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4)
독식하는 재벌 3세-64화(64/518)
64화. 되팔이 (1)
태우전자의 휴대폰 사업부.
내가 관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중이 거의 없는 부서였다.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던 휴대폰 사업부가 이노폰으로 극적 회생했고, 지금은 태우전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으로 등극하기까지 했다.
“태우전자에서 휴대폰 사업부를 떼어 내어 팔기만 하면 태우전자의 부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앞에서 또 회사를 팔자는 말이 나오느냐. 안 그래도 조선을 하이에나 놈에게 빼앗겨 속에서 열불이 차오르는데!”
“할아버지께서는 휴대폰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시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태우전자에서 휴대폰 사업을 철수하려고 하셨고요.”
“그랬던 나를 설득한 게 바로 너였다. 그런데 갑자기 왜 말을 바꾸는 게냐.”
애초부터 이럴 생각으로 시작한 휴대폰 사업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모르기에 할아버지는 마치 배신을 당한 듯 분노하고 계셨다.
“휴대폰 사업을 하다 보니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휴대폰 시장에는 너무 많은 경쟁사가 존재하고,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버림받는 업계입니다.”
“이노폰이 성공했고, 다음 신제품도 아주 예쁘게 나왔다고 보고를 받았다. 네 능력으로 키운 휴대폰 사업부를 왜 판매하자는 게냐.”
“그 이후가 문제기 때문입니다. 제 능력으로는 이노폰과 다음 제품까지는 성공할 자신이 있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기술을 이용하면, 태우전자는 매년 뛰어난 휴대폰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업계 1위까지는 힘들었다.
나름 괜찮은 휴대폰을 생산하는 회사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태우전자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는 최소 10년 이상 노력해야 벗길 수 있었기에.
하지만 내 계획대로 진행만 된다면 그 시간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애플과의 협업.
애플의 감성을 이용해 태우전자의 이미지를 개선한다.
“아직 실패도 하지 않았는데 지레 겁부터 먹은 게냐? 나는 너를 그렇게 약하게 키우지 않았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성공을 위해 휴대폰 사업부를 판매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휴대폰 사업부를 완전히 넘기려는 것이 아닙니다. 합작회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공동 운영을 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합작회사란 이야기에 할아버지가 그나마 표정이 나아지셨다.
그래도 여전히 표정이 좋지는 않으셨고,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태우전자가 삼진전자를 뛰어넘는 이미지와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규모 면에서는 몇 배는 더 커질 수 있고, 매출과 영업 이익률도 크게 상승하는 방법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말해 보거라.”
이제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진정이 되셨다.
나는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정리해 두었던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꺼내 놓았다.
“이노폰은 물론이고 신제품 또한 애플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다시 애플로 돌아갔습니다.”
“스티브를 말하는 게냐? 그 사람 혼자서 이노폰을 만든 것도 아니지 않느냐.”
“스티브의 철학과 감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태우전자 단독으로는 다시는 이노폰과 같은 성공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앉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구나.”
내 입에선 태우전자를 깎아내리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회장 앞에서 보고하는 사장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었지만, 나는 차기 태우그룹 회장이 될 사람이었기에 가감 없이 현실을 말할 수 있었다.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제가 직접 본 태우전자는 훨씬 더 처참했습니다. 이대로는 삼진전자를 따라잡기는커녕 그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네 말에는 동의하지 못하겠구나. 태우전자의 국내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기술의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결국엔 삼진전자를 절대 넘어설 수 없습니다. 지금의 방법을 고수한다면요.”
삼진전자 이야기가 나오자 할아버지는 인상부터 쓰셨고, 목소리까지 높아지셨다.
“그래서 애플에 휴대폰 사업부를 판매하기만 하면 삼진전자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휴대폰 사업부를 애플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애플의 지분 일부를 태우전자가 가져와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애플과 태우전자는 완벽한 파트너 쉽을 체결하게 되는 것이고, 태우전자의 국내 점유율은 물론이고 세계 점유율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세계화를 위해선 애플과의 파트너 쉽 체결이 필수란 이야기구나.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고 파트너 계약만 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
잘 아실 분이 왜 이러실까?
말로만 하는 계약은 효력이 없었고, 계약서까지 작성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목줄을 쥐고 있지 않으면 뒤집히는 것이 계약이었다.
“그렇게 체결된 파트너쉽 계약은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서로 중요한 무언가를 주고받아야지만 태우전자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허락할 수 없다. 이미지란 형체도 없는 허상이다. 그런 허상을 얻기 위해 휴대폰 사업부를 넘기다니!”
“돈을 받지 않습니까!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면 애플의 지분을 가져올 수도 있고, 매각 대금으로 태우전자의 막대한 부채 일부를 상환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허상이라고 생각하시는 이미지라는 이득까지 볼 수 있습니다.”
실보다 득이 많은 일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는 회사가 줄어드는 걸 바라지 않으셨기에 설득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휴대폰 사업부를 판매한다고 해도 태우전자 휴대폰 사업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생산될 휴대폰에는 여전히 태우전자 마크가 사용될 것이고, 단지 그 옆에 애플의 로고가 같이 새겨질 뿐입니다.”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구나. 네가 하려는 계획이 실현이 가능하겠느냐? 애플에서 휴대폰 사업부를 매수하겠다고 연락이라도 왔느냐?”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제가 해낼 수 있습니다.”
