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0)
독식하는 재벌 3세-60화(60/518)
60화. 흑기사 (2)
지금 살만은 온화한 왕족으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라고 해서 국왕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나는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표트르 대제의 검을 선물했지만, 살만은 자신의 욕망을 감추며 검을 받아 들었다.
“허허, 아주 귀한 선물을 가지고 왔구나. 구하기 쉽지 않은 물건일 텐데.”
“살만 님을 만나는데 어찌 구하기 쉬운 선물을 가지고 오겠습니까? 살만 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선물이라 생각해 표트르 대제의 검을 가지고 왔습니다.”
표트르 대제의 검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데이비드의 친화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러시아의 지배자가 될 푸틴을 지원해 주고 있었고, 그는 차근차근 권력의 중심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제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권력자가 된 푸틴이었고.
그를 통해 표트르 대제의 검을 구할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푸틴에게 지원해 준 금액에 비하면 표트르 대제의 검은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다.
“표트르 대제의 검이 나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왜 그런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러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 표트르 대제입니다. 저는 살만 님도 그런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허, 얼굴에 금칠을 해 주는 구나.”
운석으로 만든 표트르 대제의 검을 꺼내 보는 살만이었고.
아주 미약하지만 검을 보는 그의 눈에서 욕망이 새어 나왔다.
“흠흠, 이제 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이야기는 김 회장에게 전해 들었단다.”
“현재는 태우전자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그중 한 명을 소개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꿔다 논 보릿자루인 양 멍하니 서 있는 데이비드를 앞으로 밀었다.
당황할 만도 했지만, 그는 능청스럽게 살만에게 예를 표하며 인사를 했다.
“SAVE 투자회사의 데이비드입니다. 사우디 왕실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월가의 사람인가 보군. 나도 사우디 국부 펀드를 잠시 담당했던 적이 있어 월가라면 잘 알고 있다네.”
수백 조에 달하는 금액을 굴리는 펀드가 사우디 국부 펀드였다.
월가에 돈이 아무리 흘러넘친다고 해도 단일 펀드만 놓고 본다면, 사우디 국부 펀드보다 더 많은 운용자금을 굴리는 곳은 없었다.
“사우디 국부 펀드라면 잘 알고 있습니다. 주로 사우디 국내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 나에게도 귀뜸을 주게나. 허허.”
표트르 대제의 검 덕분인가?
우리는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었고, 나는 살만과의 친밀도를 한층 더 높이는 계기로 삼았다.
* * *
이틀 후.
나는 사우디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충분한 보상을 얻은 사우디행이었고, 내가 없는 사이 다이먼은 태우중공업 인수 작전을 착실히 실행하고 있었다.
“대표님,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태우정밀부품을 비롯한 3개의 계열사를 오늘 적대적 인수에 들어갈 겁니다.”
“지분은 충분히 확보했나요?”
“중소 규모 계열사라 그런지 지분 구조가 매우 취약했습니다. 공개 매수에 들어갈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지분을 한 곳으로 모은 뒤 공시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지분이 전부는 아니었다.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을 교체해야 했고, 기타주주의 동의와 정부의 승인이 따라야 했다.
“회사를 인수하지 못해도 되지만, 중소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태우중공업 지분은 반드시 가지고 와야 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미국에서 유명한 행동주의 펀드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예상됩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삼는 펀드였다.
쉽게 말해 지금의 경영진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으니 우리에게 맡기면 주가를 올려 주겠다고 주장하는 곳이었다.
주가가 오르는 걸 싫어할 주주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그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한국은 상황이 많이 다를 겁니다. 한국 국민들은 애국심이 아주 투철하거든요. 기업을 외국 펀드에 빼앗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주주가 애국심을 가진다는 말씀이십니까?”
“우리나라 역사가 외세의 침략을 하도 많이 받다 보니 그런 성향이 강해요. 그러니 행동주의 펀드를 이용하되 기업을 외국이 아닌 한국 기업에게 우선 판매한다는 조건을 거세요.”
애국심을 자극시키지만 않으면 되는 문제였다.
주가는 올리되 외국에 기업을 넘기지 않는다고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뭐 외환위기가 오면 어차피 외국으로 많은 기업이 팔려 나가겠지만, 지금은 이런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꼭 그 조건을 포함시키겠습니다.”
“그럼 주주총회는 언제 개최하실 거죠?”
“늦어도 이번 주 금요일에 개최하려고 합니다. 시간을 더 끌면 끌수록 변수가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중소 계열사 인수가 끝나면 곧장 중공업 인수를 시작해 주세요.”
“지분만 확보되면 곧장 움직일 겁니다. 빠르면 다음 주에는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만만해하는 다이먼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대로 일은 쉽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을 대비해 한국의 기업가들은 정치권에 많은 뒷돈을 제공하고 있으니까.
* * *
다이먼은 빠르게 움직였다.
SAVE 투자회사가 태우그룹의 중소 계열사 3곳의 대주주임을 공시했고.
행동주의 펀드를 동원해 주주총회를 유리하게 이끌기까지 했다.
나는 뒤에서 그 모습을 관망하기만 했고.
집에서마저 분노를 토해 내는 할아버지를 옆에서 보고만 있었다.
“썩을 놈들! 감히 우리 회사를 넘봐! 씹어먹어도 부족할 놈이야.”
“할아버지, 우선 물부터 한 잔 드세요.”
벌컥벌컥, 할아버지는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쾅! 물잔이 깨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강하게 탁자 위에 올려 두셨다.
