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6)
독식하는 재벌 3세-56화(56/518)
56화. 주인이 되다 (4)
장거리 비행 끝에 미국에 도착했다.
집이나 다름없는 SAVE 투자회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이미 손님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었기에 쉴 수가 없었다.
“다이먼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아직 약속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얼굴이 아주 퉁퉁 부어 있습니다. 어디서 맞고 왔는지 화가 잔뜩 난 상태였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안 들어도 알겠네.”
나는 화장실에서 가볍게 눈곱만 떼고는 응접실로 들어갔고.
다이먼은 나를 보자마자 이를 악물며 눈물을 삼켰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마 샌디 웨일이 때렸습니까?”
“대표님이 하신 말이 맞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딸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하인에 불과했습니다. 감히 하인이 주인의 물건에 욕심을 부린다고 손찌검까지 하더군요.”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나보다 2배 가까이 나이가 많은 다이먼이었지만 눈물을 삼키며 말하고 있었다.
“마음은 정하셨습니까?”
“더는 그 새끼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에 하셨던 제안이 아직 유효할까요?”
“샌디 웨일보다 더 큰 금융회사의 대표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제안이라면 아직 유효합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물론 SAVE 투자회사가 몇 년간 엄청난 실적을 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샌디 웨일의 펀드보다는 규모가 작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 주어야 했고.
나는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는 미래의 역사를 그에게 살짝 풀어 주었다.
“샌디는 아마 자신의 펀드와 은행을 합병해 금융 제국을 만들려고 할 겁니다. 그 대상은 CT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걸 어떻게? 샌디는 지금 CT은행과 합병하려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았지만 최소 몇 년 안에는 합병이 가능해 보입니다.”
“우리 회사의 정보력은 월가의 어떤 회사보다 뛰어납니다. 그 정보를 토대로 유추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샌디의 계획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해서 그보다 더 큰 금융 제국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역시 맛보기만으로는 부족하군.
그럼 크게 한 입 먹여 줘야 겠다.
“샌디 웨일과 CT은행이 힘을 합치면 미국에서 가장 큰 금융사가 될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게 영원할까요? 다이먼 당신이 없는 제국은 모래성이나 다름없습니다. 샌디 웨일이 CT은행과 합쳐 금융 제국을 만든다면, 저는 당신이 JP모건과 합쳐 더 큰 제국을 만들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JP모건과 합치는 게 가능할까요?”
“물론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딱 10년. 그 안에 샌디 웨일보다 더 큰 금융 제국의 대표로 만들어 드리죠.”
“10년 동안 당신 밑에서 일하라는 말이군요. 만약 지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보상하실 겁니까?”
“10억 달러면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 계약서를 작성하시죠.”
10억 달러면 지금 환율로도 1조 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월가에서 아무리 잘나가는 뱅커라고 해도 10억 달러를 버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10년의 세월을 보상하기에 충분한 금액이기도 했다.
“10억 달러라. 한 번 속아 볼 만한 금액이군요. 지금 계약서를 작성합시다.”
“변호사를 당장 부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앞으로 하게 될 일이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다이먼의 전공을 살리는 일입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인수합병을 밥 먹듯이 하게 될 겁니다. 아! 그리고 적대적 인수합병도 해야 할 겁니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제 전문입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앞으로 태우그룹의 필요 없는 계열사를 쪼개 팔기 위해서는 인수합병 전문가가 필요했고, 그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인 다이먼을 영입하게 되었다.
* * *
애플은 현재 이사회를 통해 경영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사회의 구성원은 대부분이 월가의 인물들이었고, 나 또한 월가 소속으로 애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이사회를 소집할 권한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사회의 일원이 된 이후 처음으로 이사회를 소집했고, 월가의 거물들과 한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이사회를 소집하다니 무슨 일인가? 안 그래도 일본과 멕시코 일로 바쁜데 애플까지 신경 쓸 틈이 없어.”
퀸텀 펀드의 조지가 가장 먼저 회의실로 들어왔다.
회귀 전에는 그는 애플의 대주주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이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아마 내가 애플의 지분을 요구하는 걸 보고 따라 샀겠지.
누구보다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이 조지였고, 내가 75억 달러에 달하는 파생상품을 내밀면서까지 애플의 지분을 요구한 것에 무언가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아주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긴급하게 이사회를 소집하였습니다.”
“뭐, 자네가 실없는 일을 할 사람은 아니지. 오늘 이사회의 모든 인원이 회의에 참석할 걸세. 안 오겠다고 하는 사람까지 내가 멱살을 잡고 끌고 왔거든.”
“감사합니다.”
윙크까지 하며 호감을 표하는 조지였다.
파생 상품이 어지간히 고맙나 보다.
하긴 최소 몇 배의 수익을 남겨 먹을 수 있는 파생상품을 헐값에 넘겨주었으니 이사회 소집 정도는 해 줘야지.
“블랙록에서도 왔고, 뱅가드에서 온 사람도 도착했군. 이제 슬슬 회의를 시작해도 되겠어.”
속속들이 착석하는 이사회 구성원들이었다.
대표 대신 대리인이 참석한 회사도 있었지만, 전권을 위임받고 온 사람들이기에 회의를 진행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애플을 언제까지 이렇게 두실 겁니까. 저는 애플을 전성기 시절로 되살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방안을 가지고 왔습니다.”
“애플을 살릴 방도가 있다고?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웅성거리는 이사회였다.
