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7)
독식하는 재벌 3세-67화(67/518)
67화. 되팔이 (4)
할아버지를 설득해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설득되지 않으셨고.
결국 차선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식을.
“네 마음대로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태우전자의 지분을 너에게 넘겼다고는 하지만, 내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태우증권 사장도 경제 연구소에서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대로 매각을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어허! 내가 안 된다고 하지 않느냐.”
할아버지가 이렇게 화를 내신 적이 있었던가?
얼굴까지 붉히며 내게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그럼 태우전자의 주주들의 의견을 묻겠습니다. 주주총회에서 반대를 한다면 다시는 휴대폰 사업부 매각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습니다.”
“네가 이미 지분의 20%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주총회로 결정을 하겠다? 너에게 너무 유리한 싸움 아니더냐.”
“저는 무효표를 던지겠습니다. 그러면 공정한 싸움이 되겠습니까?”
“자신 있느냐? 나는 태우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전부 이용할 것이다.”
태우전자 지분은 계열사에도 많이 흩어져 있었고.
할아버지의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지분이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계열사가 가진 지분이 대략 10%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격차를 이겨 내야지만 대다수의 동의를 얻는다고 볼 수 있겠죠.”
“10%를 손해 보고 시작하겠다는 게냐?”
“대다수의 주주는 휴대폰 사업부 매각에 동의할 것이라 자신합니다.”
“……좋다. 주주총회에서 네가 이긴다면 나도 더는 너를 말리지 않으마.”
할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마치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선포하듯이.
조금은 서운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고집을 꺾기 위해선 나도 최선을 다해야 했기에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벌컥!
남은 커피를 모조리 입 안에 털어 넣고는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고.
시간이 늦었음에도 다이먼을 비롯한 인원들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대표님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려고요.”
“혹시 쫓겨나셨습니까?”
“뭐,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주주총회를 통해 휴대폰 사업부 매각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다이먼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싸움 구경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이라곤 하지만.
할아버지와 손자가 싸우는 모습을 좋아하며 지켜볼 수는 없겠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태우전자 지분부터 정확히 확인해 주세요. 제가 공식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20%의 지분을 제외하고요.”
“SAVE 투자회사에서 보유한 지분이 대략 25%가 됩니다. 대부분이 여러 회사에 흩어져 있긴 하지만, 언제든지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나는 몇 달 동안 태우그룹 주식을 모으고 다녔다.
명동은 물론이고, 현재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시장에 풀려 있는 주식까지 조금씩 사들였다.
“할아버지가 움직일 수 있는 지분이 10%니 우리가 15%를 앞서는 거군요.”
“국민연금을 비롯한 정부기관에서 보유한 지분이 15%입니다. 그들은 의사표현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시장에 풀려 있는 지분은 30%입니다.”
“우리가 보유한 지분이 15%가 많으니, 할아버지 쪽으로 몰표가 나와도 최소 무승부군요.”
일반 주주의 마음을 사는 일은 할아버지의 전문 분야였다.
태우중공업 사태 때 열었던 기자회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주주의 마음을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과가 나오면 회장님이 아주 크게 실망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큰 차이로 이기게 될 테니까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할아버지라면 정부 기관에 묶여 있는 지분까지 움직이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절반이 넘는 일반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지만 이길 수 있으니까요.”
설마 할아버지가 정부 기관까지 움직이실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손자인 나를 상대로 하는 싸움인데.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고, 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다.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을 이용해 태우전자의 지분을 좀 더 확보해야겠어요.”
“몇 %나 더 확보합니까?”
“주가가 너무 티 나지 않게 움직일 정도로만 확보해 주세요.”
“SAVE 투자회사에는 전문가들이 오랜만에 재미난 일을 하겠군요. 그런데 혹시 태우증권에서도 지분을 확보하려고 들면 어떻게 합니까?”
“그럼, …할아버지를 돈으로 찍어 눌러 버리는 수밖에 없죠.”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태우증권까지 움직인다면, 나는 태우증권이 넘볼 수도 없는 자금을 한 번에 투입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다이먼은 태우조선 매각에만 집중하세요. 이번 일은 한 팀장과 진행할게요.”
“매각이 결정되고 나야 제가 할 일이 생기는 거죠. 대표님도 이제 쉴 틈이 없어지시겠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고.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에 서로의 책상으로 넘어가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곧장 한 팀장에게 연락을 넣어 태우전자 주식 확보를 지시했고, 데이비드를 호출해 정부 기관과의 접촉을 지시했다.
* * *
밤새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보낸 뒤 태우전자로 출근을 했고.
우성일 부사장은 아부에 도가 튼 인물답게 직접 커피를 가지고 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휴대폰 사업부 매각을 하려고 하는데 할아버지께서 주주총회의 의사를 묻자고 하시네요.”
