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8)
독식하는 재벌 3세-58화(58/518)
58화. 주인이 되다 (6)
다이먼이 다시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태우그룹이 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그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기만 하면 이론적으로 인수를 할 수 있겠지만, 안정적으로 인수하기 위해서는 40%의 지분이 필요합니다.”
“제가 비밀리에 보유한 태우중공업의 지분은 대략 13% 정도가 됩니다.”
명동에서 쓸어 온 태우중공업 지분이었다.
13%의 지분을 구입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다이먼이 요구하는 40%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따로 흑기사는 두지 않으실 겁니까?”
“우리를 도와줄 사람 말인가요? SAVE 투자회사 혼자서 진행할 겁니다. 자금이 부족할 일이 없으니 흑기사는 따로 필요 없을 것 같군요.”
“흠, 은행에서 보유한 태우중공업 지분이 꽤 됩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싱거운 게임이 될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태우그룹은 은행권에 막대한 돈을 대출 받았다.
그 대가로 지분을 넘긴 경우도 허다했기에 많은 은행이 태우그룹의 주주가 되어 있었다.
“은행의 도움 없이는 힘든가요?”
“그렇진 않습니다. 기형적인 지분 구조 덕분에 방법이 생겼습니다.”
다이먼은 전지에서 몇 개의 계열사에 동그라미 표시를 칠했다.
“태우중공업의 지분을 여러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네요. 이들을 인수하면 저절로 태우중공업 주식이 우리에게 넘어오게 됩니다.”
“태우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낮추면서 우리 지분을 높이는 방법이군요.”
“이 방법이면 지분의 40%가 아니라 30%로도 충분히 태우중공업을 인수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이었다.
중소 규모 태우그룹 계열사도 어차피 정리해야 할 대상이었으니까.
“그 과정이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겠군요.”
“인수 합병 성공률은 30%도 되지 않습니다. 실패하는 이유 대부분이 상대로 하여금 경계심을 일찍 가지게 해서 그렇습니다.”
“다이먼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태우중공업 지분을 가진 3개의 중소 계열사를 동시에 인수하고, 공개 시장에서 주식 매입을 시도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표님이 보유한 13%의 지분까지 더하면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계획이었다.
중간에 계획이 흘러나가기만 해도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고, 자금이 부족해지는 경우 손해만 보고 실패할 수도 있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은 자금력을 보유한 SAVE 투자회사였으니까.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겠군요. SAVE 투자회사의 모든 인력을 동원해도 좋으니 완벽한 계획을 세워 주세요. 아! 그리고 국내 정보는 이 사람에게 연락하면 됩니다. 다이먼의 호위부터 길 안내까지 맡아 줄 사람입니다.”
나는 다이먼에게 강 대위의 명함을 내밀었다.
적대적 인수에 들어서면 다양한 곳에서 적이 튀어나오게 된다.
내 계획에서 다이먼은 중요한 사람이었기에 그의 안전에 만전을 다해야 했다.
“아주 재미난 싸움이 되겠습니다. 한국이 이렇게 좋은 곳이었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예전에 알았다면 진작 한국 기업들을 노렸을 건데 말입니다.”
“이제야 알려져서 다행이라고 해야겠네요.”
월가는 아직 한국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급격한 경쟁성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시장은 매우 작았기에 월가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아주 운이 좋은 한국의 상황이었다.
외환위기로 그 운이 끝나 버렸지만.
* * *
SAVE 투자회사의 얼굴이라 불리는 데이비드.
그가 오랜만에 한국으로 들어왔고, 그는 김민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장영주 회장님.”
그는 어설픈 한국어로 인사를 하였고.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한국 재계 서열 1위 현재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영주 회장이었다.
“내가 영어는 많이 부족해서 아들놈이 통역을 해 줄걸세.”
“반갑습니다. 장영준입니다.”
장영주 회장의 옆에는 육남인 장영준이 함께했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장영주 회장이 항상 자랑하던 아들이 장영준이었다.
한국 최고의 대학을 졸업했고, 미국에서 경영학 공부까지 마치고 온 장영준이었기에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인사는 나중에 따로 하기로 하고 본론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우리 SAVE 투자회사에서는 현재그룹에 투자할 용이가 있습니다.”
“얼마나 빌려줄 수 있겠는가?”
“원하시는 금액이 얼마든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그룹을 위해서만 투자합니다. 우리가 투자한 돈이 사사로운 곳에 사용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정치자금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건가?”
장영주 회장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한 번의 대권 도전까지 했으니 투자한 돈이 정치 자금으로 들어갈까 우려하는 데이비드의 마음을 이해하는 그였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투자를 할까 합니다. 회장님은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인수하고 싶은 회사는 많은데 항상 돈이 문제였지.”
“그래서 우리는 인수계약이 끝나면 자금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괜히 자금이 여러 곳에 옮겨 다니면 오염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회장님을 대신해 매각자에게 자금을 지급하고자 합니다.”
계약이 마치면 매각자에게 자금을 지불한다.
현재그룹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돈이 현재그룹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결국엔 매각자에게 고스란히 나갈 자금이었으니까.
문제는 신뢰였다.
계약을 마쳤는데 매각자에게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현재그룹은 신뢰도에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내가 못 미더운 건 이해한다만, 나도 그쪽을 어떻게 믿겠나?”
“그래서 한국의 은행에 일부 자금을 맡겨 놓을 생각입니다. 자금의 규모는 한화로 대략 5조 원입니다.”