“너도 월가에 있어서 들어 본 적이 있을 게야. 아크만이라고. 태우금융에서 말하길 행동주의인지 뭐시기로 유명한 놈들이라구나.”
“네 몇 번 들어는 봤어요. 정말 지독한 놈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절대 만만하게 볼 펀드가 아니에요.”
“그래봐야 돈 놀이 하는 놈들이다. 미국에서 통할지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그게 통할 성싶으냐.”
이번 작전은 아크만이 총알받이 역할이었다.
모든 이슈를 아크만 펀드가 끌고 있었고, SAVE 투자회사는 그 뒤에 숨었다.
혹시나 나와 SAVE 투자회사의 관계가 드러날 수도 있으니 아크만을 방패막이 세웠다.
“제가 알기론 아크만 펀드는 확실한 무언가를 쥐고 있어야만 움직인다고 들었어요.”
“확실한 무언가라면 뭘 말하는 게냐.”
“대주주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대주주의 횡령이나 비리 같은 약점을 확보하고 난 뒤에 움직인다고 합니다. 지분과 약점을 다 손에 쥐고 움직이는 경우도 많고요.”
“…….”
할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무슨 비리를 저질렀는지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계신 것 같았다.
원래 횡령이나 비리는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는 문제 삼지 않았던 부분도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짐작되는 일이 꽤 되실 터.
“솔직한 심정으로 아크만과 싸우기보다 잘 협상해서 이번 문제를 해결했으면 합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벌써 주주총회를 열어 태우정밀 사장을 해임하고 자신의 사람을 박아 넣었어. 대화를 하고 싶은 상대라면 절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겠지.”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좋은 방법이 있나요?”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안 그래도 네 덕분에 정부에게 빚을 지워 두지 않았더냐.”
백화점 붕괴 사태를 말씀하시고 계셨다.
나는 현재그룹과 정부의 사이가 다시 좋아지는 걸 막고자 태우건설을 총동원해 사태를 수습했다.
그래야지만 현재그룹이 계속해서 정부의 규제를 받아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으니까.
그 일이 문제가 되었다.
현재그룹이 정부와의 거리가 멀어진만큼 태우그룹은 가까워지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안 그래도 정부쪽 인사와 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셨는데, 백화점 붕괴 수습으로 그 관계가 더욱 친밀해져 버렸다.
“태우정밀 같은 작은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도움을 받는 건 너무 과하지 않나요?”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꼴이란 말이냐? 아무리 태우정밀이 작은 계열사라고 해도 내 손으로 만든 계열사다. 내 것을 남이 훔쳐 가려 하는데 누구 손이든 빌려야 하지 않겠느냐.”
할아버지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스파이 짓을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움직일지 파악한 뒤 다이먼에게 알려 대처 방안을 만들도록 돕고 있었다.
“정부의 도움이라고 하면 어디를 말씀하세요?”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힘들겠고. 경제기획원에 도움을 청해야겠지. 부총리가 기획원 원장을 겸임하고 있으니 아무리 월가의 하이에나라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게야.”
경제 기획원을 움직인다 이거지?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태우정밀부품을 되돌려 받을 순 있겠지만.
그 전에 다이먼이 태우정밀이 가지고 있는 태우중공업 주식을 팔아 치울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본 게임인 태우중공업 인수 전에서 할아버지는 정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다.
정부에서도 연달아 도움을 주긴 힘들 테니까.
알맹이를 쏙 빼먹은 태우정밀을 할아버지에게 돌려주고 태우중공업을 받아 낸다.
“그런데 이미 아크만 펀드에서 태우정밀의 경영권을 가져갔어요. 벌써 구조조정부터 개혁 노선까지 밀어붙이고 있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래도 돌려받아야지. 회사를 되찾고 나서 모든 걸 원상복구 시키면 그만이야.”
“제 마음 같아서는 할아버지가 보유하고 계신 태우정밀부품 주식을 비싼 값에 아크만에 팔았으면 합니다. 그 돈이면 더 좋은 회사를 인수하거나 신규 공장을 지을 수도 있어요.”
“돈이야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를 다시 만드는 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역시나 이 정도로는 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어려웠다.
할아버지를 진심으로 설득할 마음도 없긴 했다.
자잘한 계열사가 살아남든 말든, 내 목표는 태우중공업을 팔아 치우는 것이었으니까.
* * *
다음 날.
나는 할아버지의 계획을 고스란히 다이먼에게 알려 주었다.
“역시나 정부를 움직일 계획을 가지고 있었군요. 한국의 기업은 정부와 친하다고 하더니 정당한 인수까지 문제 삼는군요.”
“태우중공업 주식만 얻어 내면, 회사는 돌려줘도 상관없어요. 물론 회사를 완전히 인수하면 더 좋고요.”
“대표님이 저에게 주신 김 회장님의 비리 자료를 이용하면 태우정밀부품을 완전히 인수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언론에 유포라도 된다면 많이 곤란해질 내용 같더군요.”
“한국 언론도 기업 친화적입니다. 유포 자체가 쉽지 않을 거예요.”
“미국 언론을 이용한다고 협박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있을 협상 때 미국 언론사 기자 몇 명을 동원할까 합니다. 데이비드가 아는 기자가 상당히 많더라고요.
할아버지의 비리 자료는 누구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전생에서 나는 20년 가까이 태우그룹과 할아버지를 조사했었으니까.
나중에 검찰과 국세청에서 밝혀 낼 모든 사건을 나는 머릿속에 기록해 두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정말 결정적인 비리 사건은 아직 다이먼에게 전해 주지 않았다.
태우중공업을 인수하는 정도에 쓰기엔 너무 아까운 카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