나는 자신감을 피력하며 강하게 말하였고.
손자 이기는 할아버지는 없기에 할아버지는 다소 누그러진 표정을 지으셨다.
“네 생각은 알겠다. 하지만 나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구나. 비서실장과 태우증권 사장의 이야기를 나누고 답을 알려 주마.”
“경제 연구소에서 만든 자료도 함께 봐주십시오. 제가 왜 이런 선택을 하려는 건지 상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실까?
할아버지가 어떤 선택을 하든 휴대폰 사업부를 처분한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미 나는 태우전자의 최대 주주였으니까.
단지 할아버지의 허락 없이 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앞으로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많이 껄그러워지게 되기에 할아버지가 좋은 선택을 하길 기도할 뿐이었다.
* * *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은 요즘 경제 연구소를 부쩍 자주 찾았다.
기술 연구소가 태우전자 소속이라면, 경제 연구소는 태우증권 소속이나 다름이 없었기도 하였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경제 연구소는 사설 기관에 가까웠고.
경제 연구소와 태우증권은 서로 소통을 자주하는 관계는 아니었었다.
그런데 김 회장의 입에서 보고서 이야기가 흘러나오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태우증권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보고서.
후쿠다 고문이 작성한 보고서를 본 박만덕 사장은 많은 것을 배웠고, 더 많은 가르침을 얻기 위해 경제 연구소를 자주 찾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사장이 휴대폰 사업부를 애플에 매각하려는 것 같습니다.”
“매우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죠. 태우전자가 단번에 우뚝 솟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기술력과 이미지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후쿠다 고문은 그 누구보다 김민재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었다.
김민재가 태우그룹에 입사하기 전부터 부채율을 줄이고, 필요 없는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사람이 그였다.
“회사 매각으로 얻는 이득은 솔직히 얼마 되지 않아 보입니다. 애플과 태우전자가 서로 주식을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금액을 매각 대금으로 받는 정도 일 겁니다.”
“매각 대금은 중요한 게 아니지요. 태우전자의 거대한 부채 일부를 애플에게 떠넘기게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노폰의 가치를 생각하면 부족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노폰은 없어서 못 팔고 있습니다.”
“이노폰의 인기가 몇 년이나 가겠습니까? 태우전자만 해도 다음 기종을 이미 개발해 둔 상태고, 삼진전자나 외국 기업들도 신제품 출시가 멀지 않았습니다. 가장 비싼 지금 판매해야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볼 수 있죠.”
박만덕 사장은 그도 모르게 서서히 후쿠다 고문의 말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태우전자 휴대폰 사업부를 무조건 매각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회장님에게 그렇게 보고드리겠습니다. 휴대폰 사업부 매각은 무조건 실보다 득이 많은 일이라고요.”
“태우전자가 100년을 가게 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전해 주십시오.”
박만덕 사장은 결심한 얼굴로 김태중 회장을 만나러 떠나갔고.
그 모습을 후쿠다 고문이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자신이 그토록 주장했던 일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 * *
할아버지의 선택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았고.
다이먼이 한창 태우조선 개혁안을 만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은가 보네요.”
“구조조정을 시작했습니다. 생산직 인원은 그대로 고용 인계를 하기로 했지만, 관리직과 사무직의 경우 20% 가량을 잘라 낼 계획입니다.”
“그렇게나 많이요?”
“그리고 미국에서 전문 기업 감사 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태우조선이 체결한 모든 계약을 1원 단위까지 철저히 확인할 겁니다. 그래야 부당 이득을 얻고 있는 하청 업체를 전부 거를 수 있습니다.”
다이먼의 행동에는 막힘이 없었다.
전문가답게 뭘 해야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런 행동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도 예상하고 있었다.
“구조조정에 외부 감사까지 벌이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알고 계시죠?”
“아마 파업으로 무력화시키려고 들 겁니다. 오강철 사장이란 놈이 빨대를 유지하기 위해 발악을 하겠죠.”
“강 대위, 조선소 분위기는 어때요?”
강 대위의 직원들은 이미 조선소로 파견을 나가 있었고.
오강철을 24시간 감시하는 건 물론이고, 하청 업체까지 감시를 하고 있었다.
“조만가 파업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노조 간부진이 자주 회동을 가지고 있고, 오강철 사장이 업체 사장과 술자리를 갖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증거를 최대한 수집을 해 주세요. 그래야 단칼에 날려 버릴 수 있으니까요.”
“법적으로 해결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제 태우그룹 사람도 아닌데 거리낄 게 없죠. 버티기로 나온다면 콩밥을 먹이면 그만이에요. 정당한 명분이 있는 파업이 아니니 언론에서도 노조 편을 들기 어려울 겁니다.”
사람은 참 욕심이 많은 동물이다.
지금까지 많이도 받아먹었으면서 만족을 모르고 더 받아먹으려고 발악을 한다.
그게 자신을 감옥으로 끌고 갈 행동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