“한국의 은행을 끼고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소리군. 그런데 한국 은행에서 마다할 걸세. 한국 은행들은 정부 눈치 보기 바빠서 말이야.”
“CT은행이라면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도 CT은행을 이용하면 손쉽게 자금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같은 미국에 있는 회사니까요.”
장 회장은 고개를 돌려 아들인 장영준을 바라봤다.
머리가 비상한 아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전혀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오히려 저런 조건으로 5조 원이나 대출받을 수 있다면 매우 좋은 조건입니다. 오히려 조건이 너무 좋아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조건 자체는 좋단 말이구나.”
그는 잠시 아들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차입금을 들여오는 것도 전부 자식들을 위해서였다.
자신이 죽고 나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기 전에 건실한 회사 몇 곳을 인수해 자식들에게 나눠 주고 싶었다.
“SAVE 투자회사에서 제안한 방식에 동의하겠네. 그런데 조건이 더 있는 것 같은데 말해 보게나.”
“현재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몇 가지 주식을 구매하고 싶습니다.”
“한국 주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는 겐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국에 비하면 한국의 주식시장은 가치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엔 규모도 너무 작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 주식을 구매하려는 건가?”
“우리 SAVE 투자회사는 미국은 물론이고 신흥국의 주식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 주식도 일부 보유할 계획일 뿐입니다.”
장영주 회장은 화끈한 성격이었다.
현재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기업의 주식의 양이 상당하다고는 하지만, 5조 원의 차입금에 비할 수는 없었다.
“알겠네. 원하는 주식을 말하면 팔아 주겠네. 그런데 설마 가격을 후려치지는 않겠지?”
“현재 가격으로 전량 매입하겠습니다. 우리가 매입하고자 하는 주식은 이러합니다.”
데이비드가 미리 준비한 자료를 꺼내 들었고.
그 안에는 다양한 기업의 주식이 들어 있었고, 그 사이에 태우그룹의 주식도 끼어 있었다.
“아주 다양하구만. 계약서를 작성하는 대로 주식을 내어 주겠네.”
“인수하시고 싶은 회사가 생기면 연락 주십시오. 당장 오늘이라도 자금을 지급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친구군. 월가의 코쟁이라고 해서 걱정했더니 아주 화끈한 사람이야.”
통역을 맡은 장영준은 진땀을 흘리며 좋게 포장해 말을 전했다.
그 덕에 데이비드는 웃으며 장영주 회장과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데이비드가 회장실을 나서자.
장영주 회장은 장영준을 향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SAVE 투자회사가 정말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느냐?”
“보고서를 받아 보셔서 아시겠지만, 보유한 자금만 100억 달러가 훨씬 넘습니다. 월가에서도 알아주는 투자회사입니다. 한 번도 실패한 투자가 없기로 유명합니다.”
“허허, 그럼 우리 현재그룹에 투자하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보고 했다는 말이구나.”
“아버지가 만든 현재그룹이지 않습니까. 한국 정부에서 미움을 받고 있어도 외국에서는 오히려 우리를 더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주 기분이 좋아 보이는 부자지간이었다.
정부의 규제로 막혔던 자금줄이 뚫리게 되자 가슴속 응어리가 빠져나간 듯 호탕하게 웃는 장영주 회장이었다.
* * *
강 대위의 사무실.
나는 비밀 입구를 통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고, 협상을 마친 데이비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긴 무슨 정보기관 아지트 같아요. 입구도 복잡하고 보안절차도 얼마나 많은지. 미국의 정치인을 만날 때도 이러지 않았어요.”
“제가 좀 복잡한 사람이지 않습니까? 불편해도 좀 참아 주세요.”
“보스를 위해서라면 더한 것도 참아 드려야죠. 보스가 아니면 제가 누구랑 이렇게 재미난 일을 벌이겠어요.”
데이브드는 웃으며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현재그룹의 장영주 회장의 직인이 큼지막하게 찍혀 있는 계약서였다.
“고생하셨어요. 쉽지 않은 협상이었을 건데 잘 해내셨어요.”
“오랜만에 진땀을 좀 흘렸네요. 한국의 기업 대표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고 갔는데 딱 보는 순간 침이 바싹 말랐습니다.”
장영주 회장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를 상대로 성공적인 계약을 마치고 돌아온 데이비드가 정말 이뻐 보였다.
“제가 말한 주식도 다 구해 오셨죠?”
“큰 어려움 없이 받아 냈습니다. 특히나 강조하신 태우그룹 관련 주식은 한 주도 남김 없이 받아 왔습니다.”
이번 작전은 일거양득을 노린 수였다.
현재그룹에게 차입금을 빌려주어 태우중공업 인수를 하도록 유도하고.
현재그룹이 보유한 태우그룹의 주식까지 받아 내는 계획이었다.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내일부터 또 고생 좀 해 주세요.”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죠. 월가에서 뱅커들과 술 마시나 한국에서 은행가와 술 마시나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도 보너스를 두둑이 챙겨 줄 테니 열심히 마셔 주세요.”
“한국 은행가들이 술을 그렇게 잘 마신다고 소문이 났던데 대결이나 한번 해 봐야 겠습니다.”
이로서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할아버지가 힘겹게 모아 온 계열사를 강제로 팔아 버릴 계획을 시작했다.
이 사실이 할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면 영원히 관계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의 시작이었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내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