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
독식하는 재벌 3세-6화(6/518)
6화. 걸프전(2)
지난 생에 유가 관련 뉴스를 보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걸프전 이후 유가 최대치 급등!’
향후 30년 동안 걸프전만큼 유가가 급등한 적이 없다는 소리.
유가로 가장 재미를 볼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니 원유에 베팅하고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날 내 말은 현실이 되었다.
밤새 공부를 마치고 거실로 내려가니 할아버지가 심각한 얼굴로 TV를 보고 계셨다.
“전쟁이 발생했구나. 이라크 이 미친놈들이 또 전쟁을 일으켰어.”
“회사에도 피해가 크겠어요. 특히나 건설 쪽에서 곤란해졌겠네요.”
“안 그래도 오늘 사장단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세상이 조용한 날이 없구나.”
곧이어 유가 관련 뉴스가 이어졌다.
배럴당 14달러 선이었던 유가가 하루 사이에 2배가 뛰었다.
산유국인 이라크와 쿠웨이트와의 전쟁으로 기름 수급이 어려워질 거란 전망 때문이었다.
“난 먼저 회사로 가마. 밥 잘 챙겨 먹고, 공부는 쉬엄쉬엄하거라.”
“네, 잘 다녀오세요.”
할아버지가 일어난 자리에 내가 앉았다.
바로 옆에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전화기가 있었고, 나는 한정훈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장 들려오는 소음의 향연.
“우와아아! 도련님! 유가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제가 전쟁 일어날 것 같다고 했죠?”
“혹시나 했지만 정말 전쟁이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도련님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겠습니다.”
완전히 내 사람이 된 한정훈이다.
한 번의 성공이야 우연일 수 있지만, 연이은 성공은 믿음을 주기 충분했다.
“30달러까지 오르면 파세요. 더 오를 것 같긴 하지만, 욕심을 너무 부리고 싶진 않네요.”
“30달러까지만 올라도 수익이 2배가 넘습니다. 거기에 레버리지까지 쳤으니 못해도 10배 이상의 수익입니다!”
“그럼 2억 달러가 20억 달러가 되는 거네요.”
“20억 달러면, ……1.4조가 넘습니다.”
투자 한 번으로 10배의 수익.
이런 식으로 한 번만 더 투자에 성공하면, 목표액인 80조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흔하겠나?
게다가 투자금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익은 감소하기 마련.
거액을 투자하면 나로 인해 시장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찾아오는 모든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했고, 또 한 번의 기회가 내년에 찾아온다.
“수익 실현 다 하고 나면 내년까지는 소소하게 투자하며 감만 유지하세요.”
“전쟁이 길어지면 유가가 계속 급등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소소하게 합니까?”
“우리 너무 욕심은 부리지 말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수익 실현되는 대로 한국에 한번 들어오세요.”
“무슨 일 있습니까?”
“보너스 받으셔야죠.”
“아! 감사합니다.”
수익이 1.4조면 보너스가 140억 원인가?
절대 과한 금액이 아니다.
앞으로 한정훈 팀장을 비롯한 전담팀 인원을 그만큼 굴릴 거니까.
돈 필요 없으니 제발 쉬게 해 달라고 빌게 될 때까지.
* * *
나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후 매일 할아버지의 서재를 찾았다.
지난 생에서 제대로 못 한 효도를 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악착같이 돈을 벌고 공부를 하는 이유는 그룹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니까.
그래서 찾은 할아버지의 서재. 그런데 이미 손님 한 명이 서재 안에서 할아버지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민재 왔구나? 정말 오랜만이야. 이제 길 가다가 보면 못 알아보겠어.”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이는 태우건설 장수영 사장이었다.
그는 태우그룹의 창립멤버이자 할아버지의 오른팔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기도 했고, 그 또한 할아버지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했다.
그랬던 사람이었지만.
외환위기가 터지자 제일 먼저 태우건설을 파산절차로 밀어 넣었던 사람이다.
그는 나를 회장으로 여기지 않았고, 스스로 살길을 만들어 떠났다.
자신의 능력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겠지.
그로 인해 태우건설은 태우그룹에서 분리되었다.
10년 후, 태우건설은 자체적으로 재계 서열 37위에 이름을 올렸고, 도급 순위 1위 자리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 낸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장수영 사장의 선택이 옳다고 볼 수 있다.
