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1)
독식하는 재벌 3세-61화(61/518)
61화. 흑기사 (3)
며칠 동안 정말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태우그룹과 정부의 힘을 이용해 태우정밀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셨다.
하지만 더는 그런 곳에 기력을 낭비하실 필요가 사라졌다.
아크만 펀드가 태우중공업 적대적 인수 합병을 공시했으니까.
게다가 곧장 주주총회까지 열어 뒤집어엎어 놓기까지 했다.
당연히 이 모든 일은 다이먼이 계획했으며, 나는 그에게 자세한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주주총회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죠?”
“아크만 펀드를 한국까지 데리고 오느라 쓴 돈이 얼만데요. 당연히 그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분위기는 어때요?”
“나쁘지 않습니다. 대표님이 말하신 대로 한국 기업에게 판매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그런지 주주들의 반응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이번 주주총회는 전초전이었다.
서로의 뜻을 확인하고, 주주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음 주주총회에서는 지분 싸움으로 번질 것이고, 지분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뉘게 될 것이었다.
“지분은 충분히 확보하셨나요?”
“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은 지분이 오히려 20%로 줄어들었습니다.”
태우정밀을 비롯한 중소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태우중공업 지분.
다이먼은 그 지분들을 전부 처분했고, 아크만 펀드에서 그 지분을 구입하는 형태로 일을 진행했다.
주가보다 비싼 값에 팔았으니 문제 될 소지는 적었고.
다이먼은 그런 실수를 할 사람도 아니었다.
“지분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거네요.”
“우리가 16%나 더 들고 있으니 유리하긴 하지만, 일반 주주들의 마음이 태우그룹으로 쏠리게 되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16%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요?”
“아크만 펀드에서 주주를 선동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16%의 격차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조금 불안했다.
일이 너무 순조롭게 흘러가니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절대 이렇게 순순히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태우중공업은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시는 계열사 중 하나였기에 강한 반발이 나왔어야만 했다.
그렇게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때.
강 대위가 다급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TV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죠? 설마.”
나는 곧장 TV를 켰고.
역시나 예상대로 할아버지가 기자 회견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셨다.
역시 가만히 있으실 분이 아니시지.
[존경하는 국민 그리고 주주 여러분. 태우그룹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미국의 거대 금융이 한국의 경제를 노리고 있습니다. 태우중공업이 넘어가는 순간 다른 기업도 위험해집니다. 힘을 합쳐 태우중공업을 지켜 주십시오.]10분이 넘어가는 연설을 하시는 할아버지셨다.
눈물까지 보이시며 애국심을 긁는 말을 쏟아 내셨다.
“저런다고 상황이 바뀌겠습니까?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저평가된 태우중공업의 주가를 올릴 방법이나 혁신적인 기술 같은 걸 내밀었어야죠.”
“다이먼이 아직 한국을 몰라서 그래요. 혁신적인 기술이나 개혁안보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게 더 효과가 좋아요.”
할아버지는 경제계의 큰 어르신 중 한 명이었다.
그러니 대중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눈물까지 흘리며 호소하고 있다.
분명 효과가 확실한 방법이었고.
할아버지 정도 되는 사람만이 가능한 방법이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분 차이가 무려 16%입니다. 그중에서 정부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5%는 중립이라고 봐야 하니. 시중에 풀린 지분은 21%에 불과합니다. 주주 절반 이상이 주식을 태우그룹에게 양도하거나 의결권을 줘야 하는데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정부 기관이 보유한 지분이 움직이지는 않겠죠.”
나는 다이먼이 아니라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이야기했고.
그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걸어 나왔다.
“그럴 일은 없어요. 미국 정치권에서 이미 한국 정부를 향해 한마디 했어요.”
“한국 정부에서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하겠군요.”
할아버지는 태우정밀의 경영권을 위해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
그 덕에 미국 정부가 개입할 건수를 만들 수 있었고, 태우중공업 인수전에서는 정부는 철저히 중립을 지킬 것이었다.
“그럼 일반 주주들만 신경 쓰면 된다는 거군요.”
“사실 주주총회에 관심 있는 주주가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자신이 태우중공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만 해도 최소 5%는 넘겠습니다.”
“저도 16%의 차이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를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강 대위가 다시 사무실로 찾아오자 그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었다.
“태우그룹의 전국 계열사가 주주들을 만나러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의결권을 받아 내고 있나 보군요.”
“그리고 많은 수의 주주가 태우그룹을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기자회견은 역시 효과적이었다.
주주들이 직접 태우그룹을 찾아갈 정도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현 주가보다 10% 이상의 금액으로 주식 공개 매수에 들어가세요.”
“지금 바로 공시를 올리겠습니다.”
할아버지가 감정에 호소했다면.
나는 돈으로 주주들에게 호소한다.
그래도 안 된다면, 숨겨 두었던 비장의 한 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 * *
태우전자로 돌아왔다.
사장실로 들어오는 순간, 우성일 부사장이 뒤따라 들어와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본사에서 의결권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전 직원이 움직여 상당한 양의 의결권을 확보했습니다.”
묵직한 의결권 대리 행사 서류를 가지고 온 부사장이었다.
잘했다고 빨리 칭찬해 달라는 눈빛을 보이면서 말이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 이러는 거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주 열불이 터져 나왔다.
“고생하셨어요.”
“비서실장님이 곧 찾아와 확보한 의결권을 회수해 간다고 합니다.”
