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5)
독식하는 재벌 3세-65화(65/518)
65화. 되팔이 (2)
며칠 후.
우리의 예상대로 오강철 사장을 중심으로 태우조선이 파업에 돌입했다.
“생각보다 파업 시기가 빠르네요. 빨라도 다음 달이나 되어야 시작할지 알았더니.”
“미국 감사 업체가 하청 업체 관련 비리를 다수 확인하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조기 파업에 돌입한 것 같습니다.”
감사 업체는 정말 모든 것을 탈탈 털었다.
경영권이 우리에게 있으니 모든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증거가 지천에 깔려 있기도 했다.
“조기 파업할 명분이 부족하니 우리에겐 이득이네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감사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면 증거를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요? 하청 업체에 바지 사장이라도 임명하는 눈속임조차 하지 않고 가족을 앉혀 두었습니다.”
다이먼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의 말에 동의하며 웃고 싶었지만, 태우조선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태우그룹의 소속이었다.
태우조선이 이 꼬라지가 된 가장 큰 원인은 태우그룹의 방관이었으니 같이 웃어 줄 수가 없었다.
“태우그룹에서는 그래도 되었으니까요. 감사팀과 형, 동생 하는 사이이고, 회장님까지 별말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해도 될 일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부끄럽지만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죠. 이제라도 잘라 내려고 제가 이러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내가 너무 자책했나?
한창 분위기 좋게 웃고 있던 다이먼이 은근슬쩍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최대한 빠르게 이번 파업을 수습하려고 합니다. 강 대위를 통해 비리 자료를 상당히 확보했고, 경찰과 검찰에게 자료를 넘겼습니다. 빠르면 오늘이라도 영장이 나올 것 같습니다.”
“오강철 사장도 나름 인맥이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해 먹은 걸 여러 곳에 나눠 줬을 테니까요.”
“그래도 비리 혐의가 워낙 확실해서 피하긴 어려울 겁니다.”
“피하긴 어렵지만 시간을 끌 수는 있겠죠. 그러니 우리도 도움을 받는 게 좋겠어요.”
“태우그룹의 도움 말씀이십니까?”
태우그룹의 인맥은 상당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오강철 사장을 공격하는 데 자신의 인맥을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래도 한때는 태우그룹 밥을 먹던 사람이니까.
“태우그룹에서 나서면 보기가 안 좋죠. 현재그룹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주 깔끔하죠. 재계 서열 1위가 움직이면 오강철 사장이라고 해서 별수가 있겠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현재그룹에서도 어차피 자신들의 회사가 될 태우조선이니 인수하기 전에 깔끔히 청소하고 싶어하겠군요.”
“인수하고 나서 구조조정 같은 일을 진행하면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죠. 우리가 대신해서 청소를 해 주고 있는데 청소 도구 정도는 빌려줘야죠.”
다이먼은 지속적으로 현재그룹과 소통을 진행 중이었다.
가격 협상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태우조선이 현재그룹으로 넘어가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본격적으로 현재그룹과 협상을 시작해 보세요. 그러면서 오강철 사장 일당을 처리할 방법도 논의하시고요.”
“이번 주 내로 오강철 사장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서도록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 * *
그날 오후.
다이먼이 협상을 위해 현재그룹의 사람과 만나고 있을 시간.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에 있던 청년 경제 포럼에서 뵙고 처음이네요. 나이가 어린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김 사장이 미안할 게 뭐가 있어? 태우전자 같은 큰 회사를 경영하는데 당연히 바쁠 수밖에 없지. 아직 부사장에 불과한 내가 먼저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미안해.
현진그룹 차남 조수영.
마흔의 중반에 들어선 중년인 그였지만, 한참 어린 나에게 나름의 예를 지켰다.
사실은 나이보다 내가 태우그룹의 차기 회장이라는 걸 알기에 그러는 거겠지만.
“선배 경영인들을 만나 뵙고 조언을 듣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거리감 느껴지게 선배 경영인이 뭔가. 그냥 형이라고 불러. 그럼 형이 시원하게 한 잔 말아 주겠네.”
나는 술을 즐기지 않았다.
술에 취하면 머리 회전이 둔해지기에 웬만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었기에 잠시도 머리가 쉬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나는 브레이크를 잠그고 조수영 부사장과 술을 즐겼다.
“자네는 좋겠어. 대기업이라는 게 사실은 국가나 다름이 없다니까. 아버지들은 무조건 장남에게 기업을 주려고 하고, 나 같은 차남은 국물도 없어.”
“그래도 계열사를 분리해서 상속한다고 들었습니다. 형님 앞으로 곧 현진중공업이 상속되지 않으십니까.”
조수영 부사장은 현재 현진중공업에서 일하고 있었고.
몇 년이 지나면 사장으로 취임함과 동시에 현진중공업을 물려받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왕자의 난이라고 불릴 싸움이 일어나고 나서야 현진중공업이라도 얻게 되는 조수영 부사장이었다.
“형님이 중공업을 쉽게 줄 것 같애? 틈만 나면 나를 깎아내리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사람인데. 그리고 현진중공업을 받으면 뭐 하나? 다른 계열사에 비하면 규모도 작은데.”
“규모야 키우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게 말이 쉽지. 아버지도 현진중공업을 키우고 싶어 나를 닦달하는데 이미 다른 기업이 꽉 쥐고 놓아 주질 않고 있는데 어떻게 키우겠어.”
술에 거하게 취해 본심을 늘어놓는 조수영 부사장이었고.
나는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면서 미끼 하나를 던졌다.
“방법이 있기야 합니다.”
“무슨 방법 말인가?”
“태우중공업에서 조선업이 떨어져 나온 걸 알고 계십니까?”
