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59)
독식하는 재벌 3세-59화(59/518)
59화. 흑기사 (1)
다음 날.
태우전자로 출근하니 우성일 부사장이 직접 일일보고를 해 왔다.
“이노폰의 판매량은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3, 4공장에서 나오는 제품도 생산 완료 동시에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노폰 덕택에 태우전자의 가전제품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노폰이 태우전자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벗겨 줬나 보네요.”
이노폰과 태우전자의 가전제품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시대를 앞서가는 이노폰의 디자인과 달리 군용용품처럼 투박하기만 한 태우전자의 가전제품이었다.
하지만 이노폰을 구입하기 위해 태우 가전제품 매장을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온 김에 다른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판매량이 증가했다.
“인사이동 한 인원들이 부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업무가 빠르게 정상화되어 가고 있고,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원이 줄었는데 오히려 속도가 붙었다는 말이군요.”
“윗사람들이 아직 제대로 충원되지 않아 보고 절차가 간소화되어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살짝 머뭇거리며 말하는 부사장이었다.
그런데 이는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칼춤을 추다 보니 당연히 직급이 높은 사람이 많이 잘려 나갔고, 그 덕분에 보고 절차가 간소화되었다니.
“계속해서 보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세요. 그리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업무의 경우에는 전자 결재 시스템을 도입하는 걸 고려해 보죠.”
“전자 결재 시스템이라면 얼굴을 보지 않고 이메일 비슷한 걸로 결재를 받는 것입니까?”
인터넷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전자 회사다 보니 빠르게 습득하고 있긴 했지만, 전자 결재 시스템은 아직 보급되려면 한참이 지나야 했다.
“부사장님도 사원부터 시작하셨으니 잘 아시죠? 회식 장소 정하는 보고를 할 때도 몇 시간씩 걸리지 않나요?”
“제가 사원일 때는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이 걸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업무에 할애하면 뭐라도 하나 더 만들지 않겠어요? 웬만한 보고는 전자 결재를 이용하도록 하죠.”
“전산팀에 전자 결재 시스템 제작을 지시하겠습니다.”
한국 기업 문화는 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직적이고 쓸모없는 악폐습이 넘쳐났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겠나?
“앞으로 회식도 무조건 1차에서 끝내도록 하세요. 그리고 언제까지 회식하면 술만 마실 겁니까? 앞으로는 영화 회식이나 볼링 회식같이 재밌는 회식 문화를 한번 만들어 보세요.”
“역시,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셔서 그런지 생각이 남다르십니다. 이번 회식부터 그렇게 하도록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뭐, 아부해 오는 부사장도 아마 머릿속으론 한국에서 그게 되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경력직 사원 모집 공고를 올리세요.”
나는 어떻게든 부채율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가장 돈이 많이 나가는 곳은 인건비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아껴야 했다.
하지만 무조건 인원을 감축해서는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필요 없는 인원은 감축하되 최소한의 인원은 모집할 계획이었다.
“몇 명이나 모집하실 생각이십니까?”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다 받아야겠죠. 뭐 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왕 영입할 거면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만 데리고 와야 했고.
경력직으로 지원한 모든 지원자의 이력서를 내가 직접 살펴 상세 정보를 전부 확인할 생각이었다.
“이번 주 내로 모집 공고를 내겠습니다. 아! 그리고 휴대폰 사업부에서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제작을 총괄하는 감독이 사라졌으니 곤란해하는 게 당연하죠. 그래도 개발이 마무리 단계니 크게 어렵진 않을 겁니다. 정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저한테 가지고 오라고 하세요. 괜히 이상한 방향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면 곤란합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태우전자는 이제 웬만하면 알아서 잘 돌아갈 것이다.
밥만 축내는 인력을 쳐냈고, 일 잘하는 인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있으니 뭐라도 나오겠지.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을 내가 살짝 터치만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회사가 될 게 분명했다.
그러니 태우전자에 더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지금은 제품 개발보다 태우그룹 계열사 강제 인수가 더욱 중요했다.
* * *
며칠 후.
나는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데이비드를 기다렸고.
술독에 빠졌나가 나온 사람처럼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데이비드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진짜 미친 사람들입니다. 특히 폭탄주! 그걸 어떻게 그리 퍼마시는지 모르겠어요.”
“그게 한국의 문화죠. 국밥이고 술이고 전부 섞어서 마셔 버리죠.”
“진짜 며칠만 더 그렇게 마셨다간 병원에 입원할 뻔했습니다. 그 전에 결과를 만들어 내서 다행이죠.”
“좋은 소식이 있나 보네요.”
나는 데이비드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넸고.
그는 단숨에 물을 배 속으로 집어넣고는 말을 이었다.
“6개의 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태우그룹의 주식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건이 붙어 있나 보죠?”
“아무리 임원급이라고 해도 주식을 마음대로 판매했다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고 하네요. 은행에 이득이 되는 무언가를 해 줘야지만 주식을 우리에게 넘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은행도 기업이었다.
당연히 이득을 추구하는 집단이었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득을 얻게 해 줘야지만 우리도 주식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은행에서 이득이라면 당연히 예금이겠죠. SAVE 투자회사의 자금 일부를 은행에 예금해 주세요. 은행당 10억 달러 정도 넣어 두면 넙죽 절하며 주식을 넘기지 않겠어요.”