때마침 실장 아저씨가 사장실을 방문했다.
나는 손짓으로 부사장을 보내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실장 아저씨를 맞이했다.
“실장님이 계열사를 전부 돌아다니며 의결권을 회수하고 계세요? 이런 일은 밑의 사람 시키지 않고요.”
“중요한 일이니 제가 직접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우중공업이 엄한 사람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실장 아저씨는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할아버지만큼이나 태우그룹을 사랑하시는 분이었고, 애사심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분이었다.
“의결권 확보는 잘 진행되고 있나요? 태우중공업을 지키려면 과반수 이상의 주주 의결권이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아슬아슬하지만 가능할 것 같긴 합니다. 태우그룹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의 수가 많아 의결권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내가 간과했다.
하긴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아크만 펀드에서 공개매수까지 들어갔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럴 자금이 있을까요?”
“회장님이 은행권과 명동을 돌아다니며 자금을 구하고는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혹시 도련님이 월가에서 자금을 융통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할아버지가 얼마나 절박한지 실장 아저씨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미 전 국민이 보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니 더한 일도 충분히 하실 수 있었다.
“자금 융통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군요. 그럼 회장님께서는 회사를 담보로 명동에서 자금을 융통하실 것 같습니다.”
“명동에서 당분간은 현금을 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가능할까요?”
“지금까지는 광화문 이 회장에게 자금을 융통했지만, 다른 명동의 업자와도 새로 거래를 틀 생각까지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회사를 담보로 명동과 거래까지 하신다니.
너무 막다른 길로 몰아붙였나?
할아버지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셌고, 이대로라면 지분 싸움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었다.
“실장님, 의결권 서류를 가지고 할아버지께 가실 계획이셨죠? 저도 같이 가야겠습니다.”
“좋은 방도라도 있으십니까?”
“그건 할아버지께 가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의 사태를 의외의 방법으로 뚫어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장 아저씨와 함께 그룹 본사로 이동했고.
항상 정돈되어 있었던 그룹 본사는 장날의 시장처럼 어수선하기만 했다.
회장실도 마찬가지였다. 태우금융 직원들과 법무팀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회장님, 태우전자 의결권 서류를 가지고 복귀하였습니다.”
“김 사장도 같이 왔군.”
“회장님, 잠시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비서실장님을 제외한 인원을 잠시 밖으로 내보내도 되겠습니까?”
“다들 나가서 일들 보게나.”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회장실을 빠져나갔고.
갑자기 사람이 확 줄어들자 정적이 찾아왔다.
할아버지와 실장 아저씨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으셨다.
“제가 지난주에 해외 출장을 다녀왔었습니다.”
“이야기는 들었다. 그런데 해외 출장 이야기를 왜 꺼내는 게냐?”
“사실 출장을 핑계로 친구를 만나고 왔었습니다.”
“허허, 그룹이 이렇게 어려운데 몰래 친구를 만나고 왔다는 게냐? 혹시 여자 친구냐?”
내가 하루빨리 결혼하길 바라는 할아버지셨다.
워낙 손이 귀한 집안이다 보니 증손자를 빨리 보고 싶어 하셨다.
“사우디에 있는 무함마드를 만나고 왔습니다.”
“네가 사우디 왕실과 꽤 깊은 인연이 있긴 했지.”
“저는 대학 시절에도 무함마드와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 갔었고, 그 모습을 좋게 봤는지 무함마드의 아버지인 살만 님이 한 가지 제안을 해 왔습니다.”
“무슨 제안이냐?”
나는 살짝 뜸을 들였다.
마치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려고 하는 듯이.
“살만 님이 사우디 국영 회사인 아람코와 정유 회사를 만들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아람코와 합작회사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고? 하지만 이미 한국에는 아람코와 합작으로 만든 정유 회사가 있지 않느냐.”
SS오일이 아람코와 합작으로 만든 정유회사였다.
그리고 살만이 먼저 내게 정유 회사를 합작으로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내가 정유 회사를 만든다면 적극 지원을 해 주겠다고 먼저 말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미 한국에 SS오일이 있으니 아람코에서 적극 지원해 주긴 어려울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SS오일을 인수하면 됩니다.”
“멀쩡한 회사를 인수해서 아람코와 정유 사업을 하자는 말이냐? SS그룹은 태우그룹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재계 20위 권 안에 드는 그룹이다.”
“재계 3위인 우리도 중공업을 뺏길 판인데 SS오일이라고 못 할 건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SS오일만 인수할 수 있다면, 한국 최대 정유 회사를 세울 수가 있습니다.”
“SS오일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을 텐데?”
SS오일이 아람코와 합작으로 만든 회사라고는 하지만.
현재그룹을 비롯한 여러 회사가 이미 정유 사업에 뛰어들었고,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SS오일, 태우화학, 그리고 태우중공업의 정유사업부까지 합작으로 정유 회사를 만드는 겁니다. 우리의 규모에 맞게 아람코에서 투자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최소 5조 원 이상의 투자가 될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 최고의 정유 회사를 우리가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행보와 정반대되는 행동이었다.
정유 회사가 설립되면, 그룹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건 아람코와의 합작회사 설립은 지금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뻥카.
나는 할아버지를 상대로 혼신의 구라를 치고 있었다.
물론 모든 말이 거짓이라면 단번에 할아버지는 알아차리실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진실 속에 거짓을 섞어 할아버지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