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8)
독식하는 재벌 3세-68화(68/518)
68화. 실패 (1)
찬반투표가 끝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태우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사장들은 할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투표함으로 걸어 나가 빠르게 투표를 했고.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대부분 할아버지의 얼굴을 흘깃 바라보았다.
너무도 당당히 주주들과 눈을 마주치는 할아버지셨다.
여전히 태우그룹의 모든 선택은 자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듯한 오만함까지 느껴졌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태우그룹을 만들고 지금의 규모로 키운 사람이 할아버지셨으니까.
할아버지가 없었다면 태우그룹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테고, 태우그룹이 곧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찬반투표가 끝났습니다. 집계에 들어가겠습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투표 집계가 시작되었다.
여전히 여유가 넘치시는 할아버지셨고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중립을 지켜야 할 국민연금에서 할아버지의 편에 섰기 때문이었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무려 6%.
태우그룹 계열사가 지닌 10%에 국민연금 지분까지 더하면 16%의 지분.
정말 손자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시는구나.
혹시나 했지만, 설마 진짜 국민연금까지 끌어들일 줄이야.
“집계 결과가 나왔습니다. 태우전자에서 휴대폰 사업부를 분할 매각에 찬성하는 지분은 ……30%이며 반대하는 지분은 25%입니다. 주주총회의 결과에 따라 휴대폰 사업부 분할 및 매각을 진행하겠습니다.”
주주총회장에 정적이 흘렀다.
결과가 발표되자 모두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할아버지를 바라보았고.
할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의자에 몸을 기대셨다.
그러곤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주주회장에서 떠나 버리셨다.
주주들의 시선이 이제 나를 향해왔다.
절대 기울지 않을 것만 같던 권력의 추가 나에게로 향했다는 반증이었다.
“김민재 사장님, 회장님께서 옥상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실장 아저씨가 조용히 내게 찾아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혼자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을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그들은 할아버지에게 미리 언질을 들었는지 쇠로 된 문을 열어 내가 옥상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쓰읍, 후우.
하늘을 바라보며 하얀 연기를 뿜어내시는 할아버지.
나는 조용히 할아버지의 옆에 서서 연기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후우, 네가 이겼구나.”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도 저도 태우그룹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내가 모르는 사이 태우전자의 영향력을 키워 나갔나 보구나. 알려지지 않은 대주주가 전부 네 편에 섰을 줄이야…….”
나는 명동과 은행권에서 태우그룹 지분을 사들였다.
한 곳에서 사들일 수는 없었기에 SAVE 투자회사가 만든 여러 회사로 분산시켰고.
할아버지는 그 회사들이 전부 내 것인지 모르고 계셨다.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아닌 것 같더구나.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까지 회유를 했으니 말이다.”
나와 할아버지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시장에 풀린 주식을 SAVE 투자회사 자금으로 사들였고.
할아버지는 태우증권을 이용해 태우전자의 주식을 사들이고 계셨다.
그렇기에 나는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을 회유했다.
태우증권만 내 편을 들면 100% 이기는 싸움이 되니까.
회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결국엔 그를 회유하는 데 성공했다.
“회유보다는 협박에 가까운 행동을 했습니다.”
“허허, 그렇게도 할아버지를 이겨 먹고 싶더냐?”
“제가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국민연금까지 동원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느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내 수를 전부 읽고 있었단 말이구나. 허허허, 내 손자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할아버지가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런데 웃음 소리에서는 이상하게 슬픔이 묻어 나왔다.
“나도 뒷방 늙은이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나 보구나. 손자 녀석 하나 이겨 먹지 못하고.”
“할아버지는 여전히 정정하십니다. 뒷방으로 가시려면 아직 20년은 더 남으셨습니다.”
“주주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는데 어찌 그러겠느냐?”
“태우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할아버지는 꼭 필요하십니다.”
“그렇게라도 말해 주니 고맙구나.”
오늘따라 할아버지의 어깨가 작아 보였다.
분명 태우그룹이 망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할아버지긴 했지만.
할아버지의 능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내가 할아버지와 싸우고 있는 입장이지만, 외환위기가 찾아오는 순간 할아버지의 도움이 절실해진다.
인수 합병.
외환위기로 부도가 난 기업들을 인수할 때 할아버지의 능력은 빛을 발한다.
최소한 그때까지만이라도 할아버지가 계속해서 회장 자리에 앉아 계셔야 했다.
“저는 할아버지와 함께 태우그룹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니 네가 하는 말은 다 들어 달라 이거냐?”
“저를 믿어 달라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잘못된 결과를 낳기 전까지만이라도 저를 믿어 주십시오.”
“아직 네가 손댄 일이 실패한 적은 없긴 하지. 그래 어디 한번 잘해 보거라.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든 다른 사업부를 또 매각하든 태우전자에서 하는 일은 건드리지 않으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는 손자가 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내 어깨를 두들기고는 출구로 향하셨고.
나는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할아버지를 따라 옥상을 내려갔다.
* * *
주주총회가 끝나고 며칠 뒤.
다이먼으로부터 아주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현재그룹이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무려 2조 4천억 원을 불렀습니다.”
“그 정도라면 삼진그룹이 더는 레이스를 올리지 않겠군요.”
“현진그룹은 진작에 떨어져 나갔고, 이대로라면 현재그룹이 매수자로 결정될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정말 2배 가격으로 팔아 치우셨군요.”
