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6)
독식하는 재벌 3세-66화(66/518)
66화. 되팔이 (3)
파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태우조선.
시끄러운 현장과는 달리 태우조선 건물은 조용했고, 특히나 오강철 사장은 창문을 통해 아름다운 거제도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님, 변호인단이 도착했습니다.”
“어서 안으로 모시게나.”
하청 업체 사장을 중심으로 검찰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파업을 다급히 시작했고, 비싼 돈을 주고 전관예우가 가능한 변호인단을 선임한 오강철 사장이었다.
“먼 길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서울로 올라갔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 거제도로 모셨습니다. 이왕 오셨으니 제가 거제도 음식을 성대히 대접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갑자기 왜 죄송하다고 하시는지?”
변호인단의 대표인 박성균 변호사가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그는 검사장까지 역임한 엘리트 검찰 출신이었다.
그를 여기까지 부르기 위해 막대한 돈과 인맥을 동원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자마자 죄송하다니?
“변호를 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변호를 맡기 어렵다니요.”
“상황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변호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으실 겁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저도 자세히는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현재그룹에서 개입하였습니다.”
“현, 현재그룹이 왜?”
뒤통수를 망치로 맞으면 이런 기분일까?
오강철 사장은 강한 충격에 말까지 더듬었다.
태우그룹도 아니고 현재그룹이라니.
그들이 왜?
생각을 이어 가던 오강철 사장은 어렵지 않게 한 가지 답을 찾았다.
태우조선이 중공업에서 분할되어 판매된 걸 누군가가 꾸몄다면?
그런 일을 할 곳은 대한민국에 현재그룹 말고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전방위로 공격해 오는 경찰과 검찰의 공격.
철저한 감사를 통한 횡령 조사 등.
이미 계획되어 있는 일이니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현재그룹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그룹에서 태우조선을 먹겠답니까?”
“…….”
“제, 제가 돕겠습니다. 태우조선을 더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태우조선을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접니다. 지금의 파업도 제가 한마디만 하면 바로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이미 늦으셨습니다. 지금 하실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선처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오강철 사장은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이미 태우그룹과 싸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태우그룹이 아닌 현재그룹이 상대라고 하니 머리가 멍해지고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까?”
“파업이 길어질수록 조사의 강도가 더 강해질 겁니다. 이미 많은 증거를 확보했다는군요. 모든 걸 내려놓고 벌금형으로 끝내시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파업이라면 오늘 당장 중단시키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하청 업체와의 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우조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내려놓으세요.”
“그냥 저만 손해 보고 끝내라는 겁니까? 최소한의 성의라도 저에게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목소리를 높이는 오강철 사장이었다.
이렇게 당하기엔 너무 억울했다. 평생을 바쳐 키워 온 태우조선이었다.
“지금까지 드신 걸 토해 내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검찰에 이어 국세청까지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 푼도 건지시기 어려울 겁니다.”
“제가 뭐라고 검찰에 이어 국세청까지 움직인단 말입니까.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윗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그럼 좋은 선택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박 변호사는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는 사장실을 떠났고.
오강철 사장은 눈물을 머금고 창문을 통해 거제도 바다를 바라봤다.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았건만, 시원해 보이던 바다가 차갑게만 느껴졌다.
* * *
그날 오후.
나는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으로 간단히 허기를 달랬다.
워낙 보안이 철저한 건물이다 보니 배달부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경호원들이 배달 음식을 세팅했고, 그 모습을 다이먼이 신기하게 바라봤다.
“한국이 배달 문화가 발달했다고는 들었는데 확실히 다르긴 합니다.”
“뭐든 빨리빨리 하려는 게 한국 사람입니다. 식당까지 갈 시간까지 아끼려고 뭐든 배달을 시켜 버리는 거죠.”
“저도 빨리빨리 문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한국 검찰도 아주 빠르더군요. 오강철 사장이 구속되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왜 그렇게 미련할까?
태우그룹에 있을 때나 대우를 받았지.
조선이 태우중공업에서 분할된 순간 그가 가지고 있던 권력은 허상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되겠군요. 태우조선의 가격이 높아지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 같아요.”
“대표님 덕분에 벌써 가치가 많이 올랐습니다. 태우조선의 사채 빚을 은행권으로 돌린 것만으로도 최소 500억 원은 더 받아 낼 수 있습니다.”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을 이번에도 사용했다.
태우의 모든 계열사가 그렇듯 태우조선도 막대한 빚을 지고 있었고, 일부는 고리에 가까운 사채 빚이었다.
어떤 인수자가 사채 빚이 있는 기업을 좋아하겠나?
그래서 나는 내 돈으로 사채 빚을 갚고 그 채무를 SAVE 투자회사로 돌렸다.
“사채 빚이 없다고 좋다고 인수하면 지옥을 맛보게 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SAVE 투자회사가 빌려준 자금은 달러였다.
지금이야 달러가 싼 가격이니 원화로 빌리나 달러로 빌리나 별 차이가 없겠지만.
외환위기가 오면 달러로 진 빚은 2배 이상으로 불어나 버린다.
환율이 700원에서 2,000원으로 껑충 뛸 테니까.
물론 그런 설명은 다이먼에게 해 주지 않았고, 그럴듯한 핑계를 대었다.
“우리 회사에 빚을 졌으니 나중에 써먹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런 의미시군요.”
“빨리 태우조선을 끝내고 휴대폰 사업부 매각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애플의 이사회는 대부분이 월가 사람들이니 상대하기 더 쉬울 수도 있겠네요.”
“대표님과 같이 다니면 일거리가 부족하진 않겠습니다. 그런데 휴대폰 사업부 매각이 좀 아깝지 않으십니까?”
