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2)
독식하는 재벌 3세-62화(62/518)
62화. 흑기사 (4)
아람코와의 합작 정유회사 설립.
나는 거대한 미끼를 던졌고, 할아버지는 미끼를 슬쩍 건드리며 간만 보고 있으셨다.
“태우화학에 태우중공업을 합친 초거대 정유 회사를 만들어 한국 정유 시장을 장악하자는 게냐?”
“아람코에서 우리에게 안정적인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해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회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정유 회사가 높은 매출과 영업 이익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도 정유산업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매년 차량 판매량은 늘고 있었다.
차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기름을 넣어야 하니 정유 회사의 수익도 늘어났다.
“태우화학과 태우중공업은 분야가 많이 다르단다. 특히나 태우중공업에서는 조선 사업까지 같이하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제가 한 가지 방안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합작회사를 만들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태우중공업의 기술력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조선 기술은 필요하지가 않습니다.”
“조선 사업을 중공업에서 분리하자는 말이냐?”
“협상을 통해 아크만에게 태우중공업에서 분리된 조선 사업을 판매하시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플랜 B.
가장 좋은 방법은 태우중공업 전체를 판매하는 것이겠지만.
할아버지는 절대 그냥 뺏길 분이 아니니 조선 사업이라도 뺏는 게 최선이었다.
태우중공업에서 조선 사업의 비중은 50% 이상.
부채율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는 건 분명했고, 할아버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조선 사업을 떼어 내서 넘기자. 그 대신 정유 사업을 하자. 흠, 비서실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태우중공업 전체를 빼앗기는 것보다야 나은 선택이지만, 태우조선은 매우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태우조선의 영업 이익률은 잘 나와야 5%입니다. 불황일 때는 마이너스 영업 이익률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유 회사는 기본 10%의 영업 이익률을 가져갑니다.”
설득을 위해 나는 상세한 자료를 제시했다.
정유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영업 이익률을 할아버지와 김 실장 아저씨에게 설명드렸다.
“또 영업 이익률이구나.”
“할아버지가 강조하는 대마불사에도 딱 어울리는 사업입니다. 조선 사업보다 정유 사업이 훨씬 규모가 큽니다. 전국에 주유소만 세워도 최소 수천 곳을 세울 수 있습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도 조선 사업보다 더 많아질 겁니다.”
“정유 사업이라. 예전부터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
“석유가 왜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겠습니까? 돈이 되니 검은 황금이라고 하는 거죠. 남들이 다 황금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데 우리도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할아버지는 제조업을 중시 여기셨다.
재벌 1세대의 특징이기도 했고, 제조업으로 지금의 그룹을 만들었기도 했다.
“태우조선이 지금의 기술력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했는지 아느냐?”
“그러니 더욱 비싸게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제조업만으로 회사를 키울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제조업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날이 곧 오게 됩니다.”
“그날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향후 10년 안에는 오지 않을 것 같구나.”
“저는 10년 뒤의 미래를 보고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조선업보다 정유업이 더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가 잠시 명패를 바라보셨다.
‘회장 김태중.’
할아버진께선 10년이 지난 뒤 저 명패에 자신의 이름 대신 손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을 때를 생각하고 계시는 듯 보였다.
“그래, 10년이 지나면 네가 이 자리에 앉아 있겠지. 그러니 네 생각도 중요하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태우조선을 넘기고 싶지 않구나.”
“정유 사업과 조선업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습니다. 하나를 내어주고 다섯을 얻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정유가 조선보다 다섯 배 이상 커질 거라 생각하느냐?”
“확신할 수 있습니다. 아람코와 합작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면 최소 5배입니다.”
그냥 말로만 허락을 얻기란 어렵다.
그래서 나는 계약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사우디 왕실의 직인이 찍혀 있는 계약서였다.
“저도 그냥 말로만 하는 약속은 믿지 않습니다. 혹시 몰라 계약서까지 받아 왔습니다.”
“계약서까지? 흠, 친구를 만나러 사우디에 갔다는 건 거짓말이로구나. 애초부터 정유 사업을 위해 사우디에 간 것이더냐?”
“정유 사업에 관심이 있는 건 맞지만, 지금 당장 정유 회사를 만들 생각까지는 없었습니다.”
“네가 이 자리에 앉았을 때 시작할 생각이었느냐?”
“……그렇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보다 때가 빨리 찾아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셨다.
무려 20분이 넘게 생각에 잠긴 뒤에야 실장 아저씨를 바라보셨다.
“비서실과 기획실 그리고 태우증권까지 움직여서 사업 타당성을 평가해 보게나. 시간이 촉박하니 최대한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 와야 하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자네는 지금 당장 사우디에 다녀오게나. 아람코가 합작회사를 만들 마음이 진심인지 확인해 봐야겠어.”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지시하고 곧장 사우디로 출발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내 말만 믿고 움직이지 않으셨다.
직접 돌다리를 몇 번이고 두들겨 봐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셨다.
* * *
나흘이 지나 실장 아저씨가 사우디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할아버지는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셨고, 정유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꺼내 드셨다.
“아람코에서 우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정유 사업을 하자고 제안이 왔어. 다들 아시다시피 SS오일이 이미 아람코와 합작으로 만든 회사지. 그런데 지금의 규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더군.”
