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69)
독식하는 재벌 3세-69화(69/518)
69화. 실패 (2)
CES 행사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의 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는 당연히 미국 대통령인 클린턴이었고, 그와 안면을 트기 위해 노력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딱히 그러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서 만드는 친분이 얼마나 오래 가겠나?
그러게 나처럼 진작 깊은 친분을 만들어 뒀어야지.
“보스! 행사장 주차장에서 잠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그럼 미리 가서 기다려야겠군요.”
나와 데이비드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SAVE 투자회사는 지금까지 미국 정치권에 막대한 로비를 진행했고, 지난 대선 때도 민주당에 막대한 선거 자금을 지원했었다.
그 모든 로비 활동을 담당했던 사람이 데이비드였고, 그런 덕분에 클린턴과의 짧은 만남이 성사되었다.
“이렇게 협소한 곳에서 만나게 되어 미안하군요.”
“장소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좋은 사람과 만날 수만 있다면 지옥이라도 가야지요.”
특유의 입담.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외모.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 부흥을 일으켰던 대통령이 지금 내 앞에 있었다.
“그래도 최대 후원자를 이런 곳에서 대접하려는 제 면이 살지를 않습니다.”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올해 있을 선거에서도 제가 최대 후원자 자리를 차지할 테니까요.”
“흠흠, 정말 감사한 말씀입니다.”
“지난 대선보다 2배 더 많은 자금을 후원하려고 합니다.”
“저야 감사하지만. ……솔직하게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SAVE 투자회사는 지금까지 저나 정치권에 부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대가 없는 돈이라고 하지 마세요. 저는 그런 말을 믿지 않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미국 역사상이 아니라 세계 역사를 다 뒤져도 이런 부흥기는 존재하지 않았고.
한국이 외환위기로 힘들어할 때에도 미국의 부흥기는 여전했다.
이런 부흥기의 대통령의 권력이란 두말할 것도 없었고.
지금까지 그에게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은 건 앞으로 다가올 외환위기에서 도움을 청하기 위함이었다.
“앞으로 도움을 많이 청하게 될 것 같습니다.”
“SAVE 투자회사의 대표로서 말인가요? 아니면 태우그룹의 후계자로서 말인가요?”
역시나 내 정체를 알고 있는 클린턴이었다.
그냥 대통령도 아니고 미국의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내 정체를 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둘 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킴이 어떤 부탁을 하더라도 저는 들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이서는 안 됩니다.”
“당연히 그럴 생각입니다. 저는 미국의 국익과 태우그룹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킴을 믿겠습니다. 월가에서 봐 왔던 하이에나들과 킴은 다른 것 같으니까요.”
클린턴은 내게 호의적이었다.
최고 후원자이지만, 아무런 청탁도 하지 않는 사람.
내가 정치인이라고 해도 이런 조건의 후원자를 만나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 태우그룹과 미국 그룹 간의 합작회사 혹은 파트너 쉽 체결을 통해 동반 성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노폰을 만든 휴대폰 사업부를 애플에 매각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오호! 아주 좋은 생각이군요.”
“그리고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CES에 출품은 했지만, 아직 정식 출시는 되지 않은 신형 휴대폰입니다. 여성분에게 선물로 주면 아주 좋아할 디자인입니다.”
현금 다발이나 금괴 같은 거액의 선물을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 자리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나오면 괜히 반감을 살 수 있었기에 소소하지만 특별한 선물로 준비를 했다.
“이노폰의 차기작답게 아주 예쁜 디자인이군요. 그런데 제가 쓰긴 어렵겠네요.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제품을 쓸 순 없으니까요.”
“조만간 써도 상관없게 되실 겁니다.”
“아! 애플이 인수를 하게 된다면 그렇게 되겠군요. 그럼 그때까지 잘 가지고 있다 그날이 오면 제가 직접 사용하도록 하죠.”
클린턴과의 짧은 만남이 끝이 났다.
내년에 있을 외환위기에서 나를 지지해 줄 최고의 카드를 만든 셈이었다.
* * *
CES 행사 기간 동안 나는 행사장에 거의 가지를 못했다.
데이비드를 따라 정치인 후원 행사에 참여하며 인맥을 쌓았다.
SAVE 투자회사 대표가 아닌 태우전자 사장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참여한 행사였다.
그렇게 술독에 빠져 며칠을 보냈을 때.
우성일 부사장이 아주 좋은 소식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사장님, 태우전자 제품 2개가 최고 상품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엠피맨이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좋은 소식이군요.”
아주 좋은 성과였다.
태우전자는 이노폰의 차기작인 슬라이드폰과 TV에서 수상을 했고, 엠피맨은 신선한 기술을 보유한 제품에게만 주어지는 혁신상을 수상했다.
“특히 MP3 플레이어가 어떻게 가능한지 여러 곳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세상에 처음 나온 기술이니 관심을 끌기 마련이죠. 황영철 사장이 아주 좋아하겠습니다.”