“10억 달러나 유치시킬 수 있다면, 은행에서 어깨 펴고 다닐 정도의 금액은 되죠.”
“하지만 예금 기간을 1년으로 정하세요. 그리고 무조건 달러로 예금하고 달러로 받아야 합니다.”
“그런 조건 정도라면 무조건 OK 할 겁니다. 안 그래도 한국 은행들이 외국에서 단기 차입금을 받아 한국 기업에 푼다고 들었습니다.”
은행이 돈이 어디서 나서 기업들에게 풀겠나?
고객들의 예금으로는 부족했고,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와 금리 몇 프로를 더 붙여 기업에게 대출을 해 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곤 했다.
그런데 단기 차입금이 아니라 예금이다.
차입금을 빌려오면 막대한 이자를 내야하지만 예금의 경우에는 약간의 이자만 주면 되었다.
당연히 은행 입장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었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태우중공업의 주식이 대충 얼마 정도나 되죠?”
“10% 이하로 보고 있습니다.”
“태우중공업 주식을 고작 10% 구매하려고 태우중공업 시가 총액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겠네요.”
물론 1년이 지나면 고스란히 돌려받을 돈이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주식을 얻기 위해 조 단위의 돈을 쓴다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돈을 SAVE 투자회사에서 굴리면 최소 30%의 수익이 남을 건데 조금 아깝긴 합니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죠. 그럼 이제 한국 은행 구워삶기는 다 끝난 거죠?”
“내일 바로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끝입니다. 더는 폭탄주를 안 마셔도 되겠네요.”
“그럼 다음 주에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죠.”
“대표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죠. 이번엔 어딥니까? 미국? 중국? 러시아?”
“중동으로 갈 겁니다.”
다이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흑시가의 도움이 있다면 중공업 인수가 수월할 것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는 사우디를 흑기사로 참전시킬 계획을 세웠다.
물론 사우디를 내 편으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는 이미 사우디 왕실 보석 사건을 해결해 준 전력이 있기에 사우디 왕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 * *
오랜만에 찾아온 사우디아라비아.
나는 행적을 숨기기 위해 여러 곳을 경유해 사우디에 도착했고.
당연히 장시간 비행기 안에서 지내야 했기에 텁텁한 중동의 공기에도 가슴이 시원해졌다.
“덥긴 해도 비행기 안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우디 왕실과 약속을 잡으신 겁니까? 미국의 유명한 로비스트들도 사우디 왕실과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학창시절에 만들어 둔 인연이 있어요.”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입국심사장 앞에 내 이름을 써 놓은 대형 펫말을 든 사람이 있었다.
“대표님이 아는 사람이세요?”
“왕실에서 보냈나 보네요.”
나는 펫말을 든 사람에게 내 정체를 밝혔고.
그는 넙죽 내 짐을 받아 들었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입국 심사를 패스하고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항 앞에는 독일산 대형 리무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동 중에는 사우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모든 신호를 무시하며 왕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나는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내 이름을 부르는 아이.
향후 사우디의 왕세자가 될 사람이며, 국왕이 될 사람의 아들이었다.
“형! 오랜만이야!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정말 오랜만이야. 그래도 전화 통화는 종종 했지만, 이렇게 보니까 더 반가워.”
나는 인맥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
대학 생활을 할 때도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무함마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한 통으로 사우디 왕실과의 인연을 이어 갈 수 있는데 당연히 해야지.
“태우전자 사장이 되었다면서? 그래서 내가 왕실 내부의 전자기기를 전부 태우전자 제품으로 바꿨어. 그리고 휴대폰도 형이 만든 이노폰으로 새로 샀어!”
“그걸 왜 돈 주고 사. 안 그래도 너 주려고 몇 대 가지고 왔는데.”
나는 선물로 신상 이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아직 생산에 돌입하지도 않은 슬라이드폰 시제품도 무함마드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 휴대폰은 뭐야? 이렇게 생긴 휴대폰은 처음 봐.”
“내년 초에 나올 신상품이야.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제품이니까 남들한테 보여 주면 안 된다.”
“응! 나만 가지고 놀게.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셔.”
덩치는 많이 커졌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무함마드였고.
나는 그를 따라 미래의 사우디 국왕이 될 살만을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정말 오랜만이구나.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되었어.”
“불쑥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허허, 너는 우리 왕실의 손님이다. 언제든지 찾아와도 환대해 줘야지. 왕실의 보석을 지켜 준 이가 아니더냐.”
살만은 나를 살갑게 맞이했다.
아직 국왕도 아니었고, 왕세자도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10년 뒤에 현 왕세자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자 살만이 왕세자로 취임할 것이다.
“이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허허, 먼 길을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준비했구나.”
앞으로 사우디 왕실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 여러 가지였다.
그런데 어찌 빈손으로 오겠나? 나는 살만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아주 귀중한 선물을 준비해 왔다.
“러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표트르 대제가 사용했던 검입니다.”
러시아의 차르 표트르 대제.
국왕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숨기고 있는 살만의 마음에 불씨를 피울 만한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