태우건설을 끝까지 살린 인물이니까.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알짜배기였던 태우건설만 쏙 빼낸 역적이었다.
그리고 장수영 사장의 능력 덕분에 태우건설이 살아남았을까?
할아버지가 만든 태우건설 자체가 능력이 출중한 덕분이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태우건설의 임직원 절반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고, 유명 건설 회사의 사장 자리는 전부 태우건설 출신이 차지했다.
건설 사관 학교.
건설 업계에서는 태우건설을 이렇게 칭하기도 했다.
태우건설 출신 직원이 워낙 뛰어나니 붙은 별명이었다.
이처럼 뛰어난 직원이 있으니 누가 위에 있어도 태우건설은 잘 굴러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장수영 사장을 바라봤다.
할아버지는 그런 내 모습을 오해하셨다. 내가 장수영 사장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허허, 민재야 기억나느냐? 장수영 아저씨란다.”
“이제 어른이 다 됐어. 내가 네 기저귀도 갈아 준 적이 있단다.”
뭐 아직은 장수영 사장이 배신한 건 아니니까.
나는 최대한 안면근육을 움직여 미소를 지었다.
“기억나요! 안녕하세요.”
“아주 의젓해졌구나.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패스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지금은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괜히 장수영 사장을 집으로 초대했겠어?
검정고시 합격이 별건 아니지만, 내가 하면 별거다. 난 할아버지 손자니까.
자랑스러운 손자를 자랑하기 위해 그를 불러들였을 게 분명하니 나는 낭창하게 자기 자랑 시간을 가졌다.
“태우그룹에서 신동이 태어났습니다. 회장님을 닮아서 민재가 아주 똑똑하네요.”
“밥만 먹고 공부만 하는 게 얼마나 안쓰러운지. 좀 쉬엄쉬엄해도 될 건데 할애비를 따라 빨리 일을 하고 싶다고 얼마나 조르는지 말도 못 한다네.”
할아버지 입술이 연신 위로 향했다.
입으로는 싫은 소리를 하고 있지만, 말 중간중간에 웃음기가 터져 나오셨다.
“하루라도 빨리 태우그룹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허허, 기특하구나.”
“그리고 전 그냥 대학이 아닌 세계 최고의 대학을 다니고 싶어요.”
“미국에 있는 대학을 말하는 게냐?”
“네. 하버드나 스탠퍼드 대학에 가고 싶어요. 그러려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공부를 해야 될 것 같아요.”
“허허, 이제 네 나이가 겨우 17살이다. 홀로 미국 생활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 같구나.”
내가 너무 아이처럼 굴었나?
뭐 내가 성인이 돼도 날 아이처럼 생각하실 분이 우리 할아버지시다.
“할아버지가 매일 말씀하시는 세계화를 위해선 미국 생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초등학교부터 미국에서 다니는 친구들도 많구요.”
“그렇게도 이 할애비 곁을 떠나고 싶은 게냐?”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셨다.
혹여나 하나뿐인 손자인 나까지 잃을까 걱정하시고 계신다.
그런 걱정을 덜어 드리기 위해 나는 여러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래서 태우증권을 다니는 직원들과 함께 갈게요.”
“아! 네가 만든 전담팀과 말이냐? 아직 태우증권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말은 들었다만, 그 직원들이 너와 함께 미국에 가서 뭘 하겠느냐?”
“제가 그들을 책임질게요. 할아버지는 수만 명이 넘는 직원을 책임지는데 할아버지 손자인 제가 고작 3명을 책임지지 못하겠어요?”
“허허, 그래 너는 내 손자지. 뭐 그 직원들을 미국에 있는 태우증권 법인으로 이직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의 커리어에 문제가 갈 수도 있단다. 네가 그들의 미래를 평생 책임질 자신이 있느냐?”
이미 전담팀에게 미래를 책임지고도 남을 돈을 쥐여 줬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을 쥐여 줄 예정이기도 하고.
“다시 말하지만 저는 할아버지 손자예요. 할아버지가 직원을 아끼는 만큼 저도 직원들을 아낄게요.”
“고놈 고집하고는. 그래, 나쁜 일 한다고 미국 가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겠다고 미국 가겠다는 걸 어찌 말리겠느냐.”
“고마워요! 할아버지!”