다이먼의 입에서 아깝다는 말이 나오다니.
어느 기업이든 싼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사람이 다이먼이었다.
“휴대폰 사업부는 지금이 고점이니 빨리 팔아야죠.”
“저는 아직 고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태우전자가 휴대폰 사업부를 잘만 운영하면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 너무 오래 있었나?
아니면 태우그룹과 관련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다이먼의 사고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제대로 된 휴대폰을 만들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기술력을 태우전자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휴대폰이야 그렇죠. 하지만 이후에 나올 휴대폰은 더 많은 기술력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은 흑백 휴대폰이지만 조만간 컬러 휴대폰이 나옵니다.”
특히나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기술력은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LCD를 개발하고 생산하려면 최소 조 단위의 돈이 소모되었고, 이미 많은 한국 회사에서 도전하고 있기까지 했다.
기술은 돈 주고 사서 쓰면 된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아이폰의 경우에도 결국엔 LCD 패널을 비롯한 반도체를 개발하기보단 구입해서 사용했다.
그러는 편이 돈과 시간을 아끼는 최선의 방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해했습니다. 휴대폰 사업부의 미래가 걱정되시는 것이 아니라 태우그룹 차원에서 보면 매각하는 것이 이득인 상황이군요.”
“나중에 정말 필요하면 그때는 기업을 인수하면 됩니다.”
반값 할인 행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외환위기가 찾아오면 많은 회사들이 쓰러지게 되고, 그때 필요한 기업이 있으면 인수하여 헐값에 좋은 기술과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 * *
태우조선의 파업이 끝났고.
구조조정 작업까지 마무리된 순간 공개 매각 절차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가장 먼저 현재그룹에서 손을 들고 나섰고, 그들은 자신들이 유일한 매수자가 될 거라 확신했다.
“대표님, 현진과 삼진에서도 매수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죠. 알짜배기 회사를 현재그룹에 그냥 넘겨줄 사람들이 아니죠.”
“어디가 금액을 가장 세게 불렀나요?”
“현재그룹에서 1조 8천억 원을 불렀고, 삼진에서는 2조 원을 불렀습니다.”
1조 2천억 원에 태우조선을 사들였었다.
그런데 몇 달 사이에 가격이 8천억 원이 올랐다.
다이먼이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높였고, 사채 빚을 전부 해결했기에 가치가 상승한 것이었다.
“현재그룹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겠군요. 삼진에서 무려 2천억 원이나 더 들여서 인수하겠다고 나섰으니.”
“그런데 현진그룹이 의외의 복병입니다. 무려 2조 2천억 원으로 인수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돈이 어디서 나서요?”
현진중공업 조수영 부사장을 만나 부추기긴 했었다.
하지만 돈을 직접 빌려준 것도 아니었고, 월가의 투자자를 소개시켜 준 것도 아니었다.
“항공사와 해운사를 담보로 돈을 빌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심으로 태우조선을 매각하고 싶나 보네요. 하긴 태우조선만 인수하게 되면 재계 순위 5위 진입까지 가능하니 욕심이 나겠죠.”
현진그룹의 현재 재계 순위는 7위였다.
차입금을 통해서라도 그룹의 규모를 키우고 싶을 것이고.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웬만해서는 현진그룹에 팔고 싶진 않네요.”
“현진그룹에서 유통할 수 있는 자금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지원만 해준다면 현재그룹을 이길 수 없습니다.”
현진그룹은 이미 많은 차입금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가진 계열사 중에는 내 입맛에 맞는 회사가 별로 없었다.
“삼진에서는 어떻게 나올 것 같나요? 돈을 더 쓰겠어요?”
“현재그룹과 제대로 경쟁이 붙기만 한다면 더 많은 돈을 쓸 거라 예상됩니다.”
삼진그룹의 차입금도 이미 20조 원에 달했다.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대한민국의 기업이라면 당연히 차입금을 통해 기업의 규모를 키워 나갔다.
물론 그 이후의 행보가 다르긴 했다.
삼진의 경우는 외환위기의 경험을 살려 차입금 문제를 모조리 해결했지만.
할아버지는 그와 반대로 대마불사를 부르짖으며 더 많은 회사를 인수해 그룹의 규모를 키워 나가려고 했었다.
“현재그룹이든 삼진이든 어디에 팔려도 상관없으니 가격 경쟁을 붙여 보세요.”
“서로 치고받고 싸우게끔 만들어 보겠습니다.”
나는 태우조선의 일을 다이먼에게 맡기고 퇴근을 했다.
할아버지가 특별히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연락이 왔었다.
아마 휴대폰 사업부 매각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나 보다.
* * *
저택에 돌아오니 이미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나와 할아버지는 아주 오순도순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음식이 치워지고, 그 자리에 커피가 올려지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태우증권 사장도 그렇고 경제 연구소에서도 휴대폰 사업부 매각을 추천하더구나.”
“휴대폰 사업부 매각은 실보다 득이 많은 일이라고 다들 판단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사업부 매각을 찬성하시는 건가?
내일 오랜만에 경제 연구소를 찾아가 후쿠다 고문과 식사라도 해야겠다.
그 덕분에 태우증권 사장도 휴대폰 사업부 매각에 동의했으니까.
“그런데 나는 정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고 싶지 않구나.”
“태우전자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내가 끝까지 반대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반대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단다. 태우조선까지 넘어간 마당에 휴대폰 사업부까지 남의 손에 넘기고 싶지 않구나.”
허탈했다.
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던가?
후쿠다 고문부터 태우증권 사장 그리고 나까지 나서서 설득을 했다.
그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수밖에.
“할아버지가 반대하신다고 해도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