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3)
독식하는 재벌 3세-63화(63/518)
63화. 흑기사 (5)
며칠 후.
나는 은밀히 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았고, 며칠간 태우증권과의 협상을 뒤에서 지휘하느라 진이 다 빠져 시체처럼 앉아 있는 다이먼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협상이 끝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큰 틀은 첫날에 합의를 봤지만, 원래 협상은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자잘한 사안을 협상하느라 오늘까지 협상을 이어 갔습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 내셨나요?”
다이먼이 힘겹게 의자에서 일어나 목을 풀었다.
그리곤 합의된 계약서를 내밀며 말을 이어 갔다.
“나쁘지는 않습니다. 우선 태우조선이 이번 주 내로 중공업에서 분할될 것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모든 지분을 우리가 구매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가격은 어떻게 되죠?”
“1조 2천억 원에 합의를 보았습니다. 대표님이 구해다 주신 태우조선 비리 자료 덕분에 가격을 많이 깎을 수 있었습니다.”
다이먼은 알고 있을까?
내가 건넨 비리 자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모든 자료를 오픈하면 다이먼이 욕을 해도 할 말이 없었다.
1조 2천억 원?
솔직히 과한 금액이긴 했다.
부채를 상당히 안고 있었고, 분식회계 혐의까지 있었으니 5천억 원에도 협상이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깎았다간 할아버지가 다시 마음을 돌릴지 몰랐다.
어차피 SAVE 투자회사에서 태우그룹으로 돈을 옮기는 것에 불과한데 가격을 굳이 깎을 필요는 없었다.
SAVE 투자회사나 태우그룹이나 모두 내 소유가 될 것이니까.
“아시겠지만 돈이 태우그룹으로 직접 들어가게 해서는 곤란합니다.”
“아람코와 만들 합작회사 법인으로 돈을 송금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람코와 합작회사 설립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데이비드가 사우디에 남아 열심히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살만의 도움 덕분에 아람코와의 합작회사 설립은 문제가 없었다.
살만도 정말 나와 함께 정유 회사를 만들 생각이었고, 내가 그렇게 하도록 열심히 설득했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SAVE 투자회사가 모든 책임을 지기로 비밀 계약을 맺었기에 살만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이었고.
그 덕택에 김 실장 아저씨가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살만이 직접 나서 좋은 이야기를 해 주었었다.
“합작회사가 만들어지기만 하면, 대금 지불을 합작회사 법인으로 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태우그룹의 돈이 어느 곳에도 쓰이지 않고 묶여 있는 겁니다. 그것도 달러로요.”
“SS오일이 태우그룹으로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합작회사의 한국 진출은 미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태우그룹의 계열사를 팔아 외환위기를 대비해 자금을 확보한다.
이게 나의 계획이었고, 하지만 할아버지의 성격을 보면 돈이 들어오면 무조건 쓰려고 들 것이었다.
그래서 아람코와의 합작회사를 핑계 삼아 자금을 묶어 둘 생각이었다.
“그럼 이제 태우조선을 잘 포장해서 현재그룹에 비싼 값에 팔아넘기기만 하면 되겠군요.”
“제 전문 분야를 드디어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얼핏 살펴봐도 손댈 곳이 아주 많았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기업 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마음대로 직원을 해고하긴 어려워요.”
“한국 법률을 미리 공부해 뒀습니다. 미국보다야 어렵겠지만,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회귀 전보다야 직원 해고가 쉬운 시점이긴 했다.
외환위기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직원 해고에 대한 법적 규제가 만들어졌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대기업은 평생직장이란 이미지가 강했기에 구조조정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강 대위가 구조조정 명분을 찾고 있으니 도움이 될 겁니다. 이미 찾아둔 자료도 상당하고요.”
“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자른다고 하면 국민 정서를 건드릴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구조조정을 확실히 해야 현재그룹에서도 군침을 흘리지 않겠습니까?”