“관심도로만 봤을 때는 이노폰 때보다 더 높은 것 같습니다. 대량 생산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관심을 끈다고 해서 판매량도 높아질까?
당연히 관심도와 판매량은 비례하긴 하지만, 엠피맨의 경우엔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시대를 앞선 기술.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시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제품이 엠피맨이었다.
MP3 파일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대기에 MP3 플레이어가 있다고 한들 음원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우선 주문량을 보고 생산 계획을 세우도록 하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슬라이드폰의 경우엔 선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노폰의 생산량을 이제야 겨우 맞췄는데 다시 공장이 바빠지겠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노폰과 슬라이드폰을 동시에 생산하기엔 공장이 부족합니다.”
“공장 신축이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그 문제라면 조만간 제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공장 신축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외환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차입금을 또 빌려 공장을 신축하는 건 자살행위였기에 나는 이미 다른 방법을 준비해 두었다.
* * *
CES 행사가 끝나고 다음 날.
스티브의 요청으로 애플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회 구성원 중에서는 여전히 스티브를 싫어하는 이들이 존재했지만, CES에서 좋은 결과 얻어 낸 스티브였기에 싫은 소리를 대놓고 할 순 없었다.
“제가 애플로 돌아온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CES에 출품한 신형 매킨토시의 경우 전년 대비 200% 이상 주문량이 폭주했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프로젝트 중단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스티브는 첫마디부터 자기 자랑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반발하지 못했다.
1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애플의 주가가 1년도 안 되는 사이 5배 이상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애플의 이사회는 비싼 값으로 애플을 다른 기업에 팔아치울 생각만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거짓이었으면 좋겠군요.”
“흠흠.”
자랑 이후 이어진 비난.
이사회에선 헛기침이 난무했다.
스티브의 말대로 애플을 비싼 값에 팔아치워 손해를 메꿀 생각만 하던 사람이 여러 명이었다.
“애플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혁신적인 방법을 채택하려고 합니다. 저와 뜻을 같이하지 않는 이사회는 사표를 쓰고 나가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하나. 혁신적인 방안이 무엇인지부터 말해 보게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애플에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을 메꿔 줄 제품과 회사를 인수하고자 합니다.”
“애플이 흑자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채가 상당하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인수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네.”
부정적인 반응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그들 대부분이 스티브의 복귀를 바라지 않던 인물이었고, 스티브는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반대할 줄 알았습니다. 애플이 살아나길 바라지 않을 테니까! 겁나겠지. 애플이 너무 살아나면 다른 기업에 팔아 치울 수 없게 될 테니까.”
“말이 너무 심하네!”
“내가 말이 심하다고? 심한 건 당신들이지. 내가 만든 애플을 1달러짜리 회사로 만든 사람이 당신들이잖아!”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 스티브였다.
오히려 싸움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다.
회의장은 고성이 오갔고, 스티브의 독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높아졌다.
“당신 같은 사람들은 필요 없으니까 당장 꺼져! 애플을 좀먹는 벌레 같은 놈이랑 뭘 같이 하겠어.”
“지금 벌레라고 했어? 그래 당장 이사회에서 나가 주지. 내가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 다 풀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걸 잘 지켜보라고!”
이사회 몇 명이 악담을 퍼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나는 군침을 흘리며 지켜봤다.
주식을 시장에 던진다 이거지? 그럼 내가 다 주워 먹어야지.
지금은 고작 5달러에 불과한 애플의 주가지만, 10년만 지나도 100달러가 넘는다.
20배를 넘게 남겨 먹을 수 있는 주식을 던져 준다면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나갈 사람은 다 나간 것 같군요. 제대로 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어디를 인수하려고 하는 건가? 나야 자네의 의견을 전적으로 동의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큰 리스크는 위험하다네.”
퀸텀 펀드의 조지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스티브를 믿기보다 나를 믿기 때문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지금도 스티브를 보면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노폰과 슬라이드폰. 독일 가전 박람회와 CES를 뜨겁게 달군 휴대폰입니다. 그 제품을 만든 회사를 인수하려고 합니다.”
“이노폰이라면 태우전자를 말인가?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는 격 아닌가? 과거의 애플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애플이 태우전자를 인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야.”
“제가 그렇게 허황된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인수하려는 건 태우전자가 아니라 태우전자의 휴대폰 사업부입니다. 태우전자의 휴대폰 사업부는 다른 전자 회사보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나를 바라보는 조지였다.
그는 내가 태우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머지 대답은 제가 하겠습니다. 휴대폰 사업부 매각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태우전자의 휴대폰 사업부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해도 공장까지 전부 인수하려면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된다네. 애플은 지금도 1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가능하겠나?”
“그 모든 자금을 SAVE 투자회사에서 투자하겠습니다.”
“그렇다면야 반대할 이유는 없지. 그런데 태우전자에서 휴대폰 사업부를 쉽게 내어 주겠나?”
당연히 쉽게 내줄 수는 없지.
나는 최대한 받아 낼 건 받아 낸 다음 휴대폰 사업부를 넘길 생각이었다.