된다. 내가 세운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2년 안에 재계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10년 안에는 현재그룹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
할아버지의 계획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정말 2년 뒤에는 태우그룹은 재계 서열 2위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삼일천하에 불과했고, 그 뒤에는 갈가리 찢겨 사라져 버린다.
“현재그룹이 지금처럼 굳건히 있다면 10년이 아니라 20년이 걸려도 우리 태우가 재계 1위로 올라서긴 어렵다고 봅니다.”
“경제 연구소 소장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우리 태우가 성장하는 만큼 현재그룹도 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야기해 보거라.”
“현재그룹이 분열되어야만 할아버지의 목적을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습니다.”
현재그룹의 분열.
이는 조만간 일어날 역사적 사실이었다.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현재그룹은 몇 개로 쪼개지게 되고, 재계 순위 또한 곤두박질친다.
“차입금이 현재그룹의 분열을 부추길 거라는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유일한 혈육이지만.”
“장 회장은 자식 농사가 아주 풍년이지. 아들만 여덟에 딸이 세 명이지.”
“그럼 현재그룹이 11개로 쪼개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야 아주 좋은 일이겠지만. 장 회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다. 큰 덩어리를 장남에게 물려주고 다른 자식에겐 작은 회사를 나눠 줄 게야.”
장자 승계.
유교 사상이 깃든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기업에서도 장자에게 기업을 승계하는 경우가 많았고, 기업을 지키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장자에게 승계해 주고 싶겠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닙니다. 특히나 법적 분쟁으로 번지게 된다면, 장자가 기업을 온전히 지킬 수가 없게 됩니다. 아무리 장 회장님이 유언을 남긴다고 해도 말이죠.”
“네 말뜻은 알겠다만, 장자 승계와 차입금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
“장자를 제외한 자식들을 달래기 위해선 결국 돈이 필요합니다. 그 돈을 차입금으로 충당하게 되겠지요. 그런데 차입금과 작은 계열사를 자식들에게 분배해 주면 현재그룹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막대한 빚이 남게 되는구나.”
자식에게 돈과 계열사를 상속한다고 치자.
그렇게 된다고 한들 차입금은 결국 현재그룹 본사에서 떠맡아야 할 빚이었다.
“장 회장은 차입금을 받으면 인수 합병을 통해 건실한 회사를 구입해 자식들에게 상속할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재벌 2세가 제대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을까요?”
“네 말대로 재벌 2세가 경영에 참여하는 순간 휘청거리는 기업이 많기는 하지만, 그러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거야 두고 봐야 하는 일이지요. 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기기야 하겠습니까?”
“장 회장의 행동력을 모르는구나. 네가 월가의 이야기를 꺼낸 순간 장 회장은 이미 미국으로 사람을 보냈을지도 모른단다. 오늘의 일을 후회할 수도 있단 말이다.”
“저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만약 현재그룹이 막대한 차입금을 끌어와 성공적인 경영을 한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제 손으로 태우그룹을 재계 1위로 만들 자신이 있으니까요.”
할아버지는 더는 말을 이어 가지 않으셨다.
그저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넘치는 손자의 자신감을 걱정할 게 아니라 넘치는 할아버지의 욕심을 걱정하셔야지요.
* * *
며칠 후.
나는 당당하게 태우전자 건물에 입성했다.
우성일 부사장은 충성심을 보여 주고 싶었는지 직원 모두를 도열시켜 나를 맞이했다.
“다들 바쁠 건데 왜 모여 있어요. 어서 사무실로 돌려보내세요.”
“그래도 사장님의 첫 출근인데 얼굴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성일 부사장이 나를 에스코트했고.
직원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태우전자 사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축하받을 일인가 싶네요. 연구소 소장 자리는 마음이 편했는데 태우전자 사장 자리는 조금 불편하네요.”
“회장 자리까지 올라가실 분이니 어서 익숙해지셔야지요.”
아부 실력으로 부사장 자리에 올랐나?
입에 기름칠을 한 것처럼 모든 말이 아부였다.
“기존 제품 사업부는 부사장이 챙겨 주세요. 저는 우선 이노폰 생산부터 챙겨야겠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게끔 관리하겠습니다.”
“이노폰 생산 공장 문제 해결 방안은 찾으셨나요?”
“우선 소형 가전제품 공장 3곳을 이노폰 공장으로 변경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공작 신축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날이 지날수록 이노폰의 공급 문제가 심화되었다.
재고는 모조리 팔려 나갔고,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만들어지는 즉시 창고가 아닌 운송 차량에 실리는 실정이었다.
“수요를 모두 맞추려고 노력하지는 마세요. 가능한 양만큼 잘 분배만 해서 공급하면 됩니다.”
“태우전자 매장은 물론이고, 외국 바이어들도 빨리 물건을 달라고 난리를 부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공급을 해 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생산 문제는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나쁜 일은 아니었다.
희소성.
공급이 부족하면 제품의 가치가 오르기 마련이었다.