“인센티브를 확실히 챙겨 드릴 테니 최대한 비싼 값에 팔아 보세요.”
“현재그룹이 휘청거릴 정도로 받아 내 보겠습니다.”
1조 2천억 원에 사들인 태우조선이었다.
하지만 기업 개혁의 신이라 불리는 다이먼에 의해 그 가치가 달라질 것이었다.
* * *
다음 날.
나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태우전자로 출근을 했다.
공기가 어찌나 산뜻하던지. 미세먼지로 뿌옇기만 한 하늘이었지만 혀끝으로 느껴지는 먼지의 맛도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사장실에 앉아서도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부채 덩어리인 태우조선을 태우그룹에서 잘라 냈으니 부채율이 이제 안정권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해도 외환위기가 오면 휘청거리는 건 매한가지긴 했으니 아직 몇 곳을 더 정리해야만 했다.
몇 개는 이미 계획이 실현 중이기도 했다.
태우중공업과 태우화학의 경우 아람코와의 합작회사로 만들며 위험을 분산시킬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태우전자를 처리하는 순간 태우그룹은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콧노래를 부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성일 부사장이 노크와 함께 들어왔고, 나는 평소보다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오늘따라 얼굴이 많이 좋아 보이십니다. 몸에 좋은 거라도 드시나요?”
“사장님의 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절로 몸이 좋아지나 봅니다.”
평소라면 인상을 찌푸릴 그의 아부도 오늘은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리고 이어진 그의 보고는 정말 마음에 들기도 했었다.
“프로젝트가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특히 사장님이 지시했던 내용이 착실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어디 한번 볼까요.”
내가 지시한 내용은 간단했다.
‘탱크주의를 탈피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을 만들어라.’
당연히 튼튼한 제품을 만들면 고객들이 좋아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품의 내구성만 보고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태우전자가 살아남으려면 고리타분한 이미지부터 벗어 내야 했다.
그래서 나는 탱크주의가 아닌 감성을 담은 디자인과 다양한 성능을 요구했고.
다양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확실히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네요.”
“조직 구조가 단순화되어서 그런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중간 단계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세요. 그리고 모든 아이디어는 특허 등록을 실시하시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태우전자에는 우수한 직원이 여럿이었다.
그들을 족쇄처럼 가두던 윗대가리들이 사라졌으니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대로만 두어도 전보다 좋은 제품이 만들어질 것이고.
태우전자의 실적은 예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었다.
직원들이 신제품에 집중하는 동안 나는 다른 방법으로 실적을 개선시킬 계획을 세웠다.
“태우전자의 부채가 2조 원 정도였죠?”
“그렇습니다. 이자로만 매년 1,500억 원 이상의 돈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은 고도성장 국가였다.
그러니 예금 금리만 해도 7%가 넘었고, 대출 금리도 그에 맞게 10% 선이었다.
10년만 지나도 금리가 절반으로 떨어지겠지만, 지금은 비싼 금리로 돈을 빌리는 시대였다.
“제품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대출 이자로 다 나가는 판이네요.”
“그래도 이노폰의 성적이 좋아 이자와 함께 원금 일부를 상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선 비싼 사채 이자부터 어떻게 해야겠군요. 태우전자의 부채 상황을 정확히 조사해서 오늘 중으로 보고해 주세요.”
“오전 중으로 받아 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우성일 부사장은 참 빠릿빠릿한 사람이었고.
점심시간 전에 모든 자료를 내게 가지고 왔다.
“고생하셨어요.”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아주 괜찮은 식당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은 할아버지와 먹기로 해서요. 다음에 같이 하죠.”
“아! 그러십니까.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나는 부채 자료를 들고 그룹 본사로 향했다.
오랜만에 할아버지와 오붓한 식사 시간을 가지기 위해 미리 약속을 잡아 두었다.