태우그룹은 1조 2천억 원에 태우조선을 매각했다.
그런데 다이먼은 2배 가격인 2조 4천억 원에 태우조선을 현재그룹으로 넘기기 직전이었다.
“대표님이 적절한 시기에 불을 키워 준 덕분입니다. 현진과 삼진그룹이 경쟁자로 나서지 않았다면 2조도 받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제 그럼 다음 일을 하실 수 있으시겠군요.”
“휴대폰 사업부 매각 말씀이시군요.”
“애플 이사회와 초기 협상은 제가 진행할 테니 마무리만 부탁해요.”
“월가와는 수도 없이 협상을 해 봤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다지 어려운 협상은 아니었다.
대성공을 거둔 이노폰을 보유한 태우전자의 휴대폰 사업부는 정말 먹음직한 회사였다.
특히나 애플의 경우 스티브가 CEO로 온 뒤 차기작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고, 차기작이 나오기 전까지의 공백을 이노폰이 메꿔 줄 수 있었다.
“같이 미국으로 가죠. CES가 끝날 때까지 미국에서 지낼 겁니다.”
“대표님이랑 미국을 같이 간다고 하니 든든하네요. 그 전에 태우조선 매각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나는 사무실 중앙에 위치한 칠판으로 걸어갔다.
칠판에는 태우그룹의 계열사들과 부채 정보가 가득 적혀 있었고.
태우조선과 휴대폰 사업부에 동그라미를 쳤다.
“휴대폰 사업부만 잘 매각되면 태우그룹의 부채가 많이 줄어들겠네요.”
“대략 20조 원에 달하던 부채가 15조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20조 원이었던 부채였지만.
외환위기가 찾아오자 환율이 날뛰며 80조 원으로 불어났다.
단지 환율 때문에 늘어난 부채는 아니었고, 갑작스럽게 단기 차입금이 빠지자 다른 곳에서 더 비싼 이율로 돈을 빌려야 했기 때문에 늘어난 부채였다.
그런데 이제 부채가 15조 원으로 줄었고.
단기 차입금 문제도 서서히 해결되고 있으니 외환위기가 찾아온다고 해도 부채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부족했다.
15조 원의 차입금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회사 매각이나 구조조정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미국에 간 김에 포드사도 잠시 들려야겠네요.”
“설마 태우자동차도 매각하려는 계획이십니까?”
“설마요. 다른 계열사는 다 팔아도 태우자동차는 안 건드릴 겁니다. 할아버지의 자존심 같은 회사니까요.”
이제 다음 계획을 실현할 때가 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CES가 끝나면 곧장 움직여야 했다.
* * *
1996년의 새해가 밝았다.
달력의 숫자가 바뀌자 약간의 조급함이 들었다.
이제 외환위기까지 1년밖에 남지 않았기에 드는 조급함이었다.
“사장님, CES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전시 준비는 다 끝났나요?”
“그렇습니다. 독일 가전 박람회보다 더 많은 제품을 전시했고, 부스도 더 커졌습니다.”
우성일 부사장이 직접 부스를 챙겼다.
사장과 부사장이 동시에 해외 출장을 가는 일은 매우 드물었지만.
그만큼 CES 행사가 중요했기에 우리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다른 일정이 많았기에 CES 행사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고, 우성일 부사장에게 행사를 맡겨야만 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한번 보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이노폰의 성공 덕분에 행사장 중앙의 부스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노폰이 부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신제품인 슬라이드폰 2종류가 전시되어 있었다.
“슬라이드폰 반응은 어떤가요?”
“관계자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습니다. 폴더폰에 이어 혁신적인 디자인의 제품이 나왔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면으로만 보면 매우 뛰어난 슬라이드폰이었다.
폴더폰의 경우에는 남성들이 좋아할 디자인이었다면, 슬라이드폰은 여성이 핵심 고객층이었다.
“전자제품의 디자인도 잘 나왔네요.”
“투박스러운 디자인을 버리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제품들입니다.”
태우전자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었다.
‘탱크주의’를 버리고 감성과 기능을 부각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이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지니고 있던 윗대가리들을 일거에 날린 덕분이기도 했다.
“MP3 플레이어는 어디에 전시했죠?”
“부스에서 유일하게 태우전자 제품이 아니라 조금 외곽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다른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홍보를 책임지기로 했으니 제대로 해 줘야죠. 이노폰 바로 옆으로 배치를 바꾸세요.”
“아, 알겠습니다.”
MP3 플레이어의 이름은 엠피맨으로 정해졌다.
이는 회귀 전과 동일한 이름이었고, 그렇기에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되었다.
씁쓸한 눈빛으로 엠피맨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주 반가운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헤이, 킴! 태우전자에서는 이번 CES에 많은 준비를 했네요. 특히나 슬라이드폰은 정말 잘빠졌어요.”
“당연하죠. 아주 유명한 사람이 초기 설계를 해 준 덕분이죠.”
스티브가 슬라이드폰 초기 설계를 담당했었고.
감성부터 디자인까지 스티브의 손길이 가득 담겨 있는 제품이었다.
“그런데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MP3 플레이어인가요?”
“한번 사용해 보시겠어요?”
엠피맨에 관심을 두는 스티브였다.
나는 전시되어 있는 엠피맨을 스티브에게 전해 주었다.
아이팟이라는 희대의 명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기에 숨소리마저 죽이며 그 광경을 구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