희소성이 너무 오르면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공급이 유지되기만 하면 오히려 이노폰의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노폰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신축 공장을 만드는 건 나중을 생각하면 독이죠. 우선은 태우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공장을 최대한 활용해서 물량을 만들어 보세요.”
“최선을 다해 물량을 맞춰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량품을 생산해서는 안 됩니다. 불량품은 무조건 환불 및 신품 교체로 진행할 거니까요.”
나는 부사장에게 대부분의 일을 떠넘겼다.
내가 태우전자의 사장 자리에 앉았으니 개혁이나 혁신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혁신적인 제품을 떠먹여 줄 생각은 없었다.
알아서 떠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줄 뿐.
“그리고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을 겁니다. 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으니 잘 좀 수습해 주세요.”
“사장님이 지시한 인사이동을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제가 알아서 잘 수습하겠습니다. 그런데 대대적인 인사이동이라고 하시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 겁니까?”
“태우전자 직원의 숫자가 얼마 정도 되죠?”
“대략 12,000명 정도가 됩니다.”
태우전자의 규모는 상당했다.
삼진과 CL전자에 이어 3위의 전자제품 회사인 만큼 직원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그중 사무직 인원은 몇이나 되죠?”
“일반 사무직과 연구원 그리고 개발팀 인원까지 다 하면 대략 1,500명 가까이 됩니다.”
“그럼 대략 500명 정도가 인사이동을 할 수도 있어요. 더 많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나 많이 말씀이십니까?”
“박진훈 사장이 인사를 아주 개판으로 했더라고요. 적성에 맞는 부서로 이동을 시키고 궁합이 좋은 직원끼리 같이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긴 하지만…….”
부사장이 뒷말을 잇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예상이 갔고.
‘그걸 어떻게 알고 인사이동을 시킵니까?’
대충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겐 신상정보를 보는 능력이 있었고.
1,500명이 넘는 인원을 일일이 확인하며 인사이동을 시킬 생각이었다.
“인사이동은 늦어도 다음 주부터 실시할 테니 준비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가는 부사장이었고.
그제야 나는 직원 명부를 펼쳐 신상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개인의 능력과 성향을 따로 정리해 엑셀에 등록했고.
마치 퍼즐 맞추듯 여러 인원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부서를 만들어 나갔다.
‘이것 봐라. 역시 이런 놈이 있을 줄 알았어.’
대충 절반 정도의 명부를 확인했을 때.
아주 재미난 정보를 가진 직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상정보에는 이름과 나이부터 소속까지 표시되어 있었는데, 보통의 직원은 태우전자 무슨 부서로 적혀 있었지만, 이 직원만은 남달랐다.
[소속 : 태우전자 개발3팀, 화이텐 전자 사업부]2개의 소속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었다.
모든 기업이 그렇겠지만, 태우전자도 당연히 겸직을 금지했다.
그런데 2개의 소속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산업 스파이라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증거도 없이 몰아붙일 수는 없고.
우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SAVE 투자회사의 한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이텐 전자라고 혹시 아세요?”
[중국에 있는 기업입니다. 요즘 월가에서 아주 시끄러운 기업이기도 합니다.]“무슨 이유로요?”
[아주 대놓고 산업 스파이 짓을 하는 회사입니다. 뜬금없이 국제 전화를 걸어서 내부 정보를 물을 정도로 간땡이가 부은 놈들입니다.]“그걸 그냥 두고 보진 않을 텐데요.”
[안 그래도 여러 기업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마 몇 년 버티지 못하고 회사가 무너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화이텐 전자는 내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회사였다.
아마 법적 분쟁으로 회사가 망했으니 내가 기억 못 하는 것이겠지.
그냥 둬도 알아서 망할 회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뻔히 산업 스파이 짓을 하고 있는 직원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화이텐 전자에 관한 정보를 저한테 보내주세요.”
[정보를 수집해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이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벌써요? 시간 내서 미국을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벌써 불화의 씨앗이 싹텄나 보다.
다이먼을 옆에 둔다면 좀 더 수월하게 내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다.
지금이야 트래블러스 금융회사에서 2인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금융 기업 대표가 될 사람이 그였으니까.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고.
나는 다시금 산업 스파이 찾기에 집중했다.
한 팀장과의 전화를 끊은 뒤 곧장 강 대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람 한 명을 조사해 주셔야겠어요.”
[안 그래도 요즘 일거리가 부족해서 놀고 있었습니다.]“자세한 정보를 보내 드릴 테니 계좌는 물론이고 보유한 재산 그리고 누굴 만나는지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집 안에 팬티가 몇 장 있는지까지 조사하겠습니다.]회사 내부 문제였으니 감사팀을 동원해도 되었다.
태우전자 내에도 독자적인 감사팀이 있었고, 사장의 권한으로 충분히 감사팀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사장 자리에 앉자마자 감사팀부터 움직이면 직원들이 동요하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대규모 인사이동으로 시끄러울 분위기에 불을 지르고 싶지 않았기에 강 대위를 이용했다.
그리고 감사팀보다 강 대위가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도 있었다.
감사팀이야 내규부터 법규까지 지키며 일해야 하지만, 강 대위의 팀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움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