“김 사장이랑 점심을 같이 먹는 건 정말 오랜만이구나. 그런데 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자고 했느냐?”
“할아버지랑 중국 음식을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할아버지는 자장면을 즐겨 드셨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일하는 시간이 아까워서였고.
자장면을 3분 안에 해치우고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할아버지셨다.
오늘의 메뉴로 자장면을 선택한 이유에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빨리 식사를 끝마쳐야 태우전자 부채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길어지니까.
“먹자꾸나.”
“잘 먹겠습니다.”
후루룩!
우리는 대화 일절 없이 자장면에 집중했고.
할아버지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장면을 흡입하셨다.
“그렇게 드시다간 체하시겠어요. 나이도 있으신데 천천히 좀 드세요.”
“의사도 안 하는 잔소리를 네가 하는구나. 아직 자장면 먹다가 체할 정도는 아니란다.”
정말 그러실까?
나는 빈 자장면 그릇을 옆으로 치우고 그 자리에 채무 관련 자료를 올려 두었다.
“태우전자 부채 상황을 좀 알아봤는데. 이자로 돈이 너무 많이 나갑니다. 이래서는 아무리 매출을 많이 올려 봐야 은행이나 사채업자 배만 불려 주는 꼴입니다.”
“초보 경영자는 항상 빚을 무서워하지. 하지만 빚이 있어야지만 회사가 성장할 수가 있단다.”
할아버지의 경영 철학이 묻어 나오는 말이었다.
경제가 고도로 성장할 때야 빚을 져서 사업을 하는 게 맞았지만.
성장이 정체되는 순간 빚은 재앙으로 덮쳐 온다.
“그래도 줄일 수 있으면 줄이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태우자동차 창원 공장의 빚을 저금리로 바꾼 것처럼 말이죠.”
“이번에도 월가에서 돈을 끌어올 생각이냐?”
“사채업자에게 주는 이자만 10%~14%입니다. 그걸 월가에서 빌리면 금리를 최소 3% 이상 낮출 수 있습니다. 연간 최소 100억 원 이상의 돈을 아낄 수 있어요.”
“나라고 그걸 모를까? 은행권에서 추가로 대출을 해 주지 않으니 명동에서 돈을 빌린 게지.”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긍정적인 이야기로 서두를 열었다.
그래야 뒷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 갈 수 있을 테니까.
“월가에서 얼마를 빌려올 생각이냐?”
“사채 빚 상환 조건이라면, 1조 원까지는 어떻게 빌려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허, 역시 너를 미국으로 보내길 잘했구나.”
“1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보려면, 가전제품을 수만 대를 팔아야 가능하지만, 사채 빚을 월가로 옮기기만 해도 100억 원을 버는 셈입니다.”
나는 태우전자의 빚을 SAVE 투자회사로 옮길 생각이었다.
그래야 내가 태우전자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기에.
“가능만 하다면 아주 좋은 일이지. 해낼 수 있겠느냐?”
“이미 얼추 이야기를 끝내 놓은 상태입니다. 특히나 이번 이노폰의 판매 실적이 워낙 좋아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허허, 전부 네 덕이로구나.”
“할아버지. 그래도 부채가 2조가 넘는 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좋은 분위기를 깨는 말을 꺼냈다.
할아버지는 벌써 속이 더부룩하신지 잔기침을 하셨다.
“원금도 천천히 상환하고 있으니 매년 나갈 이자는 줄어들 게야.”
“저는 최대한 빨리 원금을 상환해 버리고 싶습니다.”
“빚지고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하지만 그럴 방법이 없으니 빚을 안고 살아야지.”
“방법이 있습니다. 태우중공업이 조선업을 분할 판매한 것처럼 태우전자에서 휴대폰 사업부를 떼어 내어 판매하면 됩니다.”
쿵쿵!
할아버지가 답답하신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셨다.
자신이 만든 회사를 남에게 넘기자고 하니 울화가 치밀어 오르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