“월가에 팔렸다고 들었네. 월가에서나 뛰어놀지 뭐가 먹을 게 있다고 한국까지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니까.”
태우조선 인수 소식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초기에야 할아버지가 기자회견까지 열며 여론 몰이를 했지만.
태우조선 협상이 완료되자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언론에서도 더는 태우조선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았다.
태우조선이 월가에 인수되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그나마 같은 중공업 업계에 있기에 조수영 부사장은 그 사실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월가에서 군침을 흘릴 정도로 태우조선이 괜찮은 회사라는 말이기도 하죠.”
“이제 자네 회사도 아닌데 왜 그렇게 관심을 두는가? 다시 인수할 것도 아니면서.”
“문제는 태우조선을 현재그룹에서 인수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한국에서 태우조선을 인수할 자금력을 지닌 회사가 몇 곳이나 되겠어?”
태우조선의 규모는 상당했다.
중공업에서 떨어져 나왔다고는 하지만, 단일 규모만으로 재계 서열 40위 안으로 들어갈 정도의 회사였다.
규모가 크니 넘볼 생각을 못 하는 대기업들이었고.
게다가 현재그룹이 침까지 발라 두었다는 소문이 돌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태우조선이 현재그룹으로 넘어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제야 겨우 재계 서열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는데. 우리 걸 떼서 현재그룹에 넘겨 버리면 격차가 벌어지고 맙니다.”
“그렇게 되긴 하겠지. 그런데 그 이야기를 왜 나에게 하는 건가? 설마?”
“현진중공업에서 인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거하게 마신 술이 단숨에 깨는지 조수영 부사장의 얼굴에서 붉은 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당연히 인수하고 싶지. 하지만 그럴 자금이 없어. 우리는 현재그룹이 아니야.”
“현재그룹이라고 해서 돈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현진그룹보다 더 없을 겁니다. 정부에서 각종 규제로 은행권에서 돈을 못 빌리게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미 현재그룹에서는 태우조선 인수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럼 어디서 돈이 나와서 태우조선을 인수하겠다고 하는 거야?”
나는 의도적으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곤 정말 비밀이라는 듯이 목소리를 낮춰 조용히 말을 이어 나갔다.
“월가에서 돈을 빌린다고 합니다.”
“현재그룹이 월가와 손을 잡고 태우조선을 노린 거라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겠습니까?”
처음부터 현재그룹이 태우조선을 노린 건 아니었다.
그렇게 되게끔 내가 모든 걸 유도했을 뿐이었지만, 남이 보기에는 현재그룹이 태우조선을 처음부터 노린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김 사장이 태우조선을 현재그룹으로 넘기기 싫어하는 거군.”
“월가의 돈이 현재그룹으로 들어가든 현진그룹으로 들어가든 그쪽에서는 똑같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한국 기업에게 태우조선을 넘기기로 했으니까요.”
“그렇긴 한데. 우리는 월가와 닿는 선이 없어서 말이야.”
“선이라면 제가 알아봐 드릴 수 있습니다. 태우조선 인수 자금을 빌려줄 월가의 투자사는 넘치고 넘쳤습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태우조선의 미래 가치가 높으니 가능한 일이죠.”
조수영 부사장의 눈에 욕망이 깃들었다.
능력 없는 차남에서 태우조선을 집어삼킨 능력자로 급부상할 수 있는 기회였고.
중공업은 어차피 자신이 상속받을 계열사니 규모가 커질수록 그에게 이득이었다.
“정말 알아봐 줄 수 있겠나?”
“알아봐 드리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데. 회장님을 설득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내가 책임지고 설득시켜야지. 태우조선만 현진중공업으로 인수할 수 있으면 단번에 재계 서열 5위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데 말이야.”
“태우조선은 향후 5년 동안의 수주도 전부 따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인수만 하고 몇 년만 가지고 있으면 차입금도 전부 상환이 가능한 회사를 왜 망설이겠어. 이럴 때가 아니야. 지금 당장 아버지에게 가서 이야기를 드려 보아야겠네.”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조수영 부사장이었다.
희망과 설렘 가득한 그의 뒷모습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현진그룹이 태우조선을 먹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를 부추겼냐고?
경쟁자가 많을수록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는 법이다.
현재그룹에서 단독으로 나설 때보다 현진그룹이라는 경쟁사가 같이 나서야 태우조선을 조금이라도 비싼 값에 팔아 치울 수 있다.
일종의 바람잡이.
현진그룹을 태우조선의 가격을 높여 줄 바람잡이로 선택했다.
* * *
다음 날.
나는 태우전자 대신 강 대위의 사무실로 출근을 했고.
데이비드가 잔뜩 술에 취한 채로 소파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어제도 밤새 달렸나 봐요.”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술을 잘 마신다는 걸 다시 깨닫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중공업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잘 마시긴 하죠.”
“삼진중공업의 반응은 어때요?”
“당연히 군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태우조선만 먹을 수 있으면 한국 조선업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까요.”
데이비드는 어제 삼진중공업 임원과 술자리를 가졌다.
태우조선을 노리는 회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하지만 삼진중공업은 현진그룹처럼 단순한 바람잡이 역할만은 아니었다.
“현재그룹과 삼진그룹에서 피 터지게 싸우게 만들어 보세요.”
“제가 노력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현재 이야기만 나오면 아주 발끈을 하더라고요.”
삼진과 현재그룹의 관계는 아주 유명했다.
재계 1위의 현재그룹과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2위의 삼진그룹.
특히나 현재그룹에서 삼진그룹이라면 아주 학을 뗀다.
올해 삼진그룹이 삼진자동차를 만들면서 그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고.
현재그룹 장 회장은 삼진 회장을 만나기 싫어 전경련 회의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