“회장님이 말씀이십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계열사 사장 중에 할아버지의 말을 거역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
“그냥 해 본 말입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누가 반기를 들겠는가?
내가 차기 회장이 아무리 유력하다고 한들 할아버지가 있는 한 사장들에게 난 2순위에 불과했다.
“저는 사장님이 원하신다면 회장님에게 반기를 들 수 있습니다.”
“말이라도 고맙네요. 그런데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특별히 보고할 사항이 있나요?”
“디지털케이스에서 시제품이 완성되었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오늘 안에 시제품을 가지고 방문하고 싶다고 합니다.”
“벌써 시제품이요? 언제든지 와도 좋다고 전해 주세요.”
벌써 MP3 플레이어 시제품이 나왔다니.
확실히 돈의 힘이 좋긴 좋았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다고 해도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한다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란 어려웠다.
돈으로 누가 시간을 살 수 없다고 했는가?
돈만 있다면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내가 과할 정도로 투자를 해 준 덕분에 전생보다 몇 년이나 앞서 MP3 플레이어 개발에 성공했다.
“사장님, 디지털케이스 황영철 사장이 도착하였습니다.”
“반갑습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노폰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한 대 마련했습니다.”
황영철 사장의 신수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내가 10억을 투자했고, 지분의 50%를 100억 원에 사줬으니 부유한 삶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디지털케이스도 이노폰처럼 성공해야죠. 제품의 홍보부터 생산까지 태우전자에서 확실히 챙기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우선 시제품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황영철 사장은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레 포장지를 열었고.
그 안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MP3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
솔직히 촌스러운 디자인이었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거의 흡사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만에 MP3 플레이어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에 나는 박수를 쳐 주었다.
“고생하셨어요. 생각보다 빠르게 완성하셨네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용량도 무려 32MB로 8곡 정도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상품성이 있을까?
무게와 크기만 놓고 본다면, CD 플레이어보다 훨씬 가볍고 작았다.
하지만 용량이 문제였다.
CD 한 장에 최소 10곡 이상의 노래가 들어 있는 반면, MP3 플레이어는 8곡이 한계였다.
“64MB를 장착할 순 없나요? 그러면 16곡을 담을 수 있을 텐데요.”
“충분히 가능은 하지만, 가격이 문제입니다. 64MB를 부착하면 최소 가격이 30만 원 이상입니다. 너무 비싼 가격이라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저야 황 사장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라야죠. 말씀드렸다시피 MP3 플레이어의 모든 권한은 황 사장님에게 있으시니까요.”
“다음 버전은 64MB 이상으로 제작해 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가지 않겠습니까?”
황 사장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그를 깨우고 싶지 않았기에 MP3 플레이어의 단점을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MP3 플레이어를 출품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우전자 부스 안에 디지털케이스 부스를 따로 만들어 홍보해 드리죠.”
“CES라고 하면, 미국 가전 박람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곳에 정말 MP3 플레이어를 출품할 수 있습니까?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는 당연히 해 드려야죠. 그리고 이노폰이 성공한 덕분에 꽤 넓은 부스를 배정받기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황 사장과의 약속을 무조건 지킬 것이다.
오히려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홍보는 물론이고 생산까지 확실히 책임진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가 대중들에게 선택을 받는 건 내 소관이 아니었다.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CES 출품 전에 수정해 주세요.”
“영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겠습니다.”
“그러면 더 좋겠네요. 정확한 생산 계획은 CES의 결과를 보고 결정하시죠.”
“알겠습니다. 태우전자 부스에 전시하는 만큼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황 사장을 직접 배웅까지 해 주었다.
시대를 앞선 제품을 만든 사람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였다.
* * *
시간이 지나 태우전자 주주총회 날이 찾아왔다.
일반적인 주주총회와 달리 각 계열사의 사장은 물론이고 할아버지까지 참가하는 주주총회였다.
무게감이 다른 주주총회였다.
그렇기에 주총꾼 같은 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쫓겨났고, 빠르게 주주총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안건은 휴대폰 사업부 분할 매각 건입니다. 찬반투표를 통해 안건의 진행 여부를 결정짓겠습니다.”
사회자는 곧장 찬반투표를 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대표자가 나서 이번 안건을 설명해야겠지만, 그런 과정이 전부 생략되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싸움으로 비춰지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그렇기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주주총회에 참가한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금방 잠잠해졌다.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투표함으로 걸어 나가셨기 때문이었다.
대중을 압도하는 힘을 지닌 할아버지였고, 주주들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만 보았다.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나는 2번째로 투표함으로 걸어 나갔고.
주주들의 시선이 나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