조지가 먼저 나서 상황을 중재해 주었기에 나는 계속해 말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애플의 제품들은 계속해서 대중의 외면을 받아 왔습니다. 애플의 제품이 정말 시대에 뒤떨어저서 그런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애플은 시대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단지 대중들에게 잘 설명하지 못했을 뿐이고. 그 증거가 이노폰입니다.”
나는 공장에서 막 나온 이노폰을 꺼내들었다.
정보에 민감한 월가의 사람들이라 이노폰에 대해 다들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이노폰의 모든 것은 애플 출신의 스티브가 담당했고, 디자인 또한 애플 출신의 조나단이 담당했습니다. 이노폰은 애플의 감성으로 만든 제품이란 뜻입니다. 그리고 대중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노폰이 애플의 제품이나 다름없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애플의 감성과 애플의 디자인 그리고 애플의 인력까지.”
“하지만 이노폰을 생산하고 있는 곳은 태우전자라고 알고 있네.”
“태우전자의 휴대폰을 사용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마 없으실 겁니다. 이노폰 이전에는 휴대폰으로 재미를 전혀 보지 못한 곳이 태우전자였습니다. 그런데 애플 출신의 인력을 통해 단번에 성공한 제품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노폰은 미국에서도 크게 이슈되고 있었다.
특히나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해 뉴스까지 타게 되어 존재감을 더욱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노폰이 괜찮은 제품인 건 알겠네. 하지만 애플은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네. 컴퓨터를 중점적으로 만드는 곳이지.”
“휴대폰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단순 휴대용 전화기가 아니라 휴대용 컴퓨터로 진화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휴대용 컴퓨터? 굳이 그런 휴대폰을 들고 다닐 이유가 있겠나?”
“여기서 IT 산업에 투자하지 않으신 분 있으십니까?”
현재 미국은 IT 붐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IT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휴대폰도 IT 산업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주가가 크게 요동을 치겠군.”
“휴대폰도 IT 산업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애플의 전성기는 다시금 찾아온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스티브가 유일합니다.”
“스티브를 다시 애플로 불러들이자는 말인가. 자네가 그의 성격을 몰라서 그렇네. 트러블 메이커이고 독재자에 가까운 사람이야.”
이사회가 스티브를 싫어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절대 고분고분한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이 한 번 정한 길은 무조건 밀어붙였다.
이사회와의 협상은커녕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고 싸우기까지 했다.
이러니 이사회에서 스티브 이름만 나와도 기겁을 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주가 아니겠는가?
말 잘 듣는 사람을 CEO 자리에 앉힌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는 건 아니었다.
“애플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스티브뿐입니다. 애플을 만든 사람이 스티브이며, 애플의 감성 또한 스티브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SAVE 투자회사에서 그렇게 정했다고 하니 나는 따르겠네. 내가 월가에서 오래 지내 봤지만, SAVE 투자회사처럼 항상 옳은 선택만 하는 회사는 본 적이 없었네.”
조지가 내게 힘을 실어 주었다.
요즘 월가에서 가장 핫한 사람이 조지였으니 말의 무게가 상당했다.
하지만 이사회에 참석한 회사는 조지보다 더 큰 자본을 움직이는 곳들도 있었기에 조지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결정되진 않았다.
“스티브가 애플을 살릴 수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애플을 완전히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뱅가드의 대리인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저런 류의 사람을 설득시키기 위해선 과감한 수가 필요했다.
“딱 3년만 참고 기다려 주십시오. 만약 3년 뒤에도 애플의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지금의 주가에서 30%더 붙여 SAVE 투자회사에서 전량 구매하겠습니다.”
“SAVE 투자회사에서 보증을 서겠다는 거군.”
손해 볼 게 전혀 없는 협상안이었다.
주가가 오르면 당연히 이득이었고, 떨어진다고 해도 30%의 수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과감히 나오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던 사람들마저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다들 뭘 그리 고민하고 있는가? 파생상품으로 이득 보기도 바쁜 사람들이. 그리고 파생상품을 SAVE 투자회사에서 만들어 줬다는 걸 잊지 말게나.”
이번에도 조지가 목소리를 내었다.
조지가 파생상품 이야기까지 꺼내자 이사회 구성원이 하나둘씩 내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SAVE 투자회사가 애플의 지분을 가장 많이 쥐고 있으니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스티브의 복귀에 찬성하겠습니다.] [이번 협상안을 계약서로 작성해 준다면 찬성표를 던지겠네.] [일본에 판매한 파생상품 같은 좋은 소스가 있으면 다음에도 공유 부탁하네. 이번처럼 중간에 판매하지 말고 처음부터 같이하자고. 그런 의미로 찬성하겠네.]역시 월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었다.
스티브의 성격이 아무리 괴팍해도 돈만 된다면 마다할 리가 없었다.
“좋은 선택 감사합니다. 그럼 스티브의 복귀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스티브가 CEO로 있는 넥스트사를 애플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스티브를 복귀시키고 싶습니다.”
“그건 돈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나? 애플의 지금 자금력으로는 매우 힘든 일이네.”
“넥스트사 인수 자금은 5억 달러로 예상됩니다.”
“흠, 너무 과한 금액이네.”
5억 달러는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그 정도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선 유상 증자 혹은 차입금이 필요했으니 이사회에서는 당연히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러면 좋은 말이 나오게 만들면 된다.
손해를 분산하고 싶어 하는 게 월가의 본능이었고, 위험 분산 정도가 아니라 위험을 전부 떠안는다고 하면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