“하지만 SS오일이 있는데 한국에 또 다른 합작회사를 만들겠습니까?”
“우리가 SS오일을 인수하면 그런 문제는 사라지지. 태우화학과 태우중공업의 절반까지 합쳐 초거대 정유사를 만들고자 하는데 자네들의 생각은 어떤가?”
이미 이 정보를 아는 사장이 몇 명 있었다.
특히 태우증권 사장인 박만덕 사장은 처음부터 할아버지의 옆에서 조언 및 정보를 제공했기에 모든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저는 찬성합니다. 아람코와 합작으로 정유사를 만들면 안정적인 원유 공급이 가능합니다. 절대 망할 일이 없는 사업이며, 태우그룹이 한국 최고 그룹이 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정보와 자금을 움직이는 사람이었기에 사장단에서도 박만덕 사장의 말이라면 웬만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찬성하는 건 아니었고.
이번 일의 당사자인 태우중공업 오강철 사장만이 강하게 반발했다.
“합작 정유 회사를 만드는 건 나중 일입니다. 월가의 하이에나가 중공업을 물어뜯고 있습니다. 하이에나부터 처리하고 나서 정유 회사 설립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합작회사와 이번 인수전이 관련이 있어서 하는 말이네.”
“그게 어떻게 관계가 있습니까?”
“정유 회사 합작을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하네. 그래서 아크만 놈들에게 태우중공업의 조선 분야를 떼서 판매하는 것이 어떤가?”
태우증권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중공업 사장인 오강철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황을 파악하다 고함을 치듯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조선을 넘기자는 말씀이십니까? 태우의 조선 기술력은 세계에서 알아줍니다. 그걸 어떻게 팔아치운다는 말씀이십니까.”
“중공업이 조선 대신 정유를 끌어안게 되는 것이네. 지금보다 중공업의 크기가 5배 이상 커지게 되지. 그래도 반대하겠는가? 앞으로 만들게 될 합작회사의 사장으로 나는 자네를 생각하고 있다네.”
“그래도 조선은 절대 안 됩니다. 중공업의 뿌리나 다름없는 사업이 조선업입니다.”
오강철 사장은 조선업에 애착이 많은 사람이었다.
태우조선이 지금의 기술력을 얻기까지 가장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 그였기도 했다.
“나도 왜 자네 마음을 모르겠는가. 나도 태우중공업과 조선을 지키고 싶네. 하지만 상황이 어렵게 되었네.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다간 중공업 전체를 넘겨줘야 한다네.”
“회장님의 말씀에 저는 동의합니다. 위기가 곧 기회이지 않습니까? 조선업을 떼어 주고 정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면 절대 손해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태우그룹은 거대한 캐시 카우를 얻게 됩니다.”
“박만덕 사장! 자네는 사업을 숫자로만 보는가? 조선업의 가치는 절대 숫자놀음으로 셈할 수 없네!”
오강철 사장은 참 뚝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말 뚝심 때문에 저러는 걸까?
우직한 돌쇠 같아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그 속에는 능구렁이가 숨어 있었다.
나는 오강철 사장이 왜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전생에 내가 만든 살생부에 포함되어 있는 인물이었고, 태우중공업 횡령 사건과 엮여 있는 인물이었다.
“저는 박만덕 사장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오강철 사장님이 조선업을 그렇게 사랑하신다면, 중공업에서 분할되어 나올 태우조선의 사장 자리로 가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김민재 사장! 그게 지금 무슨 소린가! 나보고 태우그룹을 나가라는 건가?”
“태우그룹과 조선 사업 중에 뭘 선택할지는 오강철 사장님의 선택에 전적으로 달렸습니다.”
나는 차가운 어조로 말을 던졌다.
그리고 그가 무슨 선택을 할지 난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태우조선의 사장 자리로 가는 걸 선택하겠지.
거대 계열사가 될 태우에너지 사장보다 태우조선을 택하는 건 조선업을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꽂아 놓은 빨대가 태우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소 근처에는 많은 수의 하청 업체가 존재했고,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오강철 사장이었다.
그의 형이 아마 하청 업체 사장이었지?
동생은 인력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사촌 형은 용접 사업을 한다고 했었던가?
조선업에 빨대를 한 개가 아니라 수십 개를 꽂아 넣은 오강철 사장이었다.
그런 사람을 태우그룹에 둘 수는 없지. 태우조선을 팔아 치우는 김에 오강철 사장과 그의 빨대를 같이 넘겨 버리자.
“흠흠, 오강철 사장이 무슨 선택을 하든 나는 지지하겠네. 그럼 모두가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태우조선 매각 협상 절차를 밟겠네. 태우증권에서 아크만 펀드와 협의해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게나.”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받아 오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이번 사장단 회의는 종료하겠네. 힘든 상황이지만 모두가 힘을 내어 주게나. 이번 위기가 끝나면 우리 태우그룹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네!”
드디어!
부채가 가득한 계열사 한 곳을 처분할 수 있게 되었다.
태우중공업 전체를 팔아 치우진 못했지만, 태우조선이 보유한 부채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걸 태우그룹에서 떼어 낼 수 있게 되었고.
그 부채를 고스란히 현재그룹에게 넘길 수만 있다면.
한 번에 거대한 이득 두 개를 동시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