나는 할아버지가 말을 바꾸기 전에 얼른 품에 안겼다.
그런데 나는 할아버지가 그냥 날 보낼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분명 비서실 직원 중 몇 명을 내 호위로 같이 보내겠지. 그 정도야 나도 충분히 감수해야지.
* * *
김태중 회장의 집무실.
비서실장이 20명에 달하는 명단을 책상에 올려 두었다.
“전부 영어에 능하고, 특수부대 출신 혹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들입니다.”
“20명까지는 너무 과하고 5명 정도만 보내면 되겠군.”
“그렇게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너무 티 나게 보호하지는 말라고 하게나. 손자 녀석이 알게 되면 감시받는다고 싫어하지 않겠나?”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지켜만 보라고 당부하겠습니다.”
김태중 회장의 손자 사랑은 소문이 나 있었다.
특히나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난 뒤에는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태우증권 직원들은 어떤가? 불만을 털어놓지는 않고?”
“도련님께서 잘 챙기고 계신 것 같습니다. 미국행 의사를 묻자 곧장 가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태우증권에서 고액 투자를 하다 손자 녀석의 푼돈으로 투자를 하려면 꽤 답답할 텐데 참 마음이 좋은 직원들이군.”
김태중 회장은 손자를 과하게 감시하진 않았다.
그랬기에 손자가 몇 달 사이에 조 단위의 돈을 벌어들인 건 모르고 있었다.
특히나 미국 페이퍼 컴퍼니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였기에 그 사실을 알아내려면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기에 굳이 지시하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더욱 알아내기 힘들어졌다.
한정훈 팀장이 직접 법인을 만들었기에 태우증권과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사라진 셈이었으니.
“그리고 가정교사도 섭외를 마쳤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입시 컨설턴트에게 확답을 받았고, 가정교사도 따로 3명을 섭외했습니다.”
“3년 안에 합격을 시키면 한 장씩을 수고비로 준다고 하게나. 그리고 1년이 줄어들 때마다 한 장을 추가로 더 준다고 하고.”
김 회장은 3년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손자는 당장 내년에 대학 입시에 도전하려고 하는 것 같다만, 아무리 똑똑하다고 한들 3년 과정을 1년 만에 끝내는 건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집은 뉴욕에서도 가장 치안이 좋은 곳으로 마련했습니다.”
“손자 교육 시키다가 등골이 빠지겠어. 허허허.”
“도련님은 총기가 매우 뛰어나십니다. 제가 본 어떤 사람보다 더욱 뛰어나십니다.”
비서실장은 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입에 발린 말을 잘하지 못해 욕을 먹을지언정 아부를 하진 않는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김 회장이었기에 그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 * *
“도련님 덕분에 미국 생활을 다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앞으로 고생 꽤 하시게 될 거예요.”
미국에 도착했다.
나는 4명의 증권맨과 함께 저택에 짐을 풀었다.
호텔 생활을 하던 한정훈 팀장은 미리 저택에 들어와 있었고, 우리가 모두 짐을 풀고 거실로 나오자 간단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도련님의 말대로 유가가 30달러를 찍는 순간 모두 매도하였습니다. 예상대로 20억 달러의 수익을 실현했습니다.”
“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20억 달러라니요? 20억 원 말씀하시는 거죠?”
김덕환 사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 한정훈 팀장을 서포터해 준 직원들은 그가 이렇게나 많은 돈을 베팅한지 모르고 있었다.
“맞아요. 20억 달러. 1.4조 정도 되는 금액이네요.”
“지, 지금 1.4조를 벌어들이셨다는 말씀이십니까? 태우증권에서도 그만한 수익을 한 번에 올린 적은 없습니다.”
“그럼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번 수익의 보너스를 주려고 했는데 안 줘도 되겠네요.”
“아, 아닙니다! 믿습니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김덕환 사원은 보너스란 이야기에 의심을 싹 지웠다.
“이제 보너스도 당당하게 받죠. 다들 한정훈 팀장이 만든 투자회사로 소속을 옮기세요.”
“이미 필요한 조치는 다 취해 두었습니다. 이번 주 내로 다들 SAVE 투자회사 직원이 됩니다.”
미국에 세운 투자회사의 이름은 SAVE.
공격적인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회사의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돈을 버는 이유가 태우그룹과 할아버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걸 되새기기 위해 그